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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아른힐 레우뱅 저/손희주 역
생각정원 | 2020년 05월 20일
조현병을 포함한 정신질환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도서들을 읽던 차에, 우연히 이 책의 광고를 접하게 되어서 구입을 결심하게 된 책. 조현병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읽기 좋은 책이다. 사회에서 조현병 하면 편견을 갖는 사람들도 있는데,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일반인이 범죄를 저지를 확률보다 낮다고 한다.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에 이어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책인 것 같다.
내 페이지는 비어 있지 않다. 네모는 여전히 그곳에 있지만 아무 것도 망가뜨리지 않는다 . 이것은 전체의 일부며, 내 인생의 일부다. 긴 시간이 걸렸지만 우리는 해냈다. 그리고 나는 모든 색깔을 전부 사용했다. / p260
아른힐 레우뱅, 평범한 소녀 아니 조금 많이 섬세한 소녀에서 조현병 환자로 긴 시간을 보낸 그녀는 끝내 조현병 와중에도 중단했던 학업을 이어 대학입시를 보고 심리학을 전공하고 임상심리학자이자 연구가가 되었다. 이 모든 이야기의 끝에 그녀가 한 말은 바로 위의 파란 칸 속에 담긴 말이다.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이 길지 않은 이야기 속에 그녀는 많은 의미와 정서를 담고 있다. 시작은 공허함과 고독이었을 것이나 이후 그녀는 혼란과 두려움 속에서도 그리고 자신을 압도하는 광기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의 이야기가 어지러움 속에서도 서정적이기도 분투의 흔적 같기도 성숙을 그린 성장소설 같기도 한 것일 거다.
현실적인 계획에는 희망이 필요 없다. 그것은 현실주의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까맣고, 가망이 없어 보일 때는 희망이 필요하다. / p247
그녀는 조현병 이후 고독과 혼란, 광기와 자존감, 자기연민과 자기 확신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대학에가 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놓지 않고 있었다. 다행히도 노르웨이에서는 복지정책의 하나인지 재사회화 과정의 하나인지 조현병 환자에게도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고 해당 공무원의 도움으로 그녀는 혼란과 광기가 언제든 압도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더디게라도 한걸음씩 내딛을 수 있었다. 그러게 마지막에 '긴 시간이 걸렸지만 우리는 해냈다'라고 말했던 것이리라.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조력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나는 항상 안 될 것에만 집중했다. / p198
그녀가 가슴 속에 숨겨둔 꿈을 다시 돌아보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를 이해하고 그녀의 자존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그녀에게 다가서준 조력자가 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것은 결국 본인 자신이지만 그 곁에서 이해해주는 사람 하나 없다면 조용히 손길을 건네는 사람이 없다면 누구나 상황을 바꾸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 도움이 있다해도 쉽지 않은 것이 인생이니 말이다.
다른 삶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이 꼭 매달릴 수 있는 꿈, 그리고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목표가 큰 차이를 가져온다. 이때 통계와 확률은 의미를 잃는다. / p126
그녀는 조현병으로 심각한 자해와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건 조현병 환자가 보기에도 그녀의 상태가 심각해 보일 정도였다. 그러는 사이에도 그녀는 자존감과 자기통제권에 대한 인식을 깊이 갈무리하고 있다. 쉽게 자신을 포기하지도 않았고 자신을 남들이 제어한다고 해서 체념하지도 않았다.
실명과 시각장애를 분류하는 10% 이하를 보느냐 그 이상을 보느냐는 단순한 판별기준으로 당사자의 대응방식이 달라진다는 사례를 그녀는 이야기했다. 그 사례가 주는 교훈처럼 그녀는 자신을 판단하는 의사나 다른 이들의 결정에 좌우되지만은 않았다. 스스로 통제권을 타인에게 넘기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기대가 싹을 틔우기도 전에 죽이고는, 비현실적이고 낮은 기대감을 깨움으로써 우리 인간이 평소라면 충분히 해낼 성과조차 올리지 못하게 하는, 심지어 그들의 진단명과 병의 증상에서 기대되는 것 보다도 훨씬 적은 것을 이루게 하는 무비판적인 대응 방식이다. / p124
그녀가 증상을 보이던 순간부터 사람들은 그녀에게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대했지만 그녀는 거기에 무너지지 않았다. 자존감과 자기통제에 대한 필요성을 그녀는 증상을 보이던 시기, 사람들의 편견을 느끼던 시기부터 이미 자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늑대는 나에게 속했고, 나 외에는 늑대와 싸울 사람이 없었다.......나는 내가 느끼는 것을 함께 나누려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법을 배웠다. / p70
그녀는 증세가 시작되고 심각해지는 중에도 자신의 분열된 정신이 야기하는 현상들을 침착하게 받아들이려 했다. 결국은 증상에 압도 당하는 순간을 거치기도 했지만 자신의 내면이 만들어낸 늑대와 선장을 상대해야 할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걸 자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돕고 이해하려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겼던 소녀다.
병원에서는 내 병이 만성적이라고 통보하여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빼앗아갔다. 그렇게 나는 그 곳에 갇혔고, 단 한 가지만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은 공허함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공허함이었다. / p60
그녀의 발병 초기에 의료진은 그녀의 병명을 조현병이라 이야기 하면서 이 병은 만성적인 것이라 통보했다. 그래서 그녀는 꿈과 희망을 빼앗기는 것만 같았고 공허함만을 느꼈다고 한다. 이 헛헛함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리고 자신의 미래가 우주 밖으로 날아가버리는 듯한 그 심정을 겪지 않고 어떻게 짐작할 수 있을까?
그녀는 고작 14살 소녀였을뿐이다. 14살에 산 채로 인생이 매장 당하는 순간의 그 감정을 심정을 난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 웃고 있을 때면 고독이 내 속으로 파고들어, 삶은 쉽고 즐겁고 좋은 것이 아니라 외롭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 p25
그녀는 14살의 소녀였다. 한국에서라면 중2병을 앓고 있을 그래서 더 그녀 자신도 주변에서도 그녀의 초기 증세들에 격정적일 시기라 그런 거라 단순히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 그녀는... 14살의 한 소녀는 다른 이들 보다 좀더 섬세하고 연약했을뿐이었다. 그 섬세하고 연약한 소녀가 폭풍 속을 걸어서 건넜다. 그리고 그녀는 상처가 남았고 걸음 걸음 흔들린 흔적을 남기며 왔지만 결국에 목적지를 향하고 있다. 폭풍에 쓰러지고 휩쓸려 체념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소녀에서 한 명의 여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멀고 험한 길을 결국엔 걸어낸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결코 '삶의 찬가'처럼 들리지 않는다. 승전가로도 들리지 않는다. 되려 나는 그녀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故 종현이 작사 작곡한 이하이의 노래 <한숨>을...
#아른힐 레우뱅의 이야기를 역순으로 되짚어 보았습니다. 스포일러가 많지만 그럼에도 더 서정적이고 더 격정적이고 정서적으로 버티기 힘든 그녀의 실제 이야기를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 아른힐 레우뱅
조현병에 대해 단편적 지식만 가진 사람으로서, 실제 조현병을 겪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이라 어려움 없이 읽어 나갈 수 있었다. 환청, 환영 등을 겪으며 자신에 대한 확신이 무너지고 일상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적극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대여로 읽게 된 책이다. 저자는 심리학자인 동시에 정신 질환을 앓았던 환자기도 하다. 아무래도 의료인이나 주변인이 아닌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이 된다. 사실 조현병이라고 하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이야기되는 걸 더 많이 보았던 것 같은데 어떤 질환이든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또한 병은 그저 병일 뿐이다. 그러나 병에 대한 편견 때문에 이를 욕으로 쓰는 경우가 참 많다. 누구나 어느 날 장애가 생기거나 병에 걸릴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를 비난하거나 비하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성숙한 문화가 하루빨리 자리잡기를 바라본다.
최근 강력 범죄자가 검거될 때마다 거의 매번 따라붙는 단어가 있다.
조현병이라는 단어인데 이 단어가 너무도 흔하게 쓰여진 덕에
이제는 어떠한 강력 범죄라 하더라도 조현병이라는 단어만 붙으면
자연스럽게 연결될 지경까지 되어버렸다.
하지만 조현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저 무서운 병, 정신 이상 정도로만 생각하는데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하는 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조현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무시무시한 것만은 아니라서
어쩌면 내 주위에서, 오늘 하루동안 마주친 누군가가 조현병을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수확은 그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공포에 휩싸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책을 통해 얻은 것이 많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