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정도 말하고 싶습니다. 덧없을 수도 있지만 아름다운 사랑, 오버론이 시동을 양도받기 위해 티타니아의 눈꺼풀에 팬지꽃을 바르고 했던 표현. 그리고 반어적 표현들, '지루하고 짧은 연극. 매우 비극적인 희극', '악취나는 달콤한 꽃들은--' 등입니다.
≪한 여름 밤의 꿈≫을 읽고, 사랑, 인생, 그 모든 것이 '단지 꿈에 불과한 나약하고 실없는 이야기'지만 실망하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의미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라이샌더와 디미트리어스가 허미아를 사랑했는데, 요정의 장난으로 둘다 헬레나를 사랑하게 되니, 정작 헬레나 본인은 놀림받는다고 폴짝폴짝 미쳐 날뛰는데요. 사랑받던 허미아는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의 장난인가 싶은데요. 이 모든 것이 한낱 하룻밤 꿈이었고, 사랑의 묘약이 그 역할을 다하고 꿈에서 깨면 옛 사랑의 눈을 회복하게 되어 행복한 결말을 줍니다. '사랑이 볼품없고' 별 것 아닌 '것들을 근사한 모습으로 바꿔' 놓는다니 우리도 우리의 눈을 마음을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허미아는 아버지가 자기 눈으로 남편감을 봐주기를 바라지만 시시어스는 허미아의 눈이 아버지의 판단력으로 봐야 한다고, 라이샌더와의 결혼을 거절한다면 죽든가, 아니면 영원히 사람들과의 친교를 저버리든가, 수녀원, 독신의 맹세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욕하는 부분이 고급지고 기억에 남아요. 고양이, 진드기처럼, 사기꾼, 사랑도둑, 가증스러운, 난쟁이같은 등.
그리고 오버론이 팬지꽃의 즙을 잠자는 티타니아의 눈꺼풀에 바르면서 하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깨어나서 보게 되는 (바로 옆의) 것이 사자든 곰이든 늑대든 황소든, 참견하는 원숭이든 사족을 못 쓰고 쫓아 다니게 될 것'이고 '진실한 사랑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고 그것과 사랑에 빠져 애간장이 탈것이라고. 그것이 오소리든, 고양이든, 곰이든, 표범이든, 아니면 쭈뼛 털이 선 멧돼지가 되었든 간에 당신의 사랑이 될 것이오. 흉측한 것이 옆에 있을 때 깨어나시오.' 할 때 이 구체적인 단어의 언급.
끝으로 '슬픈 희극' 같은 표현, 언어의 유희입니다. 보텀이 마법 같은 꿈에서 깼을 때 한 말, '희안한 꿈. 인간의 지식으로는 무슨 꿈인지 말할 수 없는 꿈을 꿨다고,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 인간의 눈은 듣지 못했고, 인간의 귀는 보지 못했으며, 손 맛볼 수 없으며, 혀 생각할 수 없고, 심장은 전할 수도 없지.'라고 말했지요. 뜨거운 얼음이며 희한하게 검은 눈, 이런 부조화, 반어법 말입니다. 그리고 퀸스가 연극 서두에서 '관객을 언짢게 해드린다면, 그것은 선의에서 그리된 것이라고 했어요. 듣는 관객들의 반응도 하나같이 날카롭고 친절했어요. '머리 쓰는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아테네에서 일하는 손이 거친 자들이 연극 준비로 사용한 적이 없는 자신들의 기억력을 혹사시켰다, 힘들게 암기하고 극도로 고생한 그들의 노력과 아랫 사람들이 충성심을 다하다 죽게 되는 것'까지 우려하더군요.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꽃 향기나는 덩쿨 숲속에서 피치스톤 맡으며 낮잠을 누리고 싶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