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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건축가 생존기, 그래도 건축

전보림,이승환 | 눌와 | 2020년 7월 31일 한줄평 총점 0.0 (1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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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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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건축가 생존기, 그래도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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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우리 사회, 우리 동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먹고사는 일’로서의 건축, ‘직업’으로서의 건축가 이야기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한 부부 건축가의 직업 에세이. 언뜻 보면 멋있지만 사실은 치열하게 분투하며 더 나은 삶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젊은 건축가의 일하는 마음을 담았다. 건축 설계의 가치, 작은 건축사사무소의 현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건축 실무와 더불어, 건축가의 역할을 돌아보고 공공 건축의 의미와 중요성, 건축 현실의 문제점 등을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건축에 대한 어려운 미학적·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우리 사회, 우리 동네를 배경으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건축, 그리고 건축가라는 직업의 민낯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 있는 작은 건축사사무소의 생존기이자 젊은 건축가의 건축 열정기이며, 아이 셋과 함께 성장하는 건축가 부부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목차

들어가며: 건축의 가치, 건축가의 자리
1부. 우리는 부부 건축가
부부 건축가가 되기까지
한 템포 천천히, 우리의 속도로
시작,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
첫 번째 건물, 내 아이 같은 매곡도서관
두 번째 건물, 학교 다목적강당들
처음 받아본 팬레터, 푸른꿈 체육관에서 꿈꾸다
세 번째 건물, 첫 번째 집
남편이 바라본 부부 건축가
아내가 바라본 부부 건축가
2부. 어쩌다 보니 공공 건축가
우리가 공공 건축을 하는 이유
모두가 알아야 할 설계 공모 이야기
설계 공모, 기획의 관점에서 보다
설계 공모 심사의 무게
우리가 바라는 공공 도서관
우리나라 학교 건축이 후진 진짜 이유
아이디알, ‘을’의 투쟁사
공공 건축, 어디에 지을 것인가
공공 건축 복합화가 빼앗은 것들
공공 건축,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3부. 어쩔 수 없이 생존형 건축가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의 현실
건축 설계비 산정의 진실
마이너스 경영자의 변명
낙선을 돌아보다
젊은건축가상 참여기
건축가의 블로그
생존형 건축가, ‘공공 건축가’가 되다
또 다른 시작 앞에서
4부. 대한민국에서 건축가로 산다는 것
우리의 거리 풍경은 안녕하신가
설계사, 건축사, 건축가
건축가 없는 나라
건축 커뮤니케이터가 필요하다
교수가 되지 못한 건축가
건축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나오며: 세상을 바꾸는 힘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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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저 : 전보림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서울의 소규모 건축 설계사무소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2009년 유학을 위해 런던으로 이주하여 5년간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2014년 귀국하여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였다. 2017년 첫 준공작인 매곡도서관으로 신진건축사대상 대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등을 수상하였고,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였다. 각각 서울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서울시 공공 건축가와 행복도시 공공 건축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남편이자, 『부부 건축가 생존기, 그래도 건축』의 공저자 이승환과 함께 세 ...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서울의 소규모 건축 설계사무소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2009년 유학을 위해 런던으로 이주하여 5년간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2014년 귀국하여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였다.

2017년 첫 준공작인 매곡도서관으로 신진건축사대상 대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등을 수상하였고,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였다. 각각 서울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서울시 공공 건축가와 행복도시 공공 건축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남편이자, 『부부 건축가 생존기, 그래도 건축』의 공저자 이승환과 함께 세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부부 건축가로서 블로그를 통해 공공 건축과 건축계 현실에 대한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저 : 이승환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서울의 소규모 건축사 사무소 M.A.R.U.와 아뜰리에17에서 실무를 익혔다.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2009년 유학을 위해 런던으로 이주하여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에서 MA(Master of Arts) 과정을 마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2014년 귀국해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였다. 2017년 첫 준공작인 〈매곡도서관〉으로 신진건축사대상 대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등을 수상하였고,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였다. 서울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서울시 공공 건축가와 행복도시 ...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서울의 소규모 건축사 사무소 M.A.R.U.와 아뜰리에17에서 실무를 익혔다.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2009년 유학을 위해 런던으로 이주하여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에서 MA(Master of Arts) 과정을 마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2014년 귀국해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였다.

2017년 첫 준공작인 〈매곡도서관〉으로 신진건축사대상 대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등을 수상하였고,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였다. 서울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서울시 공공 건축가와 행복도시 공공 건축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젊은 건축가: 질색, 불만 그리고 일상』을 함께 썼다.
아내이자, 『부부 건축가 생존기, 그래도 건축』의 공저자 전보림과 함께 세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부부 건축가로서, 블로그를 통해 사용자와 일상을 매개하는 배경으로서 건축의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블로그를 통해 공공 건축과 건축 설계 현실에 대한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출판사 리뷰

“설계사? 건축사? 건축가? 뭐라고 부르세요?”
건축 설계라는 일, 건축가라는 직업을 이야기하다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의사를 만나고, 집을 지을 필요가 있으면 건축가를 만난다. 살다보면 몸이 아픈 일이야 자주 있을 테지만, 집을 짓는 일은 기껏해야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다. 그래서 일까? 건축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고 그들이 어떤 일을 해줄 수 있는지도 잘 모른다. 아울러 건축을 (부동산이 아닌) 문화로서 접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많지 않다. 우리가 잘 모르는 건축가라는 직업, 건축 설계라는 일, 그리고 그들의 현실을,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부부 건축가의 설계사무소에서 만날 수 있다.

세 아이를 키우는 부부 건축가의
사소한 시작, 치열한 일상, 좌충우돌 성장기

부부 건축가는 만삭의 몸으로 사무소를 등록하고 닷새 뒤 셋째 아이를 낳았다. 부부 두 명이 대표인 동시에 직원 전부인 초라한 건축사사무소지만, 우연히 도전한 공모전에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사무소와 나이를 같이하는 셋째를 아기띠에 안고 지방에 내려가 공모전에 등록하고, 유모차에 태워 공모전 시상식장에 들어가고, 회의실 한구석에 놀게 두고 회의하며 함께 성장했다. 학교 다목적강당 설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가 훼손되어 절망할 때도 있었지만, 새로 생긴 다목적강당 덕분에 학교 가는 게 즐거워졌다는 학생의 팬레터에 힘을 얻기도 한다.

결혼을 약속하고 청첩장을 같이 디자인할 때 파혼에 이를 정도로 싸워서 ‘설계는 절대 같이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둘이지만, 이제는 사무소의 공동 대표이자 일상생활을 함께 꾸리는 부부로서 싸우고 협력하고 버둥거리며 톱니바퀴처럼 철컥철컥 앞으로 나아간다. 젊은 부부 건축가의 사소한 시작, 치열한 일상, 그리고 지치지 않는 열정을 담았다.

어쩌다 보니 공공 건축가,
우리 모두가 주인인 공공 건축을 말하다

그렇게 울산의 매곡도서관에 당선되어 공공 건축가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후 경험한 우리나라 공공 건축의 적나라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계약 과정의 불합리한 관행에 맞서 기관에 항의도 하고, 건축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건물의 재료 지정을 방해하는 공무원과 신경전을 벌이다가 재료 회사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모함을 받기도 한다. 부부 건축가의 공공 건축 설계기는 불합리한 제도나 요구, 상황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고 싸우는 투쟁기이기도 하다.

싸우기는 엄청 싸웠지만 이긴 건 하나도 없는 현실에서 부부 건축가는 계약서 없는 계약, 건축가를 믿지 않는 제도를 비롯하여 공공 건축이 어디에 생기면 좋을지 입지에 대한 고민, 공모전의 불공정한 심사 관행까지 우리나라 공공 건축 제도의 문제점을 거침없이 지적하며 진지하게 대안을 고민해본다. 글을 읽고 나면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 멋있다고 손꼽을 만한 공공 건축이 있기는 한지, 왜 학교나 구청의 건물들은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는지 등,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공공 건축의 중요성을 새삼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생존형 건축가,
작은 건축사사무소의 생존 기록, 직업의 현실

돈을 벌려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려고 돈을 버는 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턱없이 부족한 설계비, 계속된 설계공모전 낙선 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작은 건축사사무소의 상황을 전하며, 현실적으로 건축 설계비는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 건축가들이 실제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지를 짚어본다.

다른 젊은 건축가들이 한 프로젝트의 수와 규모에 주눅이 들기도 하고, 남들처럼 번듯한 사무실도 없는 모습이 초라하게도 느껴지지만, 두 번이나 도전해서 결국 수상의 기쁨을 누린 젊은건축가상, 자신들을 믿고 설계 의뢰를 해준 건축주와의 새로운 만남 속에서 그래도 건축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불태운다. 건축가 하면 흔히 떠오르는 고상한 문화 예술인의 이미지 대신, 먹고사는 직업으로서의 건축가, 날것 그대로의 직업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바라는 건축의 가치, 건축가의 자리
건축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조언

(건축 설계가 주요 업무가 아니라) 건축 허가를 받아주는 게 주요 업무라 ‘허가방’이라 불리는 설계사무소들이 양산해내는 조악한 집장사 집, 볼품없는 거리 풍경에 대한 안타까움, ‘누가’ 지었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건축가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 등이 생생한 에피소드, 그리고 묵직한 문제의식과 함께 매우 진솔하게 펼쳐진다. 더불어 건축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실무에 대해 조언하며 건축가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전문가가 되기를 응원한다.

종이책 회원 리뷰 (1건)

구매 그래도 건축, 그래도 기록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c******3 | 2020.08.04
저자는 같은 일을 하는 부부 건축가(건축사)다. 이들은 아직 몇 건의 공공건축을 설계한 것이 경력의 전부인 ‘젊은’ 건축가지만, 그간 느낀 다양한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공공건축을 담당하는 관청의 부조리함도, 육아를 병행하며 일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보태거나 꾸밈없이 그대로 이야기한다. 처음 공공건축을 시작하게 된 사연도 멋지게 포장하지 않는다. 공공건축에 큰 뜻이 있어서 뛰어들었다는 말 대신 그저 설계사무소를 열고, 기회를 살피다가 응모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자세는 오히려 지향이나 사명감이라는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준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많은 일들은 사실 온전히 사명감으로 이루어진 것도, 그저 생계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생계를 위해서 하게 된 일인데, 하다보니 그 의미를 찾게 되고,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도 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저 직업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무언가 ‘의미’를 찾고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준다.

# 공기와도 같은 건축

건축은 분명 전문가의 영역이다. 그러나 다른 예술장르와 달리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삶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리는 하루 24시간 건축물 안에서 살고, 건축물을 보며 살아간다. 많은 예술운동이 건축에서부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우리의 건축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개념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공공건축은 그저 존재감을 앞도하기 위해 크고 화려하게 지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마저도 예산 앞에 그저 기괴한 모습으로 완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건축에 대한 빈약한 토대는 그저 멋진 건축물이 없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건축이 반영하고 있는 우리 삶에 대한 사유가 부족함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한 도서관이 시험공부를 하러 온 사람들로 꽉 차 있는 것도 불만이었다. 도서관은 도서관의 책을 읽고 지식을 확장하기 위한 공간이지, 나라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독서실이 아니라.” P.105.

예를 들어 도서관 건축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우리가 지식을 접하는 행위, 도서관이라는 공공인프라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문제와 직결된다. 도서관을 국가에서 주는 공짜 독서실이라고 인식하는 사회라면 가장 좋은 도서관 건축은 칸막이 열람실이 많은 도서관으로 인식한다. 그런 사회는 결국 어떠한 형태의 지식발전도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그렇기에 다시 건축은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공기같은 존재다. 건축에 대한 담론이 풍부한 것은 그만큼 삶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저자가 유학한 영국의 사례는 시사점을 준다.

“내가 5년 동안 공부도 하고 일도 했던 영국은 유럽 본토의 스위스나 벨기에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건축의 수준이 낮은 편이었지만, 건축 문화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도는 매우 높았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으 사무소가 런던에 많이 몰려 있어서일까? 지하철에서 나누어주는 타블로이드판 무가지에는 새로 지어진 고층 건물에 대한 수준 높은 건축 비평이 실리곤 했고, BBC라디오 에서는 꽤나 전문적인 건축계의 논쟁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버젓이 흘러나왔다. P.236.”

만약 영국이 우리보다 뭔가 나은 사회라는 가정에 동의한다면, 그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런 건축에 대한, 다시 말하면 삶의 공간에 대한 깊은 문화적 이해가 바탕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공공의 것을 다루는 자세

어쩌다가 공공건축을 시작한 저자는 모든 공공의 것을 다루는 사람들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말하고 있다. 그들은 먼저, 자신들의 일을 누구보다 잘 하기 위해 노력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건 다른 설계일을 더 수주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그것에 더해 무언가 자신의 일이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목적의식으로 보아야 한다. 적은 설계비에 허덕이면서도 다른 설계 사무소에 비해 더 많은 도면을 그리고, 상세사항까지 하나하나 지정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는 여러가지 불합리를 조금이라도 개선해보고자 노력하는 자세는 공공의 것을 다르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꼭 기록관리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굳이 공무원의 업무에 한정짓지 않더라도, 공공의 것을 다루는 사람이 가져야 할 자세다. 기록관리를 예로 들면 어떤 기록의 등록과 재분류를 철저히 하는 것은 넘어서 그 프로세스가 기반하고 있는 제도에 관심을 두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얼마나 힘이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교육청도 학교 건축도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페이스북에 처름 올렸을 때 여러 사람들이 놀라고 격분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다 보니 교육청에서도 알게 되었고, 그 바람에 나는 뜻하지 않은 곤혹을 처러야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교육청이 변화하는 데 기여한 작은 불쏘시개가 되었을 것이다.“

# 누구도 전문가를 알아주지 않는다.

다시 기록관리를 이야기해야 겠다. 기록관리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큰 문제의식 중 하나는 우리의 전문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작게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그저 서고를 지키는 일로 인식되는 경우도 많다. 사회적으로는 기록관리가 끊임없이 경시되어서 국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실 기록관리가 좀 더 성숙한 사회,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도구라면 건축은 생존과 관련된 문제다. 직설적으로 말해 기록관리가 없는 사회는 발전할 수 없지만, 건축이 없는 사회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건축을 담당하는 건축가조차도 사회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다른 분야의 전문가에 대해 잘 모른다. 그들이 가진 지식은 물론이고 전문가가 되기까지 얼마나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쳤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공부하지 않은 분야의 전문가에게 그가 일하는 분야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때는 조심스럽게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건축가에게는 아무도 그런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 설계 과정에서건축가가 고심하여 결정한 벽돌 색상이나 타일 모양, 또는 벽 색깔을 바꾸는데 도대체가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P.113.”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전제를 깔고 전문성에 기초를 둔 결정을 마음대로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 한 것이다. 대통령기록관리에 반드시 필요한 개별대통령기록관을 오해와 억측에 의해 좌절시킨 일은 우리 사회가 기록관리전문가의 의견에 대해 갖는 무게감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이런 ‘한심한’ 사회를 저자는 그저 한탄만 하고 있지 않다. 이들은 ‘건축 커뮤니케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스스로 그러한 역할을 하고자 노력한다. 블로그에 건축과 관련된 글을 쓰고 건축이 왜 중요한지, 어떤 점이 문제인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책을 출간했다.

이들이라고 자신들의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력이 한참 모자른 자신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다. 그러나 공공의 것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건축가가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러나 오히려 여러 번 겪으면 익숙해지고 무뎌질 수도 있기에 우리 같은 신참들이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나는 믿고 있다. 그리고 건축가여서가 아니라 그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건축의 수준이 높아지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기에, 앞으로도 공공 건축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생각이다. P.153.”

# 그래도 기록

다시, 이 책은 무언가 ‘내 업은 단순히 이윤 추구가 목적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무언가 작은 의미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작은 부분이라도 공공의 것을 다루는 사람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거대한 사명감이 아닌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 좋아하는 일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작은 노력이라도 끊임없이 하는 것은 참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의 협업을 통해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건축이라는 종합예술과 많은 사람들이 협업을 통해 가치있는 기록을 사회적으로 보존하는 기록관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특히 우리, 기록관리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배울 부분이 적지 않다.

“그저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 한 가지 일을 했을 뿐이다. 물론 한 조각 용기를 냈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기는 했다. 그러나 거대한 사회의 관점에서 볼 때 그 움직임은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미세한, 겨우 딱 한 걸음 정도이기도 했다. 권력 없는 개인이 할 수 있는 행동이란 그다지 많지 않기에. 그러나 그 작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서 결국 세상을 바꾸는 큰 한걸음이 되었던 것이다.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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