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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은 매일 색을 바꾼다

자연에서 만난 동식물들의 사적인 삶

존 루이스스템플 저/김수민 | 현암사 | 2019년 12월 16일 한줄평 총점 10.0 (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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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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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목초지에서 만난 동물과 식물의 한 해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린 에세이

『들판은 매일 색을 바꾼다』는 드넓게 펼쳐진 목초지에서 보낸 한 해를 담은 책이다. 농부이자 수많은 문학상을 받은 작가 존 루이스스템플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접경 지역인 헤리퍼드셔에서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살며 소와 양을 키우고 글을 쓴다. 매일 가축을 돌보고, 들에 나가 동물과 식물을 관찰하고, 때로는 들판에 경계를 이루는 도랑과 강의 지질을 탐사하거나 지역의 역사책을 들춰보기도 하면서, 자연의 일상적이면서도 경이로운 면모를 세심하게 그려낸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삶이 존재하는 겨울, 온갖 생명이 만개하며 노래하는 봄, 초원이 절정을 이루는 여름, 그리고 동물들이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철새들이 떠나는 가을. 저자는 하루도 같은 날 없이 매일 변화하는 들판의 사계절을 때로는 사랑과 연민으로, 때로는 안타까움과 한탄 섞인 아쉬움의 감정으로 기록한다.

오소리와 여우, 도요새 같은 아름다운 동물부터, 지렁이와 거미처럼 작고 흔해서 보통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생물까지 애정 어린 눈으로 관찰한 그의 일기를 읽다 보면 집 밖으로 달려 나가 주변의 생명들을 살펴보고 싶어질 것이다.

목차

목초지 지도
들어가며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서재의 책과 음악 목록
감사의 말
목초지의 식물들
목초지의 동물들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2명)

저 : 존 루이스스템플 (John Lewis-Stempel)
영국의 농부이자 작가.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접경 지역인 헤리퍼드에서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살며 양을 키우고 글을 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한 자연을 섬세한 감수성으로 써낸 그의 에세이들은 독자와 평단의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다. 저서로 제1차 세계대전에 관한 책인 『6주Six Weeks』,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달리는 토끼The Running Hare』와 『숲The Wood』이 있으며, 2017년 『양귀비가 피는 곳Where Poppies Blow』으로 웨인라이트상을 다시 한번 받았다. 2016년 잡지 [시골의 삶Country Life]에 실린 칼럼으로 영... 영국의 농부이자 작가.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접경 지역인 헤리퍼드에서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살며 양을 키우고 글을 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한 자연을 섬세한 감수성으로 써낸 그의 에세이들은 독자와 평단의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다. 저서로 제1차 세계대전에 관한 책인 『6주Six Weeks』,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달리는 토끼The Running Hare』와 『숲The Wood』이 있으며, 2017년 『양귀비가 피는 곳Where Poppies Blow』으로 웨인라이트상을 다시 한번 받았다. 2016년 잡지 [시골의 삶Country Life]에 실린 칼럼으로 영국 잡지편집인협회 올해의 칼럼상을 받았으며, 그 밖에 다수의 책을 출간했다.
역 : 김수민
가톨릭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와 영어·영미문화학과를 졸업하고 오스트레일리아의 매쿼리 대학교에서 통번역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펍헙 번역그룹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 『열등한 성』, 『들판은 매일 색을 바꾼다』, 『더 라이브러리』, 『나는 아이 없이 살기로 했다』, 『1947 현재의 탄생』, 『FBI 관찰의 기술』,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 『시크한 파리지엔 따라잡기』, 『크로마뇽』, 『어느 날, 별이 내게 말했다』 등 다수가 있다. 가톨릭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와 영어·영미문화학과를 졸업하고 오스트레일리아의 매쿼리 대학교에서 통번역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펍헙 번역그룹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 『열등한 성』, 『들판은 매일 색을 바꾼다』, 『더 라이브러리』, 『나는 아이 없이 살기로 했다』, 『1947 현재의 탄생』, 『FBI 관찰의 기술』,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 『시크한 파리지엔 따라잡기』, 『크로마뇽』, 『어느 날, 별이 내게 말했다』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 리뷰

“들판에 홀로 서서 새들의 아침 합창을 듣고 있으면
삶이 왜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저자가 열 살 무렵 그의 아버지는 폐업하는 총포상에서 내놓은 박제 여우를 아들에게 사다 주었다. 아들이 이 여우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 아버지의 짐작은 들어맞았다. 여우에 매료된 그는 매일 몇 시간씩 그 여우를 바라보았고, 이 동물이 궁금해져 지역 도서관을 찾아 여우에 관한 책을 찾아 읽었다. 아이러니하지만 이것이 바로 자연에 대한 사랑의 시작이었다.

그는 가축을 돌보는 사이사이 목초지에서 마주치는 동물들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저자가 꼼꼼히 기록한 동물들의 생태와 행동은 무척 흥미롭다. 이를테면 흰가슴물까마귀는 수십 년씩 대를 이어 같은 둥지를 사용하는 전통을 지키는 새라든가, 대부분의 동물들은 고슴도치의 가시 앞에 속절없이 돌아서고 말지만 오소리만은 동그랗게 웅크린 고슴도치의 몸을 펴고 안쪽에서부터 살을 파먹는다는 이야기, 새끼 여우는 조심성 없이 밖에서 천진난만하게 놀지만 조금 더 자라면 인간을 경계하게 된다는 이야기 등이 그런 예다. 간혹 동물들끼리 마주치는 장면은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여우와 오소리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여우와 오소리가 서로 지나다니는 길에서 마주쳤다. 오소리는 꼼짝도 하지 않고, 여우는 머리를 앞으로 내밀고 있다. 30미터 떨어진 이곳에서도 여우가 내는 분노에 찬 거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오소리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결국에는 여우가 미동도 하지 않는 흑백의 돌부처를 돌아 목초지로 껑충껑충 뛰어 들어가며 길을 내준다.(본문 177쪽)

오소리의 판정승이었다. 동물들은 때때로 꾀를 내기도 한다. 풀밭종다리는 포식자들의 타깃이 되는 연약하고 가련한 날짐승이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함 속임수를 쓴다. 바로 새끼의 배설물을 다른 곳에다 떨어뜨려 놓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포식자가 배설물 냄새로 둥지를 찾아내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저자의 관찰은 한시적인 호기심이 아니라 긴 시간에 걸친 인내의 결과이기에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어미 여우가 저자를 피하지 않는 것은 그와 오랫동안 얼굴을 익혀왔기 때문이며, 아직 종다리가 알을 품고 있음을 알기에 그는 목초지의 풀을 벨 때 새 둥지가 있는 곳은 둥그렇게 남겨둔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도 신뢰와 교감이 생겨날 수 있음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목초지에서 건초를 만드는 즐거움

이 책의 원제인 ‘Meadowland’는 목초지라는 뜻이다. ‘목초지’는 건초를 만들기 위해 풀과 꽃을 키우는 곳으로, 자연 서식지가 아니다. 그렇기에 목초지는 “자연과 인간, 짐승이 관계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곳이자 가장 좋은 상태에서 균형을 이루는 예술성을 간직한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원으로서 자연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을 파괴하지는 않음으로써 다른 생물들과 공존하는 이상적인 장소다.

목초지의 절정이자 이 책의 절정은 풀베기가 이루어지는 7월이다. 바로 건초를 만드는 곳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달이다. 풀을 벨 시기가 다가오자 저자는 초조해진다. “태양이 비출 때 건초를 만들어라”라는 격언이 있다. 그러나 연평균 강수량이 100센티미터에 이르는 이 지역은 맑은 날이 매우 드물다. 겨우 며칠간 맑다는 예보를 받아 든 저자는 풀베기 작업을 시작한다. 처음엔 트랙터로 풀을 베지만, 얼마 못 가 튀어나온 돌멩이에 예초기 날이 부딪쳐 부러지고 만다. 당장 새 날을 구하지 못한 저자는 어쩔 수 없이 수십 년 묵은 낫을 꺼내 든다.

태양 아래서 두 시간 동안 작업하자 약 4분의 1에이커의 풀을 벤다. 트랙터만 있었으면 길어봐야 5분이면 끝났을 일이다. 페니가 땀을 흘리며 차 한 잔을 들고 구원자처럼 나타난다. “어떻게 되어가?” 그녀가 얼굴을 찡그리며 묻는다.
“끝내줘!” 내가 고함을 치듯 말한다. 농담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농업에 종사하면서 송아지를 받을 때를 제외하면 지금처럼 큰 만족감을 안겨준 일은 없었다. 나는 거의 황홀경에 빠져 있다. (본문 213쪽)

처음에는 청천벽력 같은 생고생이라고 여겼던 일이, 막상 집중하다 보니 노동이 주는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장면이다. 기계로 잘랐을 때와는 다르게 깔끔한 풀의 단면, 높다란 기계에 올라 조작할 때는 맡을 수 없었던 풀내음, 기계의 진동음이 아닌 낫질을 할 때마다 들려오는 리드미컬한 스윽스윽 소리, 그 모든 것이 풀베기를 하나의 예술로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건초는 겨울 동안 가축들의 일용할 양식이 된다.

가축을 키우는 기쁨과 슬픔

소와 양을 키우는 지은이에게는 자신이 키우는 가축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그러나 한번은 그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어느 날 수십 마리 양의 털을 깎다가 너무 지친 나머지, 얌전히 있지 않고 날뛰는 양들의 목에 밧줄을 걸어 묶어놓고 작업을 한다. 그는 이 이야기가 부끄러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이 일화는 가축을 기르는 것이 낭만적인 일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가축을 보내야 할 때도 있다. 결핵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을 보이는 소는 법에 따라 도축해야 한다. 주인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없다. 그래서 결핵 검사를 위해 수의사가 방문하는 날은 지은이가 일 년 중 가장 싫어하는 날이다. 올해는 한 녀석의 목이 부어올라 저자는 수의사가 다시 방문할 때까지 노심초사한다. 다행히 그 혹은 허용치 안에 들어가고, 저자는 뛸 듯이 기뻐한다.

그가 사랑했던 늙은 암소 마고의 죽음은 아마 이 책에서 가장 슬프고 가슴 찡한 이야기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 관절염을 앓던 마고는 최근 몇 차례 넘어지는 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사람들이나 지프차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일어서서 다시 느긋한 걸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날, 마고는 위기를 다시 극복하지 못한다. 도랑에 빠진 마고를 트랙터로 끌어올렸지만 눈동자가 뒤집히고 버둥대는 이 암소는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마고의 딸 미라벨이 느릿느릿 걸어와 코로 엄마를 건드려본다. 안개 속에 스며 있는 죽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나는 안락사로 마고의 고통을 멈춰주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 수의사에게 전화를 건다. 마고는 수의사도, 이들이 풍기는 소독약과 질병의 냄새도 싫어한다. 나이 많은 이 암컷은 자연스럽게 생명이 꺼져가고 있고, 나는 이제 그만 세상에서 놓아주기로 한다. (……) 나는 까마귀들이 눈을 쪼아 먹지 못하도록 마고의 얼굴을 사탕무 자루로 덮어준다. (본문 306쪽)

지은이는 마고를 그가 있어야 할 이 들판에 묻어 토양의 양분이 되도록 하고 싶었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그 사체는 도살장에서 소각되어야 한다. 현대 축산에서 질병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법이지만, 마음이 쓸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연을 생각할 때 우리는 흔히 생명을 먼저 떠올리지만, 그 안에는 죽음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 죽음은 다시 다른 생명을 불러온다. 그러한 작은 삶과 죽음이 반복되는 것, 올해 일어난 일들이 내년에도, 그리고 그다음 해에도 같으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다시 순환하는 것, 그것이 자연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1건)

영국의 들판 이야기가 새 덕분에 친근하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헌*가 | 2021.02.18

 

존 루이스스템플은 40대에 “다 큰 소년으로서 나는 마침내 야생에서 생활을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접경 지역인 헤리퍼드에서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살며 양을 키우고 글을 쓴다. 처음 1년은 농장에서 직접 사냥하거나 찾아낸 먹을거리로 살아남았고, 야외는 언제나 열광적인 경험을 선사했다고 한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이들이 정착한 곳은 360도로 한 바퀴 돌아야만 주변 집들이 보이고, 그것도 고작 세 채 뿐이며 그중 하나는 이들의 집이다. 널따란 벌판에서 날마다 가축을 돌보고, 들에 나가 여우 오소리 두더지 지빠귀 올빼미 도요새 같은 동물과 식물을 관찰하고, 때로는 들판에 경계를 이루는 도랑과 강의 지질을 탐사하거나 지역의 역사책을 들춰보기도 하니, 지루할 틈이 없는 일상이다.

 

저자는 1월부터 열두 달 거의 날마다 들판에 나가 경험한 것을 기록한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삶이 존재하는 겨울, 온갖 생명이 만개하며 노래하는 봄, 초원이 절정을 이루는 여름, 그리고 동물들이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철새들이 떠나는 가을.” 그러면서 그저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들판에서 일하고 지켜보는 것이 어떠했는지, 들판이 처음부터 품고 있었던 모든 것들과 연결되는 느낌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이성적 설명이란 의미가 없다고 하며 자신의 감정을 적어나간다. 다양한 동식물이 이야기되지만 아무래도 내 관심은 새에 닿아 있다. 저자가 땅이나 산울타리, 나무에서 목격한 새들, 그리고 머리 위나 옆으로 날아간 새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도요새, 노래지빠귀, 검은지빠귀, 푸른머리되새, 유럽울새, 말똥가리, 멋쟁이새, 큰까마귀, 까치, 종다리, 마도요. 숲비둘기, 오색방울새, 떼까마귀, 자고새, 동고비, 점박이딱새, 검은다리솔새, 검은머리꾀꼬리,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굴뚝새, 오목눈이, 붉은날개지빠귀, 회색머리지빠귀, 풀밭종다리, 집참새, 갈까마귀, 청둥오리, 긴발톱할미새, 송장까마귀, 푸른박새, 박새, 댕기물떼새, 왜가리, 올빼미, 원숭이올빼미, 금눈쇠올빼미, 오랑맷새, 찌르레기.

 

붉은솔개, 황조롱이, 원앙, 왜가리, 캐나다기러기, 칼새, 제비, 흰털발제비, 비오리, 물총새, 새매, 뿔논병아리, 물까마귀.

  

들판에서 일년 동안 본 새가 54종으로 아주 많지는 않다.  지난해보다 두 종이 늘었고, 다만 참새와 푸른머리되새는 결석했다며 아쉬워한다. 저자가 새의 목록 뒤에 붙인 식물은 40종이 훌쩍 넘는다. 저자의 관심이 동물뿐만 아니라 폭 넓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더라도 더 눈을 두게 되는 것은 새 이야기다. “여름에 찾아오는 제빗과에 속하는 새 중에서 제비가 가장 많은 시간을 들판에서 지저귀며 돌아다닌다”는 대목에서는 영국과 우리나라라는 거리가 있지만 친근감마저 든다. “오늘 비가 내리면서 곤충들이 낮게 날아다니는 가운데 여름을 나기 위해 가장 먼저 날아온 제비가 자신이 가장 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바로 날개 달린 먹이를 찾아 우아하고 유연하게 초원 위를 훑으며 날아가는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눈에 보이는 듯 선하다.

 

10월 7일. 아직 남아 있는 제비 떼가 전화선 위에 앉아 리듬을 타며 재잘거린다. 어린 제비들이 남쪽으로의 위대한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용기를 내기 위해 모여 있다. 과거에 사람들은 제비가 연못 속의 공기방울이나 땅속 구멍에서 겨울잠을 잔다고 생각했다. (282쪽)

 

중세시대에는 제비의 더듬거리는 듯한 재잘거림과 급강하와 급선회를 반복하며 흔들리듯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이 새를 먹으면 간질과 말더듬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고, 제비로 수프를 끌여 먹었다. 제비는 언제나 이로운 새였다. 중세에 쓰인 시에는 다음과 같은 주장이 담겨 있다.

울새와 굴뚝새는 / 전능한 신의 수컷과 암컷이요.

흰털발제비와 제비는 / 전능한 신의 신성한 새로 숭배해야 한다.(283-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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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1건)

구매 목초지에서의 12달, 들판은 매일 색을 바꾼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아***무 | 2023.04.06
여러 책들을 읽다보면 한번씩 인간의 소리가 드문 자연에 관한 언어를 읽고싶을 때가 있다. 이 책은 그런 나를 위한 책이다. 내가 읽은 자연에 대한 에세이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력을 가진 책이다! 작가가 문학성으로 상도 많이 받았다하니 당연하겠다.

이 책에는 1월에서 12월까지 변화하는 목초지의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배경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접경지역이다. 꽃들 나무들 새들 소 양 여러 동물들... 그런 언어들로 휴식을 취하며 내 머리는 자연으로 가득해진다. 너무나 좋다! 다만 이 책만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읽으면 비슷비슷한 언어에 중후반쯤 질릴 수 있으니 여러 달 중 하나씩 드문드문 골라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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