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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
제롬 케이건/김성훈
책세상/2020.3.11.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라고 한다.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는 사람의 특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그것이 발현되는지에 대한 심리학자의 고찰이다. 심리학을 평생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얻은 여러 가지 생각들을 분야별로 정리해 놓았다. 저자 제롬 케이건은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석좌교수이자 하버드 정신-뇌-행동 학제간 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400여 편에 달하는 논문과 2권의 교재, 15권의 책을 썼다. 국내 에서는 <성격의 발견>, <정서란 무엇인가>가 있다.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은퇴한 심리학자의 여러 생각들을 담은 글’이라고 보아주었으면 한다고 책을 내게 된 동기를 밝히고 있다. 1-2장은 인간의 지식이 사건의 물리적 특성의 표상을 단어와 결합시켜 수많은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이야기다. 3-4장에서는 맥락이 사람의 행동, 감정, 신념에 미치는 영향, 특히 사회계층 범주를 특징짓는 배경의 영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5-6장에서는 유전자와 뇌에 대해 살펴본다. 과학자들이 이 물질적 존재들에 대해 알아낸 수많은 흥미진진한 사실들을 요약 한다. 7-12장에서는 사람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룬다. 가족의 역할, 어린 시절 특성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보존되는 정도, 교육의 기능, 예측의 중요성, 신체적 느낌의 해석, 그리고 도덕성의 의미 등을 다루고 있다.
“융은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며 조현병 환자들을 많이 만나보았는데, 이들의 생각과 감정은 성적 갈등보다는 비정상적인 뇌기능과 더 관련이 있어보였다. 한편 프로이트의 환자들은 주로 보수적인 오스트리아 사회의 윤리를 위반하는 생각과 행동에 대한 억압을 사회화하는 가정에서 자란 중산층 성인들이었다.(p.160)” 프로이트가 보기에는 그런 배경에서는 어린 시절 성적 충동의 사회화가 형성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타당해 보였다. 이처럼 두 사람이 연구한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각기 주장하는 핵심 내용이 다르게 되며, 각자 인간의 한 단면에 대한 특성을 부각시켜 인간 심리를 설명하고 있다.
“각 아동의 동일시 패턴은 일련의 기질적 편견, 가족 내의 관행, 형제 관계, 문화적 환경, 역사적 시대 등과 뒤엉켜 만 20세 이후로는 바뀌기 힘들어지는 프로필을 만들어 낸다.(p.329)” 하지만 바꾸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각 조건이 갖고 있는 개별 영향력의 추정치라 할 수리를 배정하기는 불가능하다. 모든 환경이 한데 뒤섞여 각각의 여행자를 위한 유일무이한 여행 일정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부분의 청소년이나 성인은 생후 만 3년 이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특히 핵심적인 개인적 경험이 일어났던 시간과 장소를 기억 못한다.(p.345)” 유아 기억상실증이라고 하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해마에 의 해 중재되는 세 가지 과정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해마는 만 4세 정도가 돼야 성인의 수준으로 성숙한다. 성숙한 해마는 두드러진 사건을 그 환경과 결합시켜 통합된 표상을 창조해낸다. 이 구조물은 또한 한 사건의 스키마를 단어의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지식에 대한 갈망이 생물학적으로 준비되어 있는 욕구인지, 아니면 새로운 사실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했던 과거의 경험을 통해 습득한 동기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느 쪽이든 불확실성과 그 해소는 양쪽 설명 모두에서 핵심적인 과정이다.(p.410)” 사람의 수많은 심리적 속성도 느낌을 이해하지 않고는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사람이 타인에게 친절한 이유는 그런 행동을 통해 잠시나마 자기가 좋은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보상이니 어쩌니 하며 거추장스러운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학자들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공을 들인다. 그렇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즐거움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한 속담이 이 진리를 담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구슬치기에서 중요한 것은 구슬이 아니라 놀이 그 자체다.’
“사회적 조건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하기 때문에 그 사회의 윤리규범도 그런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서 변화해야만 한다. 자기 시대에 도덕적 귀감이 되었던 사람은 많지만, 모든 시대를 통틀어 귀감으로 남아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P.494)” 객관적 사실을 찬양하도록 교육받은 현재 세대는 ‘행복해지려면 환상에 빠져들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기쁨의 대부분을 환상에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한 샤틀레 후작 부인의 조언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면서 ‘공부를 해서 얻는 것은 더 현명하고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심리학과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가지 배경지식을 파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자칫하면 어려울 수 있는 방대한 주제들을 쉽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로는,
1. 한나 크리츨로우의 "운명의 과학"
2. 닉 채터의 "생각한다는 착각"
3. 브라이언 그린의 "엔드 오브 타임"
4.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인간을 완성 시키는 12가지 요소를 심리학, 철학, 사회학, 과학을 아우르고 관통하여 보여주는 서적입니다. 프롤로그를 보면 작가는 52년만에 각주에서 자유로운 글을 썼고 저녁 시간에 와인 한잔을 하면서 읽는걸 추천한다고 했는데요, 저는 카페에서 가볍게 펼쳤다가 내용이 흥미로워 오랜만에 메모를 하면서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 탓인지 특히 첫번째 요소로 다루었던 언어 부분이 재미있었는데요, 인간의 정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읽었습니다. 치매로 인해 단어 사용이 점점 불편해지는 가족이 있는데요, 현상을 표현하는 약속이 달라지니 일상적인 대화도 어려울 때가 한번씩 생기곤 해서 역시 첫번째 요소로 다룰만하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던거 같습니다.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자아낸다. 인간이란 무엇인지 통찰을 발휘하는 인문학 책들이 다양하게 등장하는 시기에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지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다. 즉 인간이란 무엇인지 인간을 정의하는 기존의 인간학과 달리 인간이 이렇게, 저렇게 정의되기까지 어떠한 주변 환경과 사고들이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폭넓은 탐구라고 할 수 있다.
언어, 지식, 사회적 배경, 계급, 뇌과학, 가족 등의 인간관계, 심리학, 교육, 도덕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인간을 탐색하는데 인문, 사회, 과학, 의학 등 분야를 막론하게 폭넓게 이루어지는 고찰을 보다보면 오랜 시간 동안 작가가 품어왔던 사고의 깊이와 넓이를 보여준다.
인간이라는 주제의 논의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려운데 이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고하면서도 그렇게 무겁지 않다. 그래서 찬찬히 한 챕터씩 따라 읽다보면 독자 역시 여러 분야에서 인간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된다. 어려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다룸으로써 누구나 천천히 사고를 넓혀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작가의 저력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