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타 프로스 저/노진선 역
레이먼드 챈들러 저/김진준 역
윤영천 저
손보미 저
혼다 데쓰야 저/이로미 역
나카야마 시치리 저/김윤수 역
덴마크의 평화로운 피오르 해안에 자리한 가상도시 크리스티안순을 배경으로 한밤중 시신으로 발견된 한 여성의 삶을 추적하면서 도시 전체에 얽히고 설킨 비밀을 풀어가는 토르프 수사관과 그의 친구 광고기획자 소메르달의 활약상을 그린 이름 없는 여자들은 타고난 이야기꾼인 아나 그루에의 진가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명품 코지미스터리다 덴마크에서 현재 7권까지 나온 단 소메르달 시리즈는 출간되는 작품마다 사회 현실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사건들이 독자들의 성찰을 촉구하는 가운데 펼쳐진다 통찰려과 유머를 탁월하게 조합한 아나 그루에의 경쾌한 글쓰기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 인물들 간 복잡미묘한 관계를 생생하게 긴박감과 읽는 재미로 가득한 스토리로 표현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일간 퓌엔스 스티프트스티덴데는 애거사 크리스티가 하늘에서 미소지으며 아나 그루에를 내려다보리라고 언급 한 바있다
이름없는 여자들의 무대에는 덴마크에서 불법으로 노동하며 체류하는 외국인 여성들의 삶이 있다 작가는 해안 소도시 크리스티안순의 음지에 그림자처럼 숨어 있는 그녀들의 삶에 조명을 비추면서 그녀들을 돕고 지원하는 이들이 이 여성들과 어떤 공생관계를 맺고 함께 숨어있는지 들춰 보임과 동시에 내국인임에도 가정 폭력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긴 세월을 이름 없이 도망 다녀야 하는 또 다른 비극적인 삶이 음지와 어떻게 만나는지 그려 보인다 청소하다 살해당한 이름도 사는 곳도 국적도 모른ㄴ 한 여성의 삶을 재구성하면서 그 음지의 중심으로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플레밍 토르프 수사관과 그의 절친한 고교 동창이자 잘나가는 광고기획자 단 소메르달의 일주일의 행보를 따라 가면서 독자들은 북유럽의 실제 현실을 들여다보고 사회적 감수성을 체감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안데르센의 나라에서 21세기의 한 여성 작가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로 생존을 위해 이름 없이 살아야 하는 이웃들을 돌아보게 하는 특별한 미스터리를 만날 것이다
너의 이름이 뭔지 기억해줄 사람이나 있을까? 그래서 내가 너를 자유롭게 해줄 거야 이제 다시는 힘든 일을 할 필요가 없도록 이렇게 이어지는 누군가의 혼잣말 작품 배경은 덴마트이 수도 코펜하겐에서 40분쯤 떨어진 피오르 해안에 자리한 평화로운 소도시 크리스티안순 폐업한 조선소 건물을 시에서 매입하여 사무실로 임대한 최고로 트렌디한 지구 그곳의 한 광고대행사에서 11월 한밤중에 청소하던 용역업체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된다 크리스티안순 경찰서 수사과장 플레밍 토르프는 고교 동찬 단 소메르달 마리아네 부부와 저녁 식사를 함께한 후 막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찰나 사건을 보고받고 시신의 빠른 신원확인을 위해 그 회사 직원인 단 소메르달을 사건 현장에 데려간다 광고대행사 크르트&코의 최고 자리 크리에이티브디렉터인 단은 극심한 스트레스성 우울증으로 7주째 쉬고 있던 직장에 돌아가 살해된 여성이 청소용역업체 수세미컴퍼니의 릴리아나라는 외국인 여성임을 즉시 확인해주지만 범인의 흔적이 전무한데다 릴리아나가 어디에 사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등에 대해선 오리무중이라 수사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 더욱이 수세미 컴퍼니 사장마저 릴리아나를 모른다고 주장한다
단은 단짝 친구 플레밍의 수사를 어깨너머로 들여다보면서 직장에선 거의 죽어버린 자신의 호기심과 직관력을 되살릴 기회를 만난다 학창 시절 누구보다 뛰어나고 콧대 높았던 친구 단 그의 천성적인 자신만만함을 동경하면서도 이따금 횡격막이 당겨옴을 부인할 수 없는 플레밍 마리아네가 원래 플레밍의 여자친구였다는 사실은 그의 가족조차 모르고 있었따 그녀는 당시 그의 단짝 친구 단을 딱 한 번 보고 호감을 느꼈고 그때부터 세 사람 모두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결국 잘 극복했다 플레밍은 진즉에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웠고 세 사람은 이후 그 이야기를 일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것...
릴리아나와 함께 일하던 수세미컴퍼니 소속의 청년 벤야민은 현장에서 릴리아나의 시신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도망쳤고 나중에 신고하려 했지만 자신의 어머니가 그것을 말렸다고 경찰서 취조실에서 고백한다 단의 아내인 크리스티안순 클리닉센터 원장 마리아네는 자신의 담당 환자인 벤야민 모자를 이후 극비리에 자기 집으로 피신시키고는 단에게 이들이 경찰을 기피할 수 밖에 없는 끔찍한 과거를 들려준다 때마침 플레밍이 구타로 사망한 또 하나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전하자 단은 일찍이 벤야민 모자의 삶을 망가뜨린 가정 폭력의 가해자를 떠올리며 몸서리친다 범죄 수사를 통해 삶의 에너지를 되찾아가는 남편을 바라본 마리아네가 동료 의사의 수상한 동태를 감시해달라고 은밀히 부탁하자 단은 이 동료 의사의 이름을 최근에 어디에서 보았는지 기억을 되짚어보는데... 교살자와 구타로 살인한 자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그리고 의사의 이름은 어째서 여기에 등장하는가? 좋은 역할인가?나쁜 역할인가?
책을 읽을 때 출판사 홍보글은 물론, 가능하면 띠지나 뒷표지의 카피도 안 보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없고 책읽기의 재미를 떨어뜨리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처럼 작가의 이름이 생소할 땐 도리 없이 몇몇 정보를 확인하곤 합니다.
대략 출판사 이름, 제목과 표지가 풍기는 뉘앙스, 번역가 등의 순으로 확인하는데,
일단 북로드에서 낸 작품이라 믿음이 갔고,
책 앞날개의 작가 소개를 얼핏 보니 덴마크 작가라 더 구미가 당겼습니다.
차갑고 잔혹한 북유럽 스릴러의 새 작가와 만날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죠.
그런데...
초중반까지 읽는 동안 뭔가 기대와 어긋난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오프닝을 장식한 살인사건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했는데,
사건을 수사하는 두 주인공만 놓고 보면 왠지 코믹하고 가볍고 좌충우돌의 느낌이 드는,
말하자면 코지 미스터리의 냄새가 강하게 진동했기 때문입니다.
다 읽고 확인한 띠지와 뒷표지, 인터넷서점의 소개글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콧대 높고 깐깐한 고교 동창이자 내 여자를 빼앗아간 단 소메르달과의 공동수사라니!”
“연륜을 자랑하는 수사관 플레밍 토르프와 동물적 감각이 번득이는 광고쟁이 단 소메르달,
평생 절친이자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의 7일간의 공동 수사!”
아마 이 홍보글을 먼저 봤다면 전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주인공들 캐릭터가 전형적인 코지 미스터리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겨우 견뎌낸(?) 초중반을 지나면 이 작품의 미덕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데,
북유럽으로 유입된 제3세계 여성 노동자들의 참혹한 현실과 그녀들을 향한 추악한 마수들,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끔찍한 살인극과 정교한 미스터리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됩니다.
소개글만 보고 선택하지 않았다면 분명 후회했을 작품인데,
물론 주인공들 캐릭터 때문에 만점을 주진 못했지만 충분히 매력 있는 작품이란 생각입니다.
피오르에 인접한 소도시 크리스티안순에서 외국인 여성 노동자의 시신이 연이어 발견됩니다.
자신이 다니던 광고회사에서 첫 사건이 벌어진 탓에 엉겁결에 수사에 끼어든 단 소메르달은
절친이지만 한때 지금의 아내를 놓고 경쟁했던 수사과장 플레밍을 돕는 처지가 되는데,
문제는 아마추어인 소메르달의 ‘촉’이 워낙 뛰어나서 경찰의 입장이 곤란해졌다는 점입니다.
결국 소메르달과 플레밍은 본의 아니게 ‘각자 수사’를 진행하게 되고,
막판에 자신들이 획득한 정보와 추리를 공유함으로써 멋지게 사건을 해결합니다.
사감(私感)으로 얽힌 두 주인공의 미묘한 상황을 지켜보는 일은 코지 미스터리의 재미를,
외국인 여성 노동자에 얽힌 비극적인 사건을 지켜보는 일은 스릴러의 재미를 주는 작품인데,
다소 과한 우연처럼 얽힌 등장인물 간의 관계만 제외하면 딱히 흠잡을 곳이 없는 이야기라
한 번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릴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의 소개에 따르면 이 콤비의 활약상을 그린 시리즈가 7편이나 나왔다고 합니다.
(이 작품이 2007년에 출간됐으니 국내 소개는 많이 늦은 편이긴 합니다.)
북로드에서 이 시리즈를 계속 출간할 계획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코지 미스터리 취향도 아니고, 차갑고 잔혹한 북유럽 스릴러의 냄새도 덜하지만
아무래도 아나 그루에라는 작가 이름을 계속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뭐라고 딱 꼬집을 순 없지만 독자의 흥미를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