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먼시 버턴힐 저/김재용 역
존 마우체리 저/장호연 역
김태용 저
이채훈 저
오수현 저
지이·태복 저
클래식이 알고 싶다
안인모
위즈덤하우스/ 2019.10.23.
클래식은 교양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음악이다. 그러나 그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음악인을 빼고 나면 흔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런 상태에서 지금부터 200여 년 전 대표적인 낭만주의 음악가들과 그들의 음악에 대한 것을 정리한 <클래식이 알고 싶다>의 저자는 피아니스트이며 클래식 연구가다. 클래식이 알고 싶고 클래식이 듣고 싶은 이들을 위한 방송 ‘클래식이 알고 싶다’를 런칭, 팟케스트, 유튜브, 벅스라디오, 네이버 오디오클립 등의 채널에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클래식이 알고 싶다>는 19세기 대표적 음악가들에 대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음악을 마음껏 펼쳤던 그들의 이야기를 접하면 그들이 인간적으로 보다 가깝게 느껴지고, 클래식 음악에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게 된다고 한다. 수수께끼와도 같은 그들의 삶은, 그들의 음악 안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여인의 사랑을 받지 못한 슈베르트의 음악에서는 실연의 아픔을, 조국을 떠나면서 이방인으로서의 가면을 쓰고 살아간 쇼팽의 음악에서는 내재된 슬픔과 상실감을, 리스트의 음악에서는 드라마틱한 사랑의 꿈을 느낄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죠. 타고난 우울감을 음악에 담은 슈만, 보듬고 바라봐주는 사랑을 담은 브람스, 그리고 희생과 고통을 아름답게 보여준 클라라. 그들의 음악으로 우리는 상처를 치유하고 슬픔을 위로받으며 고독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낍니다.(p.306)”라고 저자는 말하며 영원한 사랑은 없지만, 음악은 영원하다고 강조한다.
“슈베르트는 어떻게 그렇게 끊임없이 영감이 쏟아져 나올 수 있었을까요? 슈베르트는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를 즐겁게 부르는 모습을 상상하며 작곡했어요.(p.22)” 그래서 그의 곡들은 구조나 형식이 부각되기보다는, 멜로디가 확실하게 오래 도록 남는 특징이 있다. 그의 노래들은 한 번 들으면 머리에 딱 꽂혀서 잘 기억되고 또 금방 따라 부르게 된다. 노래를 따라 부르기가 쉽다는 건, 그만큼 단순하면서도 물 흐르듯 흐름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이렇듯 선율, 즉 멜로디가 가진 유려한 아름다움이 슈베르트 노래의 큰 특징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슈베르트는 31년의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무려 998개의 작품을 남겼어요. 1,000곡에 가까운 그의 작품 중 3분의 2인 633곡이 바로 가곡이니, ‘가곡의 왕’으로 불릴 만도 하죠. 그는 가곡을 돈을 벌기 위해서나 위촉을 받아서가 아닌, 자신과 가족, 친구들의 즐거움을 위해 작곡했어요.(p.49)”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그저 입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작곡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스스로도 자신이 가곡을 위해 태어났다고 말했을 정도로 가곡은 그의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바르샤바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의 콘서트에서 파가니니의 화려한 테크닉에 충격을 받은 쇼팽은 피아노 기교를 연마하는 연습곡을 작곡해요. 그런데 쇼팽의 연습곡은 단지 손가락 훈련이 아닌, 연주에 필요한 여러 표현을 익히는 곡들로, 부드럽게 이어서 연주하는 법, 가볍고 경쾌하게 연주하는 법, 페달 사용법 등을 효율적으로 연습하도록 작곡됐어요.(p.73)” 쇼팽이 남긴 27개의 연습곡은 실제로 좋은 연습이 되기도 하지만, 음악적으로 너무나 아름다워서 연주회에서 연주곡으로도 자주 연주된다고 한다. 쇼팽 연주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루바토며, 루바토는 음표를 정확한 길이로 기계처럼 딱딱 맞춰서 치는 게 아니라, 마치 고무줄을 당겼다 놓듯이 박자를 움직이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곡의 느낌에 따라, 속도가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쇼팽은 누나 루드비카에게 “나의 몸은 프랑스 파리에 있지만, 나의 심장은 조국 폴란드와 늘 함께 했어. 내 심장을 폴란드에 묻어줘”라는 말을 남겨 그렇게 해주었으며, 친구 벨리니 옆에 묻혔다고 한다.
바크 선생의 집에서 숙식을 하며 피아노를 배우던 슈만은 바크 선생의 딸인 열한 살의 어린 소녀 클라라와 만났다. 그녀는 피아노 신동으로 유럽 전역에서 이미 이름을 날리던 피아니스트였는데,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한 그녀를 살뜰히 챙긴 슈만과 정이 들어 아버지 바크가 반대하는 결혼을 이뤄내게 된다. “슈만은 16세의 청순한 클라라를 만났고, 브람스는 36세의 원숙한 클라라를 만나, 그들은 꾸밈없이,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브람스는 슈만과 클라라가 있었기에, 슈만은 클라라가 있었기에, 클라라는 브람스와 슈만이 있었기에 서로가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었고, 서로에게 창작의 원동력이 되어줬어요.(p.188)” 슈만은 브람스와 클라라를 품고, 클라라는 슈만과 브람스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브람스는 슈만과 클라라 곁을 지켰다. 인간과 예술에 대한 사랑이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영화화 한 <굿바이 어게인>이에요. 영화는 25세의 젊은 남자와 14세 연상여인의 사랑을 그리며, 브람스의 <교향곡 3번>3악장이 흘러나와요.(p.273)” 자연스럽게 브람스와 클라라를 연상하게 된다. 결국 이 영화는 브람스의 음악과 삶을 이야기할 때 꼬리표처럼 따라붙게 되었다. 브람스와 클라라 그리고 슈만. 이 세 명의 운명적 만남 그리고 그들의 삶은 한 편의 영화보다도 슬프고 가슴이 저려온다.
“슈만이 ‘19세기의 모차르트’라고 말한 사람은 바로 멘델스존이에요. 멘델스존은 비록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낭만주의 안에서 고전적 전통을 지향하며, 낭만주의의 중심에 서 있어요.p.291)” 그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고, 바흐를 연구했으며, 최고의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간 지휘자로서, 불꽃같은 인생을 살다간 불멸의 천재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백조는 소리를 한 번도 안 내고 조용히 살다가, 죽기 직전에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한다고 해서 예술가의 마지막 작품을 ‘백조의 노래’라고 부른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살롱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친 슈베르트,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인간적으로 그리고 음악적으로 발전해나간 쇼팽과 리스트, 그리고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려 한 슈만과 그의 소개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쇼팽과 브람스, 그리고 슈만과 브람스가 사랑한 클라라까지.(p.306)” 그들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가 서로를 엮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쌓아갔고, 전쟁이 나거나 사람이 죽어나가도 또 어떤 복잡한 상황에서도, 꿋꿋이 곡을 썼다고 한다. 알 수 없는 인생을 살다간 그들로부터, 우리가 서 있는 지금 이 지점이 불안한 것 또한 당연하고, 또 인생에서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는 것에 위안을 얻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아침을 시작할 때, 운전 중에, 또는 책을 읽을 때 만만하게(?) 틀어놓기 좋은 음악이 클래식이다. 내 삶의 곳곳에서 BGM으로 흐르고 있지만 귀에 꽂히거나 가슴을 울리는 곡은 손에 꼽는다. 멜로디는 익숙하지만 누구의 곡인지 도통 감이 안 잡히고 그가 무슨'주의'인지는 더더욱 모른다. 그저 내 생활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약간의 무드를 더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일부러 클래식 곡을 찾아 듣거나 공연을 보러갈 때도 있지만 그건 특별한 경우이다. 하지만 나는 늘 막연하게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왔다.
작곡가들의 어린시절부터 부모의 역할, 사랑과 이별 등의 과정을 소설읽듯 따라가다보니 한명 한명 다 영화의 주인공같아 그들의 삶에 몰입하게 되었다.
살아생전 빛보지 못한채 요절한 미완성 교향곡을 닮은 슈베르트(교향곡 8번,D.759, 미완성). 유명하고 훌륭한 곡이 많았지만 '피아노5중주 송어'가 좋아 여러버전을 들었는데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연주가 유독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원래도 가장 좋아했던 프란츠 리스트의 '사랑의 꿈'. 케롤린처럼 그런 주인공이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40년이 걸린 음악적 기행기라는 '리스트 순례의 해'를 나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고 스위스를 간다면 호숫가에 앉아 꼭 듣고 싶다.
열정적 워킹맘인 클라라가 존경스러웠고 매독으로 정신착란을 일으킨 슈만이 미워졌으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그 셋의 관계를 그린 책이란 것도 이번에 알았다. 꼭 봐야지, 그리고 쇼팽은 아무래도 조성진 연주 위주로 찾아들었다.
좋아하는 일이 하나 더 생긴다는 건 행복해질 이유를 하나 더 갖게 되는 것 같다. 이 여운이 가시기 전에 직접 듣고 싶어서 평일 낮 마티네 공연을 예매했다.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