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분야 전체
크레마클럽 허브

인생은 단짠단짠

다디달고 짜디짠 인생의 삼시 세끼

심혜진 | 현암사 | 2019년 12월 16일 한줄평 총점 8.0 (4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  종이책 리뷰 (3건)
  •  eBook 리뷰 (0건)
  •  한줄평 (1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파일정보
EPUB(DRM) 23.38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책 소개

음식과 추억이 빚어낸
따뜻하고 가슴 찡한 이야기

단-짠-단-짠. 단 음식을 먹으면 짠 것이 먹고 싶고 짠 음식을 먹으면 단것이 당기기 마련이다. 매일 똑같은 음식만 맛보며 살 수 없듯 매번 같은 일만 반복되는 인생은 재미없다. 다디달고 짜디짠 사건들이 교차되기에 내일이 궁금하고 기대되는 법이니까. 『인생은 단짠단짠』은 일상에서 만나는 달큼한 순간들과 눈물을 삼키는 짜디짠 사연들, 밥은 먹었느냐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추억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심혜진은 누구보다도 먹는 것을 즐기며 한 끼 한 끼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발견한다. [인천투데이], [오마이뉴스] 등에 사연이 담긴 요리 이야기를 연재하며 독자들을 웃기기도, 울리기도 해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매일의 식사에 이토록 다양한 생각과 사람, 감정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잊은 줄 알았던 추억과 맛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에 대한 가장 따뜻한 에세이다.

목차

프롤로그
1부 한 끼 한 끼의 전쟁
부엌문 너머의 불맛과 짠맛 · 돼지불고기
작은 찻상 위에 올린 화려한 접시 · 김치전
차마 물을 수 없었던 레시피 · 사과 마멀레이드
집안일에 서툴 수 있는 권력 · 바나나튀김
어디 매운맛 좀 봐라! · 두부찌개
오늘도 블랙아웃을 꿈꾸며 · 술
세상의 모든 식사 담당자들에게 · 참치마요덮밥
한 접시에 쏟은 피, 땀, 눈물 · 잡채
자백할 수 없던 가난 · 우유 급식
기대고 기대어 살아가는 삶 · 볶은 김
입천장에 붙인 배추김치설 · 국밥
빵 하나의 행복을 누릴 자격 · 크림빵
배 속 아이와 함께 먹은 밥 한 그릇 · 짜장밥
2부 다디단 하루하루
바람처럼 가벼운 배낭을 메고 · 땅콩과 홍어
고집스러운 매실 한 조각의 맛 · 매실장아찌
요리 못 하는 엄마와 양극단의 식성 · 조미료
머리채 잡기 전 담장을 넘어온 국 · 시래깃국
타르트란 말이 그렇게 어려워? · 타르트
세상에서 가장 떠들썩한 비밀기지 · 딸기 우유
귤을 향한 무한 애정 무한 욕심 · 귤칩
또 한 번 꿈꾸는 수산시장의 기적 · 킹크랩
달콤하고 탐스러운 젊은 날의 객기 · 복숭아 통조림
시험엔 엿, 얄미움엔 호빵 · 호빵
끝없는 레시피와 무한한 식탐 · 브로콜리 콩 카레조림
늬들이 파르페 맛을 알아? · 파르페
나와 함께 감자를 먹는 사람들 · 삶은 감자
3부 인생의 맛은 예측불허
초보운전의 뜻밖의 안전제일 · 감자 핫도그
남보다 빠른 입맛 · 콩국물
사 먹는 것 VS. 직접 만드는 것 · 두부 버섯 버거
나이 한 살을 덜 먹기 위한 식사 · 탕수육
카레 한 그릇에 담긴 민주주의 · 카레라이스
혼선이 빚어낸 맛있는 비밀 · 바닷가재구이
아보카도를 빛내는 명란젓 같은 존재 ·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
생애 마지막 음식, 당신의 선택은? · 채소 부침개
검은 대문 집의 도사견 · 오징어튀김
비법만 알려주고 사라진 친구 · 바나나 우유
기억 속에 영원할 알싸한 빙수 · 박하빙수
다신 동태전 따위 그리워하지 않으리 · 동태전
알면서도 당하는 맛있는 유혹 · 시카고 피자
4부 밥으로 챙기는 안부
추억이 스며든 ‘아는 맛’ · 돈가스와 소시지
낯선 빵과 생경한 시선 · 양배추 샌드위치
사랑하는 나의 강아지 리치에게 · 당근죽
기억의 징검다리를 건너다 · 잔치국수와 깍두기
오직 나를 위해 정성껏 차린 밥상 · 상추쌈
사진 한 장으로 생긴 다국적 친구들 · 토마토 계란국
어디선가 날아온 작은 벌레, 너의 이름은 · 바나나 크레이프
길 위의 고단한 삶 · 국물 멸치
맛없는 떡만둣국 싹 비우던 아이 · 떡만둣국
내 맘도 모르고 끓어 넘친 수프 · 쇠고기수프
어머니가 건네려던 삶은 계란 · 삶은 계란
그날 아침 바로 그 시간 · 쑥국
졸업 사진 속 아빠에게 · 곰보빵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1명)

저 : 심혜진
소수자와 약자들의 서사가 넘실대는 세상을 꿈꾸며 글을 쓴다. 반려묘 미미와 코코의 집사다. 책을 사는 것이 낙이고, 연어회를 좋아하지만 자주 사 먹지 않으려 노력한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좋은 글을 쓰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 책 『엄마와 물건』, 『인생은 단짠단짠』을 썼고, 글쓰기 강의 『바람의 글쓰기』를 열고 있다. @arhan21 소수자와 약자들의 서사가 넘실대는 세상을 꿈꾸며 글을 쓴다. 반려묘 미미와 코코의 집사다. 책을 사는 것이 낙이고, 연어회를 좋아하지만 자주 사 먹지 않으려 노력한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좋은 글을 쓰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 책 『엄마와 물건』, 『인생은 단짠단짠』을 썼고, 글쓰기 강의 『바람의 글쓰기』를 열고 있다. @arhan21

출판사 리뷰

소소한 일상에 행복을 더하는 단맛
쓰디쓴 기억에 눈물을 삼키는 짠맛

한 끼 한 끼가 전쟁 같던 시절,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조미료도 팍팍 쓰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의 이야기에는 넓은 접시 위 반드르르 윤기 나는 돼지불고기에 대한 추억도 있다. 고기 한 점에 행복해지던 어린 날의 달콤한 순간은 부엌문 너머에서 자식들을 위해 매캐한 연기를 마시며 고기를 굽던 엄마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맛있는 음식을 엄마와 같이 먹으려고 부엌문을 열자, 엄마는 방 안에 연기가 들어가지 않게 문을 닫으라고 소리친다. 오랜만에 먹는 특식에 기뻐하던 마음은 금세 눈물로 번진다.

그날 우리의 눈물은 연기에 가린 듯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과 무거운 가난을 통과해 이제 막 작은 빛을 보기 시작한 기쁨, 그간 쌓여온 슬픔과 우울, 힘든 나날에도 자존을 놓지 않고 살아낸 서로를 향한 고마움과 안도감이 한 번에 터져 나온 거였다. (19쪽)

인생의 단맛과 짠맛은 한 끗 차이다. 하루가 달면 다음 날은 짜고 매일 어떤 음식을 맛보게 될지 알 수 없는 삶에서, 저자의 짜디짠 추억들이 가슴 찡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힘든 시절에도 웃음은 있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이웃집 아주머니가 챙겨준 시래깃국을 ‘쓰레기국’이라고 들어 킬킬대고, 도사견이 죽어라 동생만 쫓아서 죽기 살기로 도망쳤는데 알고 보니 동생 손에 냄새가 솔솔 나는 오징어튀김이 있었던 웃픈 사연도 있다. 피식 웃다가도 눈물짓게 하고, 코끝이 찡하다가도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변화하는 세상과 먹고사는 문제

이 책에는 시래깃국과 카레라이스 같은 친근한 음식부터 킹크랩이나 바닷가재구이처럼 특별한 요리, 치밥(치킨소스+밥)과 브로콜리 콩 카레조림 등의 생소한 음식까지 등장한다. 이 음식들이 불러오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19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화하는 세상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가정 방문을 한 선생님에게 촌지를 건네던 시절과 ‘커피숍’의 인기 메뉴가 파르페였던 때,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사람과 ‘번개’를 하던 시대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더더욱 반가울 것이다. 저자는 직접 음식을 해 먹기 시작하면서 홀로 부엌일을 감당해야 했던 엄마의 삶을 돌아보고, 결혼 후에야 엄마의 잔소리가 가부장 권력에 대한 최대한의 방어였음을 깨닫는다. 또한 한평생 다른 사람의 세끼 식사를 걱정하는 것이 주로 여성의 몫인 현실에 물음표를 던지며, 변화하는 세상에 따라 먹고사는 문제도 달라지고 있음을 짚는다.

밥으로 챙기는 나와 당신의 안부

“식사는 하셨나요?” 누군가를 만나면 으레 건네는 물음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겐 밥을 먹었느냐 묻고, 싫어하는 사람은 밥맛이 없다고 표현할 만큼 한국 사람은 무엇보다 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책은 오늘도 고된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끼니를 걱정하듯 다정한 안부를 전한다.
자신의 꿈과 행복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세 아이의 부양을 걱정하고 책임져야 했던,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엄마, 아빠의 삶에 위로를 보내기도 하고, 배 속의 아이를 떠나보내거나 오랜 세월 함께한 죽음을 앞둔 강아지에게 마지막 한 끼를 정성껏 대접하며 작별인사를 건넨다. 누군가와 이별하고 울컥 밀려드는 슬픔을 밥 한 숟가락과 함께 꿀꺽 넘겨본 사람이라면 『인생은 단짠단짠』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작으나마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3건)

구매 재밌어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s*******m | 2022.03.12
따뜻하고 재밌습니다. 진솔해요.
제가 쓴 책이거든요. ㅎㅎ
90%의 사실과 10%의 진실이 섞인 책.

이 리뷰를 아무도 안 읽을 거라 믿고, 농담 삼아 씁니다.


150글자를 써야 등록이 된다네요.

무슨 작가가 자기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사느냐 궁금하실 거 같은데, 처음 책 나오자마자 출판사에서 10권 받은 거 빼면 다 돈주고 사야 해요. 물론 출판사 통해서 사면 정가의 70% 값에 살 수 있지만 지인에게 줄 용도로 소량 필요해 다른 책 사면서 같이 샀답니다.

5-6월에 신간이 나와요.
살림하는 여성들이 사용하는 물건의 역사와 삶에 관한 책입니다. 저자 신간 알림 설정해 주시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깨알 신간 홍보까지. ㅎㅎ
이쯤 쓰면 등록이 되려나.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포토리뷰 인생은 단짠단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b*****0 | 2020.05.11
여성 일상 공감 200%
음식이 그래요.
단 것을 먹으면 짠 것이
또, 짠 것을 먹음 단게 생각나거든요.
똑같은 음식을 계속 먹으면서 살 수 없듯이
똑같은 일상은 따분하고 싫증나잖아요.

이 책은 가슴 찡하고 울리는 감정의 맛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추억을 담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꿈과 행복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세 아이의 부양을 걱정하고 책임져야 했던,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내 젊은 엄마 아빠의 삶에 위로를 보낸다. 30

기대하고, 부응하느라 애쓰고, 때론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하며, 그래도 여전히 기대어 사는게 삶이란 걸 이제야 조금 알겠다.66

다음 날,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매실을 꺼내 설탕에 버무려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거다. 잘 모르겠지만, 뭐 괜찮을 것 같았다. 하마터면 ‘이번엔 설탕을 넉넉히 넣으세요’라는 말을 할 뻔했다. 매실장아찌에 대해선 딱 한 번 맛본 것 외에 겪은 바가 없고, 엄마와 나는 지금 경험을 쌓으며 함께 배워가는 중이며, 그 과정에 절대 진리는 없다는 걸 알면서, 또 한번 오지랖을 펄럭일 뻔했다. 매실장아찌 한두 번 망치면 어떤가. 그런다고 인생을 망치는 것도 아닌데. 98~99

나이 한 살을 더 먹은 나는 작년보다 어떻게 하면 덜 '늙을' 수 있을지, 머리를 비워야 할지, 말을 줄여야할지, 인생 최대의 고민읗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187


혀로 느끼는 것만이 맛의 전부는 아니다. 내가 먹는 모든 소시지에는 오래전 기차에서 먹은 그 맛이 스며 있다. 천천히 그 맛을 음미했다. 칼날처럼 날렵하게 다림질한 반팔 셔츠에 오랜만에 가죽 허리띠까지 찬 아빠가 어둡고 낯선 서울의 골목을 기웃거리며 돈가스집을 찾고, 파란 투피스 정장을 입고 파마머리를 한껏 부풀린 엄마가 볶음밥에 짜장소스를 부어주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없던 맛을 살릴 수도, 있던 맛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는 것. 추억이다. 241

그냥 있어도 땀나는 여름.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 할 필요가 없는
책 속 참치마요덮밥 레시피를 소개해요.
기름기 뺀 참치에 다진 양파와 마요네즈,
설탕,식초,통깨를 넣어 섞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주세요.
여기에 상추와 구운 김가루 뿌려 비벼 먹으면 끝.
고추냉이 넣으면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고 해요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인생은 단짠단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h******e | 2019.07.20

꾸준히 해오던 요가를 서너 달 빠졌다. 바쁘기도 했지만 한 번 빠지니 게으름이 나서 미루다 보니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몸이 찌뿌둥한 금요일 밤, 다시 요가원을 찾아갔다. 다들 불타는 금요일 밤을 맞아 '치맥'이라도 하러 간 건지, 요가원은 한산했고 수강생은 달랑 일곱 명이었다. 요가 매트 위에서 몸을 풀고 있는데 요가 선생님이 들어왔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내가 안 나오는 사이에 새로운 선생님이 왔나 보다. 30대 초반으로 보였고, 짧게 커트 친 머리 때문인지 세련돼 보였다.

등 굴리기부터 시작하는데 뭔가 어설프다. 대체로 시작하기 전에 서로 '나마스테'라고 인사하는데, 이날은 아무 말도 없이 시작됐다. 그러더니 오른쪽 스트레칭을 하면 왼쪽도 해줘야 하는데 깜빡 잊어 버렸는지 다음 동작으로 넘어갔다. 오른쪽 옆구리는 늘어났는데 왼쪽 옆구리는 그대로니 몸이 이상하다. 수업을 진행하는 말도 매끄럽지가 않다. 음, 초보 선생님이구나. 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갑자기 싱크대에 쌓아둔 설거지도 생각나고 읽다만 책 생각도 났다. 문득 집이 그리워졌다.

addisallowed url - '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19/0718/ie002523916_std.jpg' <인생은 단짠단짠> 삽화ⓒ 현암사, 정영인

관련사진보기

 
책 <인생은 단짠단짠>에서 읽은 저자와 친구의 일화가 생각났다. 이 책은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엮은 에세이집인데, 웃겨서 눈물 나고 찡해서 또 눈물 난다.

저자는 20여 년 전 초보운전인 친구의 차를 얻어타고 월미도에 놀러갔을 때를 회상한다.
 

우리가 탄 작은 차를 사이에 두고 여기저기서 크게 경적을 울려대는 통에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그때였다. 내 옆으로 커다란 트럭이 바짝 붙었다. "야, 이 XXX야!#$^+@&…" 운전자가 눈을 부라리며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나는 깜짝 놀라 창문을 올렸다. 친구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몇 차례 욕설을 더 들은 후에야 겨우 월미도에 도착했다. (167쪽)


월미도에 가까스로 도착했으나 낙조의 낭만은커녕 배고프고 돌아갈 일이 막막하다. 유행하던 감자 핫도그를 샀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려면 당장 출발해야 했으므로 핫도그를 든 채 일단 차에 탔다. 차 안에서 친구에게 한 입씩 먹여주며 돌아올 심산이었다.
 

속도는 아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욕설을 내뱉는 운전자와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걸 그날 배웠다. 우리는 경적과 번쩍번쩍하는 상향등 빛으로 아수라장이 된 도로 위에서 오직 정면만을 바라본 채 머나먼 길을 달렸다. 소스가 줄줄 흐르는 감자 핫도그를 양손에 꼭 쥐고서.

친구의 핫도그는 한 입 베어 문 상태 그대로였다. 그런데 그마저도 제대로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했나 보다. "아까 먹은 거 이제야 씹는다야." 너스레를 떠는 친구의 입꼬리에 경련이 일었다. 집까지 바래다준다는 걸 겨우 손사래로 막았다. (170쪽)

 
이제는 20년 무사고 베테랑 운전자가 된 친구가 저자에게 말했다.
 

"요즘 운전 못하는 것은 구석기 시대에 주먹도끼 못 다루는 거랑 같은 거야." 나는 소리를 빽 지른다. "야, 그날 네 차 탄 뒤로 가슴 떨려서 운전을 못 배우잖아. 알아?" 친구가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거 아니겠어? 힘내." (170쪽)

 
요가하는 도중에 더 나가는 사람은 다행히도 없었다. 어찌어찌 시간이 흘러 수업이 끝났다. 마무리 인사를 하면서 선생님이 말했다.

"제가 오늘 첫 수업이라 준비를 많이 했는데도, 너무 떨려서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제대로 못한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나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처음인데 너무 잘하셨어요. 처음인지 몰랐어요, 너무 잘하셔서"라고 말했고, 내 손은 자동으로 손뼉을 치고 있었다.

그렇게 말을 뱉고 나니 진짜 그런 것 같았다. 자기 암시 효과가 이런 건가. 멀찌감치 앉아 있던 다른 회원도 엉겁결에 박수를 따라쳤다. 그 순간 선생님은 왈칵 눈물을 쏟았다. 선생님은 정말 감사하다고, 앞으로 더 많이 준비해서 힐링을 줄 수 있는 진짜 좋은 요가 선생님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남이 울면 안 슬퍼도 일단 따라 울고 보는 나도 같이 눈물을 닦았다. 이게 대체 울 일인가 싶지만 이게 우리 종족들의 언어다.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시원했다. 나는 요가 선생님이 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밤에 웬일이냐고 묻는 친구에게, 방금 있었던 일과 한순간 흔들렸던 마음을 신부님께 고해성사하듯 고백하는 시간을 가졌다. 친구는 잘했다고, 자기가 다 고맙다고 했다. 우리는 자꾸 잊곤 한다. 모두 초보 운전, 초보 엄마, 초보 작가 등 저마다 초보의 길을 통과하고 있는 존재들이라는 걸.

맛있는 건 함께 먹어야 하는 것


책에는 다채로운 에피소드 외에도 간단하고 맛있게 해먹을 수 있는 조리법들이 깨알처럼 박혀 있다. 아보카도에 명란젓을 넣고 비벼 먹으면 맛있다기에 따라 해봤더니 진짜다. 저자가 강력추천한 콩국수에 따뜻한 밥 말아 먹기는 아직 시도해 보지 못했지만, 이번 여름에 꼭 도전해 보려 한다.

그럼에도 역시 이 책의 백미는 따뜻한 시선에 있다. 가난한 살림에 고기는 언감생심이던 시절, 저자의 엄마는 저자의 언니 생일을 맞아 연탄불에 돼지 불고기를 구워줬고, 다같이 고기를 먹으며 피어오르는 연기 뒤에 숨어 눈물을 닦았다고 한다.
  

엄마의 고생과 정성에 감동해 눈물이 나왔을 거라 생각한다면, 내 표현과 서사가 부족한 탓이다. 그날 우리의 눈물은 연기에 가린 듯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과 무거운 가난을 통과해 이제 막 작은 빛을 보기 시작한 기쁨, 그간 쌓여온 슬픔과 우울, 힘든 나날에도 자존을 놓지 않고 살아낸 서로를 향한 고마움과 안도감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거였다. 연기 속에 고기를 굽고 있는 엄마와 멀리 떨어져 있는 아빠, 중학생인 언니와 초등학교 2학년이던 동생, 그리고 나까지 그 조마조마한 삶을 우리는 함께 건넜다. 그러니 맛있는 건 함께 먹어야 하는 것이다. (19쪽)


나 또한 눈물을 떨구며 우리 종족들의 언어로 화답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책이다. 사연 넘치는 음식에서 삶의 다양한 맛을 음미한 시간이었다. 달고 짭짜름한 인생의 맛이 입안에 감돈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  종이책 상품상세 페이지에서 더 많은 리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한줄평 (1건)

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