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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의 전장에서

최초의 항생제, 설파제는 어떻게 만들어져 인류를 구했나

토머스 헤이거 저/노승영 | 동아시아 | 2020년 5월 29일 한줄평 총점 0.0 (21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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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멈춰 세웠다. 2020년 들어 인류는 문명과 사회 시스템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너무 작아서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첨단 기술로 무장한 인류가 너무도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다. 그런데 100년 전만 해도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그 당시 인류의 적은 세균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게르하르트 도마크’는 의대에 다니다가 독일군으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부상병을 치료하는 임무를 맡는다. 1차 세계대전이 지속되던 동안 수많은 부상병과 수술 장면을 목격한 도마크는 “이런 상황에서 대수술을 성공적으로, 그리고 감염 없이 해내 환자가 상처 감염으로 죽지 않으면 그것이 오히려 내게는 놀라운 일이었다”라고 회상한다.

그리고 자신의 관심사를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심술궂고 비겁하게 사람을 살해하는 이 지독한 적”인 세균에 맞추며 다짐한다. “나는 이 파멸적인 광기에 맞서겠노라고 신과 나 자신에게 맹세했다.” 그리고 훗날 최초의 항생제인 설파제를 발명한다.

도마크는 최초의 항생제인 설파제를 발명하고 노벨상까지 받는 이 이야기의 주역이지만, 이 책은 도마크의 행적만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세균 감염이 당시 과학자와 의학자들에게 어떤 위협이었는지, 독일, 영국, 미국, 프랑스 같은 국가와 거대 제약회사는 이 도전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목차

감사의 글
서문
들어가며

1부 사냥
2부 오른쪽
3부 왼쪽

나가며
출처
참고문헌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2명)

저 : 토머스 헤이거 (Thomas Hager)
토머스 헤이거는 ‘세상을 바꾼 발견’을 극적인 스토리 속에 녹여내는 재주를 가진 작가다. 광범위한 독자들을 위해 심오한 소재들에 생명을 불어넣고자, 그는 픽션 작가의 물감통을 뒤져 (예리하게 묘사된 캐릭터, 이상야릇한 매력, 놀라운 반전, 페이지를 넘나드는 구성을 지닌) 논픽션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확고한 과학에 기반한다. 그의 저술은 국민적 관심을 얻어, 미국화학회가 최고의 과학저술에 수여하는 메달(Grady-Stack Medal for Interpreting Chemistry for the Public)과 미국국립과학·의학·공학 아카데미가 수여하는 커뮤니케... 토머스 헤이거는 ‘세상을 바꾼 발견’을 극적인 스토리 속에 녹여내는 재주를 가진 작가다. 광범위한 독자들을 위해 심오한 소재들에 생명을 불어넣고자, 그는 픽션 작가의 물감통을 뒤져 (예리하게 묘사된 캐릭터, 이상야릇한 매력, 놀라운 반전, 페이지를 넘나드는 구성을 지닌) 논픽션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확고한 과학에 기반한다. 그의 저술은 국민적 관심을 얻어, 미국화학회가 최고의 과학저술에 수여하는 메달(Grady-Stack Medal for Interpreting Chemistry for the Public)과 미국국립과학·의학·공학 아카데미가 수여하는 커뮤니케이션상(Communications Award)을 수상했다.

두 개의 석사학위를 받기 위해 실험실에서 연구하다가 따분함을 느껴,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전향하여 온갖 수모를 겪은 후 프리랜서로 일하다 무일푼이 되었다 하지만 심기일전하여 의학 전문 저널리스트(한동안 《미국의학협회 저널》과 《아메리칸 헬스》의 기고자로 활약한 것 포함)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결국에는 다 팽개치고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최근 작품으로는 『감염의 전장에서』, 『공기의 연금술』이 있다. 현재 오리건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저널리즘을 가르치고 있으며, 오리건주 유진 근처의 숲이 우거진 산기슭에 산다.
역 : 노승영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을 수료했다. 컴퓨터 회사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환경단체에서 일했다. ‘내가 깨끗해질수록 세상이 더러워진다’라고 생각한다. 박산호 번역가와 함께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을 썼으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오늘의 법칙』 『서왕모의 강림』 『에 우니부스 플루람』 『여우와 나』 『끈이론』 『유레카』 『시간과 물에 대하여』 『향모를 땋으며』 『약속의 땅』 『자본가의 탄생』 『새의 감각』 『나무의 노래』 등 다수의 책을 한국어로 옮겼다. 2017년 『말레이 제도』로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선정 제3...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을 수료했다. 컴퓨터 회사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환경단체에서 일했다. ‘내가 깨끗해질수록 세상이 더러워진다’라고 생각한다. 박산호 번역가와 함께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을 썼으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오늘의 법칙』 『서왕모의 강림』 『에 우니부스 플루람』 『여우와 나』 『끈이론』 『유레카』 『시간과 물에 대하여』 『향모를 땋으며』 『약속의 땅』 『자본가의 탄생』 『새의 감각』 『나무의 노래』 등 다수의 책을 한국어로 옮겼다. 2017년 『말레이 제도』로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선정 제35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번역상을 받았다. 홈페이지(http://socoop.net)에서 그동안 작업한 책들의 정보와 정오표, 칼럼과 서평 등을 볼 수 있다.

출판사 리뷰

바이러스 이전에 세균이 있었다,

총탄보다 큰 위협이었던 세균 감염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멈춰 세웠다. 2020년 들어 인류는 문명과 사회 시스템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너무 작아서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첨단 기술로 무장한 인류가 너무도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다. 그런데 100년 전만 해도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그 당시 인류의 적은 세균이었다. 『감염의 전장에서』 저자인 토머스 헤이거는 이렇게 서술한다.



우리 부모는 어릴 적에 귓병에 걸리면 침대에 누워 진통제와 동정심으로 치료받았지만, 나는 어릴 적 귓병에 걸렸을 때 항생제를 먹었다. 감기가 기관지염으로 번지면 우리 부모는 침대에 더 오래 누워 있고 더 극진히 간호를 받았지만, 나는 항생제를 더 먹었다. 우리 부모 세대는 어릴 적에 연쇄구균 인두염, 베인 상처의 감염, 성홍열, 수막염, 폐렴을 비롯한 수많은 감염병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었으며, 실제로 죽는 일도 많았다. 나와 학교 친구들이 살아남은 것은 항생제 덕분이다.



100년 전만 해도 지금은 별로 위협적이지 않은 감염병 때문에 많은 사람이 별다른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었다. 이런 상황은 전쟁터에서 가장 심각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는 상처 감염으로 병사 수십만 명이 죽었는데, 이는 적의 총탄에 맞아 사망한 병사의 숫자보다 많은 것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게르하르트 도마크’는 의대에 다니다가 독일군으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부상병을 치료하는 임무를 맡는다. 1차 세계대전이 지속되던 동안 수많은 부상병과 수술 장면을 목격한 도마크는 “이런 상황에서 대수술을 성공적으로, 그리고 감염 없이 해내 환자가 상처 감염으로 죽지 않으면 그것이 오히려 내게는 놀라운 일이었다”라고 회상한다. 그리고 자신의 관심사를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심술궂고 비겁하게 사람을 살해하는 이 지독한 적”인 세균에 맞추며 다짐한다. “나는 이 파멸적인 광기에 맞서겠노라고 신과 나 자신에게 맹세했다.” 그리고 훗날 최초의 항생제인 설파제를 발명한다.



세균과의 전투에서 최초의 승리를 이끌어낸 설파제,

설파제 발명을 둘러싼 또 다른 전장을 조명하다




도마크는 최초의 항생제인 설파제를 발명하고 노벨상까지 받는 이 이야기의 주역이지만, 이 책은 도마크의 행적만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세균 감염이 당시 과학자와 의학자들에게 어떤 위협이었는지, 독일, 영국, 미국, 프랑스 같은 국가와 거대 제약회사는 이 도전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일단 파스퇴르의 연구 덕분에, 세균이 감염병의 원인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전까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병균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발상을 하기 어려웠다. 코흐의 연구를 통해 각각 다른 세균이 디프테리아, 결핵, 탄저병, 폐렴, 파상풍, 콜레라 등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입증된다. 하지만 질병이 세균에 의해 일어나는 것을 알아내는 것과 세균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영국의 의학자 암로스 경은 세균 자체를 박멸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감염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상하거나 괴사한 조직에서 병균이 번성하니 문제가 될 부위를 과감하게 절단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특정한 병원균을 공략해서 없앤다는 아이디어에 동의하지 않는 의사들이 많았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의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환자가 세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감염되었다면 인체가 그 감염과 싸워 이겨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었다.

한편 독일의 제약회사 바이엘에서는 발명만 한다면 대박을 낼 수 있는 ‘마법 탄환(Zauberkugel)’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에 착수한다. 질병을 일으키는 유기체와 세균에만 작용해 환자의 몸속에서 안전하게 감염을 막아낼 수 있는 약물 개발에 나선 것이다. 당시에는 그런 약물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에 ‘마법 탄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몽상가들의 꿈이 결실을 보게 된 셈이다.

설파제가 발명된 후에는 설파제 사용과 유통, 특허권 등을 둘러싸고 독일, 프랑스, 미국 등에서 다양한 논란이 일었다.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이 만든 설파제를, 영국의 권위 있는 의학자가 대규모 시험을 해서 효능을 인정하고,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에서는 작용 기전을 밝힌다. 미국에서는 각종 카피약이 판매되다가 부작용으로 커다란 물의를 일으킨다. 하나의 약이 발명되고 상용화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건과 맥락이 교차된다. 그리고 그 약은 세상을 바꾼다.



세균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후

인간의 삶과 의학에서 일어난 변화




연쇄구균이 일으키는 다양한 세균 감염에서 설파제는 놀라운 효능을 보여준다. 설파제가 보급되면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대표적인 것이 산욕열로 인한 산모 사망이다. 산욕열은 병원에서 출산하는 많은 산모를 희생시켰다. 산욕열이 유행한 운 나쁜 해에는 감염된 산모 네 명 중 한 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였다. 산욕열의 원인이 연쇄구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는, 산욕열 감염의 3분의 2가 ‘무증상 보균자’인 의료인에 의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다. 병원에 수많은 무증상 보균자가 있었던 것이다. 이후 무증상 보균자를 차단하는 다양한 노력을 한 끝에 산욕열 발병률을 낮게 유지할 수는 있었지만, 간헐적 유행을 막을 수는 없었다.

독일에서 설파제가 개발되고 나서 얼마 후 영국에 소개되는데, 때마침 이 약은 영국의 산욕열 연구를 이끈 레너드 콜브룩의 손에 들어간다. 그는 조심스럽게 환자들에게 설파제를 투약하다가 어느 정도 효과가 드러나자 산욕열에 걸린 환자들에게 대규모로 설파제를 처방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당시 세계 최고 시설을 갖춘 그의 병원에서 산욕열로 치료를 받던 산모 네 명 중 한 명은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설파제를 투입한 이후 산욕열 환자 64명 가운데 61명이 생존하는 결과를 얻는다. 사망률을 20~30퍼센트에서 4.7퍼센트로 낮춘 것이다. 부작용도 거의 없었다. 산욕열 외에도 성홍열, 신우염, 수막염, 가스괴저, 중이염, 편도염 치료에서 설파제는 효과가 있었다. 그야말로 ‘기적의 약품’이 등장한 것이다.

설파제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의사와 병원의 역할을 뒤바꿨다. 항생제 덕에 병원은 환자에게 더 안전한 곳이 되었으며, 주류 의과대학과 병원 사이에는 가장 강력한 약물을 가장 숙련된 의사와 결합해 가장 발전하고 위생적인 돌봄 환경에서 시술하는 동맹이 결성되었다. 1930년대에는 대다수 의료 행위가 환자의 집에서 행해졌다. 병원에서 전업으로 일하는 의사는 16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분만의 절반은 가정 분만이었다. 1930년의 평균적 개업의는 일주일에 약 50명의 환자를 보았다. 하지만 1950년이 되자 평균적 의사들은 더 빠르고 강력한 도구로 무장한 채 일주일에 두 배나 되는 환자를 보았으며 그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왕진 제도는 멸종하다시피 했다. 분만의 90퍼센트 이상이 병원에서 시술되며, 대다수 의사가 일을 하는 곳은 병원과 병원 관련 사무실이다. 일반적으로 1930년대 이전의 의료인과 비교할 때, 오늘날의 의사들은 더 훌륭한 훈련을 받고 더 나은 장비를 갖추고 환자에게 투약할 의약품을 더 철저히 통제하고 목숨을 구하는 일에 훨씬 효과적이고 훨씬 서두르고, 그리고 훨씬 부유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설파제 또는 항생제의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다.



왠지 낯설지 않은 100년 전 상황,

공중보건과 의학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다




1년 전이었다면, 이 책에서 소개되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상황이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책에서 묘사하는 풍경이 왠지 익숙하게 보인다. 이 책에서는 설파제가 바꾼, 국가가 질병을 통제하는 양상을 이렇게 묘사한다.



마지막으로, 설파제와 그 이후의 항생제가 등장하면서 국가가 질병 통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1890년과 1930년 사이의 시기는 공중보건의 ‘황금기’라고 불린다. 이때의 의료인들은 병균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환자가 감염되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유일한 해법은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었다. 물, 음식, 하수도의 질을 개량하고, 기본적 위생을 증진하고, 예방 접종을 하기 위해 매우 효과적인 사업들이 개발되고 추진되었다. 이 사업들은 설파제 이전에 질병 발병률을 낮추는 데 놀라운 성과를 냈다. 그런데 1930년 이후로는 제한된 의료 자금이 점차 공중보건 조치에서 빠져나가 신약과 의료 신기술에 흘러들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1930년대 이후 설파제 및 항생제가 보급되면서 국가의 역할은 감염 예방에서 의료 신기술 개발로 옮겨갔다. 이건 기본적인 공중보건 요건이 어느 정도 갖춰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의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서, 국가의 역할은 다시금 예방과 공중보건 강화, 방역에 맞춰졌다. 감염병의 치료제를 찾지 못하면 예방에 힘을 기울이다가, 치료제를 찾고 나면 훗날 다른 감염병이 나타나는 술래잡기가 시작된 것이다. 설파제는 감염과의 전투에서 인간을 ‘치료’한 최초의 약물이지만, 감염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어떤 치료제를 만들더라도 새로운 병이 나타날 테고, 우리는 이전의 경험에 비추어 대비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토머스 헤이거는 방대한 자료를 조사해 역사 속에 감춰져 있던 설파제 발명의 뒷이야기들을 캐냈다. 그리고 흥미롭고도 유려하고도 이야기들을 엮어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당시 병원이나 의약품 개발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함이 느껴질 것이다. 손을 뗄 수 없는 스토리텔링은 과학 연구의 현장을 밀도 있게 묘사하면서도 시대적인 맥락을 함께 제시하는 웰메이드 과학책의 전형을 보여준다. 수준 높은 과학, 역사 읽을거리를 원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만족할 것이다. 노승영 번역가의 섬세하면서 깔끔한 번역도 언제나처럼 믿을 만하다.

종이책 회원 리뷰 (21건)

구매 감염병의 시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둘* | 2021.02.02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감염병의 시대에 큰 의미를 지닌 책이다.
오늘날 코로나 상황에서 의료진의 노고에 큰 감사를 드린다.
도마크는 최초의 항생제인 설파제를 발명하고 노벨상까지 받는 이 이야기의 주역이지만, 이 책은 도마크의 행적만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세균 감염이 당시 과학자와 의학자들에게 어떤 위협이었는지, 독일, 영국, 미국, 프랑스 같은 국가와 거대 제약회사는 이 도전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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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세균과의 전쟁에 대한 대서사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u*******a | 2021.01.10
2006년 토마스 헤이거(Thomas Hager)의 The demon under the microscope (현미경 아래 악마)가 “감염의 전장에서”라는 번역서(노승영 역)로 출간되었다. 원저 출판 후 15년 지난 2020년 5월에야 국내 출간된 것은 코로나에 편승한 마케팅의 일환이었을 듯. 요즘 흥미를 끌 수 있는 제목이긴 해도 설파계 항생제에 대한 역사서이기에 COVID-19와의 연관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다만, 감염병에 대처라는 어느정도 공통 주제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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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크(Gerhard Domagk, 1895-1964)라는 독일 의사와 그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설파계 항생제에 대한 역사서다. 1930년대 중엽 항생제의 개발로 인해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기술하고 있다. 항생제의 사용으로 세균 감염에 의한 사망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은 물론 의사의 역할도 크게 변화시켰다. “형편없는 급여를 받으며 집집마다 왕진하고 밤새 환자를 간호하고 가족을 위로하는 이타적인 간병인”에서 “흰색 가운을 입고 진료실에서 처방전을 써주는 부유한 전문직”으로 달라졌다. 달콤한 무색액체인 디에틸렌글리콜이 첨가된 설파제 부작용(Elixir Sulfanilamide)으로 미국에서 10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현대 제약 관행의 주춧돌”이 된 연방식품의약품화장품법이 1938년에 통과되면서 현재의 FDA가 돌팔이 의료의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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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과학의 정점으로 일컬어지는 현대(서양)의학의 과거는 볼품없기 짝이 없었다. 감염병의 원인인 세균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로마시대에도 상하수도 등 위생을 중시했으나, 서양을 지배해온 기독교 의료는 깨끗한 손보다는 순수한 영혼을 수백년 동안이나 강조해왔다. 산업혁명 이후에 발발한 1차 세계대전(1914-18)이 이전의 전쟁들과 다른 점은 더욱 강력해진 화력이다. 강력한 폭발로 주변 잔해들이 병사들의 살을 파고드는 살상 무기들로 치러진 전쟁이었다. 파편에 의한 부상은 외부 소독제와 절단으로 치료되었다. 외부 소독제는 당시 존재 자체를 몰랐던 각종 세균들을 죽일 수는 있었으나, 주변 정상 조직에까지 피해를 입혔다. 남아 있던 세균으로 인해 이내 창상 감염으로 많은 병사들은 수족은 물론 목숨까지도 빼앗겼다. 2차 세계대전(1939-45)은 석유 기반의 전쟁이었다. 전쟁 부상 중 화상 사례도 많이 발생했으나 이전과 달리 항생제가 충분히 공급되어 감염에 의한 사망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1900년대 초기의 기대수명의 급격한 증가가 세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위생개념의 도입과 무관하지 않다.


From www.gapmind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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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항생제인 설파제는 독일에서 개발되었다.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목격한 도마크는 전쟁이 끝난 후 의대를 졸업하고 이게파르벤(IG Farben, 당시 독일의 염료화학공업 복합기업)에서 생체내에서 세균만 골라 죽일 수 있는 마법의 탄환 (Zauberkugel) 개발에 뛰어든다. 특정 물질에 달라붙는 염료에 착안해 세균에만 달라붙는 소독제 개발에 매진한다. 기술력과 자본의 우위로 첫 설파제 개발에 성공했고, 이후 프랑스, 영국에서도 유사한 설파제가 발매되었다. 설파제 개발로 도마크는 1939년의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지만, 나치 독일하였기에 실제 상을 받지 못했다. 2차 세계대전 후에도 연구를 계속했고, 뒤늦게 노벨상 메달과 상금을 받을 수 있었으나 그해 1947년에는 설파제는 더 나은 항생제 페니실린에게 이미 자리를 내어주고 있을 때였다. 나치 독일에 협력했던 전범기업 이게파르벤은 많은 특허들을 승전국 기업들에 상납하고, 바이엘사 등 6개의 작은 회사로 쪼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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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설파제가 주인공이고, 도마크 등 많은 과학자들이 조연으로 등장하는 의학역사서다. 역사서에 익숙한 필자의 기대와는 다른 제3자 관점의 장편 소설같은 필체였기에 400쪽이 넘는 분량을 3일만 완독했다. 무엇보다 저자(혹은 역자)가 전문지식을 일반인의 시각으로 풀어나가는 방법이 큰 감동이었다. 항생제를 주제로 굽이굽이 흘러가는 장엄한 계곡 풍경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이 감동이 폐렴 같은 감염병 환자들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일이 일상인 필자에게 하나의 큰 숙제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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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은 자연이 병을 치유하는 동안 환자를 달래는 일이다.” - 볼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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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인류의 생명을 살리는 항생제의 기원, 설파제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t******7 | 2020.08.10


엄마가 되어 보니, 아이들이 먹는 약 하나하나에 관심을 쏟게 된다. 당연하다. 그 중에서 특히 신경 쓰는 약이 '항생제'이다. 감기를 비롯해 아이의 질병이 심할 땐 의사가 항생제를 처방해주는데, 꼭 당부하는 것이 항생제는 중간에 건너뛰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엄마들 사이에선, 항생제를 너무 자주 먹이게 되면 내성이 생겨서 나중엔 약효가 듣지 않는다는 말도 돈다. 내 기억으론 약을 안 먹이고 키우는 '안아키'도 항생제를 특별히 더 경계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만큼 항생제가 치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감염의 전장에서>(토머스 헤이거 지음, 노승영 옮김 / 동아시아 / 2020)는 최초의 항생제라 일컫는 설파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무려 4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두께의 책이며, 의학용어들이 많이 등장하기에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시기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인의 삶이 흔들리고 있는 터라 그 의미로 본다면 한번쯤 되새겨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설파제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와 지금은 시대적 상황이 다르지만, 새로운 질병에 대한 치료와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점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최초의 항균제인 설파제를 만든 사람은 게르하르트 도마크이다. 의대를 다니던 중에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군대에 가게 되고, 긴 복무기간을 거치면서 많은 환자들을 보게 되었다. 손을 쓸 수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큰 동기부여가 되었을 것이고, 이후 세균과 감염, 병리학을 연구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설파제'란 화학물질을 만들어냈다.


사실, 페니실린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는데 설파제란 물질과 도마크란 인물은 생소했다. 이 책을 보면서 도마크란 사람이 설파제 개발을 위해 얼마나 연구하고 노력했는지, 얼마나 열정을 불태웠는지 알 수 있었다. 첫 개발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페니실린을 비롯한 다른 항생제에 넘겨줌으로써 이제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남긴 첫 발자취는 이후 항생제를 개발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죽어가는 동료를 보면서 의대생으로서 한없이 느꼈을 책임감과 부담감. 이것이 설파제를 탄생시킨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193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독일인의 노벨상 수상을 금지하여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비로소 받게 된 점이 안타까웠다.


항생제의 근원이 된 설파제가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 아이들이, 전 세계 인류가 감염의 위험을 어떻게 막을 수 있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코로나19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전 세계 제약회사들이 열띤 연구를 하고 있다. 모쪼록, 빠른 시일 내에 생명을 구해줄 위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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