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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주세요!

탄생과 죽음이 오가는 분만실의 기록

리어 해저드 저/김수민 | 현암사 | 2020년 5월 20일 한줄평 총점 0.0 (2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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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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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힘주세요!(Hard Pushed)』는 많은 여성이 한번쯤 겪지만, 정작 그 일을 겪은 당사자조차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난 건지 어리둥절해하기 쉬운 출산에 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2013년부터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조산사로 일해온 저자는 두 아이를 낳은 엄마로서, 그리고 산부인과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인으로서 출산에 관한 자신의 경험을 에세이로 써냈다. 12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일상적인 과로와 극한의 스트레스 속에서도 안전한 분만을 위해 분투하는 조산사의 세계와, 저마다 모두 다른 사정을 가진 임산부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저자는 다양한 여성들의 사례와 조산사로서의 경험을 냉철하면서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다.

현대 의학의 기적이라 할 수 있는 레즈비언 커플과 그들의 아기가 있고, 23주 3일이라는 미묘한 시기에 세상으로 나오려 하는 열다섯 살 크리스털의 아기가 있다. 단순한 독감처럼 보이는 증상이 임부에게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티나의 사례에서, 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친 엄마들이 ‘모성애’란 이름 아래 모유 수유의 압박에 얼마나 시달리는지 올리비아의 예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종교와 전통의 미명 아래 자행되는 여성 할례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하와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고, 현대에도 버젓이 벌어지는 인신매매의 피해자인 페이 쉬안의 이야기는 가슴을 울린다.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출산 병동에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 힘을 주어 싸워야 하는 산모들이, 홀로 숨죽여 울곤 하는 엄마들이 있다. 출산의 고통 앞에서 그 누구보다 가장 약한 존재인 동시에 그 누구보다 강인한 존재가 되는 여성들, 그리고 그들을 돕기 위해 육체와 정신의 피로를 물리치며 분투하는 조산사들의 이야기는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읽히면서도 깊은 감동을 준다.

목차

작가의 말
모든 것이 시작되는 곳
볼링공, 그리고 출산 이야기
조산사 실습생 해저드: 그녀가 하고 있어요
임신하면 ‘안 되는’ 여성
엘리너: 불리한 조건을 이겨낸 여성
아이가 아이를 낳을 때
크리스털: 23주 3일
이상이 깨지는 산후 병동
올리비아: 엄마가 제일 잘 안다
환자 분류 시스템
하와: 언어 치료제와 오줌 아기
일처리를 잘못했을 때
티나: 독감의 계절에 온 환자
다른 어딘가에서 온 존재
페이 쉬안: 무거운 사연을 짊어진 소녀
임신 건망증
재스프릿: 하루가 너무 길어요
조산사의 유니폼
스타: 적과의 만남
죽음을 맞닥뜨릴 때
소리
난산에 대하여
내 자리를 떠나다
되돌아가는 길 찾기
분만실의 군대
감사의 말
용어 설명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2명)

저 : 리어 해저드 (Leah Hazard)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 조산사. 하버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영국으로 이주, BBC 스코틀랜드에서 일했다. 두 딸을 낳으며 여성의 출산과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분야에서 새로운 진로를 모색한 끝에 조산사가 되었다. 조산사 자격을 얻은 뒤 산전 진료소와 환자 분류소, 분만 병동을 비롯한 다양한 분과에서 일하며 수많은 여성의 분만을 도왔다. 이 책 『힘주세요!』는 산부인과에서 일하면서 만난 놀랍고 감동적인 여성들의 이야기와 늘 과로와 격무에 시달리는 조산사로서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시종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생명을 두고 냉정한 판단을...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 조산사. 하버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영국으로 이주, BBC 스코틀랜드에서 일했다. 두 딸을 낳으며 여성의 출산과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분야에서 새로운 진로를 모색한 끝에 조산사가 되었다. 조산사 자격을 얻은 뒤 산전 진료소와 환자 분류소, 분만 병동을 비롯한 다양한 분과에서 일하며 수많은 여성의 분만을 도왔다.

이 책 『힘주세요!』는 산부인과에서 일하면서 만난 놀랍고 감동적인 여성들의 이야기와 늘 과로와 격무에 시달리는 조산사로서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시종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생명을 두고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가장 절박한 순간부터 따뜻한 연민의 힘이 발휘되는 감동적인 순간까지, 담담하면서도 진솔한 어조로 그려내는 이 책은 탄생의 순간을 맞은, 혹은 맞이할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을 것이다.
역 : 김수민
가톨릭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와 영어·영미문화학과를 졸업하고 오스트레일리아의 매쿼리 대학교에서 통번역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펍헙 번역그룹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 『열등한 성』, 『들판은 매일 색을 바꾼다』, 『더 라이브러리』, 『나는 아이 없이 살기로 했다』, 『1947 현재의 탄생』, 『FBI 관찰의 기술』,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 『시크한 파리지엔 따라잡기』, 『크로마뇽』, 『어느 날, 별이 내게 말했다』 등 다수가 있다. 가톨릭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와 영어·영미문화학과를 졸업하고 오스트레일리아의 매쿼리 대학교에서 통번역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펍헙 번역그룹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 『열등한 성』, 『들판은 매일 색을 바꾼다』, 『더 라이브러리』, 『나는 아이 없이 살기로 했다』, 『1947 현재의 탄생』, 『FBI 관찰의 기술』,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 『시크한 파리지엔 따라잡기』, 『크로마뇽』, 『어느 날, 별이 내게 말했다』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 리뷰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삶의 가장 도전적인 순간과 맞선
위대한 여성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임신과 출산의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으며 자란다. ‘콧구멍으로 수박이 나오는 것 같다’라든가 그와 비슷한 비유를 들으며(이 책에서는 볼링공으로 묘사된다) 아이를 낳는 순간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할지 막연하게 상상해본다. 그러나 정작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 또 출산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위험 요소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이는 거의 없다.

임신과 출산을 잘 마치고 건강한 아이를 낳아 일상으로 무사히 복귀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 과정 어딘가에서 힘든 결정을 해야 하거나 예상치 못한 수술을 하게 되거나 트라우마 혹은 정신적 고통을 겪는 여성 또한 적지 않다.

『힘주세요!(Hard Pushed)』는 많은 여성이 한번쯤 겪지만, 정작 그 일을 겪은 당사자조차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난 건지 어리둥절해하기 쉬운 출산에 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2013년부터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조산사로 일해온 저자는 두 아이를 낳은 엄마로서, 그리고 산부인과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인으로서 출산에 관한 자신의 경험을 에세이로 써냈다. 12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일상적인 과로와 극한의 스트레스 속에서도 안전한 분만을 위해 분투하는 조산사의 세계와, 저마다 모두 다른 사정을 가진 임산부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저자는 다양한 여성들의 사례와 조산사로서의 경험을 냉철하면서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다.

현대 의학의 기적이라 할 수 있는 레즈비언 커플과 그들의 아기가 있고, 23주 3일이라는 미묘한 시기에 세상으로 나오려 하는 열다섯 살 크리스털의 아기가 있다. 단순한 독감처럼 보이는 증상이 임부에게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티나의 사례에서, 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친 엄마들이 ‘모성애’란 이름 아래 모유 수유의 압박에 얼마나 시달리는지 올리비아의 예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종교와 전통의 미명 아래 자행되는 여성 할례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하와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고, 현대에도 버젓이 벌어지는 인신매매의 피해자인 페이 쉬안의 이야기는 가슴을 울린다.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출산 병동에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 힘을 주어 싸워야 하는 산모들이, 홀로 숨죽여 울곤 하는 엄마들이 있다. 출산의 고통 앞에서 그 누구보다 가장 약한 존재인 동시에 그 누구보다 강인한 존재가 되는 여성들, 그리고 그들을 돕기 위해 육체와 정신의 피로를 물리치며 분투하는 조산사들의 이야기는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읽히면서도 깊은 감동을 준다.

가장 큰 고통과 가장 큰 환희가 교차하는 곳,
분만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흔히 출산은 가장 고통스러운 동시에 가장 경이로운 경험이라고들 말한다. 진부하지만 진실이다. 첨단 기기와 의학의 도움을 받음에도 임산부와 배 속의 아기는 쉽게 위험 상황에 빠지곤 한다. 그렇기에 임신과 출산은 일생일대의 도전이라 할 만하다.

약물 중독인 임부, 초고도비만인 임부, 48세의 고령 초산부 같은, 의료적·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임부에 대해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이미 임신을 한 여성을 만난 조산사는 이 여성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의학적 판단과 제도에 의해 제동 걸릴 때도 있다. 바로 크리스털의 예가 그렇다. 그녀는 이제 막 유년기를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열다섯 살 미성년자다. 양수가 새는 바람에 그녀가 병원을 찾아온 날은 임신한 지 23주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 날짜가 무슨 의미일까? 불과 가까운 과거까지만 해도 24주 이전에 태어난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또는 몇 주 안 되어 사망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엔 발달 지체와 장애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24주를 채운 아기들은 ‘생존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이 24주라는 경계는 매일 도덕이라는 칼날 위에 서야 하는 의료인들에게 명확한 지침이 되어준다. 그렇다면 그 24주에 며칠 못 미치는 크리스털의 아기는 어떻게 되는 걸까?

임신을 하고도 몰래 담배를 피우려던 철부지이지만 양수가 터지고 출산 병동으로 긴급히 이송되자 공포감을 느끼며 저자에게 간절하게 매달린다. “그 사람들이 제 아기를 구해줄까요?” 하지만 판단은 의사의 몫이며,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는 저자는 무력감을 느낀다.

출산을 위해 병원을 찾은 산부들은 대개 조산사에게 의존하고 조산사를 신뢰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예도 있다. 수중분만을 하려던 스타가 그랬다.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했던 그녀는 처음엔 진통을 ‘파도’라 부르며 자신에게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은은한 향기가 나는 방에서 편안하게 출산을 준비했다.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시작되고 몸이 위험신호를 보내자 조산사를 향한 이유 모를 적대감을 드러내며, 자신에게 손도 대지 못하게 한다.

“나와 자신의 파트너에게 욕을 하는 환자들은 전혀 새롭지 않았다. 때로는 여성이 욕설을 내뱉는 것이 진통이 강하며 분만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좋은 징후가 될 수도 있었다. 조산사들은 이런 정상적인 반응에 속 좁게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다.” (286쪽)

하지만 스타는 “당신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라며 내진을 거부하고 난동을 부린다. 다행히 위험한 상황이 닥치기 전에 아이가 무사히 나오고, 스타는 거짓말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때로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이나 트라우마가 출산의 고통으로 인해 생생히 되살아나는 경우가 있지만, 저자는 스타의 기록에서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한다. 미스터리로 남곤 하는 다른 많은 여자들의 이야기처럼.

아기를 낳은 뒤 시작되는 더 큰 전쟁

아기를 낳는다고 끝이 아니다. 저자는 환자 분류소, 분만 병동, 산후 병동에서 두루 일을 했는데, 분만 병동 못지않게 환자 분류소와 산후 병동 역시 치열한 현장이다.

어여쁜 딸을 낳은 올리비아가 처음 산후 병동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36시간에 걸친 고된 산고 끝에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빈껍데기만 남은 사람처럼 보였다. 너무나 지친 그녀는 모유 수유를 포기하고 분유를 먹이기로 결정하고, 저자는 아무런 편견 없는 자세로(이것이 중요하다) 분유 수유를 도와준다. 그러나 다음 날 병실을 찾았을 때, 올리비아의 엄마가 와 있었고, 그녀는 미묘하게 강압적인 태도로 딸에게 모유 수유를 권한다. “그래, 뭐 배에 칼을 댔으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리비는 이제부터라도 옳은 일을 할 거예요.”

“아기에게 이미 분유를 잔뜩 먹인 초보 엄마가 다음 날, 또는 2-3일 뒤에 모유 수유로 선회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때로는 순수하게 자발적인 결정이지만, 그보다는 방문한 친구들과 가족들이 좋은 의도로 하긴 해도 은연중에 비난의 뜻을 담은 말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 (129쪽)

저자는 사사건건 수동 공격적인 말을 하는 올리비아의 엄마에게 거부감을 느끼지만, 알고 보니 그녀 역시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고 분유로 아이들을 키운 엄마였다. 출산이 계획했던 이상적인 상황으로 흘러가지 않았던 여성. 자신 역시 진통 끝에 응급 제왕절개를 받은 트라우마가 있는 지은이는 올리비아의 엄마에게 연민을 느낀다.

출산을 하고 나면 가족과 생활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다. 이때 아이와 배우자와의 관계도 힘들지만, 많은 여성들이 이유 모를 우울감과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는다. 저자는 이렇게 만연한 출산 전후의 정신건강 문제가 사소하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현대 과학도 여전히 임신 전후 여성의 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그녀가 만난 많은 평범해 보이는, 혹은 ‘완벽해 보이는’ 여성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 대표적 예가 재스다. 말끔한 외모에 단정한 미소를 짓고 나타난 그녀는 질투가 날 정도로 완벽하게 봉합된 제왕절개 흉터가 아프다고 호소한다. 저자는 처음에는 엄살이라고 생각하지만, 출산하던 날의 상황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청소를 하고 또 한다는 재스의 눈물 섞인 고백을 듣고 깊이 공감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잠시의 휴식을 주기 위해 그녀의 상처를 소독해준다. “모든 상처에는 사연이 담겨 있고, 모든 치료는 이 사연을 인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곧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표시이며, 이런 행위는 환자를 치료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누군가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을 준다.

매일 전투를 치르는 한 사람의 군대

매일 대도시의 병원과 지방의 작은 출산 센터에서 조산사들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일터를 떠난다. 저자 역시 어느 날 문득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고 병원을 나서고 만다. 물론 그날 몸이 안 좋았고, 출산 병동은 만원으로 환자 분류소에서 분만이 임박한 산모를 올려보낼 수조차 없었고, 모든 직원이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끝없이 말하는 상황이긴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그것을 버텨낼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자는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멀리 대서양 건너 고향의 병원을 방문한다. 이곳에서 아버지가 따뜻하고 친절한 보살핌을 받는 모습에 의료진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그러다가 문득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을 느낀다. 이런 감정을 자신이 보살폈던 환자들 역시 자신에게 느꼈을 것이라는, 너무나 명백하면서도 믿기지 않는 진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수년 전에 나는 자진해서 조산사 세계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체액을 씻어내는 작업과 고통이 일상이 되면서 혐오감은 곧 생소한 감정이 되어버렸다. 실습생 신분으로 너무 큰 유니폼을 걸치고 첫 근무를 어설프게 시작했던 날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나는 이제 이런 것에 움찔하거나 코를 찡그리지 않았다. 나는 여성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깨끗한 여성, 냄새나는 여성, 아름다운 여성, 무례한 여성, 부자이거나 가난한 여성, 길을 잃거나 외로운 여성 모두를 좋아했다.” (345쪽)

결국 그녀는 자신이 있어야 할 전쟁터로 돌아온다. 어느 환자의 보호자가 감탄하며 말했듯, 조산사는 ‘하나의 군대’다. 임산부를 돌보고, 아기를 받고, 상처를 봉합하고, 병실을 청소하며 하나의 군대가 할 일을 조산사 한 명이 해낸다. 그 일은 언제나 힘이 들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조산사는 오늘도 피가 낭자하고 비명이 가득 찬 병동으로 용감하게 돌아간다.

힘겹게 출산하는 모든 여성에 대한 찬송과 위기에 처한 의료 시스템에 대한 경고가 동시에 울려 퍼지는 책. 가슴 따뜻하고 감동적인 출산 이야기가 저자의 힘 있고도 애정 어린 필치로 매우 잘 그려져 있다._[데일리 익스프레스]

전쟁터 같은 산부인과 병동의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낸 책._[텔레그래프]

당신은 웃다가 울다가, 방금 읽은 것을 믿지 못하기도 할 것이다._ [선]

종이책 회원 리뷰 (2건)

구매 힘주세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따***기 | 2020.10.14

책 힘주세요!는 우연한 기회에 예스 24 홈페이지에서 발견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사실 책의 내용은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출산도 해보지 않아서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는데 이번 책을 통해서 알수 있어 너무 좋았다. 아이의 출산부터 성장 등 많은 단계를 걸쳐 한명의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책을 통해 어떠한 마음가짐을 갖고 출산을 해야하는지 배울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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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가장 괴롭고 기쁜 순간을 함께 해준 그녀를 생각하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고* | 2020.03.13

또 한 번의 밤, 또 한 여성의 질.

나는 낯선 여성의 다리 사이에서 밤을 지새우는 일에 익숙하다. 열두 시간 동안 일면식도 없는 두세 명의 여성들과 차례로 한 공간에서 함께 보낼 때도 있다.

11쪽 중에서

산부인과는 참 묘한 공간이다. 생명의 탄생이라는 그 무엇보다 고귀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 어떤 고통도 비교할 수 없는 산고의 고통이 존재하는 끔찍한 공간이기도 하다. 새생명을 품에 안은 기쁨의 눈물도 있지만, 아픔을 견뎌야하는 고통의 눈물도 있다. 세상에 태어났음을 알리는 아가의 힘찬 비명소리도 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에 신음하는 아픔의 비명소리도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옆에서 안내하고, 지켜봐주는 존재가 있다. 바로 조산사.

출산을 하고나서야 비로소 안 사실이지만 산부인과에서 산모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의사가 아닌 바로 조산사다. 의사는 최후의 순간이 되야만 비로소 만날 수 있다. 그 최후의 순간까지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조산사다. 조산사는 내가 진통을 느끼고 입원한 순간부터 분만하고 아기를 내 품에 주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한다. 아기의 심장박동을 체크하고, 자궁문이 얼마나 열렸는가를 확인하며, 내 몸에서 쏟아져 나오는 모든 굴욕적인 것들을 일상인듯 아무렇지 않게 치워준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애처로운 내 고통의 신음소리까지 듣는다. "괜찮아요.", "거의 다 왔어요.", "할 수 있어요.", "조금만 더 참으면 돼요" 등과 같은 진심어린 응원의 말까지 해주면서 말이다.

조산사의 세계를 그린 책 <힘주세요!>는 영국에서 조산사로 일하는 리저 해저드가 쓴 에세이다. 새생명을 받는 고귀한 일이라는 포장 뒤에 숨겨진 12시간 교대 근무와 그로인한 과로, 매 순간이 새로운 시도인듯 산모와 아이에게 닥칠지 모르는 위험 앞에서 긴장해야하는 극한의 스트레스, 그럼에도 산모와 아이를 모두 안전하게 돕고자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조산사의 세계를 생동감있게 그려냈다.

그 안에는 약물 중독 임산부, 레즈비언 부부, 열다섯 미성년자 임산부, 23주에 양수가 터져 생명의 기로에 놓인 아기를 품고 온 임산부까지 다양한 산모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출산의 다이나믹함은 물론 산후에 벌어지는 이야기인모유 수유를 둘러싼 대립, 산후 우울증 등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무궁무진한 출산 세계의 일들과 그 뒤에서 모든 것을 묵묵히 돕고 있는 조산사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책의 마지막에 이런 말이 있다.

"그럼에도 매일 대도시의 병원과 지방의 작은 출산 센터에서, 진료소와 병동에서 다양한 연령과 경력을 가진 조산사들이 푸른색 연기가 되어 증발한다. 너무 많은 조산사들이 스트레스와 피로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지만, 다행히도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수천 개의 더 많은 군대가 남아 있다.(360쪽)"

내가 두 아이를 출산했던 산부인과도 최근 조산사를 구하지 못해 결국 분만을 하지 않기로 했다. 순간 내가 둘째를 낳았을 때, 마지막까지 "할 수 있어요, 엄마"를 외쳐주고 병실로 올라가기 전에 "고생 많이 했어요"라고 말해주던 조산사 선생님이 생각났다. 그녀는 태어난지 24시간도 안 되어 응급실로 간 둘째 소식을 듣고 내게 와서 말없이 손을 꼭 잡아주며 "별일 아닐거에요. 엄마가 힘내야 해요"라며 같이 눈시울을 붉혀줬던 따뜻한 사람이었다.

내가 제대로된 감사 인사도 못한 그녀도 아마 엄청난 스트레스와 피로 속에서 일했을 터였다. 그날 내가 그 누구보다도 그녀에게 의지했고, 지금도 가끔씩 그녀의 얼굴과 따뜻했던 손을 떠올린다는 걸 그녀는 알기나 할까? 너무나 고마운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안전한 출산을 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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