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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분 생활자

혼자서 잘 먹고 잘 사는 중입니다

김혜지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5월 25일 한줄평 총점 8.0 (21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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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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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90년대생의 일인 라이프
“혼자서 잘 먹고 잘 사는 중입니다”

‘혼자’라는 것은 꼭 ‘집에서 나 혼자 산다’는 의미 외에도 혼자 무엇을 해내고 혼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고 사람들과 약간의 거리를 두는 혼자의 영역을 의미하기도 한다. 90년대생인 저자는 지방에서 혼자 올라와 서울에 산 지 딱 10년째다. 어떨 때는 친구와도 살았고 어떨 때는 잘 모르는 사람과도 살았고 대부분은 혼자 살았다. 2평짜리 고시원에서도 살았고 4평짜리 다세대주택 원룸에서도 살았고 5평짜리 다가구주택 옥탑방에서도 살았다.

저자는 취준생, 망해버린 창업, 불안정한 고용 형태, 반복되는 1년짜리 월세살이, 얼마 되지도 않은 월급, 열악한 곳에서 혼자 사는 여성 등 N포 세대가 겪을 수밖에 없는 거의 모든 것을 경험했다. 그렇게 혼자 산다는 감각이 점점 뚜렷해지면서 겪은 여러 이야기를 꾸준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별별 집에서 살다 보니 별별 일을 다 겪었는데, 얇은 벽 사이로 이웃 어른의 방귀 소리까지 들릴 때는 분노가 치밀었다가 집 전체를 오롯이 자신의 취향의 공간으로 꾸밀 때는 행복한 집순이가 되기도 했다.

『일인분 생활자』에는 90년대생 저자의 일인 라이프와 그 라이프를 통해 느낀 개인적인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인분 생활자의 라이프는 한마디로 외롭고 쓸쓸한 홀로움의 연속이었다. 직방과 다방과 피터팬 같은 철새들 사이에서 유명한 부동산 직거래 앱과 사이트를 틈틈이 접속하고, 4평짜리 집을 구하는 데 영혼까지 다 털리고, 집 안 수리 ‘만렙’이 되기 위해 기술을 터득하고, 방음이 되지 않아 옆집 사람의 출근 시간이 자신의 모닝콜이 되고, 생계를 위해 N잡러가 되고, 가성비 최고의 DIY 가구를 조립하고, 부동산 실장의 넉살 좋음을 가장한 무례함과 모호한 희롱에 입을 닫고…….

그러나 저자는 돈도 많이 못 벌면서 꾸준히 해외여행을 다니고 몸에 타투를 하고, 비혼은 아니지만 결혼할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한 직장에서 평생 같은 일을 하며 사는 걸 상상하기 어렵고, 타인에게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 대신 “애인 있어요?”라고 묻는다. 적금을 꼬박꼬박 드는데 엄마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준비라고 알지만, 사실은 그 돈으로 언젠가 갈지도 모를 세계 여행을 꿈꾸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 · 005
1장 - 혼자 살지만, 혼자 사는 것 같지 않은
지옥고는 멀리 있지 않았다 · 013
4평짜리 집을 구하는 데 영혼까지 털렸다 · 021
이케아 세대의 가구 들이기 · 030
왜 섬에 살아? · 038
내 집을 위한 기술들 · 046
옆집 사람의 출근 시간은 내 모닝콜 · 053
원룸에서 투룸으로 · 060
2장 - 요즘 것들의 일인 라이프
욜로의 라이프는 없다 · 069
N잡러를 꿈꾸는 당신에게 · 077
이런 결혼이라면 · 085
결혼하지 않아도 법적 보호자가 될 수 있을까? · 092
홀로움에 대하여 · 099
엄마가 아는 나는 이제 없다 · 106
할머니, 엄마, 딸의 몫이었다 · 113
나도 나이가 든다면 · 120
3장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일인분
취미는 요가 · 129
막장도 혐오도 없는 친구를 만났다 · 137
구몬 성인 중국어를 시작했다 · 145
가을 백패킹의 매력 · 153
배달 음식의 플라스틱에 죄책감이 든다면 · 160
나의 귀찮고 쓸쓸한 냉장고 · 168
반려식물을 들이기 전에 · 177
4장 -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게 좋다
여자라서 못할 것 같나요? · 187
혼자서 하는 여행 · 194
나를 지켜보는 공포 · 202
당신의 오지랖은 친밀함의 증거일까? · 210
소개팅남은 징징대기 시작했다 · 217
자위하세요? · 223
생리컵을 고를 수 있는 권리 ·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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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김혜지
얼마 전까지 비정규직에다 월세에 허덕였다가 가까스로 탈출해 비로소 전세자금 대출의 노예가 되었다. 선거철만 되면 온통 붉게 물드는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고, 가부장제 짙은 문화에 고통받다 서울로 올라온 지 10년째다. 사회의 정상 범위에 들기 위해 기를 쓰다 갑자기 뭐가 왜 정상인지 궁금해 글로 쓰기 시작했다. 돈도 많이 못 벌면서 꾸준히 여행을 다니고 코를 뚫고 몸에 그림을 새기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타인에게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 대신 “애인 있어요?”라고 묻는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요즘 애들’로 불리다가, 나는 그대로인데 나이는 곧 서른이라 약간 뻘쭘한 상황... 얼마 전까지 비정규직에다 월세에 허덕였다가 가까스로 탈출해 비로소 전세자금 대출의 노예가 되었다. 선거철만 되면 온통 붉게 물드는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고, 가부장제 짙은 문화에 고통받다 서울로 올라온 지 10년째다. 사회의 정상 범위에 들기 위해 기를 쓰다 갑자기 뭐가 왜 정상인지 궁금해 글로 쓰기 시작했다.
돈도 많이 못 벌면서 꾸준히 여행을 다니고 코를 뚫고 몸에 그림을 새기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타인에게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 대신 “애인 있어요?”라고 묻는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요즘 애들’로 불리다가, 나는 그대로인데 나이는 곧 서른이라 약간 뻘쭘한 상황이다. 그래도 적금은 꼬박꼬박 드는데 엄마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준비라고 알지만, 사실 언젠가 갈지도 모를 세계 여행을 꿈꾸는 중이다.

출판사 리뷰

옆집 남자의 방귀 소리는 듣기 싫어!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집이야말로 가장 혼자다울 수 있는 공간이다. 작지만 자신의 취향이 묻어날 아기자기한 방, 아무도 간섭할 수 없고 애인을 불러 데이트도 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혼자 사는 2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지옥고라는 신조어처럼, 반지하·옥탑방·고시원은 말 그대로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 아니다. 애초에 사람이 머물고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는,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개념이 없는 집이다. 지옥고는 20대의 주거 현실을 기가 막히게 보여준다.

법에서 정한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집에 살거나 고시원, 비닐하우스, 반지하 등 집 같지도 않은 집에 혼자 사는 청년이 서울에는 셋 중 하나꼴이란다. 사람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잠만 자는 공간도, 먹기만 하는 공간도 아니다. 집은 자고 먹고 쉬고 충전하고 노래도 듣고 섹스도 하고 이웃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삶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옥고에서는 옆방 남자의 신음소리를 실시간으로 들어야 하고, 해도 들지 않아 밤인지 아침인지 구분되지 않는 시간을 맞이해야 한다. 어쩌면 홀로 지옥고에 사는 20대에게는 집이 채워줄 수 있는 기본적인 욕구조차 사치일 테다. 내 돈 내고 사는데도!

컨테이너 박스를 임의로 두 방으로 나눈 옥탑방에서 살던 저자는 이웃 어른이 자기 방에서 방귀를 뀔 때마다 그 소리를 들어야 했다. 너무 황당하지 않은가. 어떻게 다른 소리도 아니고 방귀 소리가? 방귀 뀌는 소리 외에도 이웃 어른이 친구와 전화하는 소리며 가끔 방으로 올라오는 손주들 소리며 그 많은 옆집의 소음을 듣고 있자니, 저자가 엄마한테 이웃 어른을 욕하던 전화며 애인과 ‘꽁냥’댔던 소리며 모든 게 아득해졌다. 분명 혼자 사는 게 맞는데, 혼자 사는 것 같지 않은 홀로살이였다.

요즘 것들의 일인 라이프

욜로족이란 미래 따윈 괘념치 않는, 대책 없고 철없는, 소비에만 빠진 20대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알려졌다. 그렇다면 20대들의 인생은 얼마나 욜로다워졌을까? 이들은 월급의 일정 금액을 저축하고, 월세와 통신비를 꼬박꼬박 내느라 남는 돈이 그다지 없는 평범한 사회 초년생들이다. 사고 싶은 비싼 물건이 있다면 조금씩 돈을 몇 개월간 모아 구매한다. 가끔 눈치 보며 휴가를 며칠 내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한참은 일상이 궁핍해지기도 한다. 누구는 1년마다 돌아오는 페스티벌에 가기도 한다. 남미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말고, 자라섬에서 하는 그런 페스티벌을.

“저희 ○○○와 □□□는 각자의 커리어를 존중하고 응원하며, 서로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신부와 신랑이 함께 성혼 서약서의 구절을 읽자마자 양쪽 테이블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지금까지의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동등한 만남이 아닌 집안 대 집안으로 보는 사회적 관습과 하나됨이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지워짐’이었다. 20대들은 여성이 남성의 집으로 편입되지 않는, 다시 말해 여성 역시 주체적일 수 있는 결혼식, 또한 사랑하는 개인과 개인이 미래를 함께하겠다는 것을 선언하는 결혼식을 꿈꾸기 시작한다.

엄마가 말하고 있는 딸은 지금의 딸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 어린 시절의 딸이다. 고등학생 이후 성격과 가치관이 크게 바뀌었지만, 엄마에게 딸은 고등학생 때쯤의 딸로 머물러 있다. 스무 살 때는 이런 사람이었다가 스물한 살 때는 저런 사람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스물다섯 살 때와도 아주 다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관과 신념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는지를 공유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각 잡고 하는 이야기보다 일상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한때 자신을 제일 잘 알았고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과 맞지 않거나 잘 모르는 사람들이 된 건 슬픈 일이다.

나의 귀찮고 쓸쓸한 푸드

넷플릭스는 맞춤형 드라마를 장르별로 소재별로 여럿 제공할 수 있어 아주 매력적이다. 큰 노력과 비용을 투자하는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통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해준다. 넷플릭스가 추천해준 대부분의 콘텐츠는 소름 돋도록 아주 재미있어 할 콘텐츠들이다. 넷플릭스의 콘텐츠는 고정된 성 역할, 이성애 중심적인 스토리, 성소수자 희화화, 각종 성별 고정관념 등 불편한 지점들이 그나마 한국의 콘텐츠에 비해 덜하다. 또 콘텐츠의 질과 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넷플릭스 4인팟은 한 달에 3,000원 정도다). 아무래도 가성비를 많이 따지는 20대들에게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콘텐츠 제공은 매우 매력적이다.

해가 조금씩 지면서 하늘이 붉은빛에서 푸른빛으로 변해간다. 약간 서늘하면서 고소한 가을 냄새가 난다. 조그마한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텐트 위에 걸어둔 가스 랜턴 심지가 타닥타닥 예쁜 빛을 내며 타들어가고 있다. 간단히 만든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먹으면서 혼자 생각에 빠지거나 혹은 동행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도시보다 빨리 떨어진 해와 와인에 약간 졸리다. 취기도 살짝 돈다. 아까 낮에 맥주를 마시고 햇볕을 받으며 낮잠도 잤지만, 조금 쌀쌀한 텐트 안 침낭 속으로 쏙 들어가 책을 몇 페이지 읽다 까무룩 잠든다. 가을 백패킹은 새로운 영감을 주는 이벤트가 되어 소중한 시간이 된다.

쿡방 열풍은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넘쳐난다. 3분 내외의 짧은 영상에 눈이 즐겁다. 쉬운 집밥 요리 레시피를 담은 영상도 차고 넘친다. 주변의 온갖 영상이 필사적으로 재료를 씻고 자르고 데치고 냄비 뚜껑을 닫고 있다. 그런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일인분짜리 음식을 요리하는 일이다. 아무리 식재료 양을 어림잡아 적게 사들고 와도 요리를 하면 꼭 남는다. 조금 남아 다음 날 먹기도 양이 적다. 그래서 넉넉하게 이인분을 만들면 다음 날 약속이 생겨 저녁을 거르게 된다. 그렇게 하루 이틀 정도 냉장고에서 살고 있던 음식은 나중에 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다. 딱 지금 이 끼니만 먹을 수 있을 정도면 좋을 텐데……. 엄마의 ‘대충 눈대중’이 세상 신기하다. 미디어에서는 스스로 해먹는 요리를 건강하고 행복한 슬로푸드라고 일컫던데, 어째 일인분 생활자에게는 귀찮고 쓸쓸한 푸드인가?

자위하세요?

6년 전 유럽 여행 당시 프랑스 파리는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 다른 도시에 비해 치안이 위험한 편이었다. 사소한 소매치기부터 강매, 폭행, 강도 등이 발생해 남성들도 범죄 대상이었고 그들도 두려워했다. 여성에게는 성폭력의 두려움도 더해졌다. 여행을 다니는 게 가능한 두려움과 아예 불가능한 두려움은 다른 차원이다. 여성이 도저히 밤에 홀로 갈 수 없는 곳들이 있다. 이것은 용기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 혼자 여행할 때나 여자인 친구와 여행할 때는 항상 사방을 살피고 경계해야 한다. 홀로 하는 여행은 낭만적이고 행복하지만 여행에서조차 여성은 위험하다. 여전히 ‘홀로 여행’을 꿈꾸지만 여전히 두렵다.

혼자 사는 여성에게 쿠폰을 확인하겠다며 계속해서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는 배달원, 수리를 위해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더니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집주인, 택배를 가장해 여성을 성폭행하려던 남자, 혼자 사는 여자가 퇴근 후 집에 돌아갔더니 세탁기 위에 ‘외로우면 만나자’는 쪽지가 남겨져 있었다는 이야기. 자취하는 여자, 혼자 사는 여자. 범행 표적. 혼자 사는 여성에게 일상은 공포다. 이것은 여성의 현실이고 경험이다. 몇 년 전 한 여성 유튜버를 향한 남성 BJ와 남성 시청자들의 살인 예고는 여성은 언제나 실제적인 혐오와 폭력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혼자 사는 여성은 조금 더 위험에 노출될 뿐, 모든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위험의 본질적인 원리는 동일하다.

여자도 성욕이 있는데 왜 자위를 하지 않았을까? 분명 자위를 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왜 여성은 자위를 말하지 않았을까? 한 가지 분명한 이유는 여성이 자신의 몸을 잘 몰랐다는 것이다. 학교의 성교육은 늠름한 난자를 향해 달려가다 수십억 마리의 정자가 떼죽음을 당한다는 비디오 시청이었다. 혹은 성기의 의학적 단면도 그림을 두고 그것이 성기의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전립선이니 나팔관이니 쳐다보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성기의 어디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정확히 배울 기회도 없는 판에 성교육으로 바람직한 자위를 하는 법을 가르칠 리도 없었다.

종이책 회원 리뷰 (20건)

(서평)일인분 생활자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j*****7 | 2023.01.27

MBC의 예능 프로그램인 나혼자 산다가 여태껏 방송되는 이유는 비슷한 처지의 혼자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시청을 하기 때문일 거다. 물론 혼자 살지 않아도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 궁금한 사람도 있고 잘 살 것 같은 연예인들의 한껏 잘 꾸며진 속사정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관음증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도저도 아니면 자기가 좋아하는 출연진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의 결과물일 수도 있고. 아무튼 혼자 산다는 건 트렌드이면서도 사회적 문제다. 문제라고 하면 트러블(trouble)을 연상케 하지만 비주류처럼 인식받던 혼자살이가 이제는 점차 주류의 사회 현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붙여본 퀘스쳔(question)에 가깝다. 

혼자 살게된 동기는 다양하다. 부모 세대와의 동거가 어딘지 불편한 경우, 지방에서 혼자 올라와 불가피하게 혼자 살 수 밖에 없는 케이스, 경제적으로 독립해도 하등 이상할 것 없는 좀 사는 축에 속하는 싱글 라이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구와 같이 살았다가 뭔가 일이 발생하면서 혼자 살게 된 상황등등.  워낙에 혼자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각종 마케팅도 빈번하고 그런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특화된 비즈니스 사업도 활황이다. 특히 전 지구적 감염병이 돌면서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겠다라는 매우 현실적인 선택도 한몫한 듯 싶다. 

혼자 사는 건 돈이 필요하다. 부모가 이미 만들어 놓은 둥지 안에선 지극히 개인적 용도의 용돈을 제외하면 들어갈 일이 없는 주거비와 식비 일부, 그리고 각종 공과금을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건 나 혼자 살아 간섭도 안받고 좋다라는 흥분이 가시면 바로 찾아오는 경제적 압박이다. 수입이 넉넉하다면 그런 걸 다 지불하고도 아무렇지 않겠지만 아주 많은 경우는 쪼들리는 신세를 한탄할 수 밖에 없다. 혼자 사는 현상을 탐탁치 않아하던 보수적인 한국 사회가 그들을 위해 먼저 나서서 주거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기대난망이었다. 형편에 맞춰 살아야 하다보니 이른바 지.옥.고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간혹 등장하는 지.옥.고는 어쩌면 잘 포장된, 그러나 별 맛없는 배달음식과도 같다. 한 몸 누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 빼면 안전하지도 않고 소음문제에 특히 요즘처럼 부동산 관련된 이슈들이 빈번하다 보니 과연 혼자 살면서 이런 문제에 봉착하면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까 고민도 된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 처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부장적인 분위기의 고장에서 태어나 서울로 올라와 혼자 살면서 우선 겪어야 했던 방(집이 아니라)구하기부터 시작해 지금의 살 공간을 구하기까지 연대기를 엮고 있다. 녹록치 않아 보였다. 그리고 후반부엔 혼자 살면서 해결해야 하는 각종 문제들, 신문 사회면에서나 볼 법한, 여자 혼자 서울에서 살아남기에 대한 갖가지 에피소드를 엮어 내고 있다. 

'혼자서 잘먹고 잘사는 중입니다' 라고 표제는 달아두었지만 과연 그럴까 싶은 부분이 있다. 지속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어떻게 충당하고 있을까? 책을 지어가면서, 아니면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모아둔 돈으로, 그도 아니면 본가가 있기에 비빌 언덕은 있다는 믿음으로? 눈이 내린다. 길건너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어느 집에서도 혼자 사는 사람이 눈을 바라보고 있을 것 같다. 팍팍한 대한민국 사회가 만들어 놓은, 혼자 사는 삶이 지금보다 윤택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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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것들의 일인 라이프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수*니 | 2020.12.21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집이야말로 가장 혼자다울 수 있는 공간이다 작지만 자신의 취향이 묻어날 아기자기한 방 아무도 간섭할 수 없고 애인을 불러 데이트도 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혼자 사는 2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지옥고라는 신조어처럼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은 말 그대로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 아니다 애초에 사람이 머물고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는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개념이 없는 집이다 지옥고는 20대의 주거 현실을 기가 막히게 보여준다

 

컨테이너 박스를 임의로 두 방으로 나눈 옥탑방에서 살던 저자는 이웃 어른이 자기 방에서 방귀를 뀔 때마다 그 소리를 들어야했다 너무 황당하지 않은가 어떻게 다른 소리도 아니고 방귀 소리가? 방귀 뀌는 소리 외에도 이웃 어른이 친구와 전화하는 소리며 가끔 방으로 올라오는 손주들 소리며 그 많은 옆집의 소음을 듣고 있자니 저자가 엄마한테 이웃 어른을 욕하던 전화며 애인과 꽁냥댔던 소리며 모든 게 아득해졌다 분명 혼자 사는 게 맞는데 혼자 사는 것 같지 않은 홀로 살이였다

 

욜로족이란 미래 따윈 괘념치 않는 대책 없고 철없는 소비에만 빠진 20대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알려졌다 그렇다면 20대들의 인생은 얼마나 욜로다워졌을까? 이들은 월급의 일정 금액을 저축하고 월세와 통신비를 꼬박꼬박 내느라 남는 돈이 그다지 없는 평범한 사회초년생들이다 사고 싶은 비싼 물건이 있다면 조금씩 돈을 몇 개월간 모아 구매한다 가끔 눈치 보며 휴가를 며칠 내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다녀온 뒤에는 한참은 일상이 궁핍해지기도 한다 누구는 1년마다 페스티벌에 가기도 한다 남미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말고 자라섬에서 하는 그런 페스티벌을

 

해가 조금씩 지면서 하늘이 붉은빛에서 푸른빛으로 변해간다 약간 서늘하면서 고소한 가을 냄새가 난다 조그마한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텐트 위에 걸어둔 가스 랜턴 심지가 타닥타닥 예쁜 빛을 내며 타들어가고 있다 간단히 만든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먹으면서 혼자 생각에 빠지거나 혹은 동행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도시보다 빨리 떨어진 해와 와인에 약간 졸리다 취기도 살짝 돈다 아까 낮에 맥주를 마시고 햇볕을 받으며 낮잠도 잤지만 조금 쌀쌀한 텐트 안 침낭 속으로 쏙 들어가 책을 몇 페이지 읽다 까무룩 잠든다 강르 백패키은 새로운 영감을 주는 이벤트가 되어 소중한 시간이 된다

 

쿡방 열풍은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넘쳐난다 3분 내외의 짧은 영상에 눈이 즐겁다 쉬운 집밥 요리 레시피를 담은 영상도 차고 넘친다 주변의 온갖 영상이 필사적으로 재료를 씻고 자르고 데치고 냄비 뚜껑을 닫고 있다 그런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일인분짜리 음식을 요리하는 일이다 아무리 식재료 양을 어림잡아 적게 사들고 와도 요리를 하면 꼭 남는다 조금 남아 다음 날 먹기도 양이 적다 그래서 넉넉하게 이인분을 만들면 다음 날 약속이 생겨 저녁을 거르게 된다 그렇게 하루 이틀 정도 냉장고에서 살고 있던 음식은 나중에 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다 딱 지금 이 끼니만 먹을 수 있을 정도면 좋을 텐데......... 엄마의 대충 눈대중이 세상 신기하다 미디어에서는 스스로 해먹는 요리를 건강하고 행복한 슬로푸드라고 일컫던데 어째 일인분 생활자에게는 귀찮고 쓸슬한 푸드인가?

 

일인분 생활자에는 90년대생 저자의 일인 라이프와 그 라이프를 통해 느낀 개인적인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인분 생활자의 라이프는 한마디로 외롭고 쓸쓸한 홀로움의 연속이었다 직방과 다방과 피터팬 같은 철새들 사이에서 유명한 부동산 직거래 앱과 사이트를 틈틈이 접속하고 4평짜리 집을 구하는 데 영혼까지 다 털리고 집 안 수리 만렙이 되기 위해 기술을 터득하고 방음이 되지 않아 옆집 사람의 출근 시간이 자신의 모닝콜이 되고 생계를 위해 N 잡러가 되고 가성비 최고의 DIY 가구를 조립하고 부동산 실장의 넉살 좋음을 가장한 무례함과 모호한 희롱에 입을 닫고.....

 

그러나 저자는 돈도 많이 못 벌면서 꾸준히 해외여행을 다니고 몸에 타투를 하고 비혼은 아니지만 결혼할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한 직장에서 평생 같은 일을 하며 사는 걸 상상하기 어렵고 타인에게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 대신 애인 있어요? 라고 묻는다 적금을 꼬박꼬박 드는데 엄마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준비라고 알지만 사실은 그 돈으로 언젠가 갈지도 모를 세계 여행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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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분 생활자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l*******a | 2019.10.21

< 일인분 생활자 >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인구지형도는 급속하게 변화되고 있는 중이라 생각한다. 인구는 모든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우리 사회에 파생되는 영향력 또한 매우 크다. 우리는 인구변화로 각종 소비패턴과 라이프 스타일, 직업, 교육, 주거 등등 모든 분야에서 변화되고 있는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통계청에서는 2035년 1인가구 비율이 68%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회의 변화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일인분 생활자'의 작가는 자신의 은밀하고 사적이고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다.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생활한지 10년차인 작가는 취업준비생, 비정규직, 창업의 실패, 월세살이, 넉넉하지 않은 급여, 여성으로 열악한 환경속에서 거주하는 방법 등등으로 사회생활 속에서 독립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때로는 의욕적이고 활기차게, 때로는 점점 지쳐가는 자신을 다독이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점점 강해지는 자신을 대견스러워하며 성장해가고 있는것을 확인할 수 있다. 책속에서 펼쳐지는 작가의 경험과 생각 그리고 상황들은 많은 '일인분 생활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거처할 공간을 찾는것, 일상속에서 해결해야 할 작은 문제들, 결혼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건강유지를 위한 선택,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혼자사는데 있어서 주의해야할 많은 것들 그리고 사적인 많은 행동들 등등을 통해 누군가는 공감하고 누군가는 참고하며 자신과 비교하며 다양한 모습들을 만들어갈 것이라 생각해 본다.

 

우리사회의 다양한 구성원 중에서 20, 30대의 청년층은 현재와 미래 우리사회를 이끌어갈 중요한 세대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부 분야에서는 여러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고착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맞이하게 되고 있다. 이케아세대, 3포, 5포, 8포, N포세대, N잡러,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등 우리사회의 현실을 꼬집는 자조적 단어들이 곳곳에서 어려움을 표현해 주고 있다. '일인분 생활자'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 작가는 우리사회의 여러 단면을 펼쳐보이며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가며 외치고 있다. 현재는 열심히 "혼자서 잘먹고 잘 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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