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보는 사람에게 콘셉트를 전하고,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표현될 수 있어야 하며, 쉽게 읽히는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능력"
이라는 타이포 그래피를 정의하는 문장이 가슴에 꽂힌다.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써 놓고 보니 딱히 부정하기도 어렵다. 한때 그 비스 구리 한 일들을 해오기도 했고 지금도 하고 있긴 하다. 다만 아이디어가 고갈될 만큼 쥐어짜내야 하는 전문적인 디자이너는 더더구나 아니다.
하지만 늘 디자인에 대한 갈급함이 있고(그것이 그림이든 타이포든 캘리든) 짬짬이 뭔가를 만들어 내야 하는 업무를 감당하고 있는 터라 붉은 표지에 그림 하나 없지만 텍스트의 배열만으로도 시선을 끄는 이 책은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이 공간을 가르는 배열 좀 보소.
이 책이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메인 코스의 요리가 아니라 디저트 정도의 영감을 주는 책일지 모른다. 그래서 타이포 그래피가 뭔지 도대체 어떻게 활용하는지 어떻게 공간을 지배해야 멋들어진 디자인이 되는지에 대한 방법은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좀 아쉽다. 뭔갈 배울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배운다는 것 자체가 이론적으로 무장 시키는 게 아닌 이상 이 책이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과 간단한 설명으로도 분명 감각 세포를 꿈틀이게 만들긴 한다. 게다가 여러 작품을 보다 보면 타이포 그래피와 캘리그래피의 경계를 구분 짓기 힘들다. '붓으로 휘갈겨 쓰다.'라는 영국의 디자이너 존 그레이의 작품을 보면 더 그렇다. 분명 캘리에 더 가깝지 않은가.
책 말미에는 용어 사전, 함께 읽으면 좋은 책과 웹사이트, 인덱스를 담아 얇은 이론을 나름 보완하고 있다. 솔직히 디자인 감성이 풍부해진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보면서 옆에 종이와 볼펜을 두고 줄곧 뭔가를 끄적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가는 이 책을 타이포그래피의 기초 안내서가 아닌 요리로 치면 ‘메인 코스’라기 보다는 ‘디저트’라고 할 수 있다고 머리말에서 밝혔다. 어떤 사람은 디저트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식사가 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 중에 하나로 이 책을 선뜻 읽고 싶었다. 전공자, 전문가는 아니나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고 있는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이 높은 사람에게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50가지의 서체 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설치물로서의 활자와 틀을 벗어난 서체(콘셉추얼)(p.18)이었다. 영국 출신 앤드루 바이롬이 표현한 강철관으로 인테리어 서체를 제작한 설치물로서의 활자는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타이포그래피였다. 한국인이라서인지 순간 떠오르는 것이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었다. 우리 고유의 한글이 예술과 디자인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가장 적합한 활자인 것 같다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여기에 OCD에서 개발한 프리(Free)서체는 미국 국기를 모티브로 한 미국을 위한 것으로 프리서체(p.36)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여기서도 한국의 전통문양을 보는 듯하여 낯설지가 않았다.
‘오버랩 타이포그래피’(p.35)는 70년대 유행한 서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유행했었는지 궁금했다. 왜냐하면 70년대 10대였던 때에 학교에서 이름과 글자들을 가지고 이런 놀이를 했었던 기억이 또렷하기 때문이다.
커스텀(p.60) 서체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떠오르게 한다. 오래된 미래를 보는 듯이 뉴트로적 감성이 튀어나와 매력적이다.
반면 터키 출신 디자이너 메흐메트 알리 투르크멘의 ‘알파벳 모양의 발’(p.17) 작품은 솔직히 쉽게 알아볼 수 없었으며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서체는 잔물결 효과를 준 폴 시크의 유동성 타이포그리피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서체에서 역동성을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어린아이가 통통 뛰어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역동적인 서체, 밤하늘의 별을 연인과 함께 보고 있는 듯한 사랑스런 서체, 숲길을 홀로 편안하게 걷고 있는 듯한 나무 향이 나는 듯한 서체 등 직관적이며 감성을 끌어내는 서체를 좋아했었다. 이 책에서 등장시킨 작가의 신념 및 상상력이 돋보이는 다양한 서체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서체는 선의 형태, 모양, 크기, 굵기, 리듬, 배열, 간격, 각도, 칼라 등이 변형과 확대, 소멸, 착시, 첨삭, 농도와 같은 놀이 등으로 텍스트 홀로 또는 다른 이미지와 앙상블을 이루며 우리 일상에서 함께 생성되고 성장하고 사고하는 과정을 거쳐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는 시대의 정신과 문화를 대변하는 것 같다.
|위대한 디자인은 독창성 없는 모방과 지적인 해석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때 탄생한다| p.47
작가의 말대로 기존 서체를 그대로 묘사한 것은 진정한 타이포그래피가 아니라고 하지만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책을 읽고, 서체를 흉내라도 내고 싶어했다는 것에 이 책의 매력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다음에는 주제에 어울리는 메시지가 있는 타이포그래피를 생각하며 놀고 싶다. 책을 읽으며 책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고 움직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을 추천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디자인에서 핵심적인 요소를 꼽으라면 타이포그래피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이미지만으로도 디자인의 주제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타이포그래피가 함께 있으면 뜻이 더 명확해진다. 하지만 타이포그래피는 문자자체로만 이미지와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 시간이 많이 들고 또 디자인해야 할 요소가 많다. 때문에 무엇이든 디자인을 하고자 한다면 일단은 많이 보라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아주 적절했던 책이었다.
아이디어가 고갈된 디자이너를 위한 책은 이번이 두 번째로 보는 책인데 첫번째는 로고 디자인으로 기업의 이념과 성격을 나타내고 있었다면, 이번 타이포그래피 편은 내용전달에 핵심을 두고 어떻게 하면 재밌고 기발하게 나타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내용 전달에 중점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가독성까지는 생각지 않은 디자인도 많았다는 소리다. 초반부에 나타났던 푸르고 통통한 알파벳 한쪽에 발을 달아뒀던 타이포그래피나, 주변을 모두 덩굴로 감싸서 글자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디자인이나 시끄러운 상황을 표현한 듯 글자들을 마구 겹쳐 놓았던 디자인들 모두 나름의 표현법이었고,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한 결과물이었다. 그 중에는 반듯하게 각진 모양으로 디자인 된 문자도 있어서 무슨 문양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고, 개인적인 취향이었던 로코코 스타일도 수록되어 있었다.
어쨌든 타이포그래피는 반복과 모방으로 충분히 배울 수 있는 분야라고 하니 50인의 타이포그래피의 작품을 보며 연습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각자 스타일이 다르고, 또 전달하는 분위기가 달라서 개인적으로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디자인 역사에서 손꼽힌다는 작품들을 책 한권에 모아놓다보니 고전적인 느낌부터 현대적인 느낌까지 모두 둘러본 기분이었다. 종류도 포스터, 잡지본문, 로고, 표지, 서체 등등으로 다양했고. 책 속에 수록된, 때로는 과감하고 때로는 섬세했던 타이포그래피 작품들은 책 이름 그대로 새로운 아이디어에 발판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