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김홍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풍속화가로서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 가사에도 등장하는 조선시대 후기의 화가이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까지 이 노래를 통해서 김홍도를 배우고 또 교과서를 통해서 우리는 김홍도의 많은 풍속화를 접하고 배우면서 자란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인 것 같다.
그림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 나도 김홍도가 이렇게 많은 그림을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능통
한 대가인 것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정말 단원 김홍도에 대해서 알고 싶었고 다양한 그림에 대해서 이해하고 싶
었기 때문이었다. 김홍도의 그림이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아갈 수도 있지만 이 책은 작은 노력
으로 단원 김홍도의 삶과 그림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해설서 같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안산은 단원의 도시이다. 그곳에는 단원미술관도 있고, 단원구도 있고, 단원고등학교도 있다. 명실
공히 안산은 단원의 도시이다. 그런 안산에서 4년간 근무한 적이 있었다. 처음 안산에 갔을 때 '단원미
술관'이라는 도로 표지판을 보았을 때 매우 낯설면서도 멋지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단원미술관은 내가 근무한 초등학교에서 그리 멀리 않은 곳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4년 동안 그
미술관에는 가지 않은 채 안산을 떠났다. 그런데 안산을 떠난지 2년만에 단원미술관을 찾게 되었다.
단원미술관에서 본 김홍도의 그림은 내가 그동안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그런 그림이었고 그 그림이 주
는 감동은 대단했다. 학예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그림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내가 김홍도에 대해서 너
무 모르고 있었고 우리 한국화에 대하여 관심조차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집으로 오게 되었다. 그래서
김홍도에 대하여 더 많이 알고 싶었고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단원미술관에서 본 그림 중에 가장 인상적인 그림은 단연코 '대관령'이었다. 왜냐하면 다른 그림도
뛰어나고 아름답지만 내가 그 시절에 살아보지 않았고 금강산 같은 그림은 가본 적이 없어서 비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 내린 겨울의 '대관령'은 내가 강원도 대관령에서 직접 본 그 모습 그대
로였다. 바로 '진경산수화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해 주는 것 같은 그런 그림이었다.
작가는 단원이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그 개연성을 마치 기자처럼 설명을 해 준다. 이
책은 단원 김홍도의 삶을 책의 내용 그대로 믿게 할 만큼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요즘으로 치면 '인
간 김홍도'의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본 것 같은 그런 느낌을 갖게 하는 힘이 있다. 어디까지가 정확한 역
사적 사실인지,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력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내가 단원미술관을 찾아간 이유는 '사슴과 동자'라는 그림을 보러 간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책에는
이 그림은 나오지 않아서 많이 서운하고 아쉬웠다. 지난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안산에서 유명한 대
부도 포도를 이용하여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랑꼬또'와인을 대부도에서 생
산하는데 단원의 도시 안산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와인라벨에 김홍도의 그림 '사슴과 동자'를 그려 넣
었다는 기사를 보고 그 그림이 어떤 그림인지 직접 보고 싶어서 미술관을 찾게 된 것이다.
단원 그림은 풍속화외엔 잘 모르던 내게 학예사님의 설명은 놀라움이었고 내가 너무 우리 한국화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도 느껴졌다.
조선시대에 대부도에는 사슴이 많이 살고 있었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사슴과 동자'에 나오는 그 산
수가 대부도 어디쯤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단원도 처음부터 진경산수화를 그린 것이 아니
라 중국풍의 그림을 많이 그렸다는 설명을 듣고 약간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림 속 산수는 우리 조선이
아니라 중국 당나라 시대의 한시에서 그 분위기를 가져온 것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알고
있던 김홍도는 풍속화의 대가이고 진경산수화만을 그렸을 것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다. 가장 서민적인 화가가 중국풍의 그림을 그렸다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어린 아이처럼 어리둥절해하
던 내 모습을 생각하니 얼마나 내가 편협하게 생각하고 있고 사고는 단편적인 것인가를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학예사님의 잠깐의 도움이었지만 그림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비록 영
인본이었지만 직접 본 '사슴과 동자'는 인터넷으로 보던 그림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감동을 주었
다. 단원 김홍도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해학과 깔끔함이 그대로 전해졌고 '대관령', '낙산
사' 그림은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명작이었다.
이 책을 통하여 김홍도를 단편적인 풍속화가가 아닌 숨결이 느껴지는 역사의 위인으로 내 기억 속에
자리 잡게 해주신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마치 단편적인 인물로만 알고 있던 어떤 사람
의 개인 SNS에 들어왔다 간 것처럼 김홍도에 대하여 더 자세하게 알게 되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걸 느
꼈다.
단원미술관에 가면 김홍도에 대하여 더 알고 싶어질 것 것이다. 그 때 이 책을 읽으면 그 궁금을 해
결할 수 있으며 마치 안산에서 김홍도를 만나고 온 것 같은 그런 착각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천재 화가이지만 슬픔을 간직한 화가 김홍도, 안산의 바닷바람 같은 바람의 화원 김홍도를 많은 사람
들이 더 사랑하고 아끼고 알아가길 바라며 이 책이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더 읽혔으면 좋겠
다.
인간 김홍도
반갑기 그지없다. 김홍도의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앞뒤 가리지 않고 손에 든다. 직간접적으로 김홍도를 언급한 수많은 출판물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책을 고르라면 우선 오주석의 '단원 김홍도'(솔, 2006)와 설흔의 ‘내 아버지 김홍도’(낮은산, 2014)가 있다. 오주석의 책이 김홍도에 대한 종합해설서라고 한다면 설흔의 독특한 시각은 김홍도의 내면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비해 이충렬은 전기적 성격이 강하다. 각기 다른 시각으로 만나는 김홍도, 어느 한 가지도 놓칠 수없는 매력이 있다.
"가난한 바닷가 마을 소년이 임금을 그리는 어용화사가 되고, 조선의 새로운 경지라는 찬사를 듣는 화원으로 성장하기까지, 그러다 생의 마지막조차 기록되지 않을 만큼 쓸쓸한 말년을 보내기까지, 중인 출신 화가가 겪었을 파란만장한 삶"
이충렬의 ‘천년의 화가 김홍도’는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생을 차분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무인 집안에서 태어나 대를 잇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그림을 배우고 화가로 입신양명하기에 이른다. 김홍도는 바로 그 그림을 통해 몸도 마음도 자유롭고자 했지만 평생 신분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말년에 객지에서 쓸쓸한 죽음에 이르기까지 굴곡이 심했던 일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저자가 김홍도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축을 그림에 두고 있다. 남아 있는 그림과 그 그림이 그려진 배경을 살피면서 김홍도의 일상을 추적해간다. 그림에 대한 설명이 곧 김홍도의 일생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되거나 특별했던 시기를 조명하는 작용으로 쓰이고 있다. 특히 ‘금강사군첩’과 ‘병진년화첩’ 등을 묘사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그 현장을 따라가는 착각을 할 정도로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충렬의 김홍도 전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또 있다. 김홍도와 강세황, 심사정의 두 명의 스승과의 관계를 한축으로 하고 도화서 동료 화원으로 이인문, 신한평, 김응환 등과의 교류를 통한 김홍도의 인적 교류에 대한 흐름과 100점에 이르는 그림을 따로 감상하는 즐거움이 그것이다. 중인 신분으로 겪어야했던 신분적 한계를 서로 다독이며 화원의 길을 함께 걸었던 이들과의 우정이 김홍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세 번의 어용화사’, ‘정조의 총애를 받은 도화서 화원’ 등 당대에 성공한 화원이었지만 늘 외로웠던 인간 김홍도의 모습도 놓칠 수 없다. “전라도 관찰사 심상규가 한양에 있는 벗 예조판서 서용보에게 보낸 편지와 김홍도가 아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를 통해 가난과 병고 속에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으리라 짐작할 뿐”인 김홍도의 최후는 무엇을 의미할까.
붓으로 세상을 흔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 세계를 개척한 인물 감홍도의 일생을 차분하게 따라가며 만나는 작품마다 새롭게 시선이 머문다. 귀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