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이 태어난 생일이기 때문에 그 기원이 서기와 일치한다. 이를테면 올해는 2022년이기 때문에 예수님이 탄생한 성탄은 2022년째를 맞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역사가 긴 기념일이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이야기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잘 알려진 이야기라면 역시 구두쇠 스크루지가 등장하는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이나, 머리카락과 시계를 팔아 서로에게 선물을 마련하는 오 헨리의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과 같은 소설이 있다. 이 책 [크리스마스, 당신 눈에만 보이는 기적]는 세계적인 대문호들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위대한 작가들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의례 떠오르는 이야기들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크리스마스 캐롤, 크리스마스 선물, 이외에도 오스타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나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같은 이야기들도 있다.
이 책 [크리스마스, 당신 눈에만 보이는 기적]은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문학과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인데, 단편 소설부터 중편 소설, 편지까지 다채롭게 실려 있다. 놀라운 것은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를 제외하고는 사실 많이 접해보지 않은 글들이라 더 새롭고 흥미롭다.
"그건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었소. 우리 이웃 마을 주위에는 도대체가 낟알 하나 자라지 않는데도, 우리 경작지는 작은 섬처럼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었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만 수확을 선물하셨소. 다른 이웃 주민들은 비탄에 잠겼지만, 우리는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말했지"
- 하나님께 이 영광을 바칩시다!
[낮도둑_니콜라이 레스코프] 중에서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19세기 세계적인 대문호들의 글인데, 14명의 위대한 작가들이 남긴 16편의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아래 작가와 작품의 이름을 실어 보았는데, 그야말로 쟁쟁한 라인업이다.
한스 안데르센 - 전나무 이야기/성냥팔이 소녀
셀마 라겔뢰프 - 크리스마스 밤/크리스마스 이야기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 불쌍한 아이들의 크리스마스트리
빌헬름 라베 - 종소리
펠릭스 티메르망 - 이집트로의 도주
안톤 체호프 - 방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케스트너에게 보내는 편지
테오도르 슈토름 -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서
니콜라이 레스코프 - 낮도둑
헨리 반 다이크 - 네 번째 동방박사 이야기
헤르만 헤세 - 두 개의 동화가 있는 크리스마스
아달베르트 슈티프터 - 얼음 절벽
오스카 와일드 - 별아이
기 드 모파상 - 크리스마스이브
안데르센, 도스토옙스키, 안톤 체호프, 괴테, 헤르만 헤세, 오스카 와일드, 모파상 등의 남긴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서 접할 수 있는 정말 기가 막힌 책이다. 이렇게 크리스마스 시즌에 읽기 아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란 특이한 족속이다. 꿈과 생각 속으로 파고든다. 크리스마스에, 또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나는 규칙적으로 어떤 길모퉁이에서 작은 소년을 만났다. 혹독한 추위에도 여름에나 입을 만한 얇은 옷을 입고 있었다.
[불쌍한 아이들의 크리스마스트리_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라 더 좋았다. 익히 잘 아는 대 작가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크리스마스 작품들을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이 책의 여러 이야기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으로 실제 초를 꾸미고 불을 붙이는 모습이 나오는데, 나무에 초를 꽂고 불을 붙인다는 사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예수님이 세상의 빛으로 오셨다는 상징성을 가지고 촛불을 장식한 것이 오늘날에는 반짝거리는 전구로 대체된 것이 아닌가 싶다. 책 속의 많은 이야기에서 동일하게 전나무 크리스마스트리에 불붙은 초 장식이 있는 모습은 생소하지만 흥미로웠다. 초가 다 탈 때까지 하인들이 지켜보고 있어야 했던 것 같다. 나무에 불붙은 초가 장식돼 있는 모습을 한 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왠지 꽤나 장관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어렸을 때는 나도 많은 아이처럼 성탄절을 기다렸다.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랬다. 난 언제 성탄절을 알았을까, 산타클로스는. 다 생각나지 않는다. 자라면서 들었거나 텔레비전에서 본 게 아닐까 싶다. 어릴 때는 교회에 다녀서 성탄절 행사에 나가기도 했다. 언젠가도 말했는데 어릴 때는 친구가 교회에 다녀서 나도 같이 다녔다. 좀 먼 곳에 있었는데. 교화 차가 다녀서 그거 타고 다녔다. 초등학교는 교회에서 더 가야 해도 걸어다녔는데, 교회는 차 타고 다녔구나. 지금 생각하니 신기하다. 갈 때는 차 타고 가도 집에 올 때는 걸어와도 괜찮았을 텐데 그러지 않은 것 같다. 아니 그때 일 잘 생각나지 않는다. 차 탄 건 맞는 듯한데, 친구랑 이야기 했는지 그냥 혼자 앉았는지. 갑자기 이런 걸 생각하다니. 성탄절을 생각하다가 그랬구나.
내가 성탄절을 왜 기다렸는지 지금 생각났다. 성탄절이나 성탄절 전날에는 텔레비전 방송에서 재미있는 게 했다. 성탄절이 배경인 영화나 만화영화. 성탄절마다 한 건 찰스 디킨스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을 원작으로 한 스크루지 영감이 아닌가 싶다. 아직도 그건 소설 못 봤는데 예전에는 제목을 스크루지 영감으로 알았다. 어쩌면 소설 제목과 같았는데 내가 그걸 몰랐을지도. 그것도 있고 <성냥팔이 소녀>(안데르센)도 생각난다. 성냥팔이 소녀도 글이 아닌 영상으로만 봤는데 이 책 《크리스마스 - 당신 눈에만 보이는 기적》에 실렸다. 읽어보니 그리 길지 않았다. 그건 성탄절에 일어난 슬픈 이야기다. 여기에는 가난한 사람이 성탄절을 맞는 이야기가 여러 편 실렸다. 다른 날과 다르게 성탄절에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런 건 누가 가장 먼저 썼을까. 가끔 그런 게 알고 싶다니.
예수가 태어나서 기적이 일어났겠다(예수가 태어난 날은 12월 25일이 아니다고도 하지만). 모두가 예수를 지키려고 했으니 말이다. 성경에는 예수가 난 걸 알고 그날 태어난 아이를 모두 죽이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갑자기 이거 다른 사람 이야긴가 하는 생각이, 누구였는지 모르겠다). 다행하게도 예수는 위험을 피한다. 여기에서는 천사가 도와줘서 요셉과 마리아가 예수를 데리고 이집트로 달아난다. 동박박사가 셋으로 알려졌는데, 한사람 더 있다는 이야기도 있단다. 네번째 동방박사는 예수를 만나러 가다 이런저런 일을 겪는다. 어쩐지 그런 거 안 좋기도 하다. 그런 건 착한 사람은 힘들다는 이야기 같기도 하니 말이다. 신, 예수를 믿는 건 예수한테 잘하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한테 베푸는 거겠지. 지금 교회 사람 가운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얼마나 될까. 종교인이 가난하고 아픈 사람을 도운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오래전에는 종교가 세상을 다스리기도 했는데. 그런 게 지금도 이어지는 듯하다. 옛날 만큼은 아니어도.
성탄절에는 눈이 와야 할 것 같은데 앞으로 눈이 오는 성탄절 맞을 수 있을지. 전나무는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잘라다 성탄절에 잠깐 장식하고 성탄절이 지나면 그냥 내버려두니 말이다. 그렇게 사라진 나무 얼마나 많을지. 지금은 전구로 빛을 내는데 옛날에는 초를 켰나 보다. 그런 말 보면서 왜 초를 켜지 했다. 나중에야 그게 지금은 전구가 됐다는 거 깨달았다. 초를 켜고 잘못해서 불난 적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니. 성탄절 나무에는 과자 같은 먹을 것도 달아놓았다. 그건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겠다. 과자 달린 나무. 오래전 성탄절 풍경을 볼 수도 있어서 괜찮았다. 한국은 일제강점기에 성탄절을 축하했을까. 천주교는 조선시대에 들어왔구나. 그러면 그때 성탄절 아는 사람 있었겠다.
짧은 이야기가 많은데 아달베르트 슈티프터가 쓴 <얼음 절벽>은 좀 길다. 처음에는 집중이 잘 안 됐는데, 두 아이가 외갓집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갈 때는 걱정스러웠다. 그걸 보면서 외갓집에서 자고 아침에 집에 가지 했다. 두 아이 콘라트와 잔나는 괜찮을까 하면서 봤는데 다행하게도 둘은 이튿날 부모와 아이를 찾는 마을 사람과 만났다. 콘라트와 잔나가 사는 곳에서는 두 아이와 엄마를 다른 곳 사람으로 여겼는데, 그날 뒤로 그런 일은 사라졌다. 콘라트와 잔나가 죽지 않은 것도 다행이고 두 아이와 엄마를 마을 사람이 받아들여서 잘됐다. 그것 또한 성탄절에 일어난 기적이다. 기적은 아주 큰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하루하루 사는 것도 기적이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맑은 날. 기적은 성탄절에만 일어나지 않는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