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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환경주의

‘그린’으로 포장한 기업의 실체

카트린 하르트만 저/이미옥 | 에코리브르 | 2019년 10월 15일 리뷰 총점 9.0 (28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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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사회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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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다국적 기업은 자신들의 행동을 위장하기 위해 어떻게 환경을 이용하는가

환경의 범위는 넓고도 깊다. 그 가운데 현재 가장 뜨거운 주제는 지구 온난화다. 기온을 상승시키는 원인은 수없이 많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온 상승은 장기적으로 인류 생존에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전 지구적으로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렇다면 그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 책은 이러한 실패의 원인들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찾아 나서는 노력이라고 할 만하다. 바로 환경을 교묘하게 이용해 끊임없이 탐욕을 채우는 다국적 기업과 일부 NGO의 민낯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목차

머리말
1 황제가 입은 녹색 옷
2 지속 가능이라는 대재난
3 더 많이 구매하면 바다를 살릴 수 있다고?
4 삼류 극장
5 국가의 그린워싱
6 고기와 피
7 정의로운 모든 것!
감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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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저 : 카트린 하르트만 (Kathrin Hartmann)
1972년 독일 울름에서 태어나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 예술사·철학·스칸디나비아학을 공부했다. 일간신문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Frankfurter Rundschau)」의 뉴스 및 정치 담당 기자를 거쳐, 2006~2009년에는 월간 잡지 「네온(Neon)」의 기자로 일했다. 2009년 『동화 시간의 끝(Ende der Marchenstunde)』을 출간했으며, 2012년에 펴낸 새로운 빈곤에 관한 책 『우리는 유감스럽지만 바깥에 머물러야 한다(Wir mussen leider draußen bleiben)』로 큰 명성을 얻었다. 2015년에는 『통제된 남벌(Aus kontrolli... 1972년 독일 울름에서 태어나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 예술사·철학·스칸디나비아학을 공부했다. 일간신문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Frankfurter Rundschau)」의 뉴스 및 정치 담당 기자를 거쳐, 2006~2009년에는 월간 잡지 「네온(Neon)」의 기자로 일했다. 2009년 『동화 시간의 끝(Ende der Marchenstunde)』을 출간했으며, 2012년에 펴낸 새로운 빈곤에 관한 책 『우리는 유감스럽지만 바깥에 머물러야 한다(Wir mussen leider draußen bleiben)』로 큰 명성을 얻었다. 2015년에는 『통제된 남벌(Aus kontrolliertem Raubbau)』을 출간했다. 현재 뮌헨에서 살고 있다.
이 책은 [플라스틱 행성(Plastic Planet)]을 감독한 베르너 부테의 영화 [더 그린 라이]를 촬영하기 위해 출간되었으며, 카트린 하르트만은 영화에 함께 참여하고 시나리오도 같이 썼다.
역 : 이미옥
경북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 대학교에서 독문학 석사 학위를, 경북대학교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문, 경제·경영,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출판 기획과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나무의 긴 숨결》,《여성 선택》,《비밀정보기관의 역사》,《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세계》,《위장환경주의》《과학으로 쓰는 긍정의 미래》,《무엇을 먹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마음을 흔드는 글쓰기,《잡노마드 사회》,《불안의 사회학》,《망각》,《자본의 승리인가 자본의 위기인가》,《가족의 영광》,《직장생활을 디자인하라》,《일상을 바꾼 발명품의... 경북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 대학교에서 독문학 석사 학위를, 경북대학교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문, 경제·경영,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출판 기획과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나무의 긴 숨결》,《여성 선택》,《비밀정보기관의 역사》,《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세계》,《위장환경주의》《과학으로 쓰는 긍정의 미래》,《무엇을 먹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마음을 흔드는 글쓰기,《잡노마드 사회》,《불안의 사회학》,《망각》,《자본의 승리인가 자본의 위기인가》,《가족의 영광》,《직장생활을 디자인하라》,《일상을 바꾼 발명품의 매혹적인 이야기》,《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 죽는가》,《히든 챔피언》,《공감의 심리학》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네슬레의 경우

이 책은 세계적인 식품업체 네슬레의 캡슐 커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네슬레는 전 세계 400여 개 매장에서 다양한 커피 캡슐을 팔고 있다. 그 양은 2006년에 30억 개였지만 현재는 100억 개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원두를 1킬로그램에 2달러에 사서 캡슐 커피 1킬로그램에 80유로로 판매하는 것도 문제지만, 환경적으로 더 큰 문제는 캡슐인 알루미늄에 있다. 네스프레소에서 나온 알루미늄 캡슐은 매년 최소 8000톤에 이른다. 그런데 1톤의 알루미늄을 생산하려면 2인 가구가 5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필요하고, 이로부터 이산화탄소 8톤이 배출된다. 알루미늄 생산은 전 세계 전기 소비량의 3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나마 회수라도 제대로 되면 다행이다.

네스프레소 홈페이지에는 “한 잔의 커피는 긍정적 영향력을 담고 있다. 네스프레소 커피 한 잔은 이를 향유하는 순간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 환경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우리는 확신한다”고 쓰여 있다. 이처럼 네스프레소는 “긍정의 컵”을 “지속성에 대한 비전”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다. 네슬레는 2020년까지 알루미늄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자 하며 “회수율”을 100퍼센트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알루미늄은 재활용할 경우, 보크사이트에서 알루미늄을 생산할 때 에너지의 5퍼센트만 필요하다. 그러나 네스프레소는 처리와 수거를 오로지 고객에게 떠맡기고 있다. 다시 말해 고객에게 커피 캡슐을 노란색 자루에 넣거나, 노란색 통에 넣거나, 혹은 재활용 수거 통에 넣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 네스프레소가 캡슐의 재활용 비용을 댄다는 것이다. 그러나 쓰레기통이 아닌 재활용 통에 들어가는 캡슐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모를뿐더러 네스프레소가 재활용 알루미늄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역시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네스프레소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칸, 노르스크 하이드라, 리오 틴토와 손을 잡고 ‘지속 가능한 알루미늄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도 네슬레처럼 오직 생산을 늘리는 데만 관심을 갖고 있다. 리오 틴토만 하더라도 2006∼2014년 1600만 톤에서 4200만 톤으로 생산량을 늘렸다. 아우디, BMW, 코카콜라, 재규어처럼 환경에 폭탄을 던질 만큼 피해를 입히는 기업은 알루미늄 생산 전(全) 과정의 품질을 관리하고 인증하는 ‘알루미늄 관리 계획(Aluminium Stewardship Initiative)’ 산하에 있다. 심지어 BMW·네스프레소·리오 틴토는 이 알루미늄 관리 계획의 이사진이며, 유명한 환경 단체 세계자연기금(WWF)도 마찬가지다.

스위스의 NGO 솔리다르 스위스(Solidar Swiss)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는 공정하게 거래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네스프레소는 그와 같은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이른바 “지속 가능한 커피”라는 프로그램을 고안해냈다. 미국 단체 열대우림연맹(Rainforest Alliance)과 함께 ‘네스프레소 AAA 지속 가능 품질’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다. 그런데 이 열대우림연맹은 치키타, 돌, 리들, 맥도날드처럼 문제가 많은 기업에서 생산하는 바나나, 커피, 차(tea), 종려유, 소고기에 안전 인증을 내주었다. 네스프레소가 개발한 지속 가능 운운하는 프로그램도 친환경적으로 재배하고 공정한 무역으로 거래하는 커피라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마치 친환경적으로 재배하고 공정하게 거래하는 것처럼 들린다.

만약 네스프레소를 처음부터 시장에 출시하지 않았다면, 생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정당하지 않았을까? 당연하다. 하지만 이렇듯 지속적으로 발전한 소비 사회에서는 그와 같은 질문을 아예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다. 그리하여 엄청난 쓰레기를 배출하고, 지나치게 비싼 커피 시스템이 자원을 낭비하고 소농을 착취하는 것이다. 이런 커피 시스템은 생태적 고려를 외면할 뿐 아니라, 심지어 인간과 자연 그리고 기후에 좋은 일을 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다른 기업들의 실상

네스프레소만 유일하게 기이한 행동을 하는 기업은 아니다. 구글에서 ‘지속 가능(nachhaltig)’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라. 1600만 개가 나온다. 영어로 ‘sustainable’을 검색하면 무려 3억 개의 글이 나타난다. 그중 언론 보도, 대기업이나 NGO 혹은 ‘윤리적 소비’와 관련 있는 수많은 포털의 글을 약간만 읽어봐도 금세 알 수 있다. 한때 해롭고 비열하다고 간주했던 모든 것이 오늘날에는 세계를 구원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징어스테이크, 엄청나게 많은 자동차, 포뮬러 원, 주식 펀드, 비행기 여행, 모피 옷, 에스파냐 남부에서 수입한 채소, 식물 연료, 종려유, 유전자 변형 대두, 석탄 화력발전소, 댐, 북극에서 채굴한 석유 등 이 모든 것이 오늘날 ‘지속 가능한’, ‘환경 친화적’ 혹은 ‘책임감 있는’ 제품으로 제공된다.

석유 생산 대기업 셸은 자사를 풍력발전소로 광고하며, 코카콜라는 가난한 나라에서 모든 샘물이 마를 때까지 퍼 쓰면서 자사를 비축된 세계 지하수를 보호하는 주인공이라고 표현한다. 몬산토는 유전자를 조작한 씨앗과 독성 있는 살충제까지 판매하지만 자사를 기아와 싸우는 데 기여한다고 여긴다. 화학업계의 대기업 헨켈은 에너지업계의 거물들과 손잡고 핵발전소와 석탄 화력발전소가 유지되도록 애쓰면서도 풍력으로 움직이는 터빈에 “재생 에너지에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인다. 유럽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전기 회사 RWE는 숯가마가 생물 종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유인즉 발전소의 냉각탑에 새가 둥지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레버의 회장 파울 폴만(Paul Polman)은 참으로 진지하게 이렇게 주장한다. “유니레버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NGO입니다.” 그런데 인스턴트 수프와 소스 가루처럼 일상에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을 생산하는 이 식품 대기업은 매년 8톤이나 되는 원료(소고기, 대두, 종려유 등)를 소비하는데, 그중 절반은 전 세계에 있는 산림을 파괴해 만든 것이다. 심지어 군수업체조차 환경을 고려해가며 살상 무기를 만든다. 예를 들어 라인메탈(Rheinmetall)은 “자연스러운 삶의 기초를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중요”하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으며, 크라우스-마파이 베그만-그룹(Krauss-Maffei Wegmann-Group: 독일의 군수업체)은 “자체 생산 과정에서 품질과 지속 가능성에 큰 가치를 둔다”고 주장한다.

이런 내용을 계속 접하다보면 좋은 느낌이 들기는 한다. 사람들이 의식 있는 회사의 제품만을 선택한다면, 세상을 구하는 데 동참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개인은 이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소비자, 산업계와 정치는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게 아닌가? 많은 행동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아닌가? 좀더 나아지지 않았나?

나아진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환경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세계의 다른 편에서는 파괴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생태 발자국 네트워크(Global Foodprint Network)에 따르면, 전 세계 시민은 마치 지구가 1.6개나 되는 것처럼 살고 있다고 한다. 만일 전 세계인이 독일 사람처럼 소비한다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지구가 3개 이상은 있어야 할 것이다. 글로벌 생태 발자국 네트워크는 매년 이른바 ‘지구 과부하의 날(Earth Overshoot Day)’을 계산한다. 1년을 기준으로 지구 환경이 견뎌낼 수 있는 날, 요컨대 생태적·사회적으로 올바르게 이용할 수 있는 전 세계 모든 자원이 다 소모되어 더 이상 쓰레기와 온실가스를 수용하지 못하는 날을 말한다. 그런데 매년 이날이 앞당겨지고 있다. 2015년에는 8월 13일이었지만, 1년이 지난 2016년에는 8월 8일로 당겨졌다. 그리고 2017년에는 8월 2일이었다. 2000년에는 10월 8일이었다.

1980∼2010년 전 세계적으로 소비한 생물, 광물 원자재 그리고 화석 연료의 양은 400억 톤에서 800억 톤으로 2배 늘어났다. 이제는 석유 생산의 정점을 일컫는 ‘피크 오일’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모든 자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의 ‘Peak Everything’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숲은 1분마다 축구장 36개만큼 파괴되고 있다. 동물은 매년 5만 8000종이 사라지고 있으며, 비옥한 땅은 매년 240억 톤이 유실되고 있다. 굶주리는 사람의 수는 8억 1500만 명으로 증가했다. 역사상 유례없을 만큼 많은 식품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20억 명이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 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간극은 기괴할 정도로 벌여졌다. 옥스팜에 따르면, 억만장자 8명의 재산이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 절반이 갖고 있는 재산과 같다고 한다. 오늘날 4600만 명이 현대적인 노예처럼 뼈 빠지게 일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매일 최소 350만 톤의 쓰레기가 나오며, 매년 13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또 전 세계가 회의를 거듭하며 기후를 살리겠다고 맹세하지만 온실가스 방출은 늘어만 가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것은 없는 걸까? 사람들은 이 모든 걸 알고 있을까? 물론 이 모든 것은 결코 비밀이 아니다. 풍요롭게 살아가는 서구 사람들의 삶이 그렇지 않은 나라들에 미치는 폐해에 대해 확실한 정보를 제공할 기회는 그 어느 때보다 많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은 이윤을 남기는 더러운 핵 산업을 녹색 외투 밑에 성공적으로 숨기고 있다. 이런 대기업은 자신들이 원인을 제공해 발생한 문제를 직접 해결할 것이라 약속하면서, 생산량과 법규를 통해 그들의 이윤을 제한할 수 있는 정치의 목을 죄고 있다. 이와 동시에 대기업은 고객에게 양심이라는 부가가치도 판매한다. 이때 그들이 사용하는 전략은 마치 환경을 보호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인데, 이런 태도를 일컬어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은 1장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2장에서는 역사상 가장 끔찍한 석유 유출을 야기한 2010년 4월 20일 멕시코만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의 폭발에 대해 BP가 어떻게 위장 전술을 썼는지, 3장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사치를 조장한 패션 산업이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통해 바다에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버리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은폐시키기 위해 어떻게 그린워싱을 하는지를 신랄하게 파헤치고 있다.

패션 산업의 그린워싱

“우리 사회는 매년 2억 8800만 톤의 플라스틱을 생산한다. 이 플라스틱은 분해되지도 않고 생물학적으로 해체되지도 않는다. 대신 곧장 바다로 흘러 들어가 동물계와 식물계를 오염시키고 위협한다.” 이런 내용은 〈그린피스 매거진(Greenpeace Magazine)〉에 실리는 게 당연하겠지만, 잡지 〈분테(Bunte)〉의 홈페이지에 실려 있다. 〈분테〉는 대체적으로 절제의 미덕을 옹호하지도 않으며, 우리의 생태 의식에 경고를 하지도 않는다. 반대로 이 잡지는 부자와 연예인들의 사치스럽고 낭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데 여념이 없다. 마치 이런 삶의 방식이야말로 진정으로 추구할 가치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재난에 대한 이런 보도에는 죽은 해양 동물(위 속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된)의 사진이 함께 실리지 않았다. 또 전 세계의 바다에서 떠돌아다니는 중부 유럽만 한 크기의 쓰레기에 대한 사진 역시 소개하지 않았다. (27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떠돌고 있다.)

〈분테〉는 오히려 세계적 뮤지션 겸 디자이너 퍼렐 윌리엄스의 사진을 실었다. 그는 유명한 비비언웨스트우드 모자(이 모자를 유행시킨 주인공)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현란한 멋쟁이 신사에게 또 다른 표식이 붙었는데, 바로 세상을 구하는 사람이다. 루이비통 보석과 선글라스 신제품을 디자인하던 윌리엄스가 네덜란드 브랜드 G스타를 위해 “바다에서 건져 올린 미가공의 것”이라는 제품을 고안해냈기 때문이다. 바로 태평양에서 나온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최초의 청바지 컬렉션이다.

2억 1500만 미국달러의 재산을 소유하고 사치스러우며 트렌드에 민감한 윌리엄스는 바이오닉 얀(Bionic Yarn)의 주주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바다에 떠돌아다니는 쓰레기에 면을 혼합해 인조 실로 재생하는데, 이렇게 나온 천을 윌리엄스가 아름답게 디자인한다. 따라서 ‘바다의 원자재’로 만든 청바지를 선택하는 사람은 패션의 희생물이 아니라, 이를 구매함으로써 바다에서 플라스틱을 건져내는 환경운동가가 된다. 즉 이 제품을 많이 구입하면 할수록 환경에 더욱 좋다는 얘기다. 그리하여 윌리엄스는 ‘윈-윈 상황’을 만들어낸다. 리사이클링은 바다를 오염시키는 원인을 해결하는 데(물론 확인된 결과는 아니며, 주장일 뿐이다) 그치지 않는다. 즉 쓰레기 자체가 패션 산업에 도움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채워지지 않는 원자재에 대한 욕망의 ‘해결책’으로서 ‘지속 가능한’ 원자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매년 전 세계에서 1000억 장의 의류를 생산한다. 그중 절반은 면으로 된 옷이다. 이를 위해 해마다 전 세계 경작지의 2.4퍼센트에서 2600만 톤의 원료(목화)가 생산된다. 그런데 목화 생산량 가운데 겨우 1퍼센트만을 생태적으로 재배하고, 70퍼센트는 유전자 조작을 하고 8000종의 다양한 농약을 살포해 재배한다. 투입하는 모든 살충제의 25퍼센트와 모든 농약 및 제초제의 11퍼센트는 목화를 심을 때 사용하며, 그중엔 맹독성 제초제 파라콰트도 있다. 잡초를 퇴치하는 화학 제품은 토양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물에 독성을 띠게 하고 생물 다양성을 파괴한다. 이런 화학 제품은 목화 재배지에 사는 지역 주민을 병들게 하고, 심지어 치명적인 중독을 일으킨다. 목화 재배만으로 1년에 20만 건 넘는 농약 중독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2만 명이 사망한다.
티셔츠 한 장을 생산하는 데 2700리터의 물이 들어가고, 청바지 한 장을 생산하는 데는 심지어 8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목화 농장의 절반은 인공적으로 물을 댄다. 그 결과가 어떤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중앙아시아의 아랄해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독일 바이에른주만 한 면적이던 아랄해는 70퍼센트까지 물이 말라버렸다. 아랄해로 흘러드는 강들로부터 물을 끌어들여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사막에 있는 목화 농장에 물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한때 세계에서 네 번째로 컸던 내해(內海)가 고갈된 이런 현상은 인간이 초래한 가장 엄청난 환경 재해 중 하나로 알려졌다. 요컨대 섬유 산업에 희생당한 것이다. 무엇보다 섬유 산업은 환경 파괴의 세 번째 주범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런데 이 산업은 잡지 〈분테〉로부터 박수를 받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패션 브랜드가 생태학적 양심을 발견하다”라며 독일 잡지 〈슈테른(Stern)〉이 환호하고 나섰다. 〈슈테른〉은 5쪽에 이르는 라이프스타일 보도에서 ‘그린 리빙(Green Living)’이라는 제목으로 “지속 가능성과 멋은 더 이상 대립하지 않는다”며 바다에서 건져 올린 플라스틱으로 옷을 만드는 기사를 올렸다. 그러나 패션 산업이 바다를 구한다는 이들의 이야기는 녹색 거짓말에 불과하다. 즉 바다에서 건져낸 플라스틱으로 만든다는 운동화는 아디다스가 매년 생산하는 3억 개 이상의 제품 중 0.5퍼센트를 차지할 뿐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아디다스는 해양 환경 단체 ‘팔리 포 더 오션스(Parley for the Oceans)’와 함께 일하고 있다. 전 세계 바다에 있는 플라스틱을 섬유 산업을 위해 수집하는 이 단체는 또한 퍼렐 윌리엄스와 함께 G스타의 “바다를 위한 원자재” 라인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어서 아디다스는 바다 플라스틱을 활용한 운동화를 만드는 프로젝트로 유엔의 축복까지 받았다. 요컨대 이 대기업은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팔리 포 더 오션스와 함께 북극 바다에서 어망에 걸려든 플라스틱으로 만든 운동화 시제품을 소개할 기회를 잡았다. 팝스타 윌리엄스는 아디다스와 협업해 이를 칭송하는 노래를 불렀다. 윌리엄스는 제품을 추천하는 유명 인사이자 디자이너로서 아디다스로부터 많은 돈을 받았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는 아디다스를 위해 ‘오리지널스 슈퍼 컬러 팩(Originals Super Color Pack)’을 개발했다. 50가지 다양한 색을 띤 운동화다. 이 운동화는 물론 윌리엄스가 새로 내놓은 모델 ‘시그너처 테니스 휴 프라임니트(Signature Tennis Hu Primeknit)’처럼 그야말로 정상적인 플라스틱 제품이다. 아디다스는 이 제품을 진지한 자세로 “인간성에 바치는 오마주”라고 광고했다. 이 대기업은 윌리엄스에게 일하기 좋은 조건을 제시했는데, 아디다스가 아시아와 중앙아메리카에 갖고 있는 공장과 맺은 작업 조건과 비교하면 매우 좋다고 할 수 있다. 제품을 공급하는 공장들과 맺은 조건은 그야말로 끔찍하다. 딱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임금을 주고 일을 시킨다니 말이다. 그렇게 노동 착취를 하면서 마치 바다를 구제하는 과업, 다시 말해 인류에 대단한 봉사를 한다고 떠들어도 되는 것인가?

종려유와 농·축산업이 인도네시아와 아마존의 숲을 파괴한다

4장과 6장은 거의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4장은 유니레버가 종려유를 얻기 위해 인도네시아 숲을 어떻게 파괴하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는지, 6장은 농·축산업이 어떻게 아마존 유역 토착민들에게서 땅과 생명을 빼앗아 가는가를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동시에 이를 교묘하게 미화하는 방법도 드러낸다. 이 두 장은 공통점이 있다. 숲을 파괴하고 토착민을 보금자리에서 내쫓아 저임금노동자로 전락시킨다는 사실이다. 6장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브라질에서 매년 스테이크와 소시지가 되는 소가 4000만 마리라고 한다. 그리고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육류 생산은 7800만 톤에서 3억 800만 톤으로 4배나 증가했다. 2050년까지 5억 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얼음 없는 지구 표면의 3분의 1과 전 세계 농업용 땅의 70퍼센트를 축산에 사용하고 전 세계 농경지의 33퍼센트에 동물용 사료, 무엇보다 대두를 심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생산하는 대두의 98퍼센트는 사람의 위가 아니라, 동물의 사료 통에 들어간다. 한편 전 세계에서 재배하는 모든 식물의 67퍼센트만이 인간의 식품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사료와 바이오 연료 등으로 가공된다. 미네소타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만일 수확한 곡물을 식량으로 가공할 경우 40억 명에게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OECD 회원국이 고기를 지금보다 3분의 1만 적게 소비해도 독일만 한 면적이 생겨나고, 여기서 인간을 위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거의 10억 명의 사람이 굶주리고 있는 반면, 전 세계에서 도축하고 있는 200억 마리의 동물이 전체 수확 곡물의 절반을 먹어치운다. 사람이 아닌 동물의 사료로 쓰이는, 100칼로리의 열량을 내는 유용 식물은 그와 같은 에너지의 3분의 1만 나오는 육류의 생산에 사용된다. 1킬로그램의 소고기를 생산하려면 7∼16킬로그램의 사료와 60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그 밖에 직접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70퍼센트는 동물성 제품의 사육으로 인해 발생한다.

많은 사람이 인용하고 있는 〈미국에서 소고기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1977년과 2007년 비교〉에서 ‘보비디바’ 주디스 캐퍼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두 같은 곡물을 사료로 먹이는 ‘현대적’ 밀집 사육은 풀과 건초를 먹이며 키우던 1970년대의 대량 사육에 비해 토지와 사료 그리고 물을 덜 소비하며, 따라서 훨씬 더 친환경적이다.” 물론 캐퍼는 항생제, 베타 차단제(심장의 부담을 줄여서 긴장을 완화하는 약물) 그리고 호르몬의 사용과 그로 인한 결과는 비밀에 부쳤을 뿐 아니라, 대두 단작과 살충제의 과도한 투입이 식물의 다양성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숨겼다. 단작과 과도한 비료 및 살충제를 투입하지 않고 소규모로 각각의 지역에 맞게 그리고 농업 생태를 생각하며 짓는 농사, 육류를 지금보다 훨씬 적게 소비하는 것 등을 캐퍼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런 것은 캐퍼가 말하듯 생태에 눈먼 낭만주의자들이 아니라, 2008년 전 세계에서 400명 넘는 전문가와 과학자들이 제출한 세계 농업 보고와 남반구에서 활동하는 소농 운동이 제기한 것이다.

“소고기를 먹나요? 먹는다면 어떤 고기를 구입하세요?” 브레이크스루 연구소는 인터뷰 막바지에 캐퍼에게 그런 질문을 던졌다. “그럼요! 내가 미국에 있을 때는 곡물을 사료로 주는 게 보편적이었어요. 다시 영국에 왔는데, 이곳은 또 다른 시스템입니다. 유럽연합에서 호르몬 주입과 베타 차단제를 금지하고 있죠. 그래서 다른 대안이 없어 ‘자연산’ 소고기를 구입하고 있어요.”
유럽 사람들은 베타 차단제와 호르몬을 주입하지 않은 친환경적 소고기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엄청난 스캔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방식으로 물론 세계를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을 왜곡하고 단편적 사실만 과장해서 얘기하며 결정적으로 중요한 세부 사항은 숨기기. 바로 이런 방식으로 녹색 거짓말이 탄생하며, 산업은 그것을 과학적 증거라면서 세상에 발표한다. 현재의 상태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이른바 녹색 거짓 뉴스의 양산은 전통적 프로파간다를 대체했다. 한때 기후 변화를 거부한 자들이 유행시킨 그 선전 말이다. 캐퍼 같은 사람은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한다고 밝히는 육류 산업에서 진정 행운아다. 캐퍼가 지속 가능한 소고기를 위한 세계원탁회의의 외부 고문이자 감시자인 것은 그리 놀랍지도 않다.

2014년 23개 동물 보호 협회와 환경 단체는 지속 가능한 소고기를 위한 세계원탁회의 이사진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 원탁회의의 기준은 “기껏해야 널리 수용되고 있는 칭찬 일색의 희망 사항을 수집해둔 것에 불과하다”는 내용이었다. 원탁회의가 내놓은 목표란 늘 하던 대로 사업을 하면서 그걸 ‘지속 가능’으로 포장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소고기 원탁회의는 항생제를 금지하지 않고, 다만 동물한테 주입하는 의약품을 책임감 있게 투여하라는 지시만 내릴 뿐이다. 호르몬과 베타 차단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으며, 고통을 안기는 뿔 제거와 거세도 마찬가지다. 동물을 “건강하고 정상적 행동을 할 수 있게끔, 그리고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에서 키워야 한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정의한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한 사료”를 먹여야 한다는데, 만약 그런 사료가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지속 가능한 사료’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러면서 소 사육을 늘릴 목적의 나무를 덜 베어낼뿐더러 벌채도 “아예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이렇듯 원탁회의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심각한 생태적·사회적 손상을 입혀놓고는 이를 진보라고 자축하며, 그런 진보를 더욱 확장하는 것을 지속 가능이라고 표현하는 게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때 그들이 말하는 ‘효율성’은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동물을 도살장으로 보내려는 노력이며, 이는 결국 많은 동물을 스테이크로 가공하고자 하는 걸 숨기려는 의도다.

이제야 겨우 기후온난화가 세계 문제가 되었다

6장은 정치가 어떻게 기업을 보호하고 인권을 침해하는지 수많은 예를 들어 폭로한다. 7장은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페루 안데스산맥의 도시 우아라스에 사는 사울 루시아노 이우야가 독일의 최대 에너지 회사인 RWE를 상대로 벌인 소송 이야기다. 이우야는 관광객을 7000미터 높이의 산으로 안내할 때마다 기후 변화를 목도한다고 보고했다. 그곳에서 그는 얼음이 녹아 생긴 새로운 호수를 항상 마주치며, 더 이상 걸어갈 수 없는 수천 개의 눈밭도 만난다고 했다. 빙하는 계속 줄어들고, 반대로 빙하가 녹아 생긴 호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우아라스에서 북쪽으로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는 빙하가 녹아 형성된 팔카코차(Palcacocha) 호수가 있다. 해발 4560미터에 있는 이 호수에는 1700만 세제곱미터의 물이 담겨 있다. 40년 전보다 30배나 늘어난 물의 양은 지금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2003년보다는 4배로 늘어났다. 이런 식으로 계속 불어나면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이우야를 비롯한 5만 명의 주민은 위험에 빠질 것이다. 즉 빙하가 지속적으로 녹고, 흙이 무너지고, 눈과 얼음이 많아지면 호수의 물이 둑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30미터 높이의 물이 도시를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 그곳의 호수들을 조사한 텍사스 대학의 과학자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그와 같은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우야는 바로 이런 재난으로부터 자신과 고향을 보호하고 싶었다. 그래서 에너지 대기업 RWE를 법정에 세워 책임을 묻기로 한 것이다.

독일에 있는 RWE의 화력발전소 30기는 2억 5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페루 전체의 교통과 전기 그리고 방출되는 열기를 모두 합한 것의 5배에 해당한다. 유럽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5곳의 갈탄 발전소 중 3곳이 에센(Essen)에 본사가 있는 이 대기업에 속해 있다. 노이라트(Neurath), 니데라우셈(Niederaußem), 바이스바일러(Weisweiler)가 그것이다. 갈탄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만으로도 RWE 혼자 전 세계 기후 변화의 0.5퍼센트에 대한 책임이 있다. 과학자들은 고소장에 그와 같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 때문에 이우야는 RWE가 그에 상응하는 기후 변화에 책임을 지고 페루 주민이 홍수 방지를 위해 투자해야 할 비용의 0.47퍼센트, 약 1만 7000유로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마다 총매출 460조 유로를 올리는 대기업으로서는 지극히 가소로운 금액이었다. 아마도 이 에너지 대기업이 런던에 본사를 둔 다국적 로펌 프레시필즈 브룩하우스 데링어(Freshfields Bruckhaus Deringer) LLP를 고용하는 데 지불하는 금액과 비교해도 훨씬 적은 돈일 것이다. 하지만 이 재판에서는 돈이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간단하지만 전 세계적 차원의 질문을 제기한다. 예컨대 지구를 오염시키는 일개 기업(여기서는 독일 기업)을 상대로 세상의 다른 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 변화에 대한 보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일까?

항고심 재판정에서 원고 측에서 초대한 독일기후조합의 회장이자 로마클럽 독일 회장이기도 한 유명한 기후 연구가 모이프 라티프(Mojib Latif)는 “RWE가 발생시키는 오염 가스는 한정된 수준이지만 기후에 확실한 영향을 미치고, 기온 상승에 기여하는 부분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롤프 마이어(Rolf Meyer) 재판장은 베노 무크단(Benno Mugdan)의 《민법전을 위해 수집한 자료》(1899)를 인용했다. “무엇보다 먼 곳까지 미치는 영향을 특정 부분에만 한정하기는 힘듭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인간이 하는 행동은 멀리까지 뻗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만일 그와 같은 대기 오염을 허락하거나 불허하는 것을 결정해야 한다면 이웃만을 고려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모든 사람에 대한 권리로 정해야 할 것입니다.”

마이어 판사가 이우야 측 변호사의 의견을 수용했다는 사실이 분명했다. 재판정에 앉아 있던 청중은 큰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쳤다. 이날 바로 이 재판정에서 두 세계가 서로 충돌했다. 하나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전 세계에서 저지르는 불의를 합법화하려는 부자 나라 북반구의 세계였다. 다른 하나는 이와 같은 불의가 실제로 일어나는 현장을 더 이상 참지 않으려는 남반구의 세계였다. 이우야는 이와 같은 고소를 통해 기후 변화를 세상의 중요 관심사로 부각시켰을 뿐 아니라, 외형화 사회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살아가면서도, 다른 국가로 하여금 북반구 국가들의 경제 활동으로 인해 생기는 결과와 식민지적 삶의 방식을 당연한 듯 짊어지게 만드는 외형화 사회 말이다. 재판정에 바이에른 출신이나 바덴뷔르템베르크 출신 혹은 유럽의 부유한 나라 출신 고소인이 앉아 있지 않고, 페루 출신 고소인이 앉아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마이어 판사는 말했다. “유럽이었다면 당연히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했을 테고, 안정적인 댐이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 지역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앞으로 할 일에 대해 언급한다.
“대량 사육 시설과 산업화한 농업에 반대하고, 물을 비롯한 공공 자원의 사유화에 반대하는 시민 행동에 참여할 수 있다. 자동차 없는 도심을 위해 투쟁하고, 시민의 손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운동에 참여할 수 있다. 석탄 광산과 자유 무역 그리고 노동 착취를 반대할 수 있다. 사회적·생태적 정의를 위한 전 세계의 투쟁에 참여하는 노동조합, 인종 학대적 원조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 활주로와 항구의 새로운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지지할 수 있다. 우리의 음식을 독점적 손아귀에 넘겨주는 거물 기업(바이엘과 몬산토 같은)의 합병을 막을 수 있다. 이런 모든 것이 사회의 권력 관계를 무너뜨리고 전 세계의 정의를 구축하고자 하는 우리의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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