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릭스 코브 저/정지인 역
레이첼 카슨 저/김은령 역/홍욱희 감수
김정선 저 저
유선경 저
안데르스 한센 저/김아영 역
유시민 저
[예스24 인문/사회 MD 손민규 추천] 악의 마음을 읽은 최초의 전설, 존 더글라스 회고록
2022년 03월 23일
알쓸범잡, 용감한 형사들을 통해 권일용 교수님을 알게 되었고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김남길 배우 주연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원작이 교수님 책이라는 걸 듣고 검색해 보았는데, 표지가 모든 걸 말해 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표지만 한참을 들여다봤네요.
드라마로 각색된 부분을 찾고 나오지 않는 내용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무엇보다 이 책은 실화를 기반으로 서술된 내용이기 때문에 진지한 마음으로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교수님과 지금까지 대한민국 프로파일링을 이끌어오신 많은 분들, 지금까지도 현직에서 악의 마음을 읽고 계신 프로파일러분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합니다.
이번달 리뷰를 하기 위해 일정이 빈 김에 평일에 여유롭게 도서관을 방문해 자만추를 시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완벽한 자만추는 아니었다.
도서 사이트의 베스트셀러에서 채택한 건으로, 프로파일링이라는 주제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것은 부정할수 없었다.
국내 사건들을 다룬, 국내 프로파일러의 책이라는데... 옛적에 누군지 모를 외국의 프로파일러 이야기를 읽은 적은 있지만 국내의 사람은 처음이었다.
솔직히 요새 우리나라에 대한 마음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어느정도 편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권일용 그게 누군데, 하고 몇장읽다가 문득 검색해봤더니 아는아저씨얼굴임;;; 아저씨셨군요... (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으로 알게된 사이임)
아직 현역이신줄 알았는데 17년도에 퇴직하셨음.나는 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있는건지...
여튼지간에 읽으면서 난 참 세상에 관심이 없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솔직히 한국 범죄 이야기를 다룰거면 빠질수가 없는 연쇄살인 사건이 서술되는데, 분명 동시대를 살았음에도 이정도까지 알고있는게 없을수가 있나 싶었다.
유영철, 강호순 등등의 연쇄살인범 ...
미디어를 통해 알게되는 일반인들의 시선이 아닌, 수사에 직접 참여한 사람의 시선으로 사건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미디어를 통해서 범죄사건을 접하면 대부분 이렇게 반응한다.
1. 또 여자가 피해자죠? 2. 저런새끼들은 아묻따 죽여서 정신을 차릴 기회도 주지말아야한다, 스토리를 들을 필요도 없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 아닌가? 나도 내 먹고사는데 바빠죽겠고, 모두가 그런 삶을 살고 있고, 와중에 그놈들은 범죄를 저지르는데 나도 힘들게사는마당에 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단말임.
누가 비정상인지 명백한 마당에 피해자는 나와 같은 여성들. 부조리한 기분에 가득차서 욕만 냅다 하고 잊으려고 애써야한다. 당연하게도 거기에 감정 쓸 여유가 없는 현대사회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런 일이 한두번 일어나는것도 아니다. 일일이 다 화내고 감정쏟기에는 삶이 너무 팍팍했던 것이다. 다 힘들어 죽겠는데 범죄를 저지르는건 지극히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좀더 다양한 시각으로 이런 일들을 바라볼수 있게 되었는데, 한편으로는 생각이 참 많아졌다.
이런 범죄사건을 하루종일 생각하면서, 하루종일 일하고, 일주일 내내 근무를 나가야하는 사람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심지어 이녀석들이 한번에 잡히지도 않았다. 연쇄사건으로 치기에는 경찰 내부에서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기도 했기에 그 과정이 오래걸린데다가, 몇년 뒤에나 겨우 잡힌 녀석들이다.
우리나라 imf 이전에는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라는 전제가 먹혔다고 했다. 현재보다는 수월한 수사과정에 범인체포였을 것이다. 보통은 사연이 있고, 면식이 있는 사람의 짓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일것이다.
그런데 급작스러운 사회변화로 우리나라도 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범죄자가 생겨났고, 붙잡아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새끼가 순전 또라이기 때문에 벌어진, 비상식적인 일임.' 하고 단정짓기에는 너무나 사회적인 문제가 많이 관여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범죄자는 남성, 그리고 연쇄살인범의 과거는 어둡고 학대를 당했으며 내성적이고 어쩌구저쩌구 공통점이 어느정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을 겪은 모든 사람이 연쇄살인범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 어느 시대에 태어나 어떻게 '자라난 과정'을 겪느냐가 정말 큰 요소인데, 그게 개인으로는 해결할수 없고 결국에는 사회적인 문제로 접근해야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연쇄살인범들을 안타까워하는건 아니다... 그들은 피해의식이 강하며 시야를 자기관점으로밖에 볼줄 모르는 좁아터진 녀석들이라는 견해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벌이는 범죄가 나왔기 때문에, 수사도 그에 맞춰서 발맞춰 변화해야하고, 매번 현재의 사회문제를 짚는 것이 정말 중요하지 않을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인것 같다.
권일용 씨의 개인적인 어려움도 아주 짧게 몇몇군데에서 기술되는데 극 nf인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 범죄자를 매일 생각하고, 범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끔찍한 시신들의 사진을 바탕화면으로 해놓고 매일 볼 정도로 그렇게 감정노동이 심한 일을 거의 최초의 프로파일러로서 진행해왔을 그 막막함이 전해졌다.
하지만 그거 아세요? 당신같은 사람이 있어야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거겠지요 ... 권일용씨 개인을 짚어 말했다기 보단, 새로운 분야에 아무것도 없지만 도전할 용기가 있고 끝까지 유지하고 연구해나갈수 있는 인재가 정말이지 필요한것 같다.. 모두가 승진만을 노렸으면 이 사회도 더 이상해졌겠지요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요새 서울살이로 이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봤던 구역들이 전부 연쇄살인이 일어났던 구역이라는게ㅠㅠ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일어난적이 있구나... 역시 무섭고 집구할때는 대로변에서 구해야... 하면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격동의 시대를 지내면서 차마 '사회가 발전'한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과학이 발전' 하는거라면 몰라도 ... 사회가 꼭 좋은쪽으로만 변화한다는 기분도 들지 않는 요즘이다. 여튼, 변화하는 사회에서 범죄 양상도 방식도 심리도 점점 알수없어진다.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며, 근래의 칼부림 사건들도 보면 정말 미디어, sns가 없는 옛날에도 이런 범죄가 일어났을까?싶을 정도로 현대사회의 특징이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고 범죄자에 공감하는것은 매우 위험한 시각이다. 그들은 공감도 이해도 부족하기에 벌이는 일들인데 그것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것은 정말 쓸데없는 감정행위라는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책에 서술된 대로, 범죄자의 심리와 행동양식을 예측하기 위해서 '피해자를 사물로 보는' 시각은 정말정말 정없고 서운하고 인간적으로 너무한것 같으면서도, 누구 하나가 그렇게라도 분석가의 마음으로 가지고 보지 않는다면 돌아가지 않는 세상이라는게 .... 그리고 여기서 가장정신차려야할것은 역시 프로파일러 자신이겠다. 인간을 위한 일을 하는 도중에 인간적인 마음을 잃으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이런 병든 사회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는 누군가의 코멘트도 실려있지만 권일용씨는 공감하지 않는 눈치이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사랑이라는게 어느정도의 양으로 얼만큼 오랫동안 부어줘야하는데? 그게 가성비적으로 합리적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너무 추상적임. 그런데 이걸 사회에서 복지의 일환으로, 금액을 부어서 정기적으로, 자칫 조금 삐끗해도 사회에 금방 복귀할수 있게 제도적으로 장치가 되어있어야하는게 가장 최선인것 같다. 그게 '가시적으로 통계로서 잡히는 사랑'의 형태라고도 생각이 든다.
범죄자를 인터뷰하다보면, '살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지만 '살면서 불행하고 고통스러웠던 일'에 대해 물어보면 '뭐부터 말할까요?' 하고 여러가지를 말한다고 한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아무런 즐거운 기억을 심어주지 않으면 한 사람이 사회에 피해를 끼친다는 뜻도 될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강제적으로라도 좋은 기억을 심어주는건 역시 복지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교도소라는 개념도, 결국에는 계도하고 이끌어가는 의미이지만 심정적으로 생각해보면 교도소 출신의 사람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특히나 연쇄살인범이나 강간범,아무튼 살인범도 이론적으로는 다시 갱생할 기회가 있어야 하고, 사회에 다시 녹아들 기회를 줘야한다지만 내 옆에 있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갱생할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책에도 적혀있는 대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쉬지않고 강간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법정에서 눈물흘리며 사죄한다고 해도 과연 그게 진심일까 하는거다. 사회가 어디까지 품고 계도해야하고 그게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걸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성공사례가 있으니 포기할수 없는것일수도... 아무래도 사형이라는건 악용의 여지도 있으니까....
결국 모두가 똑바로 살면 될 문제가 아닐까? 하고 마음편하게 생각하고싶다...
정말로... 모든 악을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이런건 프로파일러가 대신해주고있다니 정말 다행이다... 나는 한권만으로 이 세계를 잠깐 엿보고 프로파일러의 고생에 대해 조금이나마 느끼는 것... 그것이 나의 최선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얻은 결론은, 범죄자를 미워하는건 변함이 없다. 그들은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끼쳤다. 그렇지만 그들이 나타난건 사회적인 문제가 크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서 이것을 무시하지 말고 좀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한다.
도서관에서 그자리에서 읽어서 기록하기는 어려웠지만, 기억에 남는 구절을 사진으로 찍었다.
악마로 가득한 세상, 악마와 싸우는 자기 자신. 환상에 사로잡힌 냉혈한은 자기가 쓰러뜨린 사람이 자신을 괴롭히는 악마적인 마초가 아니라, 자기보다 힘이 약한 젊은 여성들이라는 사실을 왜 인지하지 못했을까. (159p)
결국 범죄자들은 자기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악마적인 사회'에게 칼을 들이대는게 아니라, 만만한 약자를 향해 칼을 겨눈다. 어느 놈이 말한 이유는 '못사는게 죄'란다. 부자에게 증오를 품으면서 약자를 향해 공격한다. 분명 사회가 잘못한것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망치고 남의 인생을 망치게 되는 찌질한 선택을 하는 가운데에서도 보다 더 찌질한 결정을 하는것은 결국 사회가 아니라 본인, 개인 자신이다. 그것을 좀 돌아보고 부끄러워할줄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저지르는 일이 결국 뭔가 부조리한사회를 비판하고 증오해서가 아니라 걍 자기 분노 욕망 편하게 표출하기인거다. 개 찌질하니까 인생에 이런 사건을 남기는 일은 없어야겠다.
다들 똑바로 삽시다. 똑바로 사는것은 매우 힘들다는걸 최근에 느끼고 있지만, 그걸 해내는게 정말 대단하고 칭찬받아야 마땅한 것이니까요.
그리고 드라마작가 김윤희씨가 1기 프로파일러 출신이라는걸 처음 알았다. 신기하다. 시그널의 보조작가로도 일하셨던데 그 계기가, ... 대충 내 말로 설명하려다가 책뒤져서 구절을 옮긴다.
인간은 하나의 정보체계다. 이 정보체계는 주로 외부로부터 주어져 구성된다. 가정교육, 학교 등이 한 개인에게 모종의 정보체계를 입히고, 개인은 그 정보 체계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범죄자는 악의 정보를 체계화하여 받아들인 사람들이다. 사이코패스는 아예 정보체계 자체가 '악'인 사람들이다. 김윤희는 고통스럽게 자문했다. "기존 정보 체계를 바꾸는 것이 가능한가? '범죄 결정론'이 진리인가?" 김윤희는 윤외출과 함께 근무하면서 공연과 전시에 눈을 떴다. 사람을 가장 빠르게 '리셋reset' 할 수 있는 정보 체계. 그건 바로 문화와 예술이었다.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제가 이 직업을 선택한거거든요. 그러니까 문화 예술이라는 것들이 가장 빠르게 무언가를 바꿀 수 있고, 무의식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에요."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조금 감동인 부분이었고, 주어진 삶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회를 좋게 변화시키는 것이 사회구성원의 몫이라는 감상이 들었다.
한 번 쯤 읽으면 좋은 책이다. 유명한 사건의 수사 과정이 어땠는지 생각보다 소상하게 알 수 있었고, 한국 프로파일링의 역사도 알 수 있다. 고군분투한 누군가의 사정도 알 수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이런 범죄를 예방할수 있을지 생각해볼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늦었지만 권일용씨 퇴직 축하드립니다.
이후의 삶이 어땠는지 23년도의 저는 거기까진 관심이 없지만 고생한만큼 좋은 날들을 보내셨길 ...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저자 권일용, 고나무, 2023년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파일러 권일용 전 경정과 논픽션 작가 고나무가 공동으로 쓴 책이다. 이 책은 권일용이 프로파일러가 되는 과정과 그가 참여한 연쇄살인 사건의 수사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프로파일러는 범죄자의 심리와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범인을 추적하는 전문가다. 이 책은 프로파일러들이 범인과의 심리전을 벌이고, 현장에서 새로운 수사 기법을 도입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또한, 프로파일러들이 겪는 고난과 고뇌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은 실제로 일어난 사실을 바탕으로 한 논픽션이다.
# 프로파일링
‘자료수집’이 원 뜻이나 수사용어로는 범죄유형분석법을 말한다. 범죄 현장을 분석해 범인의 습관, 나이, 성격, 직업, 범행 수법을 추론한 뒤 이를 바탕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수사 기법이다. 사건현장에 남겨진 증거나, 범행 패턴을 분석해 범인의 심리상태나 경향 등을 특정지어 나아가선 범인의 프로필을 뽑아내는 수사법이다.
♡ 책 속으로
# 프로파일러는 사냥개 없이 동물을 쫓는 사냥꾼과 같다. 현장에 남은 작은 사실의 조각만으로 동물이 간 방향을 추정해야 한다. 권일용은 매일 지연이의 시신이 발견되 현장 사진을 수십 번씩 바라봤다. 폭이 3미터쯤 되는 좁은 골목, 성인 남성 가슴 높이의 낮은 담장, 붉은 벽돌, 검은 철제 대문. 대문에는 이삿짐센터 홍보물 등 전단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왜 납치했을까?’
‘왜 시체를 토막 냈을까?’
‘범인은 어떤 특징을 가진 사람인가?’
정신과 의사의 목표는 치료이고, 프로파일러의 목표는 수사다.
....프로파일러는 ‘경찰 같은 심리학자’보다 ‘심리학자 같은 경찰’에 가깝다. 범죄자의 행동을 성ㄹ명하기 위해, 프로파일러는 범죄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야 한다. 범죄 현장 재구성은 매우 중요하다.
#...존 더글러스의 《범죄 분로 매뉴얼》은 ‘연속살인’과 ‘연쇄살인’을 구별한다. 연속살인은 범인이 살인과 살인 사이에 심리적 냉각기를 갖지 않고 둘 이상의 장소에서 행하는 살인이다. 연쇄살인은 세 명 이상을 살해하면서, 각각의 살인 범행 사이에 심리적 냉각기가 존재하는 살인으로 정의된다.
...계회적으로 살인하고 차분하게 증거를 인멸한 뒤 다음번 범행을 준비하는 경우가 연쇄살인에 해당한다. 존 더글러스는 이런 심리적 냉각기를 ‘쿨링오프’라고 표현했다.
# ‘경찰이 된 후 지금까지 봐왔던 범죄자가 아니구나. 이 시대가, 우리 사회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괴물을 낳기 시작했구나.’
... 왜 한국 땅에 이런 냉혈동물이 태어났는가.
...그때까지 경찰 권일용은 범죄를 범죄자 개인의 잇ㅇ심리 문제로 보았으나, 프로파일러 권일용은 이제는 사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유영철보다 더 험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도 정상인으로 사는데, 어째서 그는 괴물이 되엇는가.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사태 이후 발생한 경제적 몰락과 급격한 계층 간 격차 같은 것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자극이 될 수도 있는 걸까.
...동일한 학대와 심리적 상처를 누군가는 극복하고, 누군가는 극복하지 못한다. 대신 분노와 증오의 뼈대로 설계된 환상 체계를 만든다. 그래서 연쇄살인범은 거짓말탐지기로 잡아낼 수 없다. 적어도 연쇄살인범 자신에게는 면식 없는 사람에 대한 분노와 증오도 충분히 합리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 연쇄성을 찾는 것은 전문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 연쇄 범죄는 동기를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이다. 단순히 수사를 많이 해본 경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일선 경찰서에는 수사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형사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다른 미제사건을 체계적으로 관리, 검토하는 시스템도 갖고 있지 않았으며, 각 사건의 연쇄 가능성을 검토할 프로파일링의 기본 지식도 없었다. 훗날 동일한 연쇄범의 범행으로 밝혀진 사건들이 발생 당시에는 대부분공조수사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사람은 자기가 볼 수 있는 것만 본다. 안구 구조상 사람은 옆이나 뒤를 볼 수 없으므로 고개를 돌리는 행위는 매우 중요하다. 연쇄범행이 존재 가능하며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개념은, 고개를 돌리는 행위처럼 볼 수 없는 것을 보게해준다. 고개를 돌리지 않는 사람은 옆과 뒤를 보지 못하고 지나칠 뿐이다
#... 죄와 벌, 용서와 갱생은 문학이 오랜 주제다. 문학작품 속의 살인자 중에서는 속죄하고 반성하나 인물이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에서 노파를 살해한 라스콜리니코프는 참회하고 자수한다. 이청준의 소설 〈벌레 이야기〉 속 아동 살해범과 기독교에 귀의한 뒤 반성한다. 이 아동 살해범은 신에게 용서받았다고 생각한다. 신이 용서하면 살인자는 반성한다. 그러나 정남규 사건 피해자인 김 씨는 이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형제 폐지 운동을 하는 나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나는 대답한다. 그들을 변화시킨 것은 오직 하나, 살아이었습니다.
그들은 옛사람에게서 벗어나 새사람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소설가 공지영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이렇게 썼다. 권일용은 소설 집필 전 자신을 찾아왔던 공지영을 기억하고 있었다.
용서와 갱생을 믿는 공지영의 주장은 아름답다. 그러나 김 씨는 이런 공지영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 “그(연쇄간강범)가 법정에서 얼마나 후회한느 모습을 보였든, 그가 체포되어 반박할 수 없는 증거가 제시되기 전까지 그는 결코 강간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브렌트 터비의 말처럼, 권일용은 어떤 범죄자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사형 반대론자들의 논리 중 하나가 오심 가능성이다. 그러나 스스로 범행을 자백해 오심 가능성이 없는 야수, 교정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 야수, 피해자의 유가족이 사형을 요구하는 야수에 대해서도 한국 사회는 1998년 이후 사형 집행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여섯 차례나 사형폐지 법안이 상정되었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1977년까지 총 1,200여 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 《입법과 정책》 자료를 보면 1998년~2012년 1심 형사공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인원은 총 115명이다. 살인 혐의 60명, 강도살인 33명, 성폭력특별법 위반 11명, 특정범죄가중법 위반 6명이다. 이 중 국가보안법 위반 피고인은 없다. 과거 사형반대론의 근거 중에 제도의 남용에 의한 정치적 살인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는 이런 논리가 사형제 반대의 근거가 되기에는 설득력이 약한 셈이다.
진보주의자들의 바람과 달리 한국인의 법감정은 사형 존속 지지에 가깝다. 이른바 진보정권 때도 국회에서 사형 폐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이유다. 일반 시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하여 의견을 내는 국민참여재판 제도는 2008년에 도입됐다. 2013년 국민 참여재판으로 인천지법에서 열린 한 존속살해 사건 재판에서 배심원 아홉 명 중 여덟 명이 사형 의견을 냈다.
...복수는 인류의 오랜 주제다. 유영철에게 아내와 아들을 잃은 구재영(가명)씨는 가톨릭의 사인 사건 피해자 모임인 ‘해밀’ 활동을 한다. 구재영씨는 유영철을 용서하겠다고 하며서 사형제 폐지 운동도 벌였다. 반면 강호순에게 살해된 스무 살 여성의 아버지 오경수(가명)씬느 남은 가족들은 2018년 현재까지도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둘 다 평생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강호순과 유영철은 지금도 교도소에 살아 있다. 사형은 집행되지 않고 있다.
# ...권일용도 이 〈자백의 연구- 취조해야 할 사람과 취조를 받아야할 사람의 심적 구도〉 논물을 읽어두지 않았다면 둘째 딸의 심리를 포착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마다 교수는 허위 자백의 심리 메커니즘을 두 단계로 나누어 분석했다.
첫째, 실제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거짓 자백에 이르는 과정.
둘째, 거짓 자백 후 범행의 줄거리를 지어내는 국면
하마다 교슈는 첫 번째 단계를 “부인에서 자백으로의 전락”이라고 지칭했다. 수사관의 압박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옐ㄹ 들어 강호순 같은 피의자는 죄책감이 결여된 동물이었다. 그는 디엔에이 증거를 들이밀기 전까지 범행을 자백하지 않았다. 수사고나은 진범과 끊임없는 기 싸움과 심리전을 벌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사 압력은 수사의 필요 불가결한 요소다. 문제는 이 수사 압력이 무고한 사람을 향할 때다. “먼저 지적해둘 것은 진범을 자백시키는 수사 압력이 무고한 사람을 자백시키는 압력으로도 작용한다는 단순한 사실”이라고 하마다 교수는 주장했다.
...하마다 교수는 부인에서 자백으로 전락하는 심리적 요인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꼽았다. 일상엣 차단되어 심리적 안정감을 잃음. 주위에 도는 소문과 그로 인한 죄책감. 자신의 변명이 의심받는 데서 오는 무력감. 자신의 장래가 수사관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수사관에게 영합적으로 행동하려는 심리. 하마다 교수는 “피의자가 받게 되는 압력은 육체적 고문과 같은 수준에 달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책 속 내용 중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수사과정에서 본인 했다고 자백했다. 부정했다. 자백을 반복하는 과정에 대해 이유를 설명하면 제시된 이론.
#... "악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악을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우선 자신 속에 있는 악을 인정하고 직시해야 한다. 자신이 얼마나 약하고 오만하고 잔인할 수 있는지를 솔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인간의 악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악이 단순히 타인의 행위나 성격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 반성과 교육,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한편 한나 아렌트가 1963년 저작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제시한 악의 평범성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드라마를 먼저보고 책을 접했습니다.
솔직히 재미없을 줄 알았어요. 그냥 드라마 생각하면서 스토리따라가자라는 식으로 샀었는데..
의외로 재미있었고 있는 사실이야기라 신기해하면 읽었어요.
솔직히 사람이 죽고사는 일에 신기해하면 안되지만 프로파일링하는 분들이 너무 신기했고
살인자분들의 심리상태도 전 너무 신기했습니다. 저와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 마음 들을 조금이나마 어떤지 살짝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책 전 추천합니다. 집 침재에서 읽기 너무 좋아서 물론 종이책이면 좋겠지만 이북으로도 잘 읽었습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리뷰입니다.
드라마로 방영된다는 얘기를 듣고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재밌다는 평이 많아 일단 소설을 구매해봤습니다.
몰입감이 좋고 전개속도도 빨라서 취향에 맞았습니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일어난다는게 안타깝습니다.
친절하게 용어들이 있어서 내용이 어렵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추천합니다.
드라마가 방영된다는 소식듣고 소설이 있다길래 ebook으로 먼저 구매해 읽어봤다. 우리가 알고있는 주요 사건들이 권일용 프로파일러님 시각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실 연쇄살인사건이 조명되고 영화화되고 작품화되면서 점점 자극적인 사건을 다루는 작품들도 많아졌다.
그 작품들 이면에 이 사건들이 기초해있었고 이미 많은 뉴스나 영상으로 접했었기에 사건이 낯설지 않아서 잘 읽혀나갔던 것 같다. 드라마에서는 책보다는 압축되었으나 책에서도 자세하게 서술되지는 않은 한계는 있다. 살인자의 시각에서의 분명하게 사건을 서술해내기가 쉽지는 않아 프로파일러의 시각으로 풀어쓰니 그런 점 도 존재하는 것 같다. 범죄소설과 달리 실제 사건을 기반한 사건과 수사관의 이야기이니 더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