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이 책은 고전소설을 하나의 키워드를 통해 읽어내고,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펼쳐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등학생들이 보는 학습 잡지에 1년 동안 연재되었던 글들을 수정하고, 각각의 작품들과 견주어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을 덧붙여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12개의 고전소설 작품이 다루어지고 있지만, ‘견주어 읽기’라는 항목에 소개된 작품을 포함하면 이 책에서 모두 24개의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제목에 ‘에세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작품을 분석적으로 해석하기보다 감각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각각의 작품들은 온전한 이해를 위한 분석이 아니라, 그 작품의 특징적인 면을 드러내는 키워드를 통해서 접근하고 있다. 예컨대 <허생전>은 ‘공부’, <이생규장전>은 ‘담을 넘다’ 등의 키워드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작품의 전반적인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치밀한 분석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고전소설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12개의 작품을 3작품씩 묶어 모두 4개의 장으로 설정하여 다루고 있다.
1장에서는 ‘주체적인 삶의 시작’이라는 제목으로 <허생전>과 <이생규장전> 그리고 <주몽설화/유리설화>를 함께 다루고 있다. 박지원의 <허생전>에서는 ‘공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삶을 지배했던 공부의 의미에 대해서 살피고 있다. 끝내 아내의 비난에 세상으로 나가 장사로 큰 돈을 벌고, 허울뿐인 북벌론을 주창했던 당시의 위정자들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김시습의 <이생규장전>은 그의 소설집인 <금오신화>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하나로, 이생과 최랑의 생사를 초월한 사랑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제목처럼 ‘담을 넘다’라는 주제에 착목하여, 이생과 최랑이 처음 만나는 장면과 그 의미 등에 대해서 천착하고 있다.
아울러 <주몽설화>와 <유리설화>는 고구려 건국 당시 주몽의 신화적 세계가 그의 아들인 유리에서 설화적인 면모로 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부모를 떠나다’라는 키워드로 풀어내고 있다. 이들 작품에는 <양반전>과 <심생전> 그리고 <심청전> 등이 ‘견주어 읽기’의 대상 작품으로 선정되어, 각각의 키워드에 맞추어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비록 그 내용은 간략하게 제시되지만, 유사한 문제 의식을 지닌 작품들을 비교하여 살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2장은 ‘인간 본성의 모습들’이란 제목으로 <운영전>과 <창선감의록> 그리고 <흥부전> 등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꿈이라는 모티프를 지닌 <운영전>은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선을 권장하고 의로움에 감화한다는 의미의 <창선감의록>은 ‘착하다’라는 키워드로 그 의미를 짚어내고 있다. 아울러 박을 통해 선과 악에 대한 보답을 받는 것으로 잘 알려진 <흥부전>은 ‘욕망’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고, 사람들의 욕망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작품들에는 각각 <춘향전>과 <광문자전> 그리고 <예덕선생전>이 ‘견주어 일기’의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3장에서는 ‘침묵하는 진실, 숨어있는 지혜’라는 제목으로 <토끼전>과 <정화홍련전> 그리고 <화왕계>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이 중에서 <토끼전>은 ‘거짓말’이라는 주제로 분석되고 있으며, <정화홍련전>은 ‘복수와 처벌’이라는 문제를 부각시켜 그 의미를 따지고 있다. 설총의 <화왕계>를 통해서는 ‘노인의 지혜’가 지니는 의미를 짚어내고 있지만, 과거와 현재의 ‘노인의 지혜’라는 의미는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들 작품에도 각각 <옹고집전>과 <콩쥐팥쥐전> 그리고 <사씨남정기>가 ‘견주어 읽기’의 대상으로 선정되고 있다.
마지막 4장은 ‘국민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표제로 <황새결송>과 <적벽가> 그리고 <홍길동전> 등을, 각각 ‘법과 정의’와 ‘나라의 백성에 대한 보살핌’ 그리고 ‘백성을 위한 나라’라는 관점에서 조명되고 있다. 여기에도 어김없이 <서동지전>과 <최척전> 그리고 <박씨전>이 ‘견주어 읽기’의 비교 작품으로 키워드에 맞추어 간략한 내용이 다루어지고 있다. 아마도 고등학생들을 위한 잡지에 연재된 것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작품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아닌 점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작품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는 제재에 대한 설명만큼은 충실하게 이뤄진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차니)
류수열 저자의 『청소년을 위한 고전소설 에세이』는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 이벤트를 통해서 받은 책이다. 리뷰어클럽에서는 서평단에 지원한 이들에게 이 책에 대한 기대평을 댓글로 남기기를 요구했고, 나는 이런 댓글을 남겼다.
우리 고전에 대해서
나는 생각이 두 번 바뀌었습니다.
중학시절까지는 고전이 아주 재미있었지요.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구운몽 등과 같이
교과서에 일부분이라도 실린 작품은 물론이고,
유충열전, 숙향전, 옥루몽 등과 같이
제목만 나오는 작품도 대부분 읽었으니까요.
그러나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우리 고전이 좀 유치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리스신화나 섹스피어, 헤르만 헷세 등의 작품에 비하면
너무 단조롭게 보였고요.
그 생각은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면서도 여전했고,
교사가 되어 고전 작품을 다루면서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우리 고전의 수준이 아쉬웠다고 할까요?
그러나 10여 년 전에 나라말 출판사에서
현대에 맞게 고친 우리 고전 시리즈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고전의 매력이 보이면서 정이 느껴지더군요.
이 책은 고전의 깊은 맛을 더욱 그윽하게 보여주리라고 기대합니다.
이 책이 보다 많은 독자를 만나고
고전에 대한 독자들의 사랑이 더욱 깊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빕니다.
이 작품에 대한 생각이나 기대는 댓글에 적힌 그대로였고, 책을 받았을 때는 몹시 반가웠다. 그러면서 부담도 되었다. 지금의 나는 국어교사가 아니고, 고전을 학문적으로 읽은 것이 상당히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라는 마음으로 펼친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생각을 독서 일기 형식으로 적어보았다.
첫날 1~37쪽을 읽고 느낀 생각
이 책에는 박지원의 허생전을 비롯하여 12편의 고전소설이 담겨있다. 정확하게는 24편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1단원에서 '공부는 왜 하는가'라는 주제로 박지원의 『허생전』을 화두로 삼아 공부의 목적을 설파했는데,'견주어 읽기'라는 부록을 통해 박지원의『양반전』을 다루었다. 즉, 이 책은 12회에 걸쳐서 우리 고전을 두 작품씩 비교하면서 공부와 사랑과 효도 등 삶의 모습을 조명하고 있다.
그런 체제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박지원의『허생전』과 『양반전』에는 공통적으로 아내가 등장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허생의 부인과 양반의 부인은 하나같이 남편을 나무란다. 살림에 도움이 안 되는 그깟 공부는 해서 무엇을 하느냐고
정말 공부는 왜 하는 것일까? 공부를 한자로 '工夫' 또는 '功夫'라고 쓰는데, 이 말을 글자 그대로 풀이한다면 '어떤 물건을 정교하고 세련되게 만드는 사람'이 된다. 그러나 전문적인 한자 사전에는 '일을 하는데 드는 힘과 시간'이나 ' '시간과 힘을 쓰고 난 뒤 얻어지는 조예(造詣)'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아무튼 공부는 힘과 시간이 필요한 것인가 보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서 허생은 큰돈을 벌었지만 결국은 종적을 감추었고, 양반은 자신의 신분을 팔고 빚을 갚았지만 결국 매매는 무효가 되었다. 그렇다면 허생과 양반의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일까? 무언가 알 듯 말 듯 했지만, 아무튼 공부에 대해서 다양한 생각을 한 것이 성과였다. 그렇다면 이 책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둘째 날 38~74쪽을 읽고 느낀 생각
오늘 읽은 2단원에서는 '담장을 왜 넘는가'라는 주제로 김시습의 『이생규장전』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독서를 반성했다. '이생규장전'은 대여섯 번 정도 읽었는데 나는 그저 재미있게 읽었을 뿐, 이생이 담을 넘어가서 최랑을 만났다는 것, 즉 담을 넘은 것에 대한 의미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견주어읽기'로 나온 작품인 『심생전』은 나는 읽지 못한 작품이다. 두 작품에서 담장의 의미를 해석한 저자의 시각이 예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3단원은 '부모를 왜 떠나는가'라는 주제를 갖고 고구려의「주몽 설화」와「유리 설화」를 비교하고 있다. 여기서도 나의 독서를 다시 반성해야 했다. 주몽은 금와왕의 북부여를 탈출해서 고구려를 세웠고, 유리 역시 북부여에서 탈출해서 주몽에게 왔다. 나는 왜 두 부자가 각각 다른 이유로 집을 떠났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견주어읽기'에서는 『심청전』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것을 부친인 심학규에게서 탈출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앞 못 보는 부친을 봉양하는 고생을 할 바에는 차라리 인당수가 편할 수도 있다는 것이 심청의 생각일지 모른다는데, 그 근거로 공양미 삼백 석을 갚아주겠다는 장승상댁 부인의 청을 정중하게 사양한 것을 들고 있다.
"주몽은 탈출해서 고구려를 세웠고, 유리는 탈출해서 부친에 이어 고구려왕이 되었으며, 심청은 탈출해서 황후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세 이야기의 공통요소가 보이는 듯하다. 집을 떠난 뒤에 무엇을 이루었는데, 그것이 각각 하나의 나라였다.
셋째 날 75~130쪽까지 읽고 느낀 생각
오늘 읽은 2장에서는 '인간 본성 모습들'이라는 큰 틀 아래 『운영전』과『춘향전』이 '사랑과 이별이 그 영원한 주제'로 묶였고,『창선감의록』과『광문자전』이 '착하다는 말의 본뜻을 찾아서'로 묶였으며, 『흥부전』과『예덕선생전』이 '욕망의 크기, 욕망의 속도'로 묶였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을 넓히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 흥미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독서 이력을 다행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이 책에서 다룬 12편의 이야기 중에서 읽지 못한 것은 『심생전』한 편뿐이라는 것이다. 즉, 저자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고,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으니 그런대로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고전작품을 읽지 않았다면 이 책들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배경지식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
넷째 날 131~끝까지 읽고 느낀 생각
내게는 정말 좋은 책이었다. 고전 작품에 대해서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예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교단에서 수업을 하면서 그렇게 많이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심코 지나쳤던 점을 깨닫게 된 것이 적지 않으니 공부란 끝없이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고전작품을 두 작품씩 비교하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여주면서 독자로 하여금 더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이끌어준다는 것이다. 한국 고전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문학도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고전소설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동명왕설화 등 설화문학도 보여주고 있는데, 고전소설의 출발지 중에 하나가 설화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본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어려운 문제다. 학생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보다 많은 독자들이 읽도록 권하고 싶지만, 한국고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독자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을 듯하다. 『허생전』과『양반전』을 모두 읽은 독자는 두 작품을 비교한 설명이 신선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둘 중에 한 작품만 읽었거나 모두 읽지 못한 독자에게는 전혀 이해가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고전을 사랑하면서 배경지식이 어느 정도 읽는 독자에게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다.
* 리뷰어 클럽 서평단에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낯익음 속에서 발견하는 낯섦이 주는 매력
◆ 여는 글 ◆
토끼전, 홍길동전, 심청전, 박씨부인전 등과 같은 이야기의 제목을 들으면 친근한 느낌이 든다. 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 아이들도 그림 동화로 한 번쯤은 접해 보았을 이야기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때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결말은 늘 한결같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아 행복하게 잘 산다는 식이다.
그런데, ‘고전 소설’이라고 하면 느낌이 조금 달라진다.
왠지 낯익으면서도 낯설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서 전해져 온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론 ‘고전’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부담감과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먼 옛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어릴 때는 재미난 전래동화처럼 가깝게 했지만, 중·고등학생이 되면 일부러 피한다는 얘기도 종종 들었다. 그래서일까? 학생들은 필요에 따라 작품의 요약이나 줄거리만 접한 채 고전 소설의 천편일률적인 특징을 학습하는 데만 익숙해져 있다. 이렇듯 청소년기에 접한 고전 소설이 대체로 학습을 위한 작품 알기로만 끝나다 보니 어릴 적 엄마가 들려주는 한결같은 결말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어른들 또한 마찬가지다. ‘고전 소설의 큰 특징은 다음과 같다’라는 식의 참고서 형태의 해석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더불어 고전 소설은 개성이 없다는 공공연한 평가에도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 한 걸음 더 들어가는 글 ◆
이에 류수열 교수는 이 책을 통해 ‘고전 소설 전체의 특징을 한꺼번에 설명하려는 욕심 때문에 개별 작품들이 지닌 개성을 무시하고 성급하게 일반화(8쪽)’하여 온 현실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아버지 세대 때부터 내려온 참고서식 설명에 균열을 내 보려고(10쪽)’ 했다고 한다. 또한 ‘일반화해서 바라보는 선입견의 위험을 폭로(10쪽)’하려고 했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러한 현실을 비판하려는 게 목적이었을까
이 책은 일반화된 고전 소설의 평가를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라, 고전 소설에 대한 좀 더 새롭고 과감한 해석을 시도해 보려는 노력을 통해 작품이 가지는 고유한 개성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얻자는 데 있는 듯하다.
저자가 시도하려고 했던 의미 있는 소통의 산물은 이 책의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 대한 개인적 의견은 저자가 말하는 부정적인 ‘균열’보다는 오늘날의 현실과 독자들의 다양한 사고에 들어맞는 긍정적인 ‘재해석’이었다는 생각이다. 덕분에 ‘원래 그런 거’라는 식의 고정관념의 틀에 박혀 서랍 속 깊숙한 곳에 넣어둔 과제를 다시 꺼내보며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좋은 계기가 되었다. 또한, 매번 알찬 답안으로 가득 채웠지만, 왠지 모르게 늘 아쉬웠던 과제의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 비밀의 열쇠를 발견했다고나 할까!
◆ 책에 수록된 이야기 中 한 편 속으로 ◆
사랑과 이별, 그 영원한 주제 『운영전』
- 견주어 읽기 『춘향전』
운영전과 춘향전의 이야기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운영전은 비극적 결말이고, 춘향전은 해피엔딩이다. 대체로 그렇게 일반화되어 있다.
조금 특이한 점은 고전 소설이 대체로 권선징악의 주제로 행복한 결말을 맞는 것에 비해 운영전은 결말이 비극이라는 점이다.
『운영전』은 운영과 김 진사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운영은 조선 시대 안평대군의 궁녀였고, 김 진사는 안평대군의 수성궁에 초대받은 선비이다. 그들은 신분상으로 사랑하면 안 되는 사이이다. 하지만 금지된 사랑이었기에 더 애틋했을까? 그들은 궁궐의 담을 넘어 위험한 사랑을 하게 되고 결국 신분적 제약을 극복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 이야기다. 표면적으로 보면 비극적 결말이다. 이것이 일반화된 결말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결말은 단순히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무대의 초점을 바꾸어 보라고 일러준다.
주인공인 운영과 김 진사는 하늘나라에서 옥황상제를 모시던 선녀와 신선이었다. 김 진사는 두 가지 죄를 지어 인간 세상으로 왔는데, 한 가지 죄는 삼천 년에 한 번 열린다는 복숭아를 옥황상제의 허락도 없이 따 먹은 것이요, 또 다른 하나는 그 복숭아를 운영에게도 준 것이 두 번째 죄이다. 크게 노한 옥황상제는 그들을 인간 세상으로 내려보내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을 겪게 하는 벌을 주게 된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 그들의 모습은 분명히 현실 세계에서 가장 큰 고통이다.
하지만 온책 읽기를 통해 『운영전』을 차근차근 다시 읽다 보면 그들이 죽어서 돌아간 곳이 천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소설에서 그들은 인간 세상의 고통을 겪은 후 선계로 돌아가 옥황상제로부터 죄를 용서받는다는 대목이 있다.
결국, 그들은 이승에서의 고통스러웠던 짧은 생을 마치고 선계에서 다시 만나 오랫동안 천상의 복락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결말 넘어 또 다른 결말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이 책은 낯익은 소설과 낯익은 결말 속에 잘 보이지 않는 낯섦을 발견하는 힘을 키워준다.
이제, 운영전과 견주어 읽는 춘향전을 살펴보자.
춘향전의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행복한 결말이라고 믿고 있다. 어린아이들이나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마치 정해진 답안지처럼 이 고전이 전하는 행복한 결말에 익숙해져 있다. 역시나 이 책은 그런 획일적인 사고를 전복시키는 수준에서 접근한다. 즉, 보이는 결말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진화된 해석을 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정말 춘향전이 해피엔딩일까?
춘향의 신분은 기생이다. 조선 시대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죽음을 선택한 운영전의 주인공 두 남녀만 보아도 알 수 있듯 기생의 신분인 춘향이가 과연 이씨 집안의 며느리로 정말 잘살아갈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과연 아들이 데리고 온 여인을 집안에서는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그들에게 결혼은 행복한 결말이 아닌 혹독한 시련과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 닫는 글 ◆
‘청소년을 위한 고전 소설 에세이’ 는 논술대비 필독서로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논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꼭 한 번은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논술시험이나 평가에서 천편일률적인 느낌이나 의견을 쓰는 학생들의 글은 평가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아무리 문장력이 뛰어나고 문맥이 자연스럽다 할지라도 작품마다 지니는 고유한 개성과 자신만의 독창적인 견해를 밝히지 못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기존의 일반화된 해석을 벗어나 자신만의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견해를 밝히기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좀 더 창의적이고 유연한 질문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닌 끊임 없이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가는 재미와 감동으로 우리 고전소설이 주는 매력을 흠뻑 느끼게 해 준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청소년을위한고전소설에세이 #논술대비필독서 #우리고전소설 #류수열 #고전소설에세이
고전 문학, 그것도 고전 소설을 읽을 때면 배경지식이 많아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고어 사용이나 당대 사회상을 담고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겠죠. 이 책은 그런 지식이 없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고전 소설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책입니다. 현대적인 시각에서 당대를 조명해가면서 왜 그런 것이 나왔을까? 혹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할까? 질문을 던져가면서 함께 고민해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암기해야할 부분이 많은데다 교과서에 나와서 또는 국어 영역에 나오기 때문에 봐야하는 고전 소설이 아닌 재미있고 다양한 삶의 자세들에 공감하는 의미로도 읽기 아주 좋은 책입니다. 특히나 금성 교과서의 집필자이자 많은 문학 개념서를 내신 류수열 교수님의 책이니만큼 학생분들에게도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