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호 저 저
안병헌 저
토니 포터 저/김영진 역
미치코 가쿠타니 저/김영선 역/정희진 해제
코리 바커,마이크 비아트로스키 등저/임종수 역
김선주,안현정 저
더 저널리스트 시리즈 마지막 편은 카를 마르크스다. 앞선 두 편에서 소설가인 헤밍웨이와 조지 오웰을 소개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튀는 선택처럼 보이기도 하다. 어째서 사상가로 유명한 마르크스를 선택한 것일까?
기사를 엮고 한글로 옮긴 번역가는 프롤로그에서 그 이유를 제시한다. 번역가가 제시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이념 편향적으로만 소비되어 온 마르크스의 이미지가 아닌 저널리스트의 모습을 소개하고 싶어서. 둘째, 좀 더 읽기 쉽고 명확한 번역을 제공하고 싶어서.
이 책은 마르크스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던 당시 낸 기사들을 엮어서 저널리스트로서의 마르크스를 조명하고 있다. 사상가가 아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작성한 글을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또한 정부의 검열과 압박에도 저널리스트로서의 활동을 이어갔던 마르크스가 당대 사회와 현상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작성한 기사들은 그 당시의 시대상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사상이 구체화되어 가는 과정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마르크스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작성한 기사들 중 17개를 골라 묶었다. 사건, 사고에 대한 논평보다는 그 당시 외교 문제나 무역 문제, 노동 계급에 초점을 맞추고 논평한 기사들이 주로 실려 있다. 2부는 임금노동과 자본이라는 제목의 글로 마르크스가 당시 운영하던 <신라인신문>에서 연재한 기사를 묶은 글이다. 마르크스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 내용을 기반으로 해 작성한 글이라고 한다.
마르크스가 기사로 포착해 논의하는 것들은 조금씩 다르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강제 추방을 당하는 서민들의 현실, 활발한 자유무역과 그것을 찬양하는 신봉자들, 영국이 인도와 중국에 침략해 착취를 저지르는 현실 등 그 당시 나타나던 다양한 사회적 현상들이다. 마르크스는 예리한 시선으로 사회적 현상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논의한다. 기사를 통해 드러난 그 당시 시대상은 비극적이며 처참하다.
자유무역이 활성화되면 빈곤층들이 줄어들 거라는 자유무역 옹호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노동자, 서민 계층의 삶은 곤궁하지 그지없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산다는 말도 이들에겐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몸을 누일 곳을 찾지 못하고 거리를 떠돌다 허름한 헛간에서 죽음을 맞이한 바늘 제조공이나 조상이 대대로 살던 곳에서 지주와 경찰의 폭력으로 쫓겨난 소작농들, 공장에서 초과근무에 시달리고 열악한 근로환경 때문에 신체를 위협받지만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해 가난에 허덕이는 노동자들,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한 채 근무하는 여성, 아동 노동자들. 지주나 공장주에게 시달리고 국가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의 현실은 처참하다는 말로도 표현을 못 할 정도로 열악하다.
마르크스는 기사를 통해 이런 현실을 고발하면서 이들을 착취하는 부르주아와 국가, 그리고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비판한다. 그러면서 그는 노동자들이 이와 같은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 서로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개개인의 힘을 조직화해 전국적으로 단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 계급이 조직화되어 정치적인 영역까지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부, 임금노동과 자본이라는 글을 집필하고 연재한 이유는 바로 그런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노동자들이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사회구조와 계층 문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그는 <임금노동과 자본>이라는 글을 자신이 편집장으로 있는 <신라인신문>에 연재했다. 노동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임금노동과 자본의 관계 및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의 구조를 풀어냈다. 노동자들이 단결해 조직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자신들이 겪는 불합리함을 각성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저널리스트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진정성 있게 활동한 마르크스를 확인해볼 수 있었다. 정부의 검열과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기사를 작성한 이력이나 기사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주장을 내세울 때 그걸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통계자료를 하나씩 나열하며 꼼꼼히 분석하는 서술 방식은 그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기자일에 임했는지를 알려준다.
아무리 쉽게 작성했다지만 그의 저작을 읽어본 적도 없고 경제학 분야에 무지해 글을 이해하는 데 이전 시리즈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했지만 양심 있는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마르크스의 열정만큼은 깊게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그의 글을 읽는다는 건 이상한 시선을 받게 되는 것이었고,
어딘가로 끌려가 조사를 받게 되는 일이었습니다.
1970년대만 해도 카를 마르크스의 글은 불온서적으로 취급되었죠.
1982년 들어 마르크스 관련 서적 일부가 금서에서 해제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마르크스 관련 서적은
우리 국민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식의 시선이 많이 있었습니다.
마르크스의 책 복사본을 배포하던 대학생들은 여전히 구속되곤 했고,
영어본이나 일어본이 암암리에 읽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마르크스를 연구하는 학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마르크스에 대한 오해를 벗어 공정하게 소개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더 저널리스트: 카를 마르크스>는 마르크스의
장기적, 보편적 관점을 엿볼 수 있는 기사를 선택해 실었습니다.
그럼 살펴볼게요.
'1부 17편의 기사'는 "뉴욕 데일리 트리뷴" 등의 매체에 실린 기사들입니다.
기사는 시사 논평을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당대의 중요 사건을 주로 경제적·법철학적 관점에서 논박하고 있어요.
다른 기사들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통계나 자료를 실었는데,
자기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이용했습니다.
오늘날의 '팩트체크'에 가깝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마르크스는 신문사에 기사를 기고하다가 편집장이 되었습니다.
마르크스는 사설을 통해 프로이센 정부와 언론의 검열을 비난했지요.
그로 인해 정부는 신문사를 더욱 거세게 검열했고, 결국 폐간되었습니다.
이후 마르크스는 사회주의 사상이 논의되던 파리로 이주해
공산주의 단체와 교류합니다.
현실에 눈을 가린 종교를 비판하면서 종교가 민중의 고통을 대변한다는 원고를 썼고,
프로이센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쓰다가 결국 프랑스에서도 추방되었습니다.
벨기에로 머물던 마르크스는 또다시 추방되었고,
자신이 신문을 재발행해 프로이센 정부를 비판하며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주장했습니다.
결국 또 추방 명령을 받고 런던으로 망명해
유럽 특파원으로 "뉴욕 데일리 트리뷴"에서 기사와 사설을 기고합니다.
이런 그의 일생을 보면 꺾이지 않는 신념이 대단하다 느껴집니다.
여러 곳에서 추방당했지만 자신의 생각을 과감히 밝히고 정부에 맞서 싸운 마르크스,
생활고와 주위에서의 압박에서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고수한 마르크스의 신념이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빈곤, 기아, 이주, 차티스트 운동, 제국주의, 경제 번영, 노동자 권리,
영국의 잔학 행위 등에 대한 마르크스의 날카로운 비판, 맞는 소리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껄끄럽게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가짜 뉴스가 만연하고,
정부에서도 언론의 자유에 제재를 가하는 이런 저널리스트가 더욱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2부 임금노동과 자본'은 마르크스가 1847년 브뤼셀에서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 내용을 기반으로 쓰였습니다.
훗날 엥겔스의 감수를 받은 수정본이 독일어로 출간됐고(1891),
이를 기초로 영문 완역본이 출간됐습니다(1902).
마르크스의 최초 원고를 고집하지 않은 이유는
엥겔스의 서문에도 나와 있듯이
애초에 '선전을 목적으로' 출간된 책이기 때문에 마르크스 본인도
독자에게 전달되는 상황과 저자의 의도에 맞춰 수정되기를 바랐을 게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어렵다면 이 책은 그 입문으로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
원래 알려준다는 세 주제에서 한 주제만 알려주고 끝이 나서 아쉽지만,
그것은 당시 다른 작품 집필에 시간을 뺏긴 탓에 후속 원고를 쓰지 못했기 때문이랍니다.
생전 마르크스는 자신이 가장 용서할 수 없는,
가장 증오하는 부덕으로 노예근성을 꼽았습니다.
반면, 가장 너그러이 용서할 만한 부덕으로 순진함,
즉 남에게 속아 넘어가는 순박한 마음을 꼽았습니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경제 구조의 부조리함 속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휘둘리는 것을 보고 있는 마르크스의 안타까운 마음이 이 글에 보입니다.
생전 마르크스는 '나는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굉장히 공격적이고 날선 주장을 했지만 근거 없는 주장을 찾기 어렵습니다.
사실에 입각해 글을 쓰는 진정한 저널리스트였습니다.
<더 저널리스트: 카를 마르크스>를 통해 그가 보인 진정성과 공정성을 확인하길 바랍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