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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도시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시민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전쟁들

김시덕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11일 한줄평 총점 9.4 (12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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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서울, 배제와 추방의 역사



사대문 안 "조선 양반 문화" 중심의 답사를 거부하고, "근현대 서민 문화"를 중심에 둔 답사기로 큰 주목을 받은 『서울 선언』(2018)이 시즌 2로 돌아왔다. 규장각 한국학 연구소 김시덕 교수의 신간 『갈등 도시』는 이제 스케일을 키워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까지 답사 범위를 넓힌다. 전작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 그의 답사 대상은 고궁이나 문화유적이 아니다. 재개발이 예정된 불량 가옥과 성매매 집결지, 이름 없는 마을 비석과 어디에 놓여 있는지 찾기도 힘든 머릿돌이다.



『갈등 도시』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심지어 부제는 "시민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전쟁들"이다. 저자의 눈에 비친 서울은 내부적으로도, 경계를 맞댄 주변 도시들과 그 도시들 간에도 갈등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을 둘러싼 이해 충돌과 부자 동네와 못 사는 동네를 편 가르는 지역 간 반목이 두드러진다. 어느 재개발 지역의 벽보에는 "북핵"이나 "경주 지진"보다 당장의 재개발 문제가 시급하고 위중하다고 쓰고 있거니와, 분당 시장 인근 화장실에서는 성남 시민들을 향해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망언에 버금가는 노골적인 혐오 표현이 발견된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따로 있다. 저자는 현대 서울의 역사를 배제와 추방의 역사로 이해한다. "서울이 발전하는 데 방해가 되고 서울 시민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간주되는 수많은 시설과 사람들을 경기도로 밀어낸 역사"라는 것. "서울 곳곳의 빈민촌에 살던 10여만 명을 지금의 성남 원도심인 광주 대단지에 보낸 것이 그러했고, 서울시에서 사용할 화장장을 고양시 덕양구에 세운 것"이 그러했다. 혐오 시설을 외곽으로 밀어내어 "청결"하고, 가난한 자들을 외곽으로 밀어내어 계급적으로 "균질"해진 서울"특별"시가 만들어진 것이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 지대에 빈민촌과 화장터, 사이비 종교 시설, 군부대가 몰려 있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배제와 추방은 비단 서울과 경기도 사이에서만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유형의 대상들, 즉 빈민과 한센인, 혐오 시설과 군사 시설만 쫓겨난 것이 아니었다. 재개발이나 국가 정책에 의해 내몰리기 전까지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서민·시민들의 문화와 역사까지 송두리째 지워져 왔다. 그렇게 서민·시민들의 역사가 지워진 자리에는 조선 시대 왕과 사대부의 문화(지명, 기념비, 건축물)가 거듭 소환되고, 새로운 역사 미화가 벌어진다. 저자의 표현 그대로 이것은 "기억의 전쟁이자 계급의 전쟁"이다. 저자가 굳이 이 전장에 뛰어들어 "시민들이 갈등하며 살아가고 또 죽어 간 이야기들"을 수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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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는 말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며 시민의 도시를 걸을까

제1장 대서울이란 무엇인가
대서울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입장들
[경인(京仁) 메갈로폴리스]의 탄생과 수도길
[경인]이라는 지명의 분포
부평 평야
서해 바다를 통해 이어지는 대서울
한강을 통해 이어지는 대서울과 평민의 신앙 [부군당]

제2장 도시 문헌학과 도시 화석
문헌학자처럼 대서울 걷기
도시 문헌학
도시 화석
머릿돌
튀어나온 철근
마을 비석, 기념비, 추모비
가게 간판

제3장 갈등 도시, 대서울을 걷다

경인 메갈로폴리스의 축
1 봉천동·신림동: 남서울과 대서울의 도시
2 상도동: 잠시 존재하는 풍경들
3 흑석·노량진·대방·신길: 경인 메갈로폴리스의 동남부
4 영등포: 철도와 부군당
5 서울·부천·광명·시흥·안양의 경계에서: 대서울 서남부의 공업·군사 벨트
6 파주와 고양: 무게 중심의 이동
7 고양에서 가좌까지: 핫 플레이스 너머의 대서울
8 구파발 사거리에서 독립문역 사거리까지 :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의주로

대서울의 한가운데
9 해방촌: 비교 도시사와 삼문화 광장이라는 관점에서
10 종로 5·6가: 겨울, 피맛길에서
11 을지로: 서울 100년의 시층(時層)
부록 을지로의 풍경들
12 이태원, 보광동, 한남동: 신앙의 길

대서울의 과거·현재·미래
13 약수에서 길음까지: 집단 주택의 박물관
14 길음에서 창동까지: 묘지·철거민·공장·고층 아파트 단지
15 의정부: 변화하는 정체성
16 남양주: 천부교·원진 레이온·마석, 그리고 다산 신도시
17 강남 답사 전략: 농촌 강남, 영동 개발, 군사 도시
18 성남: 광주 대단지, 분당, 판교 세 도시 이야기
19 용인: 확장 강남의 남쪽 끝
20 의왕·군포·안양·과천·사당·방배·이수 : 대서울의 과거, 현재, 미래

참고문헌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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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김시덕
일주일에 서너 번은 동네 근처에서 먼 지방까지 다니며 도시 곳곳을 촬영하고 기록하는 도시 답사가이자, 도시에 남아 있는 지나간 시대의 흔적과 자취를 추적하며 도시의 역사와 현재를 탐구하고 예측하는 도시문헌학자다.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학부와 석사과정을 거쳐, 일본의 국립 문헌학 연구소인 국문학연구자료관(총합연구대학원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일본연구센터 HK연구교수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교수를 역임했다. 주류의 이야기가 아닌 서민들의 삶에 초점을 맞춰 서울이라는 도시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한 ‘서울 선언’ 시리즈 『서울 선언』(2018 세종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동네 근처에서 먼 지방까지 다니며 도시 곳곳을 촬영하고 기록하는 도시 답사가이자, 도시에 남아 있는 지나간 시대의 흔적과 자취를 추적하며 도시의 역사와 현재를 탐구하고 예측하는 도시문헌학자다.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학부와 석사과정을 거쳐, 일본의 국립 문헌학 연구소인 국문학연구자료관(총합연구대학원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일본연구센터 HK연구교수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교수를 역임했다.

주류의 이야기가 아닌 서민들의 삶에 초점을 맞춰 서울이라는 도시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한 ‘서울 선언’ 시리즈 『서울 선언』(2018 세종도서 선정), 『갈등 도시』(2020 세종도서 선정), 『대서울의 길』을 통해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았고 관악구의 과거와 현재를 여러 각도에서 조망한 『관악구 문화 예술 기초 자료집: 관악 동네 역사』를 출간하며 지역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 2021년 제70회 서울특별시 문화상(학술 부문)을 수상했다. 그 밖의 주요 저서로는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2015 세종도서 선정), 『일본인 이야기 1·2』, 『양천 동네 이야기』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대서울과 도시 문헌학

어떤 면에서 『갈등 도시』는 저자가 자신의 작업에 이름 붙인 그대로 [도시 문헌학]의 출발을 알리는 저술이다. 전작 『서울 선언』에서 아이디어로 제시했던 몇몇 개념들이 보다 명료해졌고, 도시 답사를 위한 방법론도 꼴을 갖추었다. 먼저 이 책은 좁은 의미의 [서울시]와 확장된 서울로서의 [대서울Greater Seoul] 개념을 구분한다. [서울시의 정치·경제·문화적 영향력이 주변 도시들로 확산되고 서울시와 주변 도시들이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현실에서, 서울의 범위를 서울시의 행정구역으로 한정해서는 서울의 본질을 포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서울 답사기가 아니다. 부평과 부천, 1·2기 신도시와 서울시로 출퇴근하는 주민의 수가 많은 경기도 도시들까지 답사 범위를 아우르는 [대서울 답사기]다.

또한 저자는 고고학자가 절벽의 단면을 통해 지층을 탐구하듯, 대서울이 성장하고 변화해 온 시층(時層)에 주목한다. 예를 들면, 을지로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기, 20세기 후기, 21세기 초에 만들어진 건물이 한 공간에 뒤섞여 있다. 일종의 [삼문화 광장]이다. 이런 광경은 유서 깊은 대도시에서는 흔하며, 그 자체로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증언해 주는 귀중한 유산이다. 이런 시층을 탐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건물의 건축 양식, 길의 형태, 머릿돌과 비석, 간판, 팸플릿·벽보·플래카드, 점집 깃발 등 [도시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다. 저자는 이것들을 [도시 화석]이라고 부른다. 머릿돌을 통해 한 거리의 변화 과정을 추적할 수도 있고(서울대입구역과 낙성대역 부근의 1970~80년대 빌딩 머릿돌), 가게 간판을 통해 그 지역의 상권 변화를 추적할 수도 있으며([단국대 개골목]의 철물점 간판), 벽보와 낙서를 통해 당대의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심리를 추적할 수도 있다.

이런 방법론과 문제의식을 무장한 채 저자는 현 거주지인 관악구 봉천동에서 시작하여 시계 방향으로 대서울을 차근차근 기록해 나간다. 총 20개의 답사 코스는 크게 세 가지로 묶을 수 있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북쪽의 파주부터 남쪽의 시흥까지 서부를 훑는 [경인 메갈로폴리스의 축]이 하나, 종로구와 중구와 용산구를 깊게 들여다보는 [대서울의 한가운데] 답사가 두 번째, 북쪽의 의정부부터 남쪽의 용인까지 서울 동쪽을 아우르는 것이 세 번째다. 20개 답사 코스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대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지적인 즐거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문헌학자의 [불온한] 도시 걷기

이 책은 1995년 서총련이 청와대로 진격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른 당시 대학생이던 저자를 다짜고짜 경찰버스에 싣고 끌고 갔던 일화로 시작한다. 20년 뒤 저자는 한 문헌에서 16세기 일본의 패권자 오다 노부나가가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젊은 귀족에게 내린 지시를 읽게 된다. [특별한 용건 없이 마을과 골목길을 배회하는 것을 엄히 금한다.] 시대와 공간은 다르지만, 힘 있는 자들은 대체로 시민들이 자신의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했다. 저자의 생각은 이렇다. [산책은 자신이 사는 도시의 맨 밑바닥을 바라보게 하고, 그로써 인간을 정치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

모범적이고 청결한 답사 코스를 벗어나서 무작정 대서울을 걷다 보면, 이 도시의 구석구석에서 지난 백 수십 년간 시민들이 갈등하며 살아가고 또 죽어 간 이야기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빈민촌이 해체되면서 도시 곳곳에 숨어든 빈민들을 발견하고, 공장과 성매매 집결지와 한센인 정착촌이 고층 아파트 단지에 떠밀려 대서울의 외곽으로 쫓겨나고 (…) 식민지 시대 공간과 달동네를 밀어 내고는 박물관 안에 그 공간을 어설프게 재현해 놓은 황당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을 답사하고 나면, 더 이상 예전처럼 정치적으로 순진무구하게 대서울을 바라볼 수 없게 됩니다. - 본문 7~8면

위대한 조선 왕조를 찬양하는 건축이나, 일제 강점기의 아픈 유산을 돌아보는 답사도 좋지만, 그것이 서울의 전부일 리는 없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구조물만이 서울의 역사를 말해 주는 것도 아니다. 재개발 동네의 벽보, 이재민과 실향민의 마을 비석, 부군당과 미군 위안부 수용 시설에도 시민의 역사와 스토리가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의 맨 밑바닥]을 산책하는 이 책은 [불온]하다. 하지만 이런 답사기야말로 표백된 서울이 아니라 진짜 서울의 역사를 만나는 시간이다.

저자의 마음은 조급하다. 특정한 공간들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책을 쓰는 동안, 대서울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나머지 공간은 거의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고 재개발·재건축되어 사라지고 있다. 대치동 구마을, 마천?거여, 부평, 의주로 등은 이미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서울은 오늘도 공사 중이고, 지금 보는 것을 다음 달에는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신발 끈을 조인다. [아주 잠시 동안만 대서울의 어딘가에 존재하다가, 미처 보지 못한 사이에 사라져 버리는 순간이 무수히 많이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저자의 발걸음이 무뎌지지 않도록, 그의 답사 프로젝트가 멈추지 않도록 독자들이 새 힘을 불어넣어 주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종이책 회원 리뷰 (9건)

발로 찾는 도시의 역사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 s*******r | 2020.02.02

<갈등 도시>의 저자 김시덕은 문헌학자로 꽤 이름을 알린 모양이다. 그전까지는 몰랐는데 읽고 나니 여기저기서 그의 이름이 눈에 띈다. 문헌학자가 무슨 일을 하는가 보니, 글을 읽는 직업이었다. 특이한 건 '책'이 아니라 '글'이라는 것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무너지기 직전의 건물 머릿돌에서 가게 간판, 버려진 비석까지. 단 한 글자, 단 하나의 초성만 쓰여있어도 이 문헌학자에겐 소중한 해석의 재료가 된다.


쓰인 글에서 쓴 사람의 내력, 쓰일 당시의 상황, 쓴 이유까지 알아낸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마치 셜록 홈즈라도 된 느낌. 글에선 60-70대의 노 교수가 떠오르는데 실제론 75년생에 불과한 젊은 사람이라는 게 신기하다. 옛것을 가까이하면 말과 행동도 같이 늙나 보다.


<갈등 도시>는 저자가 서울과 주변의 위성 도시들을 걸으며 기록한 답사기다. 그는 부천, 인천, 안양을 비롯하여 일산, 고양, 파주 그리고 의정부, 남양주, 분당까지 서울에 인접한 도시들을 한데 묶어 '대서울'로 지칭한다. 이 '대서울'이란 말엔 듣는 사람에 따라 거북함이 있을 것이다. 이 말속에선 각 도시가 가진 고유성이 사라지고 그저 서울이 되고 싶은, 혹은 서울의 아류 도시들만 남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의 기준은 명확하다. 인간 사회는 물질이라는 토대 위에 지어졌기에 경제적 연관성으로 묶인 거대 권역을 통째로 읽지 않으면 서울과 그 주변 도시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확실히 분당과 일산은 서울의 거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도시고 인천은 서울을 바다로 연결해주는 공업 도시임을 부정하기 쉽지 않다. 이 밖에 다른 도시들도 버스나 지하철의 차고지, 하수 처리 시설 등 서울 내에 있긴 힘든 비선호 시설들을 품으며 이 거대 도시를 유지하는 일익을 담당한다. 저자의 생각을 찬찬히 더듬다 보면 그 논리나 근거에 대해 상담 부분 수긍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서울을 유지하기 위한 인위적 정책의 결과라고 생각하면, 주변 도시들의 희생이 눈에 띄면서 반발감이 들끓는다. 불필요한 걸 억지로 떠넘겨 놓고 관계를 운운하며 하나로 묶다니. 이 논리라면 대외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한국, 그러니까 중국과 미국과 사실상 하나처럼 움직이는 대한민국도 대중국 혹은 대 미국의 일부로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닐까? 대한민국은 중국에 양질의 공산품을 제공하는 공업 성(province)이자 미국의 극동아시아 방어 요충지인 군사 주로(state)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좀 더 밀고 나가다 보면 일제 시절 침략에 당위를 제공하던 대동아공영권까지 떠오른다.


저자는 양반 및 왕가, 즉 지배층의 문화를 중심으로 보존되는 역사에 격렬한 거부감을 느낀다. 궁궐이나 왕릉만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이냐? 양반들이 살던 99칸 기와집은 중요하고 서민의 기와집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냐? 대한민국의 힘은 조선을 망국으로 이끈 지배층의 사상과 문화를 극복하면서 탄생한 것인데, 이제 와서 다시 그것을 보존하고 숭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 나도 이 생각엔 상당히 공감한다. 하지만 이런 철학을 가진 사람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서울 서사를 만들어내는 건 어딘지 모르게 위화감이 느껴진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위성 도시들의 연계는 인위적 선택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대서울 이라는 것은 단지 그 현상을 쉽게 파악하려는 생각의 틀에 불과한 걸까?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 틀이 서울의 확장을 긍정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도구로 사용될 여지는 없을까?


<갈등 도시>는 엄밀한 사회 과학서가 아니다. 지은이가 직접 발로 걸어 다닌 길들을 기록한 탐사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실 저자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곳이 나의 유년시절과 겹치고 책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한 강남, 인천, 일산, 분당, 파주, 의정부, 남양주 지역이 나와 무관하지 않은 탓에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살던 동네의 옛 지명과 탄생 과정을 확인하는 미시 역사는 그야말로 우리 같은 사람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역사임에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럼에도 어딘지 모르게 뒤통수가 댕기는 이유는 뭘까? 흥미와 의심 사이를 시종일관 오락가락한 책. 김시덕의 <갈등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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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불편하면서도 재미있는 근현대 서울과 수도권의 갈등이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골드 낭**녀 | 2020.01.29

갈등 도시/김시덕/열림책들/2019

동아시아 관련 책을 읽고 어, 괜찮네 하고 생각했다가 서울 선언을 읽고, 오 이 사람 독특하네 하면서 서둘러 펴게 된 갈등 도시입니다. 사실 서울선언과 갈등도시를 같이 샀습니다. 앞선 리뷰에서도 말했지만, 그림이랑 사진이 많아서 금방 읽겠다고 생각했다가 큰코 다친 저는 갈등도시를 펴면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래, 천천히 읽자.

이 책을 관통하는 한가지 주제를 꼽자면, 서울의 확장과 그로 인한 경기도와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근현대 서울의 역사라고 하는 것이 아름다운 서울(비싼? 서울)을 만들기 위해서 재개발하고 또 확장시키면서 그곳에 살고 있던 가난한 사람들을 강제로 서울 외관이나 경기도로 이주시키고 서울에 있던 군대, 공장, 매립시설, 매장시설 등등도 경기도로 떠넘긴 역사라는 거지요. 갈등은 이 경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서울과 경기도권 도시 내부 곳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본래 살았던 사람들이 쫓겨나고, 시영아파트니 주공아파트니 하는 곳에 살단 사람들이 새로운 원주민으로 대체되고, 다시 그 사람들도 쫓겨나고 새로 타워형 주거 아파트들이 올라가는 상황 말입니다. 이 상황은 경인지역이나 서울 외곽의 경기도 각 시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그 속에서 나타나는 갈등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저자는 절대로 서울에 메갈로폴리스다운 고층 빌딩이 생기는 것을 반대하거나,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아파트 개발을 반대하거나 하는 이는 아닙니다. 그렇게 되는 것은 천만 인구가 사는 대도시가 취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자, 고도 제한 이라는 것을 들이대어 굳이 그런 마천루를 억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것보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아름다운 도시로 개발되어야만 한다는 식의 슬로건, 그리고 조선 왕조 600년의 수도 였다는 타이틀을 고수하기 위하여  서민들을 보살피기는 커녕 내쫓고 이웃 도시에 대해서도 약탈적이며, 조선 시대의 역사만을 강조하면서 그 이전시대와 식민지 이래 근현대 서민들의 삶에 대한 기억은 지우려고 하는 보수적이고 전근대적인 도시로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서울이 확장되어 가면서, 덩달아 경기도도 함께 커져갔습니다. 서울이 비싼? 도시로 바뀌면서 서울에 터전을 마련하기 힘들어서 서울을 나가게 된 사람들이 경기도로 유입되었고, 지방에서 수도권에 취직한 사람들이 또 경기도로 유입된 것이지요. 서울의 구가 늘어난 것처럼 경기도도 시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 여러 도시들에서 살고 있던 원주민들도 또 어디론가 떠나게 내몰리고, 새로이 또 누군가가 유입되고... 그렇게 그 내부에서도 갈등이 생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과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미세한 분쟁이 일어나게 됩니다. 행정적 이름이 중첩되고, 애써 지우거나 아전인수로 끌어다 붙이기도 하고 억지로 만들어진 역사가 내세워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지자체라는 미명하게 행정 관료들의 성과로 부풀려지는 것일 뿐  현대 도시인들에게 각 도시의 정체성이란 이미 찾아보기 힘든 것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돈에 따라 여기 저기 옮겨다니게 될 뿐인지도.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저자의 존재가 꽤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아전인수로 갖다 붙인 격인지 모르겠지만, 오래 봐야 예쁘다 라는 누군가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저자처럼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매일 같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도시들을 그렇게 오래 보고, 기억하고 무엇보다 기록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불편하지만 재미있다는 참으로 오묘한 양가감정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저자가 서울선언 갈등도시에 이어서 3번째 책도 기획하고 있다고 하니 즐겁게 기다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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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국내도서.역사.한국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w****7 | 2019.12.10

그동안 출판된 도시답사 안내서는 대부분 조선왕조를 찬양하거나,돋립운동을 기리거나, 일제강점기의유산을 돌아보거나,현재 한국의 찬란한 발전상을 상징하는 건물들을 사진을 덧붙여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보기 싫은 것은 지우고 보여주고 싶은것만  잘 정리된 답사를 하다보면 정말 멋진 도시를 즐기는 것 같지만  이에 나타나지 않는 수많은 기층 서민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책에서고 본일이 없다.

즉 빈민촌이 해체되면서 도시 곳곳으로 흩어져간 빈민들 그리고 공장과 성매매 집결지와 한센인 정착촌이 고층 아파트에 떠밀려 서울의 외곽으로 쫓겨난 이들의 한숨과 원망은 어디서고 볼수 없다.

  이책의 주안점은 복원이라는 이름아래  21세기 창조된 조선시대풍  현대 건축이나 도시 공간 보다는 19세기 말부터 만들어 지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물과 도시 공간을 주목하는 점이다.

그리고 1963년에 서울시로 편입 되기 전에 경기도에 속했던 지역들과 현재의 수도권 도시들에 대해 저자는  크게 세가지의  의견을 가진 집단이 존재 한다고 본다.첬째는 농촌시절 부터 그 지역에서 농부를 직업삼아 살아온 진짜 토박이 분 들이고, 두번째는 서울에 출퇴근 하면서 수도권에 조성된 신도시를 선택한 이주1세대의 길이후 1세대의 자녀 세대로서 수도권 신도시를 고향으로 여기는 아파트 원주민들 그리고 세번째는 현재 주요 활동지는 서울이고 수도권 신도시에 임시로 주거를 마련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인데 이중 두번째 집단인 아파트 원주민 들이 사회적으로 발언권을 얻으면서 마치 이분들의 의견이 해당지역 여론의 전부인 것 처럼 생각되지만, 이 세집단은 서로다른 방식으로 자기 도시와 서울시를 바라보고 있으며 어느 한집단의 의견이 그 도시를 대표한다고 볼수가 없다.

이에 저자는 경인축을 시작으로 영등포,봉천동,파주에서 해방촌을 거쳐 피맛골까지 그리고 길음,의정부를 거쳐  마지막으로 영동,성남,광주,분당,판교 까지 나름의 전과 후의 사진으로 불과 40-50 여년의 서울을 중심지에서 변두리 까지의 변화를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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