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저/최윤아 역
허지웅 저 저
셸리 케이건 저/박세연 역
헤르만 헤세 저/유혜자 역
시몬 드 보부아르 저/강초롱 역
미야노 마키코,이소노 마호 저/김영현 역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이선희
해냄/2020.7.15.
장례식장 반도회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미소라는 정식 직원이 되어 일을 배우며 겪는 3가지 이야기를 엮은 연작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미소라는 죽은 이의 혼과 귀신을 보는 영감이 발달한 대학 졸업반이다. 어려서부터 죽은 언니의 혼이 수호령으로 있으면서 영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고, 장례식장사장이 아버지 친구이고 아르바이트비가 비싸 택한 것이 장례식장 아르바이트다. 장례식을 진행하는 사람은 장례 디렉터인 우루시바라다. 그는 뛰어난 관찰력을 바탕으로 죽은 자와 상주를 만족시키는 유능한 사람이지만 일에서는 냉정하고 완벽을 추구한다. 불교식으로 진행되는 장례식에서 불경을 읊어주는 사토미는 우루시바라의 대학교 동창으로 영을 볼 수 있는 영안이 뛰어난 소유자며 정이 많은 스님이다. 이 세 사람이 주축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첫 번째 이야기 ‘이별하는 곳’은 임신한 젊은 여인의 장례식 이야기로 주인공 미소라의 영적인 감각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으며, 장례식이 진행되면서 죽은 여인의 사연이 독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나에게 언니가 있었다고 말해준 사람은 할머니였다. 아직 철없던 시절, 언니나 오빠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워 할머니에게 나는 왜 형제가 없느냐고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할머니는 말없이 나를 불단 앞으로 데려가더니 어린 소녀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당시의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조금 어려 보였다. 그 소녀가 바로 언니였다. p.51
두 번째 이야기 ‘크리스마스 선물’에서는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5살 어린이의 병마와 싸우다 죽은 장례식이다. 자기의 장례식을 부모님과 함께하는 놀이터로 생각하는 영을 달래 저승으로 보내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시신에는 살았을 때의 기의 흔적이 남는 법이다. 하지만 이 작은 시신에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다시 말해, 이 아이는 자신이 죽었다는 시실을 모르고 있다. 그로 인해 아이의 영혼은 아직 부모님 곁을 떠나지 않은 것이다. p.131
세 번째 이야기 ‘수국의 계절’ 에서는 명망 있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반대하는 결혼으로 결국 자살을 하게 된 사연을 가진 장례식이다.
“사람이 죽는다는 건 이런 거야. 아무리 깊이 사랑해도, 아무리 간절히 생각해도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엔 닿지 않아. 그토록 사랑했던 나오 씨와 남편 사이에서도 반지에 깃들어 곁에 있었는데도 서로마음이 통하지 않았지. 그렇게 생각했더니 가슴이 무너지더군.” p.275
“세상에는 사랑받은 기억만으로도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아. 가까운 곳에서 남편의 존재를 느꼈다면 나오 씨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그래, 사람은 참 섬세한 동물이야. 사소한 걸로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하지.” p.275
저자 나가쓰키 아마네는 다이쇼대학 문학부 일본문학과를 졸업했다. 2018년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로 제19회 소학관문고소설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다. 이후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 각자의 등불>을 출간했다.
마냥 묵직할 줄로만 알았던 죽음이라는 소재를 이렇게 다룰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것이 일본과 우리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잠시. 저자 소개 부분을 읽은 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작가에 일종의 무례를 저지른 것만 같아 할 말을 잃었다. 1977년생이니 이제 겨우 40대 중반이건만 그는 이별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남편의 기일이자 음력 9월을 뜻하는 나가쓰키와 하늘의 소리를 뜻하는 아마네를 합쳐 만든 나가쓰키 아마네라는 필명이 알지 못하는 저자에 대한 모든 걸 말해주는 듯했다. 이를 읽고 난 직후 <머지않아 이별입니다>는 전적으로 상상력에 의존한 소설이자 동시에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기 위한 의식처럼 여겨졌다. 세상 어디에도 존재치 않는 가장 완벽한 장례식이 그에게는 필요했다.
주인공인 시미즈 미소라는 취업을 고민 중인 대학생이다. 아버지의 지인 분이 운영한다는 반도회관은 장례식장이라는 게 조금은 꺼려졌으나 꽤 준수한 시급을 제공했다. 소설은 마냥 노는 거보다는 잠시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한숨을 고르기에 안성맞춤인 그 곳에서의 일을 그리고 있었다. 이미 아르바이트를 관둔 지 6개월이 지난 시점, 반도회관이 다시 미소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부족한 모양이라며 가벼이 여겼으나 이는 미소라의 앞날에 전혀 다른 길을 열어 주었다.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장례 지도사 즈음에 해당할 우루시바라, 아직은 소년의 티를 채 벗어던지지 못했으나 독경 외는 청아한 목소리만큼은 으뜸인 스님 사토미 등이 그와 함께한다.
정식 직원이 아닌 미소라에게 주어지는 일은 준비된 음식을 나르고 모든 절차가 끝난 후 뒷정리를 하는 정도였으나 그날은 달랐다. 평소 같았으면 그의 몫이 아닐 일이 미소라에게 떨어진 것이다. 어린 아이의 사망은 누구보다도 부모에게 거대한 재앙처럼 느껴지기 마련이기에 아이의 시신을 마지막 순간까지 집에 고이 모시고자 하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부모가 아이를 놓아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그랬다. 중요한 사실은 망자 역시도 부모로부터 떠날 마음이 전혀 없었단 점이었다. 막연한 추측이 아닌 선명한 영상으로, 마냥 해맑은 아이의 모습이 미소라의 눈 앞에 펼쳐졌다. 그 자체도 신기한데, 아이를 어르고 달래 부모에게서 떠나게끔 만드는 게 그에게 주어진 임무임을 확인했을 때 난 어안이 다 벙벙했다. 산 사람과의 대화도 쉽지 않은데 어찌 죽은 이를 설득한단 말인가!
이어지는 에피소드 또한 독특했다. 가족이라고는 아버지 밖에 없지 싶은 여성이 사망했다. 아버지는 하나뿐인 딸 아이의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르길 원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최선을 다해 유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졌을 우루시바라가 이번만은 달랐다. 그저 무탈하게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태도가 어딘가 모르게 그답지가 않았다. 이번에도 미소라는 남들이 보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읽어내야만 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한 오감에만 의존해서는 파악이 어려운 죽음의 전모에 대해 다들 말을 아끼는 상황이라 더더욱 그러했다. 대체 이 죽음은 어떠한 연유에서 발생한 걸까. 미소라는 주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특별한 기운이 미소라 곁에 머무는 게 아닌 다음에야 이야기의 전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허무맹랑하다 평할 수도 있을 테지만, 저자의 이력을 접하곤 난 시점에서는 저자가 어떠한 마음으로 글을 썼을지 백분 이해가 된다. 이번 글 쓰기는 치유였다. 미소라, 한 번도 만난 적 없으나 동생이 태어나길 누구보다도 간절히 기다렸을 언니 미도리 그리고 저자 자신에게도. 살면서 접한 그리고 앞으로 경험하게 될 수많은 죽음을 어찌 대해야 좋을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의 마음 또한 그렇게 읽히는 듯 하였다.
대학생 미소라는 도쿄 스카이트리 인근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녀는 산 자와 죽은 자 모두가 만족하는 장례식을 마련하고 싶은 장례식 디렉터 우루시바라와 영혼을 볼 수 있는 사토미 스님과 함께 일을 하게 된다. 우루시바라와 미소라, 사토미는 아쉬움에 떠나지 못하는 고인의 영혼을 달래고, 상처뿐인 영혼이 편히 떠날 수 있도록 도우며 살아있는 사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장례식장을 떠올리면 고인과의 이별의 공간이라기 보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회동의 장소이고, 장례지도사는 절차에 따라 장례를 수행하는 직업인으로만 기억되는데, 소설 속에서는 따뜻한 가슴이 있는 사람들로 그려져 있다. 몇 년 사이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서 장례지도사를 많이 만나는 듯 하다
작가는 시급이 좋아서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이 있었고, 남편의 병이 악화되면서 파트타임으로밖에 일을 할 수 없자 간병하면서 쓴 글이라고 한다
#머지않아이별입니다 #나가쓰키아마네 #해냄 #장례식장
왜 이 책을 선택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표지가 서정적이어서, 소재가 마음에 들어서, 출판사가 나름 믿을만해서?
북클럽을 들락날락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한 이 책은 분량도 많지 않아서 빠르게 읽게 되었다.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건 서정적인 일본 드라마였다.
담담하면서 따뜻한 정서를 기대했는데, 그것에 더해서 영능력이라니..
다이나믹한 귀신스토리가 등장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일본식의 정서가 담긴 영적인 드라마.
단편들로 이뤄진 이 책은 시작하는 내용을 마무리하는 3부로 짧은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반도회관'이라는 장례식장을 무대로 하고 있고, 우리나라와는 다른 장례문화라서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거부감 같은 것은 없다.
그저.. 산자와 죽은자가 모두 미련이 남아있는 다양한 죽음과 그것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직접 죽음을 겪지 않았지만 죽음과 가까이 있던 주인공과
그 주변에서 그녀가 죽음을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
다양한 죽음 속에서 울컥하는 부분도 있었고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것도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의 죽음을 준비하게 된다.
지금 나도 그렇고.. 무관하게 살 수 없어진다.
그래도 언제나 죽음은 낯설다.
그 낯선 죽음을 잘 다스리고 산자와 죽은자를 달래는 것이 장례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종의 의식이지만, 때로는 의식 자체가 정리의 기회를 주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과연..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장례식장'이라는 다소 생소한 장소를 배경으로 3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여기에 이 작품의 주인공 중 유난히 눈길이 갔던 미소라-죽은 이의 혼과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설정이 가미되었고-와 또 다른 주인공들인 장례 디렉터인 우루시바라다와 그의 동창. 총 3명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가슴에 와닿았고, 그 챕터에 있는 몇몇 문장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었달까.
여하튼 이 작가의 또다른 작품이 나와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