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저
이미예 저
천선란 저
델리아 오언스 저/김선형 역
박완서 저
존 루이스스템플은 40대에 “다 큰 소년으로서 나는 마침내 야생에서 생활을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접경 지역인 헤리퍼드에서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살며 양을 키우고 글을 쓴다. 처음 1년은 농장에서 직접 사냥하거나 찾아낸 먹을거리로 살아남았고, 야외는 언제나 열광적인 경험을 선사했다고 한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이들이 정착한 곳은 360도로 한 바퀴 돌아야만 주변 집들이 보이고, 그것도 고작 세 채 뿐이며 그중 하나는 이들의 집이다. 널따란 벌판에서 날마다 가축을 돌보고, 들에 나가 여우 오소리 두더지 지빠귀 올빼미 도요새 같은 동물과 식물을 관찰하고, 때로는 들판에 경계를 이루는 도랑과 강의 지질을 탐사하거나 지역의 역사책을 들춰보기도 하니, 지루할 틈이 없는 일상이다.
저자는 1월부터 열두 달 거의 날마다 들판에 나가 경험한 것을 기록한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삶이 존재하는 겨울, 온갖 생명이 만개하며 노래하는 봄, 초원이 절정을 이루는 여름, 그리고 동물들이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철새들이 떠나는 가을.” 그러면서 그저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들판에서 일하고 지켜보는 것이 어떠했는지, 들판이 처음부터 품고 있었던 모든 것들과 연결되는 느낌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이성적 설명이란 의미가 없다고 하며 자신의 감정을 적어나간다. 다양한 동식물이 이야기되지만 아무래도 내 관심은 새에 닿아 있다. 저자가 땅이나 산울타리, 나무에서 목격한 새들, 그리고 머리 위나 옆으로 날아간 새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도요새, 노래지빠귀, 검은지빠귀, 푸른머리되새, 유럽울새, 말똥가리, 멋쟁이새, 큰까마귀, 까치, 종다리, 마도요. 숲비둘기, 오색방울새, 떼까마귀, 자고새, 동고비, 점박이딱새, 검은다리솔새, 검은머리꾀꼬리,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굴뚝새, 오목눈이, 붉은날개지빠귀, 회색머리지빠귀, 풀밭종다리, 집참새, 갈까마귀, 청둥오리, 긴발톱할미새, 송장까마귀, 푸른박새, 박새, 댕기물떼새, 왜가리, 올빼미, 원숭이올빼미, 금눈쇠올빼미, 오랑맷새, 찌르레기.
붉은솔개, 황조롱이, 원앙, 왜가리, 캐나다기러기, 칼새, 제비, 흰털발제비, 비오리, 물총새, 새매, 뿔논병아리, 물까마귀.
들판에서 일년 동안 본 새가 54종으로 아주 많지는 않다. 지난해보다 두 종이 늘었고, 다만 참새와 푸른머리되새는 결석했다며 아쉬워한다. 저자가 새의 목록 뒤에 붙인 식물은 40종이 훌쩍 넘는다. 저자의 관심이 동물뿐만 아니라 폭 넓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더라도 더 눈을 두게 되는 것은 새 이야기다. “여름에 찾아오는 제빗과에 속하는 새 중에서 제비가 가장 많은 시간을 들판에서 지저귀며 돌아다닌다”는 대목에서는 영국과 우리나라라는 거리가 있지만 친근감마저 든다. “오늘 비가 내리면서 곤충들이 낮게 날아다니는 가운데 여름을 나기 위해 가장 먼저 날아온 제비가 자신이 가장 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바로 날개 달린 먹이를 찾아 우아하고 유연하게 초원 위를 훑으며 날아가는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눈에 보이는 듯 선하다.
10월 7일. 아직 남아 있는 제비 떼가 전화선 위에 앉아 리듬을 타며 재잘거린다. 어린 제비들이 남쪽으로의 위대한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용기를 내기 위해 모여 있다. 과거에 사람들은 제비가 연못 속의 공기방울이나 땅속 구멍에서 겨울잠을 잔다고 생각했다. (282쪽)
중세시대에는 제비의 더듬거리는 듯한 재잘거림과 급강하와 급선회를 반복하며 흔들리듯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이 새를 먹으면 간질과 말더듬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고, 제비로 수프를 끌여 먹었다. 제비는 언제나 이로운 새였다. 중세에 쓰인 시에는 다음과 같은 주장이 담겨 있다.
울새와 굴뚝새는 / 전능한 신의 수컷과 암컷이요.
흰털발제비와 제비는 / 전능한 신의 신성한 새로 숭배해야 한다.(283-2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