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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사랑의 박물관

헤더 로즈 저/황가한 | 한겨레출판 | 2020년 1월 29일 한줄평 총점 8.0 (2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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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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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세계적인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에게서 영감을 받아 쓴 ‘예술’, ‘사랑’, ‘슬픔’, ‘인생’에 대한 따듯한 명상 같은 소설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이 출간되었다.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헤더 로즈의 장편소설로, 작가는 이미 수백 년 전부터 글의 소재로 사랑받아온 ‘예술’과 ‘사랑’이란 보편적인 주제를 흥미로운 인물들과 예술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통해 시적이면서도 사려 깊고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소설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2010년 MoMA에서 했던 유명한 행위예술 공연 [예술가와 마주하다]를 중심으로, 영화음악 작곡가 아키 레빈이 예술을 통해 삶의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키 레빈을 중심으로 한 여러 인물의 인생 이야기와 아브라모비치를 중심으로 한 예술 이야기는 소설 내내 교차하며 ‘예술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건넨다.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은 2017년 한 해 동안 스텔라상, NSW 프리미어스상, 마거릿 스콧상을 수상했고, 오스트레일리아 문학 연구회 금메달 최종 후보와 퀸즐랜드 대학교 소설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2018년 12월에는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에 꼽히기도 했다.

작가 헤더 로즈는 실제로 2010년 뉴욕 MoMA에서 [예술가와 마주하다] 공연을 관람했다. 네 번이나 의자에 앉았고, 3주 동안 매일 공연을 지켜봤다. 소설에서 제인이 그랬듯이 관람객들을 인터뷰하고 정보를 모으며, 아브라모비치에게서 영감을 받은 허구의 인물을 창조하려던 계획을 틀어 진짜 아브라모비치를 등장시키자고 마음먹는다. 결국,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션 켈리 화랑에 편지를 보내 ‘완전한 창작의 자유를 허락한다’는 아브라모비치의 답변을 받는다. 그렇게 해서 아키 레빈이 사랑을 되찾아가는 이야기이자, 뉴욕 예술계에 관한 재미있고 독창적인 이야기이며, 무엇보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놀라운 삶에 대한 짧은 전기이기도 한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이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가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게 단순히 ‘예술’만은 아니다. 광고 회사를 운영하고 세 아이를 키우면서 자투리 시간에만 집필을 할 수 있었던 작가는 자신의 삶 안에 있던 예술을 포착해내어, 여성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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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2부
3부
4부
5부
6부
7부
감사의 말
작가의 말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2명)

저 : 헤더 로즈 (Heather Rose)
헤더 로즈는 1964년 호주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작품 세계는 성인 순수문학, 아동문학, 판타지/SF와 추리소설을 넘나들며, 2006년에 대빗상(Davitt Award)을 수상했고, 니타 B 키블상(Nita B Kibble Award)과 오렐리스상(The Aurealis Awards) 최종 후보에, 더블린 임팩 문학상[현 국제 더블린 문학상(International Dublin Literary Award)]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또 엘리너 다크 펠로십(Eleanor Dark Fellowship)을 받았고, 2012년~2013년에 태즈메이니아섬 호바트에 위치한 MONA의 1대 주... 헤더 로즈는 1964년 호주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작품 세계는 성인 순수문학, 아동문학, 판타지/SF와 추리소설을 넘나들며, 2006년에 대빗상(Davitt Award)을 수상했고, 니타 B 키블상(Nita B Kibble Award)과 오렐리스상(The Aurealis Awards) 최종 후보에, 더블린 임팩 문학상[현 국제 더블린 문학상(International Dublin Literary Award)]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또 엘리너 다크 펠로십(Eleanor Dark Fellowship)을 받았고, 2012년~2013년에 태즈메이니아섬 호바트에 위치한 MONA의 1대 주재 작가로 있었다. 현재, 태즈메이니아섬에 있는 바닷가에 살고 있다.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은 그녀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이다. 전작으로는 『하얀 심장(White Heart)』(1999), 『나비 인간(The Butterfly Man)』(2005), 『강의 아내(The River Wife)』(2009)가 있으며, 대니엘 우드와 함께 앤젤리카 뱅크스라는 필명으로 동화 ‘튜즈데이 맥길리커디(Tuesday McGillycuddy) 시리즈’를 쓰고 있기도 하다. 이 시리즈 작품으로는 『우연한 발견(Finding Serendipity)』(2013), 『화요일 없는 일주일(A WeekWithout Tuesday)』(2015), 『블루베리 팬케이크여 영원하라(Blueberry Pancakes Forever)』(2016)가 있다.
역 : 황가한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언론정보학을 복수전공 한 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번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 『보라색 히비스커스』(2019 올해의 청소년 교양 도서), 『아메리카나』, 『제로 K』,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2018 세종도서 교양 부문), 『엄마는 페미니스트』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언론정보학을 복수전공 한 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번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 『보라색 히비스커스』(2019 올해의 청소년 교양 도서), 『아메리카나』, 『제로 K』,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2018 세종도서 교양 부문), 『엄마는 페미니스트』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2017 스텔라상 수상
2017 NSW 프리미어스상 수상
2018년 12월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

세계적인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에게서 영감을 받아 쓴
예술, 사랑, 슬픔, 인생에 대한 따듯한 명상 같은 소설


세계적인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에게서 영감을 받아 쓴 ‘예술’, ‘사랑’, ‘슬픔’, ‘인생’에 대한 따듯한 명상 같은 소설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이 출간되었다.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헤더 로즈의 장편소설로, 작가는 이미 수백 년 전부터 글의 소재로 사랑받아온 ‘예술’과 ‘사랑’이란 보편적인 주제를 흥미로운 인물들과 예술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통해 시적이면서도 사려 깊고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소설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2010년 MoMA에서 했던 유명한 행위예술 공연 [예술가와 마주하다]를 중심으로, 영화음악 작곡가 아키 레빈이 예술을 통해 삶의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키 레빈을 중심으로 한 여러 인물의 인생 이야기와 아브라모비치를 중심으로 한 예술 이야기는 소설 내내 교차하며 ‘예술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건넨다.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은 2017년 한 해 동안 스텔라상, NSW 프리미어스상, 마거릿 스콧상을 수상했고, 오스트레일리아 문학 연구회 금메달 최종 후보와 퀸즐랜드 대학교 소설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2018년 12월에는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에 꼽히기도 했다.

작가 헤더 로즈는 실제로 2010년 뉴욕 MoMA에서 [예술가와 마주하다] 공연을 관람했다. 네 번이나 의자에 앉았고, 3주 동안 매일 공연을 지켜봤다. 소설에서 제인이 그랬듯이 관람객들을 인터뷰하고 정보를 모으며, 아브라모비치에게서 영감을 받은 허구의 인물을 창조하려던 계획을 틀어 진짜 아브라모비치를 등장시키자고 마음먹는다. 결국,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션 켈리 화랑에 편지를 보내 ‘완전한 창작의 자유를 허락한다’는 아브라모비치의 답변을 받는다. 그렇게 해서 아키 레빈이 사랑을 되찾아가는 이야기이자, 뉴욕 예술계에 관한 재미있고 독창적인 이야기이며, 무엇보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놀라운 삶에 대한 짧은 전기이기도 한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이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가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게 단순히 ‘예술’만은 아니다. 광고 회사를 운영하고 세 아이를 키우면서 자투리 시간에만 집필을 할 수 있었던 작가는 자신의 삶 안에 있던 예술을 포착해내어, 여성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나는 엄청난 재능을 타고난 젊은 여자들을 봐왔다. 겨우 스무 살의 소포니스바 앙귀솔라, 같은 나이의 카타리나 판헤메선, 불과 열세 살의 클라라 페이터르스. 전부 1600년 이전에 태어났다. 누군지 모른다면 이들의 그림을 찾아보라. 세 사람에게는 그들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진가를 극찬한 아버지가 있었다. 또한 재능이 있는데도, 살림을 하고 아내 노릇을 하고 자녀를 키우는 삶을 살 거라는 주위의 기대에 굴복한 어머니가 있었다. 너무 많은 여자들이 물감, 팔레트, 캔버스, 잉크, 학비, 종이, 시간을 제공받지 못했고 스스로 구할 수도 없었다. _본문 중에서

‘옮긴이의 말’에서 소개된 작가의 인터뷰는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을 페미니즘적 시각에서도 읽을 수 있게끔 돕는다.

“이 사회는 남성 작가보다 여성 작가가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더 힘든지를 과소평가한다. 엄마이자 아내인 여성이 홀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든 일이다. 책을 쓸 때 남성 작가와 여성 작가는 똑같이 열심히 일하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다른 일에 빼앗기는 시간이 많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 마주하기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MoMA에서 보여줬던 방식 그대로 독자와 소통한다. [예술가와 마주하다]가 조건 없는 만남이자 응시이고 경청이었듯이, 소설을 읽는 누구라도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 마주할 수 있다. 아키 레빈이 그랬듯이, 브리티카가 그랬듯이 용기를 내어 마리나의 맞은편에 앉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곧 마리나가 건네는 말소리가 들려올 테니까.

“당신은 아주 중요한 것을 잊었어요.” _본문 중에서

예술은 멈추지 않아요, 마리나는 그렇게 말했었다. 예술은 5시가 되면 “이제 됐어. 하루 일과가 끝났으니 가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저녁 메뉴에 대해서나 생각해”라고 말하지 않아요. 예술은 항상 거기 있어요. 채소를 썰 때도, 친구랑 얘기할 때도, 신문을 읽을 때도, 음악을 들을 때도, 파티를 할 때도. 항상 거기에서 제안을 하고, 내가 가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를 하길 바라죠. 내가 굉장한 걸 상상하고, 관객과 교감하고, 기(氣)를 사용하고, 기를 찾길 바라요. 예술은 내가 준비됐을 때 준비되어 있지 않고, 내가 원할 때 오지 않고, 내가 지쳤을 때 떠나지 않아요. 언제나 느긋하죠. 자주 늦거나 느리고 내가 생각한 게 아닐 때도 많아요. _본문 중에서

그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우리는 그제야 마리나와 함께 예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마리나가 보는 것을 바라볼 수 있다. 각각 빨간 옷과 파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작별하기 위해 90일 동안 만리장성의 양 끝에서 걸어와 만난 후 포옹하고 각자의 길을 떠났던 [연인들]의 진짜 마지막을 지켜볼 수 있다.

그가 거기, 그녀 앞에 있었다, 그의 얼굴, 사랑하는 그의 얼굴, 그가 미소 짓고 있었고, 그녀는 그를 안고 싶었다, 그가 안아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러는 대신 그녀는 손을 내밀었고 그들은 손끝을 잠시 맞잡았다. 피부와 피부가 마지막으로 그렇게 닿았다. 그러고 나서 그는 그녀를 너무도 짧게, 너무도 형식적으로 포옹했다. (…) 그녀는 그의 눈에서, 웃음에서, 스태프와 농담하는 모습에서, 이것이 그에게는 퍼포먼스였음을 보았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떠났던 것이다. 그녀는 진심이었는데. _본문 중에서

시간이 화폐인 뉴욕 사람들이 마리나와 앉기 위해 몰려드는 장면을, 그게 진짜 어떤 의미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우리가 왜 예술을 사랑하는지, 왜 예술을 공부하는지. 왜 예술에 헌신하는지 같은 것을. 그리고 그 마지막의 마지막에서 우리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게 된다. 조해진 소설가의 말처럼 우리가 ‘그 목소리를 듣는 한 우리는 모두 예술가일 것이며, 우리의 삶은 저마다의 고유한 역사와 사랑이 아카이빙된 박물관이 될 것’이다.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은 예술, 사랑, 슬픔, 인생에 대한 따듯한 명상이다. _온라인 여성지 [버슬]

종이책 회원 리뷰 (1건)

구매 예술,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 :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p*********s | 2020.06.04

도대체 예술은 무엇일까.

유고슬라비아 출생 행위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예술가와 마주하다> 퍼포먼스를 보고 처음 떠올린 생각이다. 테이블 건너편의 예술가와 마주 앉아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눈을 응시하는 이 퍼포먼스에서 도대체 무슨 의미를 읽을 수 있는 걸까. 사람들은 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를 행위 예술의 대모라고 부르며, 그 의자에 앉기 위해 MoMA(뉴욕현대미술관)에서 밤을 새우며 줄을 서는 걸까. 또 왜 급기야 눈물까지 흘리는 걸까. 온통 의문 투성이었다. 현대 예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함에 약간의 자괴감마저 들 지경이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이야기를 다룬 오스트레일리아의 소설가 헤더 로즈의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이라는 소설을 통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저마다 상실의 아픔을 가진 이 소설 속 주요인물들이 나 대신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맞은편 의자에 앉아주었기 때문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마리나의 눈을 응시하는 동안 의자에 앉아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아무 말도, 아무 행위도 할 수가 없다. 그 순간에는 단지 나 자신과 나를 쳐다보고 있는 마리나의 눈동자만 존재할 뿐이다. 그들은 절대적으로 고독한 그 순간에 내면의 세계로 침잠하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영화 음악가 아키 레빈은 의자에 앉아 그의 내면을 통해 아내를 만난다. 건축가로서 이름을 날리던 아내 리디아는 혈액 암에 걸려 요양 시설에 들어갔고, 심지어 변호사를 통해 남편의 접근마저 금지 시켰다. 레빈의 창작 활동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레빈은 아내의 처사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아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그가 과연 창작 활동에 안 좋은 영향을 받으면서까지 아내를 간호할 수 있을지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서 예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아내이고, 사랑한다면 옆에 있어주어야 하는 것임을 깨닫고 요양원으로 향한다.


미술 비평가이자 방송 진행자인 힐라야스는 의자에 앉아 스키 사고로 죽은 남편을 본다. 성적 매력을 느끼는 방송 진행 파트너 아널드 키블과 몰래 만나고 있지만, 자신이 정말 사랑했던 남자는 남편 톰뿐임을 깨닫는다. 그녀의 삶은 명성과 섹스가 가득하지만, 정작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상대는 없어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힐라야스의 오만한 파트너 아널드 키블 또한 의자에 앉는다. 그는 아내 이저벨을 두고 힐라야스에게 심하게 끌리고 있다. 그는 의자에 앉아 자신도 모를 눈물 한 방울을 흘리는데, 그것은 아마 스스로를 제멋대로인 개새끼라고 위로하며 살았으나, 실은 완전히 나쁜 사람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아서일 테다. 그가 마리나의 눈동자를 통해 마음속 깊은 곳의 후회와 마주하지 않았을지 멋대로 상상해 본다.


암스테르담에서 온 유학생 브리티카는 마리나 건너편에 무려 네 번이나 앉는다. 그녀는 중국인 입양아로서 자신의 뿌리에 대해 항상 의심하며 사랑과 섹스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학업에 열중하며 부모님에게 자신을 증명하려 애쓴다. 하지만 공연에 참여하면서 마침내 자신을 감싸고 있던 불필요한 집착을 벗어던지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후 그녀는 마지막 공연에서 마리나 앞에서 원피스를 벗고 나체를 드러내며 날 것의 자신을 보여준다. 그것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정직하고 꾸미지 않은 행동이었다.(p.382) 이제 분홍색 가발도, 컬러렌즈도 벗어버린 그녀는 MoMA(뉴욕현대미술관)에서 만난 뉴욕의 한 푸주한과 제대로 된 사랑을 시작하지 않을지 감히 예상해본다.


이들은 모두 의자에 적어도 한 번 이상 앉았거나, 단 한 번을 앉았어도 오랜 시간 관심 있게 마리나의 공연을 지켜본 사람들이다.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절대 쉽지 않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데는 그 정도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의자에 앉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조지아에서 온 미술 선생님 제인은 결국 의자에 앉지 않지만, 뉴욕에 체류하는 기간 동안 매일 마리나의 공연을 보면서 남편의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 공연 날에는 웹캠으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를 시청하면서 에스파냐 순례길을 걷자고 결심하게 된다. 그녀는 걷고 또 걸으면서 남편의 1주기를 애도하고 인생의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너무 시끄럽다. 중요하지 않은 무엇인가에 현혹당해서 정작 중요한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못한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의자에 앉아 사람들을 가만히 응시하면서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했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녀의 퍼포먼스는 행위자와 참여자의 경계가 없었고, 관객의 참여를 통해 비로소 완성되었다. 그것이 그녀의 예술이었다.


“... 역사적으로 예술가의 역할은 우리를 자극하고 색깔이나 질감이나 내용으로 시선을 끄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유튜브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를 내려다보는 곰리의 조각상이나 MoMA의 아브라모비치는 미래의 예술이 어떻게 변화해갈 것인가에 대한 두 가지 방안이다. 어쩌면 예술은 우리에게 사색, 심지어는 정지의 힘을 일깨우는 뭔가로 진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 p.201

소설 속 미술비평가 힐라야스 브린이 말했듯, 결국 예술은 ‘생각하게 하는 힘’이 아닐까 싶다. 너무 바빠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사람들이 소중한 것을 기억하고 찾아내게 하는 것, 나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언어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그 어떤 형태의 것으로든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소중한 것을 생각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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