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 30년, 시인이 들려주는 인생 처방 우화들
“류시화 시인은 인도의 우화와 이야기를 어쩌면 인도인들보다 더 많이 알고 더 깊이 이해한다.”
-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인도대사)
이 책은 시인이 생의 절반을 인도를 여행하며 읽고 들은 우화와 설화, 신화, 그리고 실화를 담고 있다. 그는 이 우화와 이야기들을 통해 삶을 이해하고, 세상을 받아들이며, 이야기로써 진리에 다가가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한 권의 책을 읽다가 여러 번 덮고 생각에 잠긴다면 그 독서는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자아 성찰의 기회이다. 물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황금률이 ‘황금을 가진 자가 규칙을 정한다.’의 의미이다. 그러나 우화의 세계에서는 왕과 부자도 등장하지만 그들은 대개 바보일 뿐이다. 우화의 세계에서 황금률은 ‘지혜를 가진 자가 규칙을 정한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이 이야기들을 갠지스 강가나 히말라야에서 인도의 현자에게 듣듯이 삶의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음미하기 바란다. 이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미소 짓게 되기를, 각각의 이야기들이 당신의 선한 의지와 지혜를 일깨워 당신이 행복하게 되기를, 이야기들의 주인공이 당신이 되기를.”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곳에서 다시 시작하라
날지 않는 매를 날게 하는 법
악기 하나만 있어도 세상은 음악이 된다……
100편의 인생 처방 우화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밤에 돌들이 깔린 길을 여행하고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돌을 줍는 사람은 누구든 후회할 것이고 돌을 줍지 않아도 후회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돌을 줍든 줍지 않든 후회할 것이라니! 그래서 어떤 이들은 돌을 주웠고 또 어떤 이들은 줍지 않았다. 아침에 집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돌이 보석으로 변해 있는 것을 보았다. 돌을 줍지 않은 사람들은 줍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돌을 주운 사람들은 더 줍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마술적인 이야기꾼들, 현명한 조언자와 어리석은 왕, 잘난 체하는 학자, 성자와 도둑, 인간과 동물이 교대로 개인기를 뽐내는 보석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삶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읽는 우화들
우화를 읽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며 삶의 진실에 다가가는 일이다. 고뇌나 추구 없이 자기 생각을 주장하는 것만큼 미심쩍은 일은 없다. 우화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을 아는 것이 시작이며 거기에 끝은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현실에서는 종종 악행이 칭찬받고 선행이 바보짓으로 취급되지만, 우화 속에서는 솔직함이 지위를 이기고 겸손이 자만을 이긴다. 인간의 사고를 이해하기 위해 인류학자들처럼 화석이나 토기 조각을 연구할 수도 있지만, 우화와 이야기를 읽는 것도 그 못지않게 의미 있는 일이다.
진리에 이야기의 옷을 입힌 것이 인도에서 온 이야기들의 특징이다. 대양 근처에 사는 이는 물고기를 잡을 것이고, 언어는 그런 상징들로 가득할 것이다. 농부라면 농부다운 비유를 사용할 것이다. 고대부터 명상과 요가로 인간과 삶의 비밀을 탐구해 온 인도인들은 진리에 관한 독특한 담론을 가지고 있다. 저자가 엄선한, 시대를 초월한 100편의 우화와 이야기들이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우화의 기원이 고대 인도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인도는 우화와 이야기들의 나라이다. 자신을 독서가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에 실린 우화와 이야기들 중에 처음 접하는 내용이 많아 놀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류시화’라는 저자명은 이제 독자들에게 특정한 스타일과 그만의 주제가 떠오르게 한다. ‘인도의 우화와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는 무엇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를 가장 잘 아는 작가이다. 대서사시 『마하바라타』 속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라마야나』의 ‘내일로 미루지 말 것’과 ‘용서’를, 신화에서부터 실화까지를 정성스럽게 들려준다.
“한번은 호박벌이 날아다니다가 열려 있는 꿀단지를 보았다. 흥분한 벌은 꿀단지에 뛰어들어 한껏 꿀을 맛보았다. 꿀단지 밖으로 날아가면서 그 벌은 다른 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었고, 그 과정에서 몇 방울의 꿀이 그의 입에서 다른 모든 벌들에게 튀기 시작했다. 다른 벌들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벌들은 그저 한 마리 벌의 열정과 행동 때문에 꿀을 얻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있을 때 그것을 모든 사람과 나누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그 호박벌이고 싶다. 꿀단지처럼 생긴 내 서재 안에서, 인도의 오래된 책방에서 얼굴을 파묻고 음미한 많은 이야기를, 입에서 달콤한 꿀방울들을 튀기듯이 즐겁게 들려주고 싶다. 그것이 작가라는 호박벌들의 부단한 역할일 테니.”
- 작가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