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노 지즈코 저/이주희 역
윤경희 저
엘리 저
김민정 저
박홍순 저
정혜윤 저
MBC의 예능 프로그램인 나혼자 산다가 여태껏 방송되는 이유는 비슷한 처지의 혼자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시청을 하기 때문일 거다. 물론 혼자 살지 않아도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 궁금한 사람도 있고 잘 살 것 같은 연예인들의 한껏 잘 꾸며진 속사정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관음증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도저도 아니면 자기가 좋아하는 출연진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의 결과물일 수도 있고. 아무튼 혼자 산다는 건 트렌드이면서도 사회적 문제다. 문제라고 하면 트러블(trouble)을 연상케 하지만 비주류처럼 인식받던 혼자살이가 이제는 점차 주류의 사회 현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붙여본 퀘스쳔(question)에 가깝다.
혼자 살게된 동기는 다양하다. 부모 세대와의 동거가 어딘지 불편한 경우, 지방에서 혼자 올라와 불가피하게 혼자 살 수 밖에 없는 케이스, 경제적으로 독립해도 하등 이상할 것 없는 좀 사는 축에 속하는 싱글 라이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구와 같이 살았다가 뭔가 일이 발생하면서 혼자 살게 된 상황등등. 워낙에 혼자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각종 마케팅도 빈번하고 그런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특화된 비즈니스 사업도 활황이다. 특히 전 지구적 감염병이 돌면서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겠다라는 매우 현실적인 선택도 한몫한 듯 싶다.
혼자 사는 건 돈이 필요하다. 부모가 이미 만들어 놓은 둥지 안에선 지극히 개인적 용도의 용돈을 제외하면 들어갈 일이 없는 주거비와 식비 일부, 그리고 각종 공과금을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건 나 혼자 살아 간섭도 안받고 좋다라는 흥분이 가시면 바로 찾아오는 경제적 압박이다. 수입이 넉넉하다면 그런 걸 다 지불하고도 아무렇지 않겠지만 아주 많은 경우는 쪼들리는 신세를 한탄할 수 밖에 없다. 혼자 사는 현상을 탐탁치 않아하던 보수적인 한국 사회가 그들을 위해 먼저 나서서 주거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기대난망이었다. 형편에 맞춰 살아야 하다보니 이른바 지.옥.고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간혹 등장하는 지.옥.고는 어쩌면 잘 포장된, 그러나 별 맛없는 배달음식과도 같다. 한 몸 누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 빼면 안전하지도 않고 소음문제에 특히 요즘처럼 부동산 관련된 이슈들이 빈번하다 보니 과연 혼자 살면서 이런 문제에 봉착하면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까 고민도 된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 처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부장적인 분위기의 고장에서 태어나 서울로 올라와 혼자 살면서 우선 겪어야 했던 방(집이 아니라)구하기부터 시작해 지금의 살 공간을 구하기까지 연대기를 엮고 있다. 녹록치 않아 보였다. 그리고 후반부엔 혼자 살면서 해결해야 하는 각종 문제들, 신문 사회면에서나 볼 법한, 여자 혼자 서울에서 살아남기에 대한 갖가지 에피소드를 엮어 내고 있다.
'혼자서 잘먹고 잘사는 중입니다' 라고 표제는 달아두었지만 과연 그럴까 싶은 부분이 있다. 지속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어떻게 충당하고 있을까? 책을 지어가면서, 아니면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모아둔 돈으로, 그도 아니면 본가가 있기에 비빌 언덕은 있다는 믿음으로? 눈이 내린다. 길건너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어느 집에서도 혼자 사는 사람이 눈을 바라보고 있을 것 같다. 팍팍한 대한민국 사회가 만들어 놓은, 혼자 사는 삶이 지금보다 윤택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집이야말로 가장 혼자다울 수 있는 공간이다 작지만 자신의 취향이 묻어날 아기자기한 방 아무도 간섭할 수 없고 애인을 불러 데이트도 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혼자 사는 2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지옥고라는 신조어처럼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은 말 그대로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 아니다 애초에 사람이 머물고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는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개념이 없는 집이다 지옥고는 20대의 주거 현실을 기가 막히게 보여준다
컨테이너 박스를 임의로 두 방으로 나눈 옥탑방에서 살던 저자는 이웃 어른이 자기 방에서 방귀를 뀔 때마다 그 소리를 들어야했다 너무 황당하지 않은가 어떻게 다른 소리도 아니고 방귀 소리가? 방귀 뀌는 소리 외에도 이웃 어른이 친구와 전화하는 소리며 가끔 방으로 올라오는 손주들 소리며 그 많은 옆집의 소음을 듣고 있자니 저자가 엄마한테 이웃 어른을 욕하던 전화며 애인과 꽁냥댔던 소리며 모든 게 아득해졌다 분명 혼자 사는 게 맞는데 혼자 사는 것 같지 않은 홀로 살이였다
욜로족이란 미래 따윈 괘념치 않는 대책 없고 철없는 소비에만 빠진 20대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알려졌다 그렇다면 20대들의 인생은 얼마나 욜로다워졌을까? 이들은 월급의 일정 금액을 저축하고 월세와 통신비를 꼬박꼬박 내느라 남는 돈이 그다지 없는 평범한 사회초년생들이다 사고 싶은 비싼 물건이 있다면 조금씩 돈을 몇 개월간 모아 구매한다 가끔 눈치 보며 휴가를 며칠 내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다녀온 뒤에는 한참은 일상이 궁핍해지기도 한다 누구는 1년마다 페스티벌에 가기도 한다 남미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말고 자라섬에서 하는 그런 페스티벌을
해가 조금씩 지면서 하늘이 붉은빛에서 푸른빛으로 변해간다 약간 서늘하면서 고소한 가을 냄새가 난다 조그마한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텐트 위에 걸어둔 가스 랜턴 심지가 타닥타닥 예쁜 빛을 내며 타들어가고 있다 간단히 만든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먹으면서 혼자 생각에 빠지거나 혹은 동행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도시보다 빨리 떨어진 해와 와인에 약간 졸리다 취기도 살짝 돈다 아까 낮에 맥주를 마시고 햇볕을 받으며 낮잠도 잤지만 조금 쌀쌀한 텐트 안 침낭 속으로 쏙 들어가 책을 몇 페이지 읽다 까무룩 잠든다 강르 백패키은 새로운 영감을 주는 이벤트가 되어 소중한 시간이 된다
쿡방 열풍은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넘쳐난다 3분 내외의 짧은 영상에 눈이 즐겁다 쉬운 집밥 요리 레시피를 담은 영상도 차고 넘친다 주변의 온갖 영상이 필사적으로 재료를 씻고 자르고 데치고 냄비 뚜껑을 닫고 있다 그런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일인분짜리 음식을 요리하는 일이다 아무리 식재료 양을 어림잡아 적게 사들고 와도 요리를 하면 꼭 남는다 조금 남아 다음 날 먹기도 양이 적다 그래서 넉넉하게 이인분을 만들면 다음 날 약속이 생겨 저녁을 거르게 된다 그렇게 하루 이틀 정도 냉장고에서 살고 있던 음식은 나중에 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다 딱 지금 이 끼니만 먹을 수 있을 정도면 좋을 텐데......... 엄마의 대충 눈대중이 세상 신기하다 미디어에서는 스스로 해먹는 요리를 건강하고 행복한 슬로푸드라고 일컫던데 어째 일인분 생활자에게는 귀찮고 쓸슬한 푸드인가?
일인분 생활자에는 90년대생 저자의 일인 라이프와 그 라이프를 통해 느낀 개인적인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인분 생활자의 라이프는 한마디로 외롭고 쓸쓸한 홀로움의 연속이었다 직방과 다방과 피터팬 같은 철새들 사이에서 유명한 부동산 직거래 앱과 사이트를 틈틈이 접속하고 4평짜리 집을 구하는 데 영혼까지 다 털리고 집 안 수리 만렙이 되기 위해 기술을 터득하고 방음이 되지 않아 옆집 사람의 출근 시간이 자신의 모닝콜이 되고 생계를 위해 N 잡러가 되고 가성비 최고의 DIY 가구를 조립하고 부동산 실장의 넉살 좋음을 가장한 무례함과 모호한 희롱에 입을 닫고.....
그러나 저자는 돈도 많이 못 벌면서 꾸준히 해외여행을 다니고 몸에 타투를 하고 비혼은 아니지만 결혼할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한 직장에서 평생 같은 일을 하며 사는 걸 상상하기 어렵고 타인에게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 대신 애인 있어요? 라고 묻는다 적금을 꼬박꼬박 드는데 엄마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준비라고 알지만 사실은 그 돈으로 언젠가 갈지도 모를 세계 여행을 꿈꾸고 있다
< 일인분 생활자 >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인구지형도는 급속하게 변화되고 있는 중이라 생각한다. 인구는 모든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우리 사회에 파생되는 영향력 또한 매우 크다. 우리는 인구변화로 각종 소비패턴과 라이프 스타일, 직업, 교육, 주거 등등 모든 분야에서 변화되고 있는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통계청에서는 2035년 1인가구 비율이 68%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회의 변화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일인분 생활자'의 작가는 자신의 은밀하고 사적이고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다.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생활한지 10년차인 작가는 취업준비생, 비정규직, 창업의 실패, 월세살이, 넉넉하지 않은 급여, 여성으로 열악한 환경속에서 거주하는 방법 등등으로 사회생활 속에서 독립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때로는 의욕적이고 활기차게, 때로는 점점 지쳐가는 자신을 다독이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점점 강해지는 자신을 대견스러워하며 성장해가고 있는것을 확인할 수 있다. 책속에서 펼쳐지는 작가의 경험과 생각 그리고 상황들은 많은 '일인분 생활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거처할 공간을 찾는것, 일상속에서 해결해야 할 작은 문제들, 결혼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건강유지를 위한 선택,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혼자사는데 있어서 주의해야할 많은 것들 그리고 사적인 많은 행동들 등등을 통해 누군가는 공감하고 누군가는 참고하며 자신과 비교하며 다양한 모습들을 만들어갈 것이라 생각해 본다.
우리사회의 다양한 구성원 중에서 20, 30대의 청년층은 현재와 미래 우리사회를 이끌어갈 중요한 세대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부 분야에서는 여러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고착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맞이하게 되고 있다. 이케아세대, 3포, 5포, 8포, N포세대, N잡러,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등 우리사회의 현실을 꼬집는 자조적 단어들이 곳곳에서 어려움을 표현해 주고 있다. '일인분 생활자'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 작가는 우리사회의 여러 단면을 펼쳐보이며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가며 외치고 있다. 현재는 열심히 "혼자서 잘먹고 잘 사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