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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재단

시마모토 리오 저/김난주 | 해냄 | 2020년 6월 10일 한줄평 총점 7.0 (10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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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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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아아, 이 세상에는 이렇게 사람을 상처 주는 방법이 있었던 건가”
나오키상 수상 작가 시마모토 리오가 그려낸 귀기 어린 심리소설

상상력이 풍부한 묘사와 청아하고 섬세한 필력으로 트라우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시마모토 리오의 『여름의 재단』이 해냄에서 출간되었다. 2001년에 데뷔한 이후 약 20년 동안 꾸준히 글을 써온 시마모토 리오는 군조 신인문학상, 노마 문예신인상, 시마세 연애문학상, 나오키상 등 내로라하는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일본의 대표 작가로 자리 잡았다.

『여름의 재단』은 시마모토 리오가 「문학계」 2015년 6월호에 발표한 단편으로 제153회 아쿠타가와상에 노미네이트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후 세 편의 이야기를 새롭게 추가하여 2015년 ‘문예춘추’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첫 번째 이야기 「여름의 재단」은 소설가인 치히로가 자신의 마음을 짓밟은 편집자 시바타의 손등을 포크로 찍어버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본가로 내려간 치히로는 「가을의 여우비」에서 재단(裁斷)이라는 행위를 통해 과거와 마주하지만 상처 입은 마음은 여전히 아물지 않는다. 약속은커녕 이름도 없는 관계에 지쳐가는 「겨울의 침묵」과, 마지막으로 새로운 세계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자유로워지는 법을 깨닫는 「봄의 결론」까지, 매력적인 작품 제목이 암시하는 시간의 흐름이 이 주제에 다가가는 열쇠로 작용한다. 충격적인 여름의 발단, 여우비처럼 스쳐 지나가는 가을의 연인들, 겨울의 소리 없는 기다림, 그리고 봄의 새로운 움틈. 1년이라는 사계의 흐름 속에, 스물아홉 살에서 서른 살로 넘어가는 주인공 치히로가 정신적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목차

여름의 재단
가을의 여우비
겨울의 침묵
봄의 결론
옮긴이의 말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2명)

저 : 시마모토 리오 (Rio Shimamoto,しまもと りお,島本理生)
1983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일찍부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비상한 글재주로 문단의 놀라움을 산 그는 현재 일본 문단을 이끌고 있는 젊은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17세 때 발표한 『실루엣』이 군조신인문학상 우수작으로 선정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2003년 『리틀 바이 리틀』로 최연소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같은 작품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사상 최연소로 수상했다. 다음 해인 2004년 『태어나는 숲』으로 또다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2005년에는 이 책 『나라타주』로 제18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후보에 올랐다. 2007년 『Birthday』로 가와바타 야스... 1983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일찍부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비상한 글재주로 문단의 놀라움을 산 그는 현재 일본 문단을 이끌고 있는 젊은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17세 때 발표한 『실루엣』이 군조신인문학상 우수작으로 선정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2003년 『리틀 바이 리틀』로 최연소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같은 작품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사상 최연소로 수상했다. 다음 해인 2004년 『태어나는 숲』으로 또다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2005년에는 이 책 『나라타주』로 제18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후보에 올랐다. 2007년 『Birthday』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후보, 2011년에는 『언더스탠드·메이비』로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고, 2015년 『Red』로 시마세 연애문학상을, 2018년 『퍼스트 러브』로 제159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역 : 김난주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7년 쇼와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오오쓰마여자대학과 도쿄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현재 대표적인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일본 문학 및 베스트셀러 작품을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 『퍼스트 러브』, 『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여름의 재단』, 『반짝반짝 빛나는』, 『낙하하는 저녁』, 『홀리 가든』, 『좌안 1·2』, 『제비꽃 설탕 절임』, 『소란한 보통...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7년 쇼와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오오쓰마여자대학과 도쿄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현재 대표적인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일본 문학 및 베스트셀러 작품을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 『퍼스트 러브』, 『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여름의 재단』, 『반짝반짝 빛나는』, 『낙하하는 저녁』, 『홀리 가든』, 『좌안 1·2』, 『제비꽃 설탕 절임』, 『소란한 보통날』, 『부드러운 양상추』, 『수박향기』, 『하느님의 보트』, 『우는 어른』, 『울지 않는 아이』, 『등 뒤의 기억』,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저물 듯 저물지 않는』, 『무코다 이발소』, 『목숨을 팝니다』, 『바다의 뚜껑』, 『겐지 이야기』, 『박사가 사랑한 수식』, 『가면 산장 살인 사건』,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 『100만 번 산 고양이』, 『우리 누나』, 『창가의 토토』, 『먼 북소리』, 『내 남자』, 『인어가 잠든 집』, 『살인의 문』, 『백야행』, 『기린의 날개』, 『다잉 아이』, 『오 해피 데이』,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태엽 감는 새 연대기 1,2,3』, 『서커스 나이트』, 『모래의 여자』, 『키친』, 『몬테로소의 분홍 벽』, 『다시, 만나다』, 『당신의 진짜 인생은』, 『 『아주 긴 변명』,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분신』, 『환야 1, 2』, 『독소 소설』, 『흑소 소설』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진정한 나는, 이 여름에 갓 태어난 듯하다”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른 화제작,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

어린 시절의 성적 학대로 마음에 상처를 안고 있는 작가 치히로. 그녀는 담당 편집자 시바타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며 만남을 이어가지만, 시바타는 닿을 듯 말 듯 그녀의 마음을 가지고 놀다가 무서울 정도로 냉랭한 얼굴을 보인다. 결국 치히로는 시바타의 변덕과 병적인 행동에 끌려다니며 큰 상처를 받고, 다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본가를 찾는다. 그리고 제 살을 깎아내는 듯한 책을 ‘재단’하기 시작하는데……. 치히로는 무의식적인 행위를 반복하면서 시바타와 보냈던 인내와 혼란의 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걸 깨닫고, 때마침 가마쿠라를 찾은 직장인 세이노와 만나게 된다. 가벼움과 섬세함을 내포한 그가 어쩐지 시바타와 비슷하다는 걸 느끼면서도 깊은 관계를 맺는다. 치히로는 혹독했던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을 거친 후 따뜻한 봄을 맞이하며 소설가로서 인간으로서 변화해간다.

데이터로 저장한 종이 다발을 종이 상자에 와르르 담는다.
책이 이제 더는 책이 아닌 상황에 조금씩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재단기 레버를 들어올려, 싹둑 자를 때는 내장이 울렸다.
조금은 자해 같다고 생각했다.

『여름의 재단』은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으로, 시마모토 리오에게는 네 번째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이었는데, 같은 해 ‘엔터테인먼트 소설’ 즉 ‘대중 소설’로 방향 전환을 선언, 마지막 후보작이 될 것이라고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중 소설로의 방향 전환은, 지금껏 써왔던 아쿠타가와상 계열의 순문학 소설에서 나오키상 계열의 대중적인 작품으로 옮겨간다는 것을 뜻한다. 그로부터 3년 후 『퍼스트 러브』로 나오키상을 수상했으니, 이 의도적 방향 전환은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름의 재단』은 시마모토 리오가 데뷔 당시부터 다뤄왔던 어린 시절에 당한 육체적 학대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억제된 문장력, 현실과 회상의 자연스러운 이입으로 작가로서의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시마모토 리오는 책을 재단하는 것이 자해 같다고 느낀 치히로에 이입하듯이, 그녀의 입을 빌려 “책을 좋아했다, 그러나 몇 년을 계속해 써도 도달하지 못할 장소를 지향하고 있다는 감각이 늘 따라다녔다”며 “100년 후에는 종이책 같은 건 한 권도 남아 있지 않을지 모른다, 결국 마지막에 말이 남는 곳은 사람의 마음속, 그리고 그것도 언젠가는 사라진다”라고 언급하는데, 이 작품은 소설가로 현재를 살아가는 시마모토 리오가 진정 하고 싶었던 이야기일 것이다.

“재단이란 무언가를 ‘잘라내는’ 행위이지만, 여기서는 그 대상이 흔히 떠올리는 것처럼 천이나 종이가 아니라, 책이다. 직업이 소설가인 치히로에게 책을 자르는 행위는 제 팔다리를 잘라내는 것만큼이나 가혹한 일이다. 동시에 그 싹둑 잘려 나가는 소리에,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 거부하지 못하는 올가미 같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마음의 어둠을 직시하는 행위이기도 했을 것이다.” _ 옮긴이의 말

일본 독자들의 찬사

★★★★★ 트라우마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심리소설.
★★★★★ 순수문학의 스케일과 구성력에 아연실색했다.
★★★★★ 한 여성의 정신적 성장 스토리. 글은 청아하고 섬세하며 상상력이 풍부한 묘사가 많다.
★★★★★ 억제된 문장력, 현실과 회상의 자연스러운 이입은 작가로서의 능력이 탁월함을 보여준다.

종이책 회원 리뷰 (8건)

여름의 재단 - 시마모토 리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e****o | 2020.07.16

여름의 재단 (2020년 초판)

저자 - 시마모토 리오

역자 - 김난주

출판사 - 해냄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62p



신체를 끊어버리듯 가혹했던 그 여름의 재단



[퍼스트 러브]로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 '시마모토 리오'의 초기작품이 출간되었다.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이라고? 문학성도 겸비한 작품인가 보다. 라며 아무생각없이 책일 펴고 읽었다. 물론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미스터리 작품일거라 생각하면서 -_-;;; 그런데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한 여성의 절절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처음 생각했던 이야기가 아니었음에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스토리나 소재 보다 일단 본인의 마음에 꽂힌 작가의 전작 위주로 작품을 읽는 취향 탓에 이번 같이 예상치 못한 독서를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 둘중 하나인데 취향이 아닌 작품을 꾸역꾸역 읽어야 하는 고역의 시간 이던가 아니면 이번 [여름의 재단]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던가 말이다. 



나오키상 수상 작가 시마모토 리오가 그려낸 귀기 어린 걸작 심리소설



띠지만 보고 심리 스릴러 일거라 예상한 내가 바보였던가...-_-;;;; 좌우간 귀기는 모르겠다만 유년시절의 아픈 상처를 입은 한 여성이 성인이 되어서까지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픔에 몸부림치는 심정이 본인에게 까지 전달됐고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이 가슴 절절하게 와닿았다.



술집을 운영하던 엄마를 따라 가게를 지키던 어린 치히로는 가게를 자주 찾던 단골 남성에게 성적으로 모멸감을 갖는 일을 당한다. 유년 시절의 기억은 트라우마가 되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남자와의 관계에서 거부감과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소설가가 된 치히로는 우연히 술자리에서 출판사 편집자 시바타와 만나게 되고, 시바타의 격의 없는 행동에 거부감이 일면서도 자신과 비슷한 내면의 어둠을 발견하고 끌리게 된다. 몇 번의 만남 속에서 시바타의 이상 행동은 치히로에게 다시금 상처를 남기고, 홀로 살고 있던 도쿄를 떠나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계신 고택에서 할아버지가 평생 모아왔던 고서적들을 재단 한 뒤 디지털화 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새로운 남자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데....



여름의 재단 중 '재단'이 책의 등을 잘라낸 뒤 낱 페이지를 스캔한다는 재단일 줄은 미처 몰랐다. 어찌됐던, 책을 잘라내는 행위와 그 여름 시바타와의 만남으로 다시 받았던 지독한 사랑의 상처 때문에 치히로의 손 발이 잘려나가는 듯한 재단의 의미가 중첩되는 의미가 되면서 나아가 손발이 잘리듯 아픈 고통도 새로운 만남을 통해 치히로를 지독히도 괴롭히던 고통을 마침내 잘라 버리는 재단의 의미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마주하게 된다. 



남자로서 치히로의 아픔과 시비타와의 비정상적인 만남을 비롯해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선술집에서 처음 만난 남자를 집으로 들여 몸을 섞는 심리를 100프로 이해할 순 없었다. 다만 그런 그녀를 향한 부모의 철저한 무관심,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에서 기인했다는 자책감, 행복을 갈구하지만 껍질에 쌓여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두려움 등등 그녀의 공포와 중압감은 너무도 선명하게 다가왔고 그렇기에 세상을 향해 한걸음을 내딛는 그녀의 발걸음이 더욱 크게 와닿았던것 같다. 



모든게 떠나가 버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마음이 어디에도 없는 게 들여다보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_178p



내 상각만 하고, 그런 걸 상대가 이해해주지 않으면 옳지 않다고 단정해왔다. 

그러나 타인끼리 알 수 있는 건 사실은 별로 많지 않다.

_252p



앞서 말했지만 이 작품은 아쿠타가와상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이라고 한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작가는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대중 작품의 집필을 선언했고 3년뒤 [퍼스트 러브]로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문학적 작품성을 추구하는 아쿠타가와상, 대중적 작품성을 추구하는 나오키상. -_-;;; 그동안 일본 소설을 꽤 읽어 오면서도 두 상의 차이를 지금에서야 알았다. 허허...



[퍼스트 러브]와 같은 유년시절의 성적 트라우마라는 기본 골격은 같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책을 덮은 뒤에도 굉장히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밀도 있는 심리 묘사와 성장소설의 감동을 주는 강렬하면서도 부러질듯 위태로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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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여름의 재단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크*벨 | 2020.06.22

시마모토 리오의 [여름의 재단]은 이 여름에 어울리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작가 시마모토 리오는 일본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대표적인 일본의 작가다. 2015년 작품인 [여름의 재단]은 타인의 손등을 포크로 찍어버리는 특별한 사건을 시작으로 계절의 변화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재단이라는 말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물리적인 잘라냄과 정신적인 잘라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표면적으로는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해서 별 다른 감흥이 없게 느껴질 수 있는 책을 재단하며 소설가로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여름의 재단]은 가을의 여우비와 겨울의 침묵을 지나 봄의 결론으로 끝을 맺는 시간적 구조로 전개된다.

주인공 치히로는 계절의 변화처럼 한 인간으로, 또는 소설가라는 직업인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일들로 성장하고 성숙해 나간다. 주인공이자 소설가인 치히로는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당한 트라우마로 인해 남녀 간 사랑에 있어서 지나치게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참고 인내하기만 하는 성향을 보이게 된다. 이런 모습은 정상적인 남녀의 사랑 관계로 발전하기 보다는 기울어진 모습으로 관계가 진전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전형적인 나쁜 남자의 유형인 편집자 시바타를 비롯해 치히로의 남자들은 각각의 성격과 특징으로 묘사되며 그녀와관계를 맺고 있었고 독자는 자연스레 그 중에서 치히로와 가장 잘 어울리는 그는 누구인지 주목하게 된다. 소설은 내면의 심리를 풍부한 묘사와 섬세한 표현으로 잘 드러내고 있어 편안하게 흡입하듯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찾아간 오래된 가옥의 본가가 가지는 분위기와 다시 도쿄로 돌아가 거처하게 된 심플한 작업실까지 소설은 시공간적 배경과 함께 이야기가 풀어지고 엮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올가미 같은 인간관계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소설은 자연스럽게 이입이 되어 빠져들게 한다.

무언가를 잘라내는 행위인 재단에 대해, 오래된 책을 잘라내는 행위를 보며 감정 역시 깔끔하게 재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에 잠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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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어릴적 트라우마 극복과정을 그린 나오키상수상 장편소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파******다 | 2020.06.17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조금 의아했다. "재단"이라니, 설마 내가 알고 있는 그 단어인 "재단"을 말하는건가하고 말이다. 책 내용을 읽어보니, 책을 재단한다는 의미였다. 일본에서는 책등을 잘라내고 책장을 스캔해서 보관하는 방법이 비교적 널리 알려져있는 듯 했다. 그런데 책을 무척 좋아하는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책을 자르다니, 그것은 책의 생명을 끝내는 일이나 다름없다. 그런 일을 서슴지 않고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다니, 조금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실 책 재단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아니다. 우연한 기회에 책을 재단하게 되면서 주인공이 겪는 일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작가인데, 출판사 직원과 잘못된 관계로 얽히게 되었다. 사실 나의 정서로 보면 어느쪽이 특별히 잘못했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애매한 상황인데, 일단 상대방 남자의 잘못으로 주변 사람들에게도 인지가 되어 정리가 되었다. 여자 주인공은 남자와의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 방황한다. 이렇게 막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이라 그렇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작품의 호흡이 꽤나 느린 편이라 약간은 답답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소설의 중반으로 넘어서면서부터 주인공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어릴적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이성과의 관계도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과정이 무리하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내면에서 조금씩 일어난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다. 원인은 외부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나의 내면에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이다.


1년동안 주인공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조금 답답하다고 여겨졌던 마음이 나중에는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는 모습으로 바뀐 내 자신도 신기하다. 무엇보다 여성의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가의 표현력이 상당히 세밀하다. 여느 작가라면 이렇게까지 심리 상태를 세부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성장소설이라고 해서 청소년만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성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내면의 성장은 끊임없이 이루이진다고 본다. 따라서 이 책의 주인공도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어릴 때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을 해결함으로써 마음의 짐을 덜어냈다.


뭐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했다. 혹시나 옛날에 받은 상처가 아직 남아있다면 이 책의 주인공처럼 조금만 용기를 내서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사실 생각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저 필요한 것은 본인의 작은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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