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한화택 저
태어날 때부터 내게 '엄마'였던 '엄마'와 그런 엄마의 '딸'로 태어난 '나'
요 몇년동안 엄마와 나는 그동안 꾹꾹 눌러 참거나 내색하지 않으며 나누지 못했던 감정들을 그 어느때보다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아픈 엄마를 상대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었.다. 아니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여러 책에서 일러준 대로 선도 그어보고 심리적 거리라는 것도 두어보려 무던히도 애썼으나 여지없이 실패, 실패, 실패. 완전한 나의 패.배였다. 감정싸움에서, 그것도 엄마를 상대로 이기고 지고 잘잘못을 따질 게 무에 있겠냐만은 물리적 거리두기를 하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같았기 때문이다. 엄마랑 사사건건 부딪히는 게 싫어서 한때 정말 도망쳐버릴까...도 심각하게 고려했었다. 아직 그런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엄마의 도발(온갖 부정적인 말말말)에 언제 또 그런 마음이 들지도 모르지만-지금은 아... 내가 짜증내고 있구나. 화를 내고 있구나... 등 순간순간의 감정을 알아차리며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며 엄마의 말에 즉각 반응하는 걸 단 몇 초만이라도 최대한 멈추고 피하다보니 어느새 조금은 견딜만해졌다.
그 과정에서 내가 느낀 점을 읊어보면...
1. 엄마는 내가 아무리 말해도 절대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2. 엄마는 늘 나를 도발하는 건 아니며 내가 즉각 반응했을 때 더 크게 도발한다.
3. 엄마는 허리가 아픈 탓에 움직이면 통증이 심해져서 그럴 때마다 부정적인 감정(짜증)이 터져나온다.
4. 엄마는 아픈 탓에 집에 있을 때조차도 자잘한 심부름을 나에게 거의 다 시키며 이를 하지 않을 때 나를 도발한다.
5. 엄마는 내 걱정을 하고 맛있는 걸 먹이고 싶어하며 가끔은 정말 나를 '사랑'하는 것 같다.
→ 이것도 지금부터 만나볼 이 책에 의하면 자신의 말을 듣게 하기 위한 일시적인 걸 수도 있다니 어쩐지 무섭게도 느껴지지만, 아프기전엔 최대한 나에게 심부름이나 그리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았던 엄마이기에 어쩐지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판단은 각자의 몫이니까.)
문제는 안쓰러운 마음에 엄마가 시키는 걸 하다보면 끝이 없고 엄마의 마음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까닭에 의욕을 잃고 지쳐버린 나머지 아까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는, 욱-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게 도돌이표처럼 엄마와 나의 관계를 계속 악화시켰었는데 얼마 전에 읽은, 지금부터 만나보게될 이 책을 통해 그런 나의 감정이 무엇이고 엄마의 심리는 어떤 것인지 명료하게 알 수 있었다.
엄마와 딸의 관계를 바꾸는 사회심리학
<나는 나, 엄마는 엄마>
같은 여성이면서 엄마가 딸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 나아가 딸에게 상처주는 이유는 뭘까.(p144)
저자는 이 물음에 모녀 관계 강좌나 상담을 통해서 만난 여성들이 들려준 실제 사례를 조합해 만들어진, 가공의 여러 유형의 엄마를 통해 저마다 다다를 수밖에 없는 엄마와 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그런 갈등관계를 겪는 당사자이면서도 관찰자의 입장이 되어 여러 모녀의 이야기를 소설처럼, 다큐처럼 지켜볼 수 있게 해주었다. 관찰자로 지켜보니 감정적이기보단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내용을 받아들이고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정말 공감갔고 여러모로 알찬 도움이 되는 문장을 살펴보면...
딸 스스로 엄마와 관계 맺는 방식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p20
여성은 동성으로서 엄마를 이해하고 돌봐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p23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만이 모녀 관계에서 비롯되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다. 감정에 솔직해지는 일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p24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무심코 부탁을 들어주려는 자기 자신'임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p57
딸들은 엄마와의 관계에서 사랑과 그리움, 짜증과 분노, 초조함과 불쾌함, 죄책감과 인정 욕구 등 복잡다단한 감정을 느낀다. p127
엄마를 이해하려는 작업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모녀 관계의 멍에(옭아매는 것, 자유를 방해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p141
불쾌함을 느끼면서도 어떻게든 엄마가 하는 말의 의미를 헤아리려 노력하는 딸도 있고, '어떻게 하면 엄마는 내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딸도 있다. p145
그리고 지금의 나의 상황과 대입해 귀담아 들을 만한 조언도 있었다.
상대의 언행에 수반돼 반쯤 자동으로 나온느 말을 나는 '반응 언어'라고 부른다.
'반응 언어'에는 의미가 없다.
마치 배 부분을 누르면 말을 하는 인형처럼, 아이의 행동을 봤을 때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말이다. 부족함을 찾아내려고 온 신경을 집중한 상태에서 나오는 말은 당연히 부정적이다. p208
반응 언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불쾌해서 흘려듣기 힘든 사람은 자신이 엄마에게 어떻게 항의하는지 되짚어보기 바란다. p208
반응 언어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지적한 다음 확인하거나 제대로 화를 내는 것이다. p209
자신이 부모임을 어필하는 것 이외에 아무런 목적이 없는 반응 언어는 다른 사람이 강렬하게 불쾌감을 표명해도 이를 무시하고 계속 표현될 만큼의 의미도, 힘도 없다. p210
심각한 갈등 상황에 놓인 딸은 엄마에 대한 분노에 사로잡히기도 하는데, 엄마의 눈에는 딸의 분노가 딸의 나약함 또는 미숙함으로 비친다. 이 분노나 공격은 근거 없는 화풀이로 여겨지고, 엄마는 미숙한 딸을 어떻게든 돌봐야 한다고 생각해 결과적으로 더욱더 딸에게 집착한다.
이때 엄마가 보내는 메시지는 이렇다.
"어른이 돼. 내가 말한 대로 하는 어른이." p214
갈등이 없다면 괜찮지만 불만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짊어진 역할을 내려놓기를 권한다. p223~224
간섭이 심한 사람은 조심스레 그은 경계선 따위는 가볍게 뛰어넘기 때문에 경계선을 그을 때는 '여기까지'라고 확실하고 분명하며 명확하게 그어야 한다. p229
한 귀로 흘려듣고 입 다물기 p241
또 이 세상 모든 엄마에게 들려주고픈 말도 있는데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자신의 권리를 침해 당했을 때 민감하게 반응하는 딸로 키우려면 심부름 등으로 딸이 하고 있던 일을 중단시키거나 갖고 싶은 것을 참게 하는 등 딸에게 타자 우선 훈련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사정에 맞춰 참기만 하면 참는 행위가 당연해져 버린다. p266
이밖에도 너무나도 공감가고 마음에 쏙쏙 와닿는 문장과 내용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책을 통해 이미 꽤 접한 편이라 사실 이 책을 읽기가 망설여지긴 했지만 '태도에 관하여'를 인상깊게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된 임경선 작가의 추천사를 읽고는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졌다.
정말 만나보길 잘한 게 이 책의 띠지 문구처럼 '답답했던 속이 진짜 시원하게 뻥 뚫리는 느낌'이 마구마구 들었다.
물론 대부분의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책과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여타의 책과 다르게 느낀 점은 이러저러하니까 엄마를 많이 이해해줘야 해...였다면 이 책에선 그런 엄마를 최선을 다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도 꼭 반드시 이해하라고 하기보단 내 삶이, 내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점에서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반응 언어'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딸이었는데 왜 그런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를 알고 요며칠 엄마와의 관계를 나름 재정립해보면서 왠지 모를 자신감도 생겼다.
오래도록 엄마와의 관계로 고통 받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해주고픈 책이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지금보다 더 잘 이해하고 여태 몰랐던 혹은 외면해왔던 사실들을 마주보게 해 오히려 둘 사이를 나름 돈독하게 해줄 지도 모른다. 뜨끔해질 엄마들도 많겠지만 이 책은 엄마도, 딸도 꼭 만나보면 좋겠다.
내가 즐겁고 행복해야한다. 엄마와의 관계를 떠나...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의 가장 큰 의무는 자기 자신의 인생을 완수하는 것이다. p243
누가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인생이다. 딸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엄마들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소중한 사람과 함께여도 인생엔 반드시 혼자 짊어져야할 몫도 있는 법이다.
무엇을 얻어갈 것인가.
선물용으로 구매했습니다.
딸의 위치에서 모녀간에 생길 수 있는 갈등을 풀어낸 책, 나는 나, 엄마는 엄마.
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아이를 낳아도 엄마가 되어도 나는 나답게 살아야해!" 그런 류의 책인줄 알았는데 상세내용을 들여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모녀간에 생길 수 있는 갈등을 하나 둘 풀어낸 그런 책.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이런 갈등이 일어나고 있지만 좀처럼 물 위로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이 이를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나와서 사는 것을 선택했듯 갈등 자체를 해소하지 않고 이렇게 피해버리는
소극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착한 딸 컴플렉스가 있는 것이 아닌데도 우리는 그 인연을 쉽게 끊어 내거나 모진말을 제대로 내뱉지 못한다.
그래도 가족이니까, 그래도 엄마니까 하는 생각들이 계속해서 떠오르니까.
우리는 가끔, 배은망덕 하기도 해야하고 안되는건 안되는 거라고 단념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경계선긋기. 예를 들어 책에 등장하는 딸은 엄마의 집착에 힘들어 했는데, 모든걸 딸에게 묻고 딸의 뜻에 따르며
딸에게 아주 사소한 것까지 전화걸어 부탁하는 엄마에게 시달리다 매주 월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를 둘이 만나 그것들을 해결하는
시간으로 정했다. 처음에는 잘 안되다가도 지속적으로 노력하자 엄마 쪽에서도 딸과 함께 하는건 월요일 오전 8시 ~ 오후 3시에
하면된다하는 생각이 자리잡았다고 한다.
뭔가 좀 거꾸로 애를 가르치는 느낌이지만... 방법은 마음에 안들어도 효과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관계 정리도나 심리를 설명한 부분들이 전혀 어렵지 않게 쓰여있어
생각보다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