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제프 르미어 그는 신이야...!
히히 이 작가 너무 좋아 그냥 투박한 그림체와 무채색으로 아주 섬세하고 아름다운 감정들을 잘 표현한다. 으으 읽다보면 어라라 싶은 부분들이 생기는데 책을 한번 다 읽고 다시 읽을때는 보이는게 더 많아진다. 최고야 책도 너무 이쁘고
천재적인 이야기꾼, 제프 르미어의 대표작. 캐나다 시골 마을인 에식스 카운티 사람들의 고독한 일상과 내면을 흑백 그림으로 그려 낸 이 작품은 올해 서른다섯인 제프 르미어를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를 대표하는 만화가로 우뚝 세워주었다. 고독하면서도 인간적인 이야기, 특유의 강렬하고 거친 흑백 그림은 평론가와 대중의 찬사를 받았고, 영화적인 연출 방식이 돋보인다는 평도 들었다.
스토리는 다르지만 그 분위기가 "Winter's Bone"을 떠올리게 하는 500 페이지의 영화. <에식스 카운티>는 그렇게 정의할 수 있다. 글과 그림을 그린 제프 르미어는 자신의 고향인 캐나다 에식스 카운티를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의 삶과 그들 간의 얽히고 섥힌 인연들을 묵묵히 먹먹히 한땀 한땀 흑백으로 얘기하고 있다. 특히, 연작 "농장 이야기", "유령 이야기", "시골 간호사"는 각 편마다 주된 화자가 바뀌며, 다음 이야기가 이전 이야기의 숨겨진 비밀을 드러내고 이해시키며, 종국에는 하나의 인간 군상극이 완성된다. 아, 이게 이 장면과 연결되는구나, 하면서 계속 앞의 장면들을 다시 찾아보게 되는데, 영화에서도 흔히 나오는 플롯이지만 바싹 마른 흑백의 그림으로 구성되니 또 다른 강렬함이 있다.
장 자끄 상뻬의 <인생은 단순한 균형의 문제>와 나란히 놓고 보면,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이렇게도 서로 다를 수 있구나 싶다. 상뻬는 위트와 여유로 풍만한 삶을 얘기하고, 르미어는 인생의 페이소스와 대물림을 얘기하고 있다. 가끔은 500 페이지 만큼의 묵직한 이야기를 눈으로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다.
제프 르미어 글,그림/박중서 역 | 미메시스 | 512쪽 | 1598g | 165*230mm | 2011년 01월 15일 | 정가 : 26,800원
만화를 펴자마자 등장한 농장 장면을 보고 영화 [지퍼스 크리퍼스 2]의 첫장면을 떠올렸다. 허수아비가 느닷없이 눈을 떠서 덤비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읽기 시작했지만,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만화 내용을 전혀 모르고 시작했기에 공포 만화인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이 만화 소개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말은 "고독"이었기에 일단 기분을 가라앉히고 보기 시작했다. 이 만화는 지독하게 잔잔했다.
책 상태는 두깨가 5cm이다. 1.5kg이 넘는 무게로 절대로 들고 다니면서 볼 수 있는 사이즈는 아니다. 책상용 또는 침실용으로 적합하다. 연이어 두꺼운 만화책을 읽고 있어서 그런지 딱히 놀랍지도 않다. 책은 두께에 비해서 빨리 읽힌다. 하지만, 좀 힘들다. 만화라면 흔히 생각하게 되는 알록달록하고 가벼운 그림과는 거리가 멀고 검은 색으로 농담으로만 표현한 그림은 거칠다. 외국 작가가 현대 수묵화 기법을 자유자제로 표현한다며 내 맘대로 생각해 봤다. 이여운 작가의 우중고적 전시도 생각나고 얼마 전 시립미술관에서 했던 이미지 수사학 전시의 유근택 작가의 <어떤 만찬>이 기억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만화는 그 작품들보다 훨씬 거칠고 쓸쓸하다. 화면에 비슷하면서도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은 사연을 끌어 안고 나타나, 이야기를 불친절하게 풀어 놓는다. '사실은 이야기 하려고 이야기 한거 아니거든'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암으로 엄마를 잃은 레스터가 아이라고 키워본적이 없는 삼촌에게 맡겨지고, 그 근거리에 살고 있는 아버지 지미와 만나게 되는「농장 이야기」로 시작해서, 원망과 오해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게 하고 뻔하지만 뻔하지 않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너무 다정하고 행복한 사이였지만 형의 실수로 오랜 아픔을 겪어야 했던 형제의 이야기인 「유령 이야기」가 이어진다. 혼자 살아 남은 형이 과거와 현재를 혼돈하고 그 사이사이에서 이미 떠나버린 과거의 동생과 화해한다. 실수는 실수이지만, 사실은 이들이 알았던 것과 다르지 않을까? 지미의 얼굴을 보니 이미 벌어진 실수는 빨리 덮었어야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미는 그 가족의 마지막 사람으로 엄마를 잃은 레스터의 아버지로 이야기는 연결된다. 「시골 간호사」는 「유령 이야기」의 형을 간호하던 간호사의 이야기로 그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 그려지는 가족 관계도는 '그들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한' 내 생각을 뒤집어 놓는다. 에식스 카운티 안에서 누구하나 연결되지 않을 수 없이 살아가지만, 누구 하나 외롭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람은 기본적으로 쓸쓸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덮었다. 이 만화를 읽으며, 이정도 밖에 써낼 수 없다는게 답답하긴 하지만, 그 느낌을 말로 옮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직접 보고 느껴야 할 일이다.
두꺼운 책이 일단 폼이 난다. 덧붙여 각진 양장 표지는 아주 튼튼한 것이 뿌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어디다 내놓고 자랑하고 싶은 그런 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