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요즘, 어떤 책이 나에게 좀 더 도움이 될까 검색해보며 찾다가 이 책이 좋을 것 같아 구매했어요. 그림책이 무엇인지, 어떻게 접근하는게 좋을지, 얼마나 다양한 종류가 있는지, 자세하고도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보니, 읽어가면서 점점 더 그림책들을 찾아보고 싶은 생각들이 들더라구요. 진짜 '행복'을 줄 수 있는 그림책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숲노래 책읽기
책으로 삶읽기 559
《내게 행복을 주는 그림책》
이루리
북극곰
2019.7.12.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이상한 교육을 받고 자라서 이 제도가 얼마나 나쁜지조차 잊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어린이와 어른이,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바로 이 이상한 교육 제도 때문에 불행하게 살고 있습니다. (33쪽)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뿐입니다. (47쪽)
소피의 가족은 호랑이가 가져온 시련을 아주 놀라운 태도로 해결합니다. 삶의 수많은 문제를 헤쳐 나가는 열쇠는 특별한 방법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긍정적인 태도가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135쪽)
우리에게는 두 가지 눈이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 몸에 있는 눈이고, 또 하나는 우리 마음에 있는 눈입니다. (293쪽)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푸름이더러 그림책을 읽으라고 건네는 어른은 없다시피 합니다. 초등학교 높은학년쯤 되면 그림책보다는 글책을 더 읽으려는 어른이 많습니다.
이제는 그림책 나이를 ‘0살부터 읽는 책’으로 여기곤 합니다. 그러나 그림책을 0살부터 읽는다고 하면서도 정작 열다섯 살 푸름이나 스무 살 젊은이더러 읽으라고는 선뜻 이야기하지 않는 흐름이에요. 어린이문학도 매한가지이고요.
그림책을 꾸준히 펴내는 북극곰 출판사 일꾼으로서 어떤 그림책으로 즐거운 나날인가를 밝히는 《내게 행복을 주는 그림책》(이루리, 북극곰, 2019)을 읽었습니다. 남들이 좋아하는 그림책보다는 스스로 좋아하는 그림책을 꼽고,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우리 삶터가 여러모로 안타깝다고 느끼는 마음을 같이 밝힙니다.
글쓴님이 안타까이 바라보는 대로 입시지옥이라는 틀을 바꾸지 않는다면 어린이도 어른도 고단할 테고, 그림책을 다같이 느긋이 누리는 살림도 좀처럼 짓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름만 0살부터 읽는 그림책이 아닌,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더라도 어깨동무하며 누리는 그림책이 되자면, 우리 삶터도 함께 달라져야지 싶습니다.
후룩후룩 읽는 그림책이 아닙니다. 글 한 줄을 자꾸자꾸 곱씹다가 노래처럼 읊는 그림책입니다. 휙휙 넘기는 그림책이 아니에요. 그림 하나를 오래오래 바라보다가 문득 눈을 감고서 우리 앞으로 어떤 꿈을 펼칠 만한가 하고 이끄는 그림책입니다.
전래동화를 만든 사람들은 과거의 세계관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전래 동화를 그대로 읽고 받아들이는 것은 스스로 옛날 사람이 되는 일입니다. (229쪽)
그런데 《내게 행복을 주는 그림책》을 읽다가 전래동화가 ‘옛날사람 생각’이라고 밝힌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합니다. ‘전래동화’라는 이름은 동화책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입으로 들려준 이야기’에 붙인 이름일 뿐이니까요. 예부터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들려주면서 이어온 이야기는 동화도 아니고 ‘전래동화’조차 아닙니다. 그저 이야기입니다.
‘옛이야기나 전래동화란 이름을 붙인’ 이야기란 무엇일까요? 이 이야기는 옛날사람이 옛날사람으로 사는 길이 되는 생각이 아닙니다. 스스로 삶을 짓고 사랑으로 살림을 가꾸는 길을 재미난 줄거리로 기쁘거나 슬프게 엮어서 들려주는 따사로운 말빛이라고 할 만하다고 여깁니다.
생각해 봐요. 1950년에 쓴 동화는 ‘전래동화’일까요? 2000년에 쓴 동화는 2020년 오늘로 보자면 ‘전래동화’일까요? 앞으로 2500년쯤 될 무렵 2020년을 돌아보면 요즈막 동화도 ‘전래동화’가 되겠지요?
이야기이든 동화이든 언제 어디에서 누가 지었는지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2020년에 쓴 동화 가운데에도 낡은 생각이 바탕인 글이 있습니다. 생각이 새로운가 낡은가를 볼 일이요, 삶을 사랑으로 마주하면서 살림을 슬기롭게 짓는 길을 스스로 찾도록 이끄는가 아닌가를 살필 일이겠지요.
우리는 아름다운 동화를 읽으면 됩니다. 아주 옛날부터 흐르던 이야기에 전래동화란 이름을 붙였든, 이제 갓 나온 동화이든, 아름답게 삶을 짓는 노래를 부르는 동화를 읽으면 아름다우면서 즐겁습니다. ㅅㄴㄹ
아이들 덕분에 다시 발견한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 그림책도 많이 보는 요즘이지만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역시 틈틈이 챙겨 본다.
그림책을 보다 보니 그림책 작가와 출판사에 대한 관심도 생겨 이 작가라면 믿고 볼 수 있지,
이 출판사라면 이번에도 좋은 작품을 소개해주겠지하는 작가님과 출판사 목록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 중 특히 우리나라 작가님들 그림책 발간에 힘쓰는 북극곰이라는 그림책 출판사의 경영자이자 그림책 작가인
이루리 선생님의 그림책 서평을 모아 놓은 <내게 행복을 주는 그림책>
이루리 선생님을 웃고, 울고, 놀래키고, 감동을 준 그러니까 행복을 준 그림책들에 대한 총 4장으로 구성된 수다이기도 하다.
아이로 돌아가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웃음을 짓게 만드는 그림책들에 대한 서평이 담긴 제1장 순수한 웃음을 주는 그림책.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주는 그림책들에 대한 서평을 모아놓은 제2장 찡한 눈물을 머금은 그림책.
상상 이상의 놀라움을 주는 그림책들에 대한 서평을 모아놓은 제3장 깜짝 선물을 안겨주는 그림책.
그야말로 아름다움 그 자체인 그림책들에 대한 서평을 모아놓은 제4장 아름다운 탄성을 부르는 그림책.
웃음, 눈물, 놀라움, 아름다움이라는 그림책의 가치를 순서대로 이야기해주면서 모두 56권의 그림책에 대한 이루리 선생님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 모든 가치들을 가진 그림책을 통해 이루리 선생님은 행복을 느끼고 행복해졌다는 사실을 문장 곳곳에서 고백처럼 들려주고 있다. 그림책을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단지 그림책을 통해 느낀 행복을 듣기만 했음에도 함께 행복해지는 기분.
보다 보면 이루리 선생님만의 그림책 고르는 노하우 아니 피하는 방법도 나온다. 본인 스스로 편협하다면서 교육적인 그림책, 교훈이나 메시지가 분명한 그림책, 재미없는 그림책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이 세 가지 그림책은 아이들이 싫어하는 그림책이다. 그림책 전문가는 역시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이루리 선생님이 소개해주는 그림책 중에는 그래픽 노블을 포함해 어른들에게 보다 적합한 그림책 이야기들도 있는데 선생님의 바람처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림책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나 역시 바라본다. 그림책이야말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책이 또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그림책의 매력을 발견하고 누리고 즐기면 좋겠다.
혹시나 그림책이 궁금해졌다면, 그림책의 세계에 한번 들어가 보고 싶다면, 도대체 왜 그림책을 보는지 알고 싶다면, 그림책이 진짜 행복을 주는지 궁금하시다면 아이 방이 됐든, 도서관이 됐든, 서점이 됐든 그림책이 있는 곳에 가서 한 권만 빼서 펼쳐 보시길 바란다. 그렇게 이루리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그림책이 주는 행복을 당신도 느끼게 되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