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매혹적인 작은 괴물’ 프랑수아즈 사강을 탄생시킨 20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 “나를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_11쪽 20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슬픔이여 안녕』이 프랑수아즈 사강 15주기를 맞아 김남주 번역가의 유려하고 감각적인 새 번역으로 정식 출간되었다. 『슬픔이여 안녕』은 사강에게 ‘문단에 불쑥 등장한 전대미문의 사건’ ‘매혹적인 작은 괴물’이라는 수식을 안기며 또 다른 천재 작가의 출현을 알린 데뷔작이자 사강 문학의 정수를 이루는 대표작이다. 열여덟 살의 대학생이 두세 달 만에 완성한 이 소설은 프랑수아 모리아크를 비롯한 쟁쟁한 문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비평가상을 받았고 전후 세대의 열광 속에 ‘사강 신드롬’을 일으키며 일약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다. 모리아크가 “첫 페이지부터 탁월한 문학성이 반짝이고 있다”고 평한 이 작품은 아버지의 재혼이라는 사건 앞에서 자기 내면의 낯선 감정과 마주하게 된 십 대 후반의 섬세한 심리를 더없이 치밀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내며 어느새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간명하고 예민한 필치로 보여준다. 책에는 40여 년이 지나 『슬픔이여 안녕』을 쓰던 때를 돌아보며 쓴 사강의 에세이, 사강의 여러 면모를 보여주는 풍성한 사진 자료, 프랑스 비평가 트리스탕 사뱅이 촘촘하게 사강의 삶을 그리는 글을 함께 실어 탐닉과 몰아의 경지에서 자신을 끝까지 불태웠던 한 천재의 다양한 면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
2020년 02월 07일
자유분방한 바람둥이 아빠 레몽, 아빠의 젊은 정부 엘자 마켄부르, 지적이고 아름다운 계모 안 라르센, 대학시험에 떨어진 17세 소녀 세실, 세실을 사랑하는 법대생 시릴의 이야기.
지중해의 한적한 해안가에 있는 매력적인 하얀 별장, 그곳에 여자에게 이내 싫증을 내는 아빠와 현재 애인인 엘자, 이 년전 기숙학교에서 나온 세실, 이 세사람은 휴가를 보내고 있다.
그 곳에서 세실은 법대생 시릴과 사랑에 빠지고, 죽은 어머니의 옛 친구인 안 라르센이 이 별장으로 찾아오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엄마의 죽음이후 형성되었던 둘 만의 세계가 흔들린건 아빠가 젊은 정부를 뒤로 하고 안에게 빠져버렸고 급기야 결혼을 발표한다.
아빠의 무심한 태평함으로 평화로웠던 질서를 안은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시릴과의 관계를 차단하고 대학시험 공부를 시키자 세실은 도발하지만 결국엔 굴복하고 만다. 레몽도 자신의 자유가 이제는 끝이라는 걸 알지만 이 매력적인 여자 안에게 그도 꼼짝하지 못한다.
아빠의 결혼을 막기 위해 세실은 엘자와 시릴에게 사랑하는 연기를 시키고 이 계획은 성공을 한다.
이 소설은 그 해 여름을 추억하는 세실의 시점으로 펼쳐진다. 백설공주 번외편 같은 짧은 스토리지만 역시 이 소설은 사강의 문체가 다했다.
안을 잃고 나서 그녀에게 찾아온 슬픔이라는 감정을 마주하는 17세 소녀의 감성이 오롯이 전달된 소설이었다.
나는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p.11
나는 오스카 와일드의 보석 같은 경구를 일부러 읊조리곤 했다. "과오란 현대 사회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생한 색깔이다." 나는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이 말을 금언으로 삼았다. p.33
아버지와 나의 삶이 즐거울 수 있었고, 우리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스스로를 방어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은 서로를 무심한 태평함으로 대해서가 아니었던가.p.77
그 생활에는 생각할 자유, 잘못 생각할 자유, 생각을 거의 하지 않을 자유, 스스로 내 삶을 선택하고 나를 나 자신으로 선택할 자유가 있었다. 나는 점토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나 자신으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어벗다. 하지만 그 점토는 틀에 들어가기를 거부한다. p.80
지금도 성냥개비에 불을 붙이다 실패할 때면 나는 그 기묘한 순간을 다시 떠올린다. 내 행동과 나 자신 사이에 놓은 그 간격을, 안의 눈길에 담긴 무게, 그 주위의 공허, 그 공허의 강렬함을......p.125
우리, 그러니까 아버지와 나는 내적으로 고요해지기 위해 외적인 소란이 필요했다.p.159
나는 두 눈을 감은 채 이름을 불러 그것을 맞으며 인사를 건넨다. 슬픔이여 안녕. p.186
내 책이 다시 읽을 만큼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책꽂이에 수많은 다른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 죽을 때까지 읽어도 다 읽지 못할 미지의 책들이 있음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내 책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게다가 나는 이미 그 책을 결말을 알고 있으니)시간 낭비가 아니겠는가!p.191
세계문학전집에 이 책도 포함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읽어도 몹시 세련된 구성이나 감정서술이 좋구요. 사강 특유의 인물에 대한 시각이나 관계에 대한 몰입 등이 여기서 잘 드러나서 특히 좋아합니다. 19년에 아르테에서 나온 판에는 뒤에 사강의 에세이(?)도 붙어있어서 더욱 좋아해요. 책장에 꽂아놓고 오래오래 잘 간직하고 싶어요. 인물중하나가 죽었냐 안 죽었냐 하는 얘기가 있는데 맨 뒷부분 읽어보면 결국 죽었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