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조예은 저
1권은 조금 실망(별 셋), 2권은 기대감(별 넷), 3권은 감동(별 다섯). 짜게 드린 1권 별 수에 조금 죄송하지만 바꿀 생각은 없다(생각해보니, 비행기보다 인간 내면이 얼마나 많이 그려졌나가 별을 드리는 내 기준이었던 것 같다)
3권은 북한 출신 남한 조종사가 겪어야했던 고뇌를 가슴 아프게 묘사했다. 그림이 유려하다. 만화도 신토불이다. 우리 작가가 그린 자연은 우리 독자가 품고 있는 우리 산하에 대한 정취를 콕 집어 보여준다. 만화공장에서 나온 일본 만화에서 느낄 수 없는 감흥이다. 또한 부록에 실은 해방 후 남북한 시대상황자료는 작가와 편집진이 매우 공들여 성실하게 작업했을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검색해보니 4권은 출간되지 않은 것 같다. 3권까지 출간된 지 1년이 지났는데 왜 소식이 없을까? 절필한 것일까? 무슨 사연인지 알 수 없으나 독자가 드리는 간절한 마음을 받아 하루 빨리 4권을 보여주시기 바라마지 않는다.
언제나 곱씹어봐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는 '연합군의 일환'으로 대접받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말해, '승전국의 지위'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독립'이 아닌 '광복(해방)'을 맞이 했다. 일본은 패전을 하는 마지막까지 '패배'나 '항복'이라는 말을 하지 않고 "연합국의 요구를 승인한다"는 꼼수를 부리며, 당연히 받아야 마땅할 '패전국의 지위'에서 용케 비켜가며, 고작 'A급 전범 7명만' 사형 판결을 받는 것으로 전쟁을 종결하고 말았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우리 나라는 '일제의 피해국'인데도, 일제가 받아야 할 형벌(!)을 우리가 대신 짊어지는 것처럼 '38선'이 생기고, 남과 북에 각각 미군과 소련군이 진주하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모스크바 3상 회의'의 결과에 따라 5년~10년 정도의 '신탁통치' 후에 대한민국 단일정부를 만들어 정권을 이양한다는 계획이 그대로 실행되었다면, 우리는 '분단'도 '전쟁'도 없이 하나의 국가로 새출발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오보로 가뜩이나 혼란스런 정국이 다시 들끓게 만들어 끝내 '분단'은 고착화되어 '38선' 이남엔 이승만 정부가, 이북엔 김일성 정부가 각각 들어서서 끝내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두 개의 '국가'가 들어서게 되었다. 서로를 '괴뢰국'이라 부르며 결코 인정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걸까? 불필요한 논쟁은 거두절미하고, 첫째는 '일제의 조선침탈'이다. 일본제국의 군국주의가 동아시아의 평화는 고사하고 이웃나라를 약탈하고 점령하여 무모한 전쟁을 치룬 죄가 으뜸일 수밖에 없다. 그러고도 사죄와 배상도 하지 않는 일본은 그 죗값을 톡톡히 치루게 될 것이다. 둘째는 미국과 소련을 주축으로 벌인 '냉전'이다. 2차대전 이후 강대국들의 이권다툼이 '이념갈등'을 불붙게 하였고, 그 갈등을 도화선으로 하여 폭발시킨 것이 '대한민국'을 분단시키고 전쟁까지 일으키게 한 것이다. 약소국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치부한다면 우리가 강대국이 되어 톡톡히 대가를 치루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은 바로 '우리 내부의 이념(사상) 갈등'이다. 일제로부터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하였지만, 3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며, 그 긴 시간동안 '하나'로 뭉치지 못하게 방해했던 일제의 간악하고 끔찍할 정도의 감시망과 탄압을 피해서 '각자의 노선'으로 뿔뿔이 흩어져 노력한 결과, 크게 민족주의 노선과 사회주의 노선으로 갈라져서 독립운동을 지향하게 되었다. '신간회'를 조직해서 단합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 역시 일제의 방해로 끝까지 이어 나갈 수는 없었고, 김구가 이끄는 '한인애국단의 활약'으로 광복군이 결성되기까지 또다시 뿔뿔이 흩어져 독립운동과 독립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우여곡절 끝애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여하였으나 독립적인 전쟁을 수행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일제의 패망 소식을 전해 듣게 된 것이다. 그리고 '각자노선'을 걷던 독립운동가들이 속속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해방정국'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난장판이 따로 없었던 셈이다.
시간은 다시 '바우트 원(한국 공군조종사 양성 프로그램)'으로 돌아와서, '곽경필 대위'를 주목합니다. 곽대위의 고향은 '함경도'입니다. 부모님은 독립운동을 하러 만주로 가 생사도 모르게 되었고, 어린 곽경필은 '하늘을 나는 꿈'을 키우는 소년에서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었습니다. 그러나 일제 치하에서 '소년의 꿈'은 쉽게 이룰 수 없는 현실이기도 했습니다. 꿈을 이루려면 '일본인(창씨개명)'이 되어 '일본군 조종사'가 되는 길이 있었지만,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감히 그럴 수는 없는 법이었습니다. 그러다 염신현 중령을 만나 '중국 공군'에 입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훈련중에 '일제 패망 소식'을 듣게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고향에 돌아갔지만 '찬탁과 반탁 시위'로 시끌한 정국에 분단을 직감한 할아버지의 의견을 쫓아 '월남'을 한 뒤, 대한민국 공군의 일원이 됩니다.
하지만 '공군 창설 당시'의 정황을 보면, 어수선하기 그지 없습니다. 먼저, 일본 공군 출신으로 '태평양전쟁'에서 연합군과 적대하며 싸운 경험을 가진 지휘부와 대원들이 다수에, 염신현 중령과 곽경필 대위처럼 '중국 공군'에서 비행경력을 쌓은 이들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대국들의 이념갈등으로 촉발된 '한국전쟁'이 발발하니 우리 내부에서 '이념갈등'이 생기며 곽경필 대위 같이 '월남한 국군들'은 빨갱이로 의심받으며 끊임없이 '사상검증'을 받고 자신을 '증명'해야만 했습니다.
과연 '신념'이란 무엇일까? 앞서 '헤스 중령'은 <신념의 조인>이라는 문구를 내세워 '신념(믿음)으로 하늘을 난다'는 뜻을 펼쳤습니다. 목사 출신으로 전쟁에 참전했기 때문에 다분히 '종교적 신념'이었을 겁니다. 즉, '옳은 일을 하면 하느님이 보살펴 줄 것이다'는 참 간단한 신념입니다. 하지만 곽경필 대위는 '어떤' 신념을 가져야 했을까? 또 '뭘' 증명해야만 했을까? 생각해보면 할수록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처럼 '한국전쟁'에 참가한 한사람 한사람의 '신념'을 까보면 참 옹색하기 그지없습니다.
독립운동가 출신들은 일제의 탄압을 견디고, 나라 잃은 설움과 배고픔과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 '각자의 신념(이념/사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어떤 '사상'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일제를 물리치고 독립을 이룰 수 있다면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남과 북'으로 갈라져 전쟁을 치루려니 답답할 노릇인 겁니다. '왜 우리가 갈라져서 싸워야 하는가?'라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편, 친일 앞잡이들은 살판 났습니다. 당연한 수순으로 '해방'이 되면서 모조리 죽여버려도 시원찮을 족속들인데, '미군정'에 빌붙어서 '반공정신' 투철한 이들로 '검증'을 통과한 무리들이 '이승만'을 중심으로 뭉쳐서 '반공투사'로 변신에 성공해서 '한국전쟁'에 당당히 참전하였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일제시대에 배운 지식과 기술로 당당히 '고위관직'을 차지하고서 '대한민국 국군'을 통솔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동족(북한국)'을 죽이는 일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참 쉬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곽경필 대위'처럼 월남을 한 '이북출신'들은 자신들이 독립운동가였든, 친일앞잡이였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사상검증'을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했습니다. 여기서 '독립운동가' 출신이었다면 위와 같은 고민까지 함께 해야만 했고, '친일앞잡이' 출신이었다면 빨갱이 때려잡으러 왔다고 고래고래 소리치면 간단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시대의 아픔'인 것입니다. '빨갱이'를 죽이면 영웅, '빨갱이'가 되면 죽음, '빨갱이' 때문에 고민하면 불행한 삶이 되는 아픈 시대 말입니다. 신념의 '자유'가 없던 시절이었던 것입니다.
암튼, 줄거리는 여기까지이고, 책의 뒤편에는 '대한민국 공군의 빛나는 업적'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전쟁 당시에 '하루 세 번 출격'도 불사한 덕분(?)에 '100회 출격'을 한 조종사가 속속 등장했던 것입니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모두 109명의 조종사 가운데 39명이 달성하고, 그중에서 유치곤 대위는 '203회 출격'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합니다. 이는 대한민국 공군이 '독립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성과였으며, 그만큼 '한국전쟁'이 참혹한 전쟁이었다는 사실을 반증한 겁니다. 당시 압도적인 전력차를 가진 '공대공 전투'와 '항공수송'을 도맡은 미 공군에 비해서 한국 공군은 '지상공격'을 도맡았고, 만만찮은 대공능력을 갖춘 북한군과 싸우러 출격을 한다는 것은 목숨을 건 도박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100회 출격' 달성은 남달리 빛나는 전과였던 겁니다. 또한, 이러한 '실력 과시'를 통해서 점점 '한국 공군의 위상'도 높아질 수 있었기에 지금은 '대한민국 공군'의 주춧돌이 될 수 있었던 셈입니다.
이 책에는 아쉽게도 'F-51D 무스탕'을 주력으로 한 부분까지만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후의 주력기종과 'T-50 고등훈련기'와 같은 최신기종을 담아내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가 '대한민국 공군 창설사'인 듯 싶지만, 정말 기대했기에 아쉬운 점입니다. 이 책이 다시 한 번 '개정'을 한다면 꼭 실어주었으면 좋겠고, '후속작'으로 현재의 대한민국 공군의 모습도 사실적으로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