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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내 부하해

하이타니 겐지로 저/햇살과나무꾼 | 양철북 | 2020년 6월 25일 한줄평 총점 2.0 (15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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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유아 > 어린이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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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어린이’와 ‘문학’을 빼고서는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가난한 어린 시절, 작가를 꿈꾸던 하이타니 선생님은 교사가 되었습니다. 교사 시절 만난 아이들은 그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답니다. 말 그대로 ‘아이들에게 배운’ 것이죠. 하이타니 선생님은 17년 동안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쳤고, 아이들의 글을 엮어 어린이의 시쓰기 지도서『선생님, 내 부하 해』를 펴냈습니다.

『선생님, 내 부하 해』는 아이들이 시를 생활 속에서 즐기며 쓸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책으로, 시 속에는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이 특유의 상상력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하이타니 겐지로는 그것들을 아이들의 입장에서 재치 있게 엮어 냅니다. 이 책을 통해 어른들은 아이들이라는 우주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어린이들은 시 쓰기 방법을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을 것입니다.

목차

지은이의 말…6쪽
1장. 어른 관찰 기록…11쪽
갱단 뽑는 시험 | 싸움 걸기 | 이상한 광고 | 1억 엔짜리 선물 | 방귀의 항의 |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법 | 잔인한 어른 재판하기 | 화를 풀어 주는 의사 선생님 | 어른 관찰 기록 | 어린이 노벨상 | 닷새 뒤에 죽는다면
2장. 시 줍기…75쪽
시는 재미있다 | 시는 안마기 | 시 줍기 | 시의 렌즈는 비율 1만 배 | 주름진 뱃살은 시의 적 | 위대한 말 발명가 | 빗대는 말은 시 체조 | 별명 짓기의 달인은 시의 달인 | 시의 거짓말 | 시의 트위스트 | 이상한 시 | 시는 답 없는 답안지 | 씨를 뿌려야 싹이 나고 뿌린 씨에서 시가 열린다 | 본보기 시 따위 걷어차 버리는 이야기 | 시 시험의 비법서 | 미인 시 선발대회 | 옛날 시
3장. 하느님한테 방귀를…163쪽
‘시코쿠의 쌀을 사기 어려워’라는 이야기 | 시의 날 | 하느님한테 방귀를 | 태풍이 치면 어때? | 욕심쟁이
4장. 너는 오늘부터 꽃이야…191쪽
껌 하나 | 너는 오늘부터 꽃이야 | 노란 우산과 치아키 | 뼈야, 너는 나한테 다리가 있는 줄 알고 자라 주었구나 | 마코탱탱 이야기

저자 소개 (2명)

저 : 하이타니 겐지로 (Kenjiro Haitani,はいたに けんじろう,灰谷 健次郞)
1934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습니다. 가난과 전쟁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용접공, 인쇄공, 점원 등 여러 일을 했습니다. 오사카 학예대학을 졸업하고 17년 동안 교사 생활을 한 뒤, ‘어린이에게 배운다’는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그동안 교실에서 접해 왔던 어린이들의 생명력을 그린 작품을 발표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자연과 하나 되는 삶, 아이들이 생명력은 하이타니 문학 세계의 바탕입니다. 주요 작품으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태양의 아이』, 『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지 몰라요』, 『바다의 노래』 등 여러 권이 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 1934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습니다. 가난과 전쟁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용접공, 인쇄공, 점원 등 여러 일을 했습니다. 오사카 학예대학을 졸업하고 17년 동안 교사 생활을 한 뒤, ‘어린이에게 배운다’는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그동안 교실에서 접해 왔던 어린이들의 생명력을 그린 작품을 발표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자연과 하나 되는 삶, 아이들이 생명력은 하이타니 문학 세계의 바탕입니다. 주요 작품으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태양의 아이』, 『나, 이제 외톨이와 안녕할지 몰라요』, 『바다의 노래』 등 여러 권이 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만났으며 2006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역 : 햇살과나무꾼
어린이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기획실로, 세계 곳곳에 묻혀 있는 좋은 작품을 찾아 우리말로 소개하고 어린이의 정신에 지식의 씨앗을 뿌리는 책을 집필하고 있다. 지금까지 옮긴 책으로는 「안데르센 동화집」, 「나니아 연대기」, 「시튼 동물기」,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프린들 주세요』, 「봄·여름·가을·겨울 자연관찰일기」 시리즈, 『고양이 일상 도감』, 『그림 없는 그림책』, 『동물원 친구들은 어떻게 지낼까?』,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들이 있으며, 『멋진 여우 씨』, 『안데르센 동화집7』이 각각 2008년과 2018년에 IBBY 번역 부문 아너리스트에 선정... 어린이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기획실로, 세계 곳곳에 묻혀 있는 좋은 작품을 찾아 우리말로 소개하고 어린이의 정신에 지식의 씨앗을 뿌리는 책을 집필하고 있다.

지금까지 옮긴 책으로는 「안데르센 동화집」, 「나니아 연대기」, 「시튼 동물기」,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프린들 주세요』, 「봄·여름·가을·겨울 자연관찰일기」 시리즈, 『고양이 일상 도감』, 『그림 없는 그림책』, 『동물원 친구들은 어떻게 지낼까?』,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들이 있으며, 『멋진 여우 씨』, 『안데르센 동화집7』이 각각 2008년과 2018년에 IBBY 번역 부문 아너리스트에 선정되었다. 쓴 책으로는 「옛 물건으로 만나는 우리 문화」 시리즈, 「네버랜드 생태 탐험」 시리즈(전5권), 「마법의 두루마리」 시리즈(전20권), 『신기한 동물에게 배우는 생태계』, 『놀라운 생태계 거꾸로 살아가는 동물들』들이 있다.

출판사 리뷰

하이타니 겐지로 문학의 원천이 된 전설의 작품
‘어린이’와 ‘문학’을 빼놓고 하이타니 겐지로를 이야기할 수 없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17년 동안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쳤고, 아이들의 글을 엮어 이 책을 펴냈다. “내가 어떤 글을 쓰더라도 그 뿌리는 이 책에 있을 겁니다.”라고 작가가 말했듯, 이 책이야말로 그에게 있어 문학의 원천이다.

사람에게는 생명을 준 어머니 외에 ‘정신의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있습니다. 나에게는 『선생님, 내 부하 해』가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정말로 가르칠 것보다 배울 것이 더 많습니다. 이 한 권의 책 속에 있는 우주는 나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주고 똑바로 앞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언젠가 내가 제대로 된 어린이 문학 작품을 남긴다면, 그것은 모두 이 책에서 솟아나온 아름다운 영혼의 결정체 때문입니다. -하이타니 겐지로

‘아이들’이라는 우주 속에서 ‘시’를 배운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순수함

이 책에 담긴 어린이 시들을 읽다 보면 아이들의 진심 하나하나가 손에 잡힐 것 같다. 뭐든 보고 싶어 하고, 듣고 싶어 하고,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표현된 시들을 어른들이 보기엔 때론 과격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한 그 시들 속에 아이들의 거짓되지 않은 욕심이 담겨 있다. 시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아이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흔해 빠진 말로는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없어서 “선생님 바보, 똥개, 멍청이”라는 말로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며, 사사오 스스무라는 아이가 정전일 때 촛불을 밝혀서 시를 쓰는 것처럼 억누르려 해도 억누를 수 없는 것, 마음속에서 불뚝불뚝 솟아오르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낙천성과 자유로움
하이타니 겐지로는 딱딱하게 굳은 마음에서는 사랑이 생겨나지 않는 법이라며, 어린이의 낙천성과 익살스러움에서 사랑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미쓰야마 요시코라는 아이가 하느님이 화를 내도 뿡뿡 방귀를 뀌어서 얼렁뚱땅 넘기겠다고 익살스럽게 말하는 걸 보고 하이타니 겐지로는 방귀의 입장에서 “어른 여러분, 한 번도 방귀를 뀌어 본 적 없는 얼굴로 방귀를 나쁘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대꾸하며, 어른들이 잔인한 짓을 저지르면 진짜 무시무시하다며 아이들 편에 서서 잔인한 어른들을 재판하기도 한다.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아빠에겐 2년 동안 용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을, 어려운 숙제를 내주는 선생님한테는 월급을 왕창 깎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다. 아이들이 쓴 시 속에는 아이들의 낙천성과 자유로움이 듬뿍 담겨 있어, 읽다 보면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독창적인 사상가인 아이들의 관찰력과 상상력
아이들은 나면서부터 돋보기를 갖고 있다. 작은 것을 커다랗게, 그리고 또렷하게 볼 수 있는 뛰어난 눈과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 돋보기로 주변을 관찰한다. 가족들과 수다를 떨다가, 텔레비전을 보다가, 지겨운 공부를 하다가, 자연 속을 거닐다가 아이들은 그 속에서 아주 사소한 것들을 잡아내어 기발한 상상력으로 표현해 낸다. 아이들은 어른들한테 배운 말이 아니라 자기 눈에 보인 대로 자기 귀에 들린 대로, 기린이 걷는 모습을 ‘포착포착’이라고, 소 울음소리를 ‘운너어어어, 운너어’라고 표현한다. 아이들이 표현해 낸 시 속에는 때론 어른들의 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세상이 담겨 있어서 그 시들을 읽다 보면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보아 온 세상이 낯설고도 새롭게 느껴진다.

아이들의 비판 정신과 저항 정신
하이타니 겐지로는 시를 쓸 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자기 생각을 있는 그대로 쓰라고 한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나쁜 것은 나쁘다고, 좋은 것은 좋다고 말하라는 한다. 자기 마음과 남의 마음에 아무런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서로에게 득이 되는 싸움이라면 싸움을 걸자고 하고, 정당한 논리가 어른들 때문에 왜곡될 때는 멋지게 불평을 터뜨리자고 한다. 사사키 다카히코라는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빡빡머리를 해야 한다는 게 부당하다며 어른의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 당당하게 비판한 시를 보고 하이타니 겐지로는 비판 정신과 저항 정신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자 한 인간을 강인하게 단련시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키와 같다며, 어린이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훌륭한 불평불만을 터뜨려 달라고 당부한다.

세부내용

1장 ‘어른 관찰 기록’에는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이 아이들 특유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표현되어 있다. 아이들은 세상을 관찰하면서 그 속에서 웃고 울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렇게 가슴으로 느끼고 온몸으로 겪은 것들을 시로 표현해 낸다.

2장 ‘시 줍기’에서 하이타니 겐지로는 시를 쓰기 위한 구체적인 훈련 방법들을 설명한다. 세심하게 관찰하여 그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훈련에서 시작하여, 어른한테 배운 말이 아니라 지금껏 아무도 쓴 적이 없는 말 발명하기, 빗대는 말 만들기, 비유의 표현을 익히기 위한 별명 짓기, 상상력을 도와주는 거짓말하기, 머리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시의 리듬 익히기, 얽매이지 않는 마음과 거짓 없는 마음 기르기, 읽는 사람에게 답을 강요하지 않는 시 쓰기, 시라는 열매가 열릴 수 있도록 뭐든 글로 써 두기, 본보기 시 흉내 내지 않기, 좋은 시를 알아볼 수 있는 비법 배우기, 못생긴 시 쓰기, 옛날 시 읽기 등 시 쓰기 훈련을 통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시의 역사를 써 보자고 제안한다.

3장 ‘하느님한테 방귀를’에서는 시를 쓰는 근본적인 마음이 어떤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아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언제까지나 아름다울 수 있도록, 상냥한 마음이 언제까지나 상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스스로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운 마음과 상냥한 마음이 얼마나 자랐는지 재어 보는 자와 같은 것이 시이며, 그러한 마음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시라고 이야기한다.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마음으로 순수하게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이 시이며, 욕심에서 비롯된 마음을 상상하는 마음으로 끌어올려야 좋은 시를 쓸 수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렇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몰입하여 쓴 시는 때론 비판 정신과 저항 정신으로 표출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4장 '너는 오늘부터 꽃이야'는 하이타니 겐지로가 아이들과 만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담고 있다. 무라이 야스코가 껌을 훔치고 나서 쓴 시를 통해 하이타니 겐지로는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지만 한 순간도 자신을 속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급성심부전으로 죽은 오카모토 료코에게 쓴 아이들의 이별의 말을 들려주며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였다고 말한다. 정신지체아인 친구 치아키를 돌보며 함께 걸어 주던 아이들이나, 한쪽 다리를 잃고서도 낙천성을 잃지 않은 다카하시 사토루, 무슨 일에든 금세 푹 빠져 버리는 아이 구로다 마코토… 하이타니 겐지는 이 아이들한테서 배우고 이 아이들한테서 힘을 얻는다.

종이책 회원 리뷰 (14건)

포토리뷰 좋은 햇살 누리는 사람은 (선생님, 내 부하 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숲*래 | 2013.02.24


 좋은 햇살 누리는 사람은
 [사랑하는 배움책 12]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 내 부하 해》(양철북,2009)

 


- 책이름 : 선생님, 내 부하 해
- 글 : 하이타니 겐지로
- 옮긴이 : 햇살과나무꾼
- 펴낸곳 : 양철북 (2009.12.7.)
- 책값 : 9000원

 


  좋은 햇살 누리는 사람은 좋은 햇살과 같은 마음을 나눕니다. 고운 봄볕 누리는 사람은 고운 봄볕과 같은 사랑을 나눕니다. 어떤 마음이 되고 싶은가 하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랑을 나누고 싶은가 하고 헤아립니다.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 마음을 이룹니다. 살아가는 하루하루 모여 사랑이 태어납니다.


  가르치거나 배우는 마음이 아닙니다. 삶결 그대로 빚는 마음입니다. 책으로 읽거나 영화로 보는 사랑이 아닙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무늬 고스란히 빛나는 사랑입니다.


  마음을 즐거이 다스릴 때에 삶이 즐겁습니다. 마음을 햇살과 같이 둘 때에 마음밭에 뜨는 햇살처럼 내 말과 넋과 삶 모두 햇살처럼 따사롭습니다. 사랑을 웃음으로 나눌 때에 삶이 기쁩니다. 사랑을 웃음으로 나누며 비로소 내 말이랑 넋이랑 삶 모두 사랑이 넘실거리면서 기쁩니다.


.. 자기 생각을 눈곱만큼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사랑입니다. 사랑은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딱딱하게 굳은 마음에서는 사랑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 상대가 누구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아주 멋진 일입니다 … 시는 나약한 인간의 솔직한 모습을 담는 것이지, 결코 훌륭한 인간의 모습을 담는 것이 아닙니다 ..  (13, 34, 38, 141쪽)


  마늘을 까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마늘까기노래 부르고 싶다고. 그래서 생각을 기울입니다. 먼먼 옛날 이 겨레 어머니 가운데 마늘을 까면서 노래를 부른 적 있을까 하고. 넓디넓은 마늘밭을 일굴 적에 마늘심기노래라든지 마늘캐기노래를 부른 적 있을까 하고.


  아마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늘심기·마늘캐기·마늘까기, 이렇게 세 갈래로 다 다른 노래가 다 다른 고을마다 있으리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밭자락 가득 마늘을 심자면 고되지만, 내 밭에 내 밥을 심는 만큼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밭자락 푸른 마늘잎 쓰다듬으며 마늘알 캘 적에도 내 밥을 거두는 만큼 즐겁게 일하고 싶습니다. 굵거나 작은 알을 만지작거리며 껍질 벗길 적에도 내 밥을 빚는 만큼 즐겁게 일하고 싶답니다.


  노래는 즐겁습니다. 아이들 재우는 자장노래가 즐겁고, 옆지기와 들길 거닐며 부르는 들노래가 즐겁습니다. 놀면서 부르는 놀이노래가 즐겁습니다. 일하며 부르는 일노래가 즐겁습니다.


  누가 가르쳐야 부르는 노래는 없습니다. 노랫말 스스로 짓습니다. 노랫가락 손수 엮습니다. 흥얼흥얼 중얼중얼 제 가락에 맞추고 제 말에 맞추어 노래를 부릅니다.


.. 눈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없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단 하나뿐인 자기 마음이 다치기 때문에 싸움은 나쁜 것입니다 … 선물을 한다는 건 한마디로 진심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진심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물건을 빌어 표현하는 것뿐인데, 어른들은 한심하게도 선물 하면 와이셔츠나 위스키 같은 물건만 생각하죠 … 가난한 집과 부잣집이 있는 것은 온전히 어른들 탓입니다. 전 세계의 어른들은 하세 게이코 앞에서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  (15, 21, 31, 66쪽)


  밥물 안치고 설거지 하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들 재울 적에 부르는 자장노래를 빨래하면서 부르기도 합니다. 마당에 빨래를 널 적에 이 노래를 고스란히 부르기도 합니다. 잠자리에서는 자장노래이고, 일할 적에는 일노래이며, 놀 적에는 놀이노래예요.


  사진찍기를 생각하면, 똑같은 사진기를 쓰는데, 어느 자리는 다큐사진이라 하고 어느 자리는 패션사진이라 해요. 어느 자리에서는 예술사진이라고도 하고, 어느 자리에서는 생활사진이라고도 하다가는, 어느 자리에서는 보도사진이라고도 해요.


  똑같은 연필을 써도, 누군가는 글을 씁니다. 누군가는 그림을 그립니다. 누군가는 설계도를 그립니다. 누군가는 숫자를 적고, 누군가는 장부를 갈무리합니다.


  호미로 풀뽑기 하는 사람 있고, 호미로 밭갈이 하는 사람 있습니다. 호미로 나물캐기 하는 사람 있으며, 호미로 돌고르기 하는 사람 있어요. 아이들은 호미로 흙놀이를 합니다.


.. 아이들은 잔인한 짓을 해도 장난 정도로 끝나지만, 어른들이 잔인한 짓을 저지르면 진짜 무시무시합니다 … ‘당신의 아이를 믿으세요.’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믿지 않으니까 아이들이 비뚤어지는 거예요 … 잠깐만요. 어른들도 옛날에는 어린이였습니다 … 어린이들이 불평할 때는 그만 한 까닭이 있습니다. 정당한 논리가 어른들 때문에 왜곡되려고 할 때, 어린이들은 불평을 합니다 … 아름다운 마음이 담긴 시를 읽은 아이는 아름다운 마음이 훨씬 더 아름다워집니다. 상냥한 마음이 가득 담긴 시를 쓴 아이는 상냥한 마음이 훨씬 더 상냥해집니다 ..  (42, 47, 59, 60, 173쪽)


  삶은 누구나 스스로 짓습니다. 스스로 살고 싶은 대로 스스로 생각을 기울여, 스스로 내 삶을 짓습니다. 나한테 기쁜 일이 찾아오면, 이 기쁜 일을 발판으로 어떤 삶을 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나한테 궂은 일이 찾아들면, 이 궂은 일을 바탕으로 어떤 삶을 겪고 싶은 마음입니다.


  뜬금없이 찾아오는 일은 없습니다. 모든 일은 스스로 부릅니다. 어이없이 찾아드는 일은 없습니다. 모든 일은 스스로 비롯합니다.


  날벼락 같은 일은 없어요. 모든 일은 시나브로 쌓습니다. 어느 시험을 치러 1등을 해도 스스로 쌓아 이룬 1등이요, 달리기를 해서 꼴등을 해도 스스로 쌓아 이룬 꼴등입니다. 좋고 나쁨이 아니에요. 스스로 쌓은 삶이 어떤 모습을 환하게 비추며 찾아올 뿐입니다.


  이를테면, 국회의원이나 시장·군수 뽑는 선거 있다고 해 봐요. 참말 훌륭하게 살아오고 아름답게 일한 이들이 선거에서 뽑혀요. 때로는 뒷꿍꿍이나 돈놀이로 뽑히는 이들이 있을 텐데, 뒷꿍꿍이나 돈놀이로 뽑힌 이들은 오래지 않아 들통나요. 모두한테 알려지지요. 훌륭하거나 아름답게 뽑힌 이는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일을 해요. 뒷꿍꿍이나 돈놀이로 뽑힌 이는 뒷짓이나 돈짓을 일삼다가 오래지 않아 공직에서 물러납니다. 공직에서 물러나며 사람들한테 까맣게 잊힙니다. 훌륭하거나 아름답게 일한 사람은 두고두고 이름이 남고 이야기 이어져요. 훌륭하거나 아름답게 일한 사람은 천 해가 지나거나 이천 해가 지나도 이름과 이야기 남습니다. 어리석거나 우악스레 군 사람은 권력이나 돈으로 동상·빗돌 세워도 세월 따라 빛이 바래거나 스스로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스스로 아름답게 살아갈 노릇입니다. 우리들 누구나 스스로 훌륭한 하루를 일굴 노릇입니다.


  아름다움이란 아주 커다란 업적이 아닙니다. 훌륭함은 훈장이나 명예가 아닙니다. 나무 한 그루 사랑하는 손길이 아름다움입니다. 아이들 이마를 쓸어넘기며 맛난 밥 차려 먹이는 손길이 훌륭함입니다. 풀포기 하나 아끼는 손길이 아름다움입니다. 하늘바람과 구름바람 마시며 맑은 목청으로 노래 한 가락 뽑는 삶이 훌륭함입니다. 텃밭에 콩씨 하나 묻어 콩열매 얻는 삶이 즐거움이요 아름다움이며 훌륭함입니다.


.. 다이코 슈는 자기의 남동생이 사내아이답지 않게 너무 얌전한 것이 못마땅합니다. 이것은 다이코 슈가 남동생을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뜻과 같습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면 이렇게 열을 올리지도 않을 테니까요 … 시에는 규칙이 없습니다. 하면 안 되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딱 하나, 지킬 것이 있습니다. 바로 솔직하게 쓰는 거죠 … 시는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눈곱만큼도 거짓을 말하지 않겠다는 마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겠다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면 수다는 훌륭한 시입니다 … 새싹에 물을 주며 무럭무럭 자라도록 보살피듯이, 자신의 아름다운 마음도 끊임없이 살피며 키워 나가야 합니다 ..  (65, 76, 174쪽)


  하이타니 겐지로 님이 쓴 《선생님, 내 부하 해》(양철북,2009)라는 책을 읽습니다. 퍽 어린 아이들한테 ‘동시 쓰기’를 이야기한 열매를 갈무리한 책입니다. ‘동시 쓰기 지도’라고 할 수는 없고, ‘동시 쓰기 놀이’라 할 만한 책입니다. 아이들 스스로 이녁 삶을 좋아하고 아끼고 즐기고 사랑하면 아이들 누구나 스스로 시인이 되어 예쁜 싯말 하나 빚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 아름다운 자연은 시가 꽉 들어찬 통조림과도 같습니다 … 지금껏 아무도 쓴 적이 없는 말이나 표현을 여러분이 직접 발명하는 거예요. 여러분은 위대한 말 발명가가 되어야 합니다 … 여러분이 어른들을 저만치 앞질러 버리세요. 보석처럼 근사한 말을 가득 만들어서 어른들을 무릎 꿇리는 거예요 … 시에서 리듬은 중요하지만 머리로는 리듬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시의 내용(바꿔 말해서, 시의 마음)만 확실하면 시의 리듬은 저절로 생겨납니다 … 시가 아름다운 까닭은 이처럼 순수하기 때문입니다. 시를 써서 다른 뭔가를 해 보려는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기 때문에 시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  (94, 110, 111, 130, 185쪽)


  어린이는 모두 시인입니다. 어린이는 모두 하늘이거든요. 어른도 누구나 시인입니다. 어른은 누구나 어린이 삶을 누리며 자랐거든요.


  다만, 어린이 가운데 학원과 학교와 텔레비전과 조기교육(선행학습)에 얽매인 채 놀지 못하고 뛰지 못하며 노래하지 못하는 숨결이라면, 이 어린이는 하늘이 아니고, 시인이 아닙니다. 이 어린이는 슬픈 기계이자 슬픈 톱니바퀴입니다.


  어린이를 쳇바퀴에 가두지 말아요. 어린이한테 지식을 주워섬기지 말아요. 열두 살 어린이가 왜 열네 살 푸름이가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나 수학을 먼저 지식으로 배워야 하나요. 열여섯 살 푸름이가 왜 스무 살 젊은이가 대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나 수학을 먼저 지식으로 갖춰야 하나요.


  어른 스스로 어른 이녁을 섬길 줄 알아야 합니다. 어른 또한 누구나 하늘인 줄 깨달아야 합니다. 어른부터 스스로 섬기고 아낄 때에, 어른과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을 나란히 섬기고 아낄 수 있어요. 어른 스스로 이녁을 안 섬기고 안 아끼니까, 이 어른들이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얽매거나 짓누릅니다.


.. 이 세상에 나는 한 사람뿐이다, 이 넓은 우주에 나는 딱 한 사람밖에 없다는 것을 늘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시를 쓰세요 … 시는 머리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시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 ‘좋은 시를 쓰려면 좋은 삶을 살아라.’는 말이 있는데, 이무렵의 아이들은 이 말을 잘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 뒤 일본은 불행한 전쟁의 시대를 맞고, 시도 완전히 달라져 버립니다 … 시를 쓰는 것은 아름다운 마음을 쓰는 것입니다. 시는 아름다운 마음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시를 쓴다는 것, 시를 읽는다는 것은 그 마음을 찾아내 따뜻하게 데워 주고 커다랗게 만들어 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  (149, 150, 160, 172쪽)


  좋은 햇살 누리는 사람은 좋은 햇살을 가슴에 품어요. 어른 스스로 좋은 햇살을 누리려고 해야 어른 가슴에 좋은 햇살이 깃들어요. 맑은 바람 마시는 사람은 맑은 바람을 가슴에 담아요. 어른부터 스스로 맑은 바람을 누리려고 해야 어른 가슴에 맑은 햇살이 스며들어요.


  햇살도 바람도 누리지 않는 어른은, 아이들이 햇살과 바람을 누려야 하는 줄 몰라요. 햇살도 바람도 즐기지 않는 어른은, 아이들이 햇살과 바람을 먹으면서 아이들 스스로 이녁 삶을 사랑하도록 이끌어야 하는 줄 몰라요.


  왜 오늘날 한국 아이들은 시인이 못 될까요? 마땅하지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 가운데 ‘하늘’인 아이는 거의 없어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 가운데 얼마쯤 ‘하늘다운 모심이나 섬김’을 받는가 돌아봐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은 하늘바라기를 못해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은 도시에서 하늘빛조차 못 봐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은 낮에는 눈부신 햇살을 못 누리고, 밤에는 해맑은 달빛과 별빛을 못 누려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은 무지개도 미리내도 볼 수 없어요. 오늘날 한국 아이들은 자가용과 아파트와 시멘트건물에 갇힌 채, 들새 노랫소리나 풀벌레 노랫소리나 개구리 노랫소리 하나 즐기지 못해요.


.. 서로 사이좋게 지내고 인간으로서 가치를 서로 인정하는 것도 중요한 공부다 ..  (214쪽)


  어린이는 하늘입니다. 그래서 어린이는 시인입니다. 어른은 하늘입니다. 그래서 어른은 시인입니다. 곧, 사람은 하늘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은 시인입니다. 어린이이든 어른이든, 또 젊은이이든 늙은이이든, 누구나 하늘이면서 시인입니다.


  스스로 즐겁게 느끼기를 빌어요. 나도 시인이요, 당신도 시인이에요. 나부터 시인이고, 당신 또한 시인이랍니다.


  우리 모두 시를 써요. 우리 다 같이 하늘숨을 마셔요. 우리 모두 시를 노래해요. 우리 다 함께 삶빛을 나누며 어깨동무해요. 4346.2.2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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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을 담은 시쓰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책**방 | 2010.04.12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책은 무조건 별다섯이다.

아니 별 다섯 그 이상을 주어야 맞다.

하이타니 선생님 또한 자신이 무인도에 가져갈 책으로

이 책을 꼽았을 정도로 참 멋지고 흥미진진하고 화끈한 책으로

이 책은 아이들의 시쓰기를 도와주는 책인거 같으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잘 다독여주는 아이들의 동시집이다.

 

우린 시라고 하면 왠지 좀 알듯 말듯한 언어로

운율에 맞추어 고상하게 써야만 할거 같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

그런데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갱단이 되라고 하고

갱단이 되기 위해서는 협박하는 시를 쓸줄 알아야한다며

아이들을 부추기기까지 한다.

 

'자기 마음, 남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을 갖고 있지 않으면

절대로 이 시험에 붙을 수 없습니다.  -- P15

 

우선은 어른들에 대한 생각이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도록 유도하고

그 마음을 빌어 어른들에게 협박의 씨를 쓰도록 하면서

왠지 얼토당토 하지않은 황당한 시쓰기를 시키는듯하지만

어느순간 아이들은 분노에 찬 마음을 다스리면서 감동적인 시를 쓰고 있다.

 

하이타이 겐지로 선생님의 시쓰기를 배우다보면

왠지 우리 아이들은 마음속에 쌓인 응어리나 스트레스를 다 풀 수 있을것만 같다.

아이들에게 싸움을 거는 시를 쓰라하는데 진짜 치고 받는 싸움이란

마음과 마음이 쾅 부딪히므로 서로 다치게 되니 나쁜것이라한다.

하지만 시를 통해 싸움걸기를 하게 되면 자신의 마음을 살찌우는 일이라고

아이들의 싸움을 부추기기도 한다.

 

야마모토에게  --- 1학년 쓰다 마사토시

 

맨먼저 망치로 머리를 100대 때리고

똥을 먹이고 가재를 100마리 먹이고

미꾸라지를 100마리 먹이고

똥을 못싸게 해서 얼굴이 새빨개지면

그 다음에 엉덩이에 공기를 넣어주겠다.

 

이 얼마나 아이의 싸우고 싶은 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시인가!

하이타니 선생님은 이처럼 평소에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시를 쓰라고 한다.

그 표현이 방법이 역설적이지만 반대의 경우에 이를것이라 한다.

 

언제나 화 안내는 근엄한 아빠. 툭하면 잔소리가 심한 엄마,

공부만 시키는 선생님에게 빵 터질 짧은글을 지어 보고

또 1억의 가치를 지닌 진심을 담은 시를 쓰고

평소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시를 쓰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있다보면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 정말 이렇게 비춰지고 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고

무언가 고상한 표현이 아니더라고 진심어린 시를 쓰다보면

마음을 충분히 달래고 어루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덕에 우리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 보기도 했으며

어려서 가졌던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꿈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멋진 시간이 되기도 햇다.

이 책 정말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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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저마다 시인이자 사상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헌*가 | 2010.01.20

하이타니 겐지로를 일본의 권정생 선생님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 책을 보고 일본의 이오덕 선생님이라고도 부를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이타니 겐지로가 학교를 그만두고 아이들과 생명을 존중하는 동화를 쓰는 모습에 권정생 선생님이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삶을 가꾸는 시 쓰기를 하는 모습에 이오덕 선생님이 있다 하겠다. 그 만큼 하이타니 겐지로는 동화작가로도 교사로도 훌륭한 분이었다. 이 책에는 교사로서의 하이타니 겐지로 진면목을 볼 수 있는데 아이들의 참스승이었으며 시 쓰기를 통해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일에 얼마나 몰두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말한다. ‘사람에게는 생명을 준 어머니 외에 ‘정신의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있습니다. 나에게는 <선생님, 내 부하 해>가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17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이 책 한 권밖에 펴내지 못한 까닭은, 이 책이 내게는 대지만큼 무겁고 바다처럼 넓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누군가 자신에게 무인도에 책 한 권을 가지고 간다면 무슨 책을 갖고 갈 것인가 묻는다면 단연 이 책을 갖고 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야말로 자신에게 피와 살이 되는 자양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아이들의 발언을 통해 어른들 속에 있는 비뚤어진 부분, 부패한 부분을 통렬하게 깨부술 뿐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상까지 보여 준다. 정신지체아인 치아키를 돌보며 ‘공부 시간에 치아키가 내 필통이랑 지우개랑 책받침을 빼앗아 갔지만 나는 치아키랑 기차 놀이를 하고 놀았다. 화를 내지 않으니까 치아키가 좋아졌다.’라고 하는 1학년 모쿠타 준이치, 한쪽 다리를 잃고서도 낙천성을 잃지 않고 ‘뼈야, 너는 나한테 다리가 있는 줄 알고 자라 주었구나.’라고 하는 2학년 다카하시 사토루, ‘하느님이 화를 내도 / 뿡뿡 방귀를 뀌어서 / 얼럴뚱땅 넘어가겠습니다.’라고 하는 3학년 미쓰야마 요시코 등은 아이들이 독창적인 사상가라는 것을 증명한다.

 

아이들이 완벽한 창조물이라 하더라도 어른들이 아이들 스스로 자라는 것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어른들은 흔히 ‘학교 갔다 오면 곧바로 공부해’, ‘말대답하면 못써!’, ‘버릇이 없구나. 이래가지고 어디 데리고 다니겠니?’ 같은 잔소리로 끊임없이 아이들을 괴롭힌다. 그러니 아이들 속 훌륭한 씨앗이 점점 생기를 잃고 싹 틔우는 것을 멈춘다. 그러나 하이타니 겐지로는 어른들 잔소리 때문에 고통 받는 아이들에게 갱단이 되자고 부추긴다. ‘비행기를 타고 / 똥을 마구 뿌려 보고 싶다’는 생각을 눈곱만큼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갱단이 될 수 있단다. 갱단이 되어 싸움도 하고 잔인한 어른들에 대한 재판도 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억누느려 해도 억누를 수 없는 것, 마음속에서 불뚝불뚝 솟아오르는 것을 시로 쓰자고 한다. 진정 아이들의 편에 서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시를 쓰게 한 것, 이러한 하이타니 겐지 교육 덕분에 아이들은 저마다 훌륭한 시인이자 사상가가 된다.

 

 

나의 다리

2학년 다카하시 사토루

 

나는 유치원 때

트럭에 치였다

치였을 때 피가 막 나왔다

엄마가

“큰 소리로 울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다.”

고 해서 꾹 참았다.

그리고 구급차에 실려

미야지 병원에 갔다

전기톱으로 다리를 잘랐다

마취를 했기 때문에

자른 것을 몰랐다

그리고 한밤중에 울었다

깨어나 보니까 깜깜해서

아빠랑 엄마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병원에서

만날 울기만 했다

퇴원하고는

텔레비전만 봤다

그리고 한참 있다가 뼈가 자랐다

나는 밤에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뼈야, 너는 나한테 다리가 있는 줄 알고 자라 주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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