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의 표준모형 이론 정립에 기여하여 1979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입자물리학자. 과학자로서 스티븐 와인버그를 한 줄로 표현하면 이렇게 된다. 그런데 그는 뛰어난 작가이기도 하다. 이제는 우주론의 고전이 된 《최초의 3분》의 저자이기도 하고, <뉴욕 리뷰 오브 북스>라는 최고 수준의 교양 문예지에 많은 글을 기고하기도 하였다. <뉴욕 리뷰 오브 북스>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글을 모아 책을 내기도 하였는데, 《제3의 생각》도 그런 책이다.
여기에는 이론물리학에 대한 강의 내지는 강연에 해당하는 글이 있고, 과학사에 대한 글도 있다(그는 과학사에 대단히 관심이 많다). 그리고 과학 예산을 비롯한 발언도 많이 했기에 그에 대한 견해를 피력한 글들도 있다.
우선 이론물리학에 대한 내용은 쉽지 않다. 스티븐 와인버그는 전문적인 물리학자와 대학 교육을 받은 일반 독자 사이의 간격이 수학적 표현이라고 했는데, 그런 수학적 표현이 하나도 없는 글임에도 쉽지 않다. 러더퍼드의 원자핵 발견에서부터 힉스 보손에까지 이른 입자물리학의 발전이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저자는 최대한 조심하면서, 그래도 신이 나서 설명하지만 어쩔 수 없이 상당히 막막하다.
그러나 입자물리학 자체를 벗어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견해는 매우 인상 깊다.
먼저 《스티븐 와인버그의 세상을 설명하는 과학》에 대한 세간의 비판에 대한 글 <현재의 눈으로 본 과학사>라는 글이다. 《스티븐 와인버그의 세상을 설명하는 과학》를 읽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과거의 과학을 평가한다는 점이었다(http://blog.yes24.com/document/9044981). 많은 과학사가 고대의 과학이나 혹은 근대의 과학도 현대의 시각에서 봤을 때는 틀렸을지 모르지만, 그 시대의 한계를 감안해서 보면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티븐 와인버그는 ‘틀린 것은 틀린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 역사학에서는 ‘휘그식 해석(역사관)’이라고 해서 비판한다고 한다. 스티븐 와인버그의 그 책에 대해서도 그런 비판이 가해졌나 본데, 그는 이에 대해서 다시 자신의 견해를 옹호한다. 문학이나 미술, 혹은 (좀 불분명하긴 하지만) 정치에 대해서는 현대의 관점에서 과거의 작품이나 사건을 비판하는 것이 비판받을 수 있지만 과학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은 한 시대에 유행하는 질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쓰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최종 이론’을 꿈꾸는 입자물리학자이기에 더 명확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한 가지 주목하게 되는 것은 과학 예산, 혹은 투자에 관한 것이다. 그는 여러 글에서 유인우주선 계획을 매우 비판한다. 유인우주선 계획은 돈은 무지막지하게 들어가는 대신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과학적 성과는 매우 보잘 것 없다는 것이다. 유인우주선 하나 대신 무인우주선을 여러 차례 보내거나 하는 것이 훨씬 가성비가 높다. 유인우주선은 대중들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래서 예산을 따내기 쉽겠지만, 스티븐 와인버그는 과학자로서 그것을 비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는 또한 거대과학에 대한 투자를 호소한다. 결국은 의회에서 예산이 취소된 SSC를 비롯하여 단기간에 돈이 되는 성과를 낼 수 없는 거대과학 투자가 취소되고 줄어드는 상황에 대해서 그는 비판한다. 이는 유인우주선에 대한 반대와는 어쩌면 반대되는 입장 같지만 결국은 비슷한 맥락이다. 거대과학은 (기대하는 것과 기대하지 않던 것을 모두 포함하여) 흥미로운 과학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인우주선과는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입자물리학이 무슨 이득을 가져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너저분한 대답(입자 연구의 부산물로 나온 월드 와이드 웹 같은)을 하지 않고 ‘없다’라고 한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새로운 입자가 힉스 입자라 해도 병을 치료하거나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직접 활용되지는 못한다. 이 발견은 단지 모든 물질을 지배하는 자연의 법칙에 대한 이해의 틈새를 메우고, 초기 우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의 질문에 실마리를 던져 줄 뿐이다.” (162쪽)
그러나 다른 글에서 톰슨의 전자 발견을 돌아본다. 전자 발견 자체는 그냥 그런 것이 있다. 자연의 비밀을 밝히고자 하는 순수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전자의 성질에 대한 파악은 현대 문명의 기초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 그냥 제발 알고 싶은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을 알고자 하는 과학자들에 대해 당장의 쓰임새를 묻지 말라는 것이다.
현대의 관점에서 과거의 과학을 평가한다든가, 순수한 호기심에 기초한 과학의 과감한 투자 등에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오랫동안 과학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던 뛰어난 과학자의 견해에 한번 귀 기울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스티븐 와인버그의 세 번째 에세이 모음집이 나왔다. 스티븐 와인버그는 "최초의 3분"으로 대표되는 입자 물리학의 대가이다. 이 책은 스티븐 와이버그가 강연한 내용이나 학회지, 잡지 등에 실린 글들과 미수록 글들을 모아 책을 구성하였다.
1부는 과학의 역사에 관해 쓴 글들이다. 실용 학문으로써의 천문학으로 부터 시작하여 이론 물리학자와 실험 물리학자의 차이와 역할, 표준 모형과 시공간, 과학사와 휘그식 해석에 대한 과학사관의 논쟁들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전문적인 용어와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학회 등에서 연설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입자 물리학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전재하기 때문이기에 교양서로 읽기에는 어려운 내용과 용어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2부는 물리학과 우주론으로 1부보다 더 전문적인 내용들이 등장한다. 우주론과 함께 태동한 현대 입자 물리학에서 입자들의 특성과 상호 작용 그리고 이론과 실험 값의 일치, 대칭과 대칭의 깨짐, 양자 역학과 양자장 이론에 이르기까지 수식만 등장하지 않을 뿐 매우 전문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아마 교양서로 이 책을 접했다면 2부에서 책을 덮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반면 3부와 4부에서는 공적 관심사와 개인적 관심사에 대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대학자의 노력과 견해를 들어 보면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공통점을 재확인했다. 스티븐 와인버그는 그 단적인 예로 유인 우주선 프로젝트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공적인 관심사의 글들을 읽다 보면 대학자의 비통함과 함께 분노가 느껴지기도 한다.
스티븐 와인버그의 제 3의 생각은 에세이나 교양서로 접근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내용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글들을 읽어 보면서 현대 물리학이 걸어온 길과 과정 그리고 방법들을 정리해 보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으며 공적, 사적 관심사를 통해 기초과학이 당면한 문제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물리학에 관해서는 기본적인 것 이외에 아는 것이 없지만, ‘우리는 이 우주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부제에 반해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천문학에 대해서 나름대로 흥미를 가지고 있고 또 열심히 관련 책을 찾아서 읽는다고 생각했기에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그만큼 책을 읽는 시간도 오래 걸렸다. 책의 저자가 이론물리학자이지만 대중을 상대로 과학서적을 써온 사람이고, 또한 이 책에 있는 글들 역시 <뉴욕 리뷰 오브 북스>에 게재된 글들이 대부분인지라 대중을 상대로 쓴 글들임에도 어떤 부분은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그만큼 내가 현대물리학에 대해서 얼마나 모르는지를 알려준 책이기도 하다.
특히 입자물리학은 내가 배워온 것과는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분이기도 했다. 학교 다니면서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다고 배웠는데, 양성자와 중성자 이외에도 많은 입자들이 있고 그들 사이에 심오한 구조가 있다는 것은 얼핏 말만 들었을 뿐인지라 호기심도 생겼지만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여 어렵게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그것들을 몰라도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은 평생 배우면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그나마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은 몇 가지 주제에 관한 것이다. 먼저 천문학의 쓸모에 관한 글에서 저자는 사람들이 태양과 별, 행성에 쏟은 관심은 과학적 발견으로 이어졌고, 그 유용성은 과학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활성화 시켰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이 이론을 머릿속에서만 사색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 이용을 하여 실용적으로 유익한 결과로 보상받았기 때문이다. 우주를 연구하고 탐사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 우리의 실생활에도 쓰이고 있음이 그 예이다. 그러나 현대세계로 들어서면서 우리가 자연현상을 발견하는 데는 천문학이 여전히 유용하지만 과거와 같은 용도는 대부분 쓸모없어졌고, 그래서 연구자들은 실용성보다는 지식에 대한 순수한 갈망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유인 우주선 계획대신 로봇을 위한 탐사가 훨씬 경제적이라며 보다 효율적인 과학연구를 촉구하고 있다. 유인 우주선에 대한 반대는 이 책의 여러 편의 글에서 다루어지는데 NASA가 우주선에 사람을 태워 우주로 보내는 계획은 대중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한 흥행몰이에 불과하다며, 그보다 수백 개의 탐사로봇을 보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문제제기한다. 또한 그는 거대과학에 대한 정부예산 문제가 정치논리에 따라 좌우됨을 꼬집기도 한다. 과학자가 정부예산을 많이 배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놓고 비판하고 자기주장을 스스럼없이 펼치는 것은 그만큼 과학연구에 대한 열정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저자는 표준모형 이론으로 인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우주론과 기본입자 물리학은 우리가 가진 지식의 가장 먼 거리에서 짧은 거리까지 모든 범위를 아우르지만 표준모형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그가 이룩한 표준모형 이론은 지금까지 자연에서 관측된 4가지 힘 중에서 중력을 제외한 강력, 약력, 전자기력의 상호작용을 가장 정확히 설명한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데 가장 기초가 되는 이론이라고 한다. 그런 표준모형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는 계속 팽창하는 중이고, 대부분이 암흑에너지이고 암흑물질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암흑 속의 작은 불순물, 몇 퍼센트에 불과한 일반물질이 별과 행성과 우리 인간을 구성하고 있다.’(66쪽)고 한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다중우주와 함께 내가 천문학에서 가장 호기심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라도 표준모형 이론에 대해선 공부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지만 제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이 책의 제목인 [제3의 생각]에서 ‘3’은 저자가 세 번째로 펴낸 에세이집이라서 붙였다고 한다. 처음 책 제목을 보고서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이분법적 사고에 사로잡히지는 않았지만 ‘제3’이라는 말을 과히 좋아하지 않는다. 어정쩡한 상태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처럼 내세우지만 종래는 기존으로 돌아가는 말장난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 한 때 ‘제3의 길’로 유명했던 서구의 한 정치세력이 결국 말로는 중도를 표방했지만 신자유주의를 앞장서서 받아들였다는 기억도 한몫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라 생각하지만.. 그러나 이 책의 서문을 읽으면서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책제목에 붙은 ‘제3’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 내가 예민했나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책을 읽고 난 지금 다시한번 읽는다면 노학자가 하고자 했던 말들을 보다 제대로 이해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저래 나에게는 또 다른 숙제가 되는 셈이다.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