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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

에릭 드 케르멜 저/강현주 | 뜨인돌 | 2019년 12월 12일 한줄평 총점 8.0 (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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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프랑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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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누군가의 독서에 관여하는 것은 그의 인생에 개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책과 삶의 관계는 그만큼 깊고 밀접하다. 좋았던 책과 별로였던 책, 읽고 싶은 책과 읽기 싫은 책, 다 읽은 책과 읽다 만 책을 모아서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곧 우리들 각자의 초상화가 될 것이다. 책을 매개로 한 우연한 만남과 그로 인한 필연적 변화가 가장 빈번하게, 가장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공간이 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책방이다.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은 남프랑스의 아름다운 도시 위제의 광장 모퉁이 서점을 무대로 한 장편소설이다. 문학교사 출신의 서점 주인 나탈리는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많은 책을 권한다. 그리하여 본의 아니게, 그러나 필연적으로 그들의 삶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만난 아홉 사람의 이야기가 작품 속에 담겨 있다. 책과 더불어 울고 웃으며 이윽고 삶의 빛깔까지 바뀌어가는 사람들! 프랑스 소설 특유의 감각적 문체로 쓰인 이 작품 속에서 독자들은 “책은 인간에게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새로운 대답을 발견하게 된다.

애서가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책 이야기들로 빼곡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글쓴이는 전쟁, 빈곤, 생태, 교육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주제들을 각각의 이야기 속에 능숙하게 녹여낸다. 등장인물들의 개인적 삶이 소설의 씨줄이라면, 그들 삶의 배경이 되는 여러 사회문제들은 소설의 날줄인 셈이다. 서로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는 아홉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단편집이나 연작소설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목차

에릭 오르세나의 서문
나탈리__새로운 삶을 시작하다
클로에__자유를 향한 충동
자크__고독한 산책자의 명상
필립__지칠 줄 모르는 여행자
레일라__글에서 나를 찾다
바스티앙__침묵의 메신저
타릭__형제의 책
베로니카 수녀__소박한 행복
아르튀르__“너 자신을 되찾아라”
솔랑즈__비밀의 정원
에필로그
* 에르브 광장 서점의 책장 풍경

저자 소개 (2명)

저 : 에릭 드 케르멜 (Eric de Kermel)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 브르타뉴 지역색이 물씬 풍기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모로코와 남아메리카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지금은 에르브 광장이 있는 남프랑스의 위제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이 세상이 좀 더 따뜻한 곳이 되기를 꿈꾸는 휴머니스트이며 [야생의 땅 Terre Sauvage],[알프스 매거진 Alpes Magazine] 등의 잡지를 발행하는 생태주의자이기도 하다.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은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 브르타뉴 지역색이 물씬 풍기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모로코와 남아메리카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지금은 에르브 광장이 있는 남프랑스의 위제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이 세상이 좀 더 따뜻한 곳이 되기를 꿈꾸는 휴머니스트이며 [야생의 땅 Terre Sauvage],[알프스 매거진 Alpes Magazine] 등의 잡지를 발행하는 생태주의자이기도 하다.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은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역 : 강현주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어나 영어로 된 좋은 책을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알파맘과 베타맘 사이를 오가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앗 시리즈' 『새콤달콤 셰익스피어 이야기』, 『새록새록 성경 이야기』 등의 청소년 도서와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문둥이 성자 다미안』, 『남자들은 왜 사랑을 말하며 떠나는가?』, 『내 인생의 자전거』,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차 한 잔』, 『아이의 진실』, 『현명한 여자는 자신감으로 승부한다』, 『마음의 치유』, 『인간관계의 심리학』, 『산은 내게 말한다』, 『커피(ABC시리즈)』, ...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어나 영어로 된 좋은 책을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알파맘과 베타맘 사이를 오가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앗 시리즈' 『새콤달콤 셰익스피어 이야기』, 『새록새록 성경 이야기』 등의 청소년 도서와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문둥이 성자 다미안』, 『남자들은 왜 사랑을 말하며 떠나는가?』, 『내 인생의 자전거』,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차 한 잔』, 『아이의 진실』, 『현명한 여자는 자신감으로 승부한다』, 『마음의 치유』, 『인간관계의 심리학』, 『산은 내게 말한다』, 『커피(ABC시리즈)』, 『사랑의 속도를 늦추어라』, 『고스트 컴퍼니』, 『엄마,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이름』, 『나는 왜 이유 없이 아픈 걸까』, 『지도로 보는 세계 정세』,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 『왜 그렇게 말해 주지 못했을까』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 리뷰

남프랑스 소도시 위제의 광장 모퉁이 책방
서점 주인과 손님들이 엮어가는 책과 삶과 세상 이야기

누군가의 독서에 관여하는 것은 그의 인생에 개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책과 삶의 관계는 그만큼 깊고 밀접하다. 좋았던 책과 별로였던 책, 읽고 싶은 책과 읽기 싫은 책, 다 읽은 책과 읽다 만 책을 모아서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곧 우리들 각자의 초상화가 될 것이다. 책을 매개로 한 우연한 만남과 그로 인한 필연적 변화가 가장 빈번하게, 가장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공간이 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책방이다.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은 남프랑스의 아름다운 도시 위제의 광장 모퉁이 서점을 무대로 한 장편소설이다. 문학교사 출신의 서점 주인 나탈리는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많은 책을 권한다. 그리하여 본의 아니게, 그러나 필연적으로 그들의 삶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만난 아홉 사람의 이야기가 작품 속에 담겨 있다. 책과 더불어 울고 웃으며 이윽고 삶의 빛깔까지 바뀌어가는 사람들! 프랑스 소설 특유의 감각적 문체로 쓰인 이 작품 속에서 독자들은 “책은 인간에게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새로운 대답을 발견하게 된다.

애서가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책 이야기들로 빼곡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글쓴이는 전쟁, 빈곤, 생태, 교육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주제들을 각각의 이야기 속에 능숙하게 녹여낸다. 등장인물들의 개인적 삶이 소설의 씨줄이라면, 그들 삶의 배경이 되는 여러 사회문제들은 소설의 날줄인 셈이다. 서로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는 아홉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단편집이나 연작소설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우연히 책방 문을 열고 들어선 사람들
이미 쓰인 책 위에 새롭게 덧씌워지는 아홉 편의 이야기

서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남자, 여자, 어린이, 노인, 불행한 사람, 보수주의자, 유쾌한 사람, 살인자, 거리의 석학, 매혹적인 우울증 환자, 다리를 절지만 명석한 시인, 냉담한 연인들, 움직이지 않는 여행자, 벌을 받고 있는 미식가 등등. 개중에는 전문가 뺨칠 정도로 수준 높은 독자들도 있지만 나탈리의 눈길을 끄는 건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그녀가 눈여겨보는 것은 각각의 손님들이 책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시대극에서 툭 튀어나온 듯 고전적인 차림새의 모녀. 그들의 구매 목록은 더할 나위 없이 고급스럽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픈 딸의 눈빛에서 나탈리는 소녀의 남모를 갈증을 읽는다. 아름다운 시와 산문들을 줄줄이 읊어대는 젊은 우체부와의 대화 속에서는 우편물 가방 속에 꼭꼭 숨겨놓은 청년의 꿈을 읽는다. 아홉 명의 주인공들 모두 그렇게 저마다의 숨은 이야기들을 갖고 있다. 책을 매개로 드러나고 책과 함께 펼쳐지는, 그리하여 또 하나의 책이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

“이미 인쇄된 책장 위로 또 다른 이야기가 쓰였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포개졌다. 내가 쓰기로 결심한 것은 바로 이런 이야기들이다.” (‘나탈리_새로운 삶을 시작하다’ 중)

저마다 아픈 손님들에게 책방 주인이 건네는
책이라는 이름의 묘약

서점은 독특한 공간이다. ‘책을 파는 상점’이라는 것만으로는 이 공간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에릭 오르세나의 말대로 그곳은 돈 대신 꿈을 주고받는 ‘특별한 은행’이고, 은은한 종이 향기로 사람들의 영혼을 치유하는 클리닉이기도 하다. 서점 주인 나탈리는 이 복합적인 공간의 수납원인 동시에 테라피스트인 셈이다.

나탈리의 손님들 중에는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맹으로 살아온 이민족 출신의 여성, 중동의 전쟁터에서 폭발 사고로 두 눈을 잃은 외인부대 용병…. 독서량은 많지만 즐거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소녀 역시 책 읽기에 장애가 있다는 점에서는 문맹이나 부상병과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은 에르브 광장의 서점에서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책을 만나고, 읽고, 행복해한다. 나탈리가 그들에게 건넨 것은 단 하나였다. 네모난 처방전, 혹은 책이라는 이름의 묘약.

“나는 삶이 잃어버렸던 색깔을 되찾는 데에 때로는 아주 사소한 것들, 혹은 몇 권의 책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소녀에게 미소를 보냈다.” (‘클로에_자유를 향한 충동’ 중)

책과 인간, 혹은 책과 삶의 깊디깊은 관계
“네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알려주면, 네가 누구인지 말해줄게.”

소설을 중간쯤 읽다 보면 나탈리의 남편이 손수 그린 ‘책나무’를 아내에게 선물하는 대목이 나온다. 고전물과 현대물, 소설과 에세이, 국내서와 번역서 등 그녀가 읽어온 다양한 책들을 특징별로 배치한 그 수형도(樹型圖)는 곧 나탈리의 초상화이며, 나탈리라는 인간 그 자체이기도 하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상대가 읽은 책만으로도 그가 누구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생사를 초탈한 듯 보이는 어느 순례자의 챕터(자크_고독한 산책자의 명상)에서 독자들은 삶과 죽음이 주인공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그가 읽은 책들을 통해서 비로소 알게 된다. 정기적으로 누군가에게 책을 발송하는 한 남자의 챕터(바스티앙_침묵의 메신저)에서는 그 책들이 주인공의 삶에 새겨놓은 흔적들이 짙은 감동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면서, 글쓴이는 독자들이 오래 기억할 만한 한마디를 남긴다. 책과 인간, 혹은 책과 삶의 관계를 드러내는 데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은 달리 찾기 힘들 것이다.

“네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알려주면, 네가 누구인지 말해줄게.” (‘필립_지칠 줄 모르는 여행자’ 중)

오직 책방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들
“서점은 아주 특별한 연결의 장소다!”

특출한 인물이나 복잡한 사건이 없는 대신, 이 작품에는 오직 ‘책방’이라는 공간에서만 가능한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서점이 아니었다면 절대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 서점이 아니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 그리고 서점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다다를 수 없었을 놀랍고 아름다운 결말들! 서문을 써준 프랑스의 대문호 에릭 오르세나가 서점이라는 공간을 가리켜 특별한 ‘장소’라고 표현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서점은 무엇일까요? 그곳은 장소입니다. 빛과 열기의 장소, 공유와 신뢰의 장소, 유대감의 지리학. 연결의 장소.” (에릭 오르세나의 서문 중)

배경이 책방인 만큼 이 소설에는 수많은 책들이 등장한다. 인문학과 자연과학, 문학과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그 책들 중에는 국내에 번역된 것도 있지만 아직 소개되지 않은 책들도 많다. 원서의 맨 뒤에는 본문에 등장하는 책들의 목록이 실려 있는데, 번역본에서는 그 책들의 국내 출간 여부와 서지사항을 꼼꼼하게 덧붙여놓았다. 책장을 덮기 전에 각 챕터별로 어떤 책들이 등장했는지 되짚어보면 이 특별한 소설의 여운을 조금 더 짙게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2건)

책방 주인이 된다면 [외국소설-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책****벤 | 2021.05.27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서점 주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 본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대형서점보다는 동네의 작은 책방 수준으로. 돈을 많이많이 벌고 싶다는 바람보다는 늘 읽고 싶은 책을 보면서 책을 판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하는 낭만적인 생각으로.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한 동네를 오래 지켜가며 산다는 자부심을 가진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는 기대로.(현실은 전혀 이러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별로 시간이 들지 않지만.) 

 

소설이다. 소설인데 소설 같지 않다. 실제로 이런 곳에 이런 책방이 있는 것만 같다. 책방 주인 나탈리도 당연히 책을 사러 오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고. 이 책이 아주 유명해진다면, 글쎄, 위제라는 곳에 이 책방이 실제로 생길지도. 책방 하나 보겠다고 관광객이 모이는 시절이기도 하니, 코로나19 상황만 잘 넘긴다면 불가능한 기대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책방 주인 나탈리는 누구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문학 교사였는데 그만두고 위제라는 관광도시의 광장 한 곳에 있던 책방을 인수한다. 그리고는 맞이하는 손님들과 책으로 인연을 맺고 그 사연을 이야기로 전한다. 나탈리는 자신이 읽은 책을 바탕으로 손님의 각 사정에 맞는 책을 소개해 주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실제로 이런 서점 주인이 있다면 나도 만나 보러 가고 싶을 것 같다. 

 

소설은 모두 10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탈리가 한 장을 차지하고 있고 9명의 손님이 또다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 서점의 손님 중 한 명이 되어 나탈리로부터 도움말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것만 같다. 어떤 책을 읽고 있는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가 하는 것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 준다는 나탈리의 말에도 퍽 공감이 되었고.

 

소설 속에서 언급한 수많은 책들의 정보를 소설 마지막에 한데 실어 놓았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출간되지 않은 책들도 있지만 이미 나와 있는 책들이 낯익은 제목이거나 읽은 책일 경우에는 반갑기도 했다. 책으로 위제의 책방 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랄까, 책방을 소재로 삼은 소설 중에는 아주 인상적이었다는 소감을 남겨 두고 싶다. 

 

21

나는 책장에 인쇄된 단어들을 좋아한다. 단어의 의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회색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리듬을 좋아한다. 각 단어 사이의 늘 똑같은 여백은 옆 사람의 발을 밟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숨 쉴 수 있는 정중한 거리를 보장해준다. 만일 우리가 책장에 새겨진 단어들과 같다면, 친절함이 퍼져나갈 수 있는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38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풍요롭고 깊이 있고 웅장하다. 그 흐름 속에 인간의 가장 내면적인 생각이 모두 담겨 있다. 마치 큰 강 한가운데 있는 섬에 멈춘 것처럼 우리는 책을 읽다가 한 단어, 한 문장 앞에서 멈출 수 있다. 

 

50

나는 이야기에 향기를 입힐 줄 아는 작가, 단어를 통해서 내 피부를 살짝 건드리거나 무겁게 짓누를 수 있는 작가를 좋아한다.

 

61

우리가 끝까지 다 읽긴 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하게 되는 책은 대개 우리를 각자의 블랙홀에 빠지게 만드는 책들이다. 

 

93

책은 향신료와 같다. 책은 일상의 맛을 돋운다. 우리를 평범한 일상으로 돌려보냄으로써가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삶 속에서 기쁨, 사랑, 평화, 모험에 대한 욕구를 계발할 수 있는 공간을 찾도록 함으로써. 

 

263

즐거움을 누릴 기회를 찾으려면 그것이 싹틀 수 있는 장소, 시간, 사람을 발견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황과 관계들 속에서 즐거움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즐거움을 누리고 유지하고 키우고 나누는 것이 가능해진다.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파워문화리뷰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모* | 2020.02.05

독서가 자신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을까? 음 책을 읽기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전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계기가 되어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진작 읽었더라면 지금과 다른 모습이지 않았을까? 라는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물론, 더 성공한 삶을 말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달라졌을 모습을 의미한다). 오늘 만난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은 파리에 살았지만 숨막히는 그곳을 떠난 남부의 작은 마을 위제에서 서점을 운영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마치, 저자는 주인공인 나탈리를 통해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 같았는데 배경이 실제로 저자가 살고 있는 지역이다보니 더욱 이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

 

소설은 각각의 단편에 나탈리와 가족을 제외하곤 등장인물이 다르게 등장한다. 먼저, 엄마에게 고전소설만을 강제로 선물을 받는 클로에, 아내와 딸을 암으로 잃어 순례자길을 걷는 자크,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필립, 외국인으로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레일라, 가족을 배신하고 다른 여자에게 가버린 아버지를 용서못하는 바스티앙, 외인부대에 복무했으나 사고로 눈을 잃은 타릭, 캘서의 서 라는 책 안에 있는 작품을 완성해보려는 수녀, 배우가 꿈이지만 우체부를 하는 아르튀르 그리고 자신보다 남편을 위해 사는 솔랑즈. 이들 모두는 각각의 이야기로 등장하지만 하나같이 나탈리가 겪고 있는 감정들과 연결 되어 있다.

 

성인이 된 아들과 딸을 두었는데 딸과는 거리가 있어 늘 고민인 나탈리는 이들을 만나면서 서서히 딸과의 거리를 좁히고, 때론 부부라는 굴레에 한쪽에 너무 치우치다보면 결국 서로가 힘들어지는 것을 알기에 각자의 시간을 두어야 함을 더 나아가 독립적인 부분도 필요하다는 것을 솔랑즈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공감이 되는 문장이 많았다. 소설인데 에세이 처럼 다가왔었는데 특히, 눈을 잃은 군인의 이야기는 더 이상 삶이 보이지 않았을 때 나탈리가 읽어 준 책으로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다.

 

빈 공란에 글이 써지면 사람은 그 단어에 따라 감정이 움직인다. 독서가 최고의 치유라고 하는 것은 아마 이런 것을 말하기 때문일 것이다. 때론 책은 자신과 닮은 삶을 보여줄 때가 있어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비록 소설이지만) 그 결과에 따라 독자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즉,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는 거다. 우체부였던 아르튀르는 홀로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를 도와주기 위해 자신의 꿈을 접었었다. 상대방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떤 말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나탈리는 말 대신 책을 소개하면서 자신이 변화하기를 기다렸고, 아르튀르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을 했다. 어쩌면 안될거라고 생각했던 불안한 미래가 오히려 도전 하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현재가 된 모습을 보면 주저하는 것보다 도전하는 건 원하는 방향이 아니도 분명 현재보다 나은길로  인도하는 것은 확실하다.

 

나는 책장에 인쇄된 단어들을 좋아한다. 단어의 의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회색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리듬을 좋아한다. 각 단어 사이의 늘 똑같은 여백은 옆 사람의 발을 밟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숨 쉴 수 있는 정중한 거리르 보장해준다. 만일 우리가 책장에 새겨진 단어들과 같다면, 친절함 퍼져나갈 수 있는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책을 선물하고 이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소설일지라도 부러웠다. 나탈리는 파리에서 신경쇠약까지는 아니어도 평온한 일상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랬는데 위제에서 서점 주인이 되면서 타인의 고통을 만나고 책을 통해 위로와 힘을 주었던 일상이 자신에게도 치유가 되었다. 책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한데 사람은 자신과 맞는 아니, 어쩌면 벗어나고 싶은 충동에 관련된 책을 보게 된다. 솔랑즈가(남편에 너무 헌신적이어서 자신도 모르게 정신적 피로가 쌓여있었다)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책을 읽고 나서 문득 떠오른 문장이 있는데 '독서는 수학과 같다'. 수학 천재가 아닌 이상 기초부터 배워야 하는데 독서 역시 그렇다. 누구든 독서는 쉽게 시작을 해야하고 점점 견해가 넓혀지면서 더 넓은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다. 마치 어려운 수학을 푸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뒷장에는 소설에 나온 책들을 소개하는데 국내 출간작이 있고 미출간 작품도 있다. 한 두권 정도는 읽었던거 같은데 당시 어렵는 생각만 했었는데,  지금 다시 본다면 그때와 다른 느낌이 들것만 같았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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