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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인문 MD 손민규 추천] 보다 나은 도시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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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도시>의 저자 김시덕은 문헌학자로 꽤 이름을 알린 모양이다. 그전까지는 몰랐는데 읽고 나니 여기저기서 그의 이름이 눈에 띈다. 문헌학자가 무슨 일을 하는가 보니, 글을 읽는 직업이었다. 특이한 건 '책'이 아니라 '글'이라는 것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무너지기 직전의 건물 머릿돌에서 가게 간판, 버려진 비석까지. 단 한 글자, 단 하나의 초성만 쓰여있어도 이 문헌학자에겐 소중한 해석의 재료가 된다.
쓰인 글에서 쓴 사람의 내력, 쓰일 당시의 상황, 쓴 이유까지 알아낸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마치 셜록 홈즈라도 된 느낌. 글에선 60-70대의 노 교수가 떠오르는데 실제론 75년생에 불과한 젊은 사람이라는 게 신기하다. 옛것을 가까이하면 말과 행동도 같이 늙나 보다.
<갈등 도시>는 저자가 서울과 주변의 위성 도시들을 걸으며 기록한 답사기다. 그는 부천, 인천, 안양을 비롯하여 일산, 고양, 파주 그리고 의정부, 남양주, 분당까지 서울에 인접한 도시들을 한데 묶어 '대서울'로 지칭한다. 이 '대서울'이란 말엔 듣는 사람에 따라 거북함이 있을 것이다. 이 말속에선 각 도시가 가진 고유성이 사라지고 그저 서울이 되고 싶은, 혹은 서울의 아류 도시들만 남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의 기준은 명확하다. 인간 사회는 물질이라는 토대 위에 지어졌기에 경제적 연관성으로 묶인 거대 권역을 통째로 읽지 않으면 서울과 그 주변 도시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확실히 분당과 일산은 서울의 거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도시고 인천은 서울을 바다로 연결해주는 공업 도시임을 부정하기 쉽지 않다. 이 밖에 다른 도시들도 버스나 지하철의 차고지, 하수 처리 시설 등 서울 내에 있긴 힘든 비선호 시설들을 품으며 이 거대 도시를 유지하는 일익을 담당한다. 저자의 생각을 찬찬히 더듬다 보면 그 논리나 근거에 대해 상담 부분 수긍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서울을 유지하기 위한 인위적 정책의 결과라고 생각하면, 주변 도시들의 희생이 눈에 띄면서 반발감이 들끓는다. 불필요한 걸 억지로 떠넘겨 놓고 관계를 운운하며 하나로 묶다니. 이 논리라면 대외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한국, 그러니까 중국과 미국과 사실상 하나처럼 움직이는 대한민국도 대중국 혹은 대 미국의 일부로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닐까? 대한민국은 중국에 양질의 공산품을 제공하는 공업 성(province)이자 미국의 극동아시아 방어 요충지인 군사 주로(state)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좀 더 밀고 나가다 보면 일제 시절 침략에 당위를 제공하던 대동아공영권까지 떠오른다.
저자는 양반 및 왕가, 즉 지배층의 문화를 중심으로 보존되는 역사에 격렬한 거부감을 느낀다. 궁궐이나 왕릉만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이냐? 양반들이 살던 99칸 기와집은 중요하고 서민의 기와집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냐? 대한민국의 힘은 조선을 망국으로 이끈 지배층의 사상과 문화를 극복하면서 탄생한 것인데, 이제 와서 다시 그것을 보존하고 숭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 나도 이 생각엔 상당히 공감한다. 하지만 이런 철학을 가진 사람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서울 서사를 만들어내는 건 어딘지 모르게 위화감이 느껴진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위성 도시들의 연계는 인위적 선택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대서울 이라는 것은 단지 그 현상을 쉽게 파악하려는 생각의 틀에 불과한 걸까?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 틀이 서울의 확장을 긍정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도구로 사용될 여지는 없을까?
<갈등 도시>는 엄밀한 사회 과학서가 아니다. 지은이가 직접 발로 걸어 다닌 길들을 기록한 탐사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실 저자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곳이 나의 유년시절과 겹치고 책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한 강남, 인천, 일산, 분당, 파주, 의정부, 남양주 지역이 나와 무관하지 않은 탓에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살던 동네의 옛 지명과 탄생 과정을 확인하는 미시 역사는 그야말로 우리 같은 사람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역사임에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럼에도 어딘지 모르게 뒤통수가 댕기는 이유는 뭘까? 흥미와 의심 사이를 시종일관 오락가락한 책. 김시덕의 <갈등 도시>였다.
갈등 도시/김시덕/열림책들/2019
동아시아 관련 책을 읽고 어, 괜찮네 하고 생각했다가 서울 선언을 읽고, 오 이 사람 독특하네 하면서 서둘러 펴게 된 갈등 도시입니다. 사실 서울선언과 갈등도시를 같이 샀습니다. 앞선 리뷰에서도 말했지만, 그림이랑 사진이 많아서 금방 읽겠다고 생각했다가 큰코 다친 저는 갈등도시를 펴면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래, 천천히 읽자.
이 책을 관통하는 한가지 주제를 꼽자면, 서울의 확장과 그로 인한 경기도와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근현대 서울의 역사라고 하는 것이 아름다운 서울(비싼? 서울)을 만들기 위해서 재개발하고 또 확장시키면서 그곳에 살고 있던 가난한 사람들을 강제로 서울 외관이나 경기도로 이주시키고 서울에 있던 군대, 공장, 매립시설, 매장시설 등등도 경기도로 떠넘긴 역사라는 거지요. 갈등은 이 경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서울과 경기도권 도시 내부 곳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본래 살았던 사람들이 쫓겨나고, 시영아파트니 주공아파트니 하는 곳에 살단 사람들이 새로운 원주민으로 대체되고, 다시 그 사람들도 쫓겨나고 새로 타워형 주거 아파트들이 올라가는 상황 말입니다. 이 상황은 경인지역이나 서울 외곽의 경기도 각 시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그 속에서 나타나는 갈등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저자는 절대로 서울에 메갈로폴리스다운 고층 빌딩이 생기는 것을 반대하거나,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아파트 개발을 반대하거나 하는 이는 아닙니다. 그렇게 되는 것은 천만 인구가 사는 대도시가 취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자, 고도 제한 이라는 것을 들이대어 굳이 그런 마천루를 억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것보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아름다운 도시로 개발되어야만 한다는 식의 슬로건, 그리고 조선 왕조 600년의 수도 였다는 타이틀을 고수하기 위하여 서민들을 보살피기는 커녕 내쫓고 이웃 도시에 대해서도 약탈적이며, 조선 시대의 역사만을 강조하면서 그 이전시대와 식민지 이래 근현대 서민들의 삶에 대한 기억은 지우려고 하는 보수적이고 전근대적인 도시로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서울이 확장되어 가면서, 덩달아 경기도도 함께 커져갔습니다. 서울이 비싼? 도시로 바뀌면서 서울에 터전을 마련하기 힘들어서 서울을 나가게 된 사람들이 경기도로 유입되었고, 지방에서 수도권에 취직한 사람들이 또 경기도로 유입된 것이지요. 서울의 구가 늘어난 것처럼 경기도도 시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 여러 도시들에서 살고 있던 원주민들도 또 어디론가 떠나게 내몰리고, 새로이 또 누군가가 유입되고... 그렇게 그 내부에서도 갈등이 생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울과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미세한 분쟁이 일어나게 됩니다. 행정적 이름이 중첩되고, 애써 지우거나 아전인수로 끌어다 붙이기도 하고 억지로 만들어진 역사가 내세워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지자체라는 미명하게 행정 관료들의 성과로 부풀려지는 것일 뿐 현대 도시인들에게 각 도시의 정체성이란 이미 찾아보기 힘든 것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돈에 따라 여기 저기 옮겨다니게 될 뿐인지도.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저자의 존재가 꽤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아전인수로 갖다 붙인 격인지 모르겠지만, 오래 봐야 예쁘다 라는 누군가의 시가 떠올랐습니다. 저자처럼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매일 같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도시들을 그렇게 오래 보고, 기억하고 무엇보다 기록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불편하지만 재미있다는 참으로 오묘한 양가감정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저자가 서울선언 갈등도시에 이어서 3번째 책도 기획하고 있다고 하니 즐겁게 기다려야겠습니다.
그동안 출판된 도시답사 안내서는 대부분 조선왕조를 찬양하거나,돋립운동을 기리거나, 일제강점기의유산을 돌아보거나,현재 한국의 찬란한 발전상을 상징하는 건물들을 사진을 덧붙여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보기 싫은 것은 지우고 보여주고 싶은것만 잘 정리된 답사를 하다보면 정말 멋진 도시를 즐기는 것 같지만 이에 나타나지 않는 수많은 기층 서민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책에서고 본일이 없다.
즉 빈민촌이 해체되면서 도시 곳곳으로 흩어져간 빈민들 그리고 공장과 성매매 집결지와 한센인 정착촌이 고층 아파트에 떠밀려 서울의 외곽으로 쫓겨난 이들의 한숨과 원망은 어디서고 볼수 없다.
이책의 주안점은 복원이라는 이름아래 21세기 창조된 조선시대풍 현대 건축이나 도시 공간 보다는 19세기 말부터 만들어 지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물과 도시 공간을 주목하는 점이다.
그리고 1963년에 서울시로 편입 되기 전에 경기도에 속했던 지역들과 현재의 수도권 도시들에 대해 저자는 크게 세가지의 의견을 가진 집단이 존재 한다고 본다.첬째는 농촌시절 부터 그 지역에서 농부를 직업삼아 살아온 진짜 토박이 분 들이고, 두번째는 서울에 출퇴근 하면서 수도권에 조성된 신도시를 선택한 이주1세대의 길이후 1세대의 자녀 세대로서 수도권 신도시를 고향으로 여기는 아파트 원주민들 그리고 세번째는 현재 주요 활동지는 서울이고 수도권 신도시에 임시로 주거를 마련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인데 이중 두번째 집단인 아파트 원주민 들이 사회적으로 발언권을 얻으면서 마치 이분들의 의견이 해당지역 여론의 전부인 것 처럼 생각되지만, 이 세집단은 서로다른 방식으로 자기 도시와 서울시를 바라보고 있으며 어느 한집단의 의견이 그 도시를 대표한다고 볼수가 없다.
이에 저자는 경인축을 시작으로 영등포,봉천동,파주에서 해방촌을 거쳐 피맛골까지 그리고 길음,의정부를 거쳐 마지막으로 영동,성남,광주,분당,판교 까지 나름의 전과 후의 사진으로 불과 40-50 여년의 서울을 중심지에서 변두리 까지의 변화를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