김상욱 저
레이첼 카슨 저/김은령 역/홍욱희 감수
김상욱 저
박영규 저
설민석 저
헨리 조지 저/이종인 역
87년 6월 항쟁에 대해 관심이 조금씩 생겨나곤 했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듯했다. 우선 사소하게는 이 책의 저자에 대한 정보를 어디선가 읽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아마도 어떤 팟캐스트를 통해 이 책의 저자에 대한 정보를 얻었던 것 같다.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저자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이유가 있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작년 이맘때즘부터 시작된 촛불집회 등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전국민의 관심이 뜨거워진 탓에 있는 것 같다. 민주주의, 우리의 민주주의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를 고민해보면 4,19혁명이나 5,18 광주, 또는 87년 6월 항쟁 등이 빠짐없이 거론되므로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끝으로 지난 여름 택시운전사라는 영화가 크게 흥행했는데, 이 역시 자연스레 '그렇다면 6월 항쟁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영화는 내년에 또 개봉한다고 하니 영화를 보기 전 책으로 이해를 높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나 한다. 얇은 책이지만 알찬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87년 6월 시민들이 군사 정권을 대상으로 <민주화 운동>, <직선제 쟁취>을 얻어난 이 사건을 <6월 항쟁>이라고 부른다. 이때 5공의 정치체제에서 탈피하여 개헌이 이루어지고, 6공 지금의 체제인 87체제가 형성된다. 아직 2011년 현재도 87체제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6월 항쟁이 이루어지고, 승리하기 까지 여러 원인이 있고, 단계가 있지만, 크게 6월 항쟁의 배경은 2가지 사건이다. 하나는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이다. 당시 서울대생 박종철을 물고문을 하여 죽이고, 이 사건을 은폐하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사실이 밝혀지는 사건이다. 다른 하나는 이한열 열사의 죽음이다. 연세대생이던 이한열이 시위도중 최루탄에 맞아 사경을 헤메게 된다. 하지만 이한열이 최루탄을 맞고 쓰러지는 사진이 공개됨으로써 시민과 학생들이 공분을 하고, 6월 항쟁의 큰 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후일담 소설 형태로 세 사람을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는 학출 노동자 활동가인 사람으로 인천에서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천의 5.3 사건을 반드시 소개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운동권 학생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운동의 흐름을 소개하고 있다. 세 번째는 부산의 노동자의 6월 항쟁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부산의 카톨릭 센터의 항쟁이 주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앞의 두 사람이 대학생이지만 다른 세력인 노동자의 참여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작가가 6월 항쟁에 대해서 여러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이 87년의 시간을 기자의 시각으로 소개하고 있다. 객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6월 항쟁이 예상보다 힘을 가지는 부분, 그리고 6월 항쟁후의 노동 운동의 폭발, 재야와 정치권과의 관계, 양김의 분열, 그리고 대통령 선거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작가가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하나의 항쟁, 두 개의 시민이다. 하나의 시민은 대학생과 중산층이고, 다른 하나의 시민은 노동자 및 하층민을 의미한다. 6월 항쟁이 중산층 만의 운동이 아니었고, 하층민이 같이 참가한 운동 이였다고 이야기하고 싶어하고, 6월 항쟁 이후에 노동 운동이 활발할 때 재야 및 정치권 중산층, 대학생 모두 차기 정치 구도에만 관심을 가지고, 또 하나의 시민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마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크게 동의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6월 항쟁을 다시 돌이켜본다. 그때 나는 대학교 2학년이었고, 내가 다니던 학교의 경우에도 6월 항쟁 당시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6월 항쟁이 6월 10일 시작해서 6월 29일 종료되는 19일 정도의 기간이며, 이 기간 중에 항상 달아오른 것이 아니라 10일 시작해서 서서히 대학생부터 불이 붙기 시작하여 점차 확대되고 또 중간에 식어가기도 했다. 항쟁의 성공의 원인은 첫째 정권의 부 도덕성, 둘째 목표의 단순함으로 운동의 주체인(대학생, 천주교, 중산층, 야당) 모두 단일 세력으로 묶었던 점으로 보인다. 그리고 직선제 쟁취 이후 각 운동 주체의 분열로 결국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는 점등 6월 항쟁이 가지는 한계도 명확한 운동이었다.
<이한열 열사 사진>
역사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서는 역사를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류', '사회', '변천', '흥망 과정', '기록'.
'인류'. '세계의 모든 사람', '사람과 다른 동물과 구별하여 이르는 말'. 300년 전 조선 사회의 노비는 인류였을까. 아니 1920년대 형평운동을 일으켰던 백정들은 인류였을까. 아니 현재 한국 사회의 철거민, 비정규직 노동자, 제3세계 출신의 외국인은 인류일까. 아무렇지도 않게 방아쇠를 당기는 미군에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인은 과연 인류일까. 과연 '같은', '동등한' 인류일까.
'사회'.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형태의 인간 집단'. 가족, 지역, 민족, 국가. 요즘 시끌시끌한 신문 광고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동성간 결혼에 의한 가족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강남 속 비닐하우스촌 개포동 구룡마을은 '강남'인가. 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세례를 듬뿍 받고 미국식 사고에 젖어 미국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한국인 경제학자는 '한민족', '한국인'인가.
역사를 정의한다는 것은 과연 가능한 것인가. '변천'이고 '흥망의 과정'인 역사를 '정의(definition)'한다는 것 자체가, 역사를 '한계 속에 가둔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리라. 변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사람이 변하는 것이다. 사람(의 범주, 인식, 사고(체계) 등)이 변하면 역사가 변한다. 그리고 그 변한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 또한 역사학도 변한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은 일찍부터 군왕의 백성 통치를 위해, 그리고 군왕의 통치 파트너인 '사대부'의 인문학적 교양을 위해 역사학을 발달시켰다. 반면에 서구의 역사학은 왕의 업적이나 영웅의 무용을 찬미하기 위한 서사시로부터 출발해 19세기 레오폴트 랑케에 이르러 근대 역사학으로 발전했다.
왕과 지배층의 기록에 바탕을 둔 정치사 중심 근대 역사학은 20세기 초반 사회사 중심으로. 그리고 20세기 후반부터는 심성사와 일상사에 대한 연구로 그 주제를 확장해왔다. 왕과 지배층만이 사람이던 역사와 역사학은 기록의 주체가 될 수 없었던 노동자나 여성들을 포괄하는 역사와 역사학으로, 그리고 그들의 생각과 생활까지 포괄하는 역사와 역사학으로 '변천'해왔다.
<87년 6월 항쟁>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사회'에 '거대한 전환'을 가져온 87년 6월 항쟁(이하 6월항쟁)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그런데 저자는 단순히 서울 중심의, 대학생과 넥타이 부대로 대표되는 중산층 중심의, 그리고 종국에는 분열된 제도권 야당의 군부정권 종식 실패로 이어지는 제도권 정치 중심의 기존의 해석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6월 항쟁의 주체를 확장함으로써 그 의미를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책에서 저자는 인천의 학출 노동자, 서울의 대학생, 그리고 부산의 노동자를 통해 6월항쟁에 있어서의 서울의 대학생과 중산층의 역할에 제자리를 찾아주고 과소평가 받았던 노동자와 지방의 6월 항쟁에 무게를 실어줌으로써 군부정권 종식을 중심으로 평가하던 기존의 '6월 항쟁'의 의의를 기층 민중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위한 투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책에서 저자가 말한 '두 개의 시민, 87년 6월의 갈라짐'이 없었다면 '한국 사회'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한다. 알다시피 대학생-중산층 중심의 '6월 항쟁'과 노동자-민중의 6월 항쟁은 전자는 제도권 보수야당에 의해 포섭된 반면 후자는 제도정치에서도 배제된다. 이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정규직 대공장 노동자도 중산층이 되었지만 IMF 경제위기 이후의 비정규직 확대와 대규모 구조조정은 중산층을 분해시켰다. 이를 제어할 노동정치세력도, 이를 완화할 사회복지제도도 부재한 상황에서 무너지는 국가와 기업 사이에서 중산층은 가족 속으로 침잠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한국 사회', 사교육 시장이 끝을 모르게 커가고, 부동산과 주식을 통한 한탕주의가 횡행하는, 2MB 대통령 치하라고 생각한다. 만약 양자가 6월에 갈라지지 않았다면 '한국 사회'는 어떤 경로를 그리며 역사를 이어가고 있었을까. 그리고 그 구성원인 나의 삶은 또 어땠을까. 어쩌면 저자도 이런 생각으로 책을 쓰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