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의 이동을 통해 변화된 세계사의 흐름. 책의 제목과 의미만 두고 봤을 때는 뭔가 거국적인 내용과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읽어보기도 전에 어렵고 낯설 것만 같은 이미지를 갖게 될 지도 모른다. 처음엔 나도 그랬다. 근데도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물류를 통한 세계사에 무지했기 때문이었다. '무지'한데 어떻게 재미를 느끼느냐. 이 책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짧게 분할되어 이어지기 때문에 마치 쇼트다큐멘터리처럼 우리가 몰랐던 흥미진진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듯한 식이다. 챕터가 짧게 끊기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조금씩 읽어갈 수 있다.
전에 하루에 하나씩 인문학 읽기라는 컨셉으로 나온 책을 본 적이 있다. 그 책을 이북 이벤트로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인기가 좋은 이유를 알 수 있을만큼 유익하고 좋은 내용이었다. 이 책도 같은 맥락에서 추천할 수 있다. 보통 아침 지하철에서 책을 많이 읽곤 하는데 하루의 시작을 타인은 모르는 유익한 정보를 습득하는 데 쓴다면 얼마나 유용한 시간인가. 하루에 한 챕터씩, 쉴 때나 이동시간에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익숙하지 않은 내용이지만 세계사를 '물류의 이동'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게 신선했다.
책에 대한 감상은 이 정도고 내용에 관해 다뤄보자면 새삼 신기하다고 느껴지는 게 많았다. 통용되는 단어로 말하자면 '무역'이라는 키워드를 들 수 있겠다. 지금도 세계는 무역을 통해 창출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경제를 발전시킨다. 그리고 무역을 통해 국가의 존재와 이미지를 각인시키기도 하므로 무역은 세계 간의 연결 고리로써 작용한다. 근데 과거 세계의 역사를 톺아보며 무역의 움직임을 바라보니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는 당시 시대 상황을 곱씹어보면 더욱 대단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인터넷도 없고 문명이 발달되기 훨씬 이전에도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떠올리는 이미지는 '무역'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떠오른 배의 형상이다. 물론 모든 국가가 선박으로 물건을 운송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대표적으로 떠오른 배의 형상을 그려봤고 이를 통해 수출과 수입을 하며 물자가 옮겨다니는 과정을 표현했다. 물류 시스템의 변화에 따라 국력이 옮겨가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순식간이었고 변하는 것도 금세였다.
개인은 사회가 되고 국가가 되어 각 국가 간 교류가 이루어진다. 그 교류는 끊임없이 이어지며 역사가 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역사는 만들어지고 있으며, 좋든 안 좋든 사건은 글로 기록된다. 이 책의 키워드인 '무역'을 떠나서 이야기해도 그렇다. '물류는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의 제목은 잘 만든 것 같다. 그런데 '바꾸었다'고 하면 확실한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볼 순 없을 것 같다. 시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미래는 없는 것이고 오직 현재의 연속 뿐이다. 뭐에서 뭐로 바뀐 과정만 있을 뿐 결과는 없다. 오늘 특정 국가가 권력을 쥐게 되어 경제 대국이 된다고 해도 일 년 뒤에 그게 바뀌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이건 제목에 대한 내 생각이다)
물론 이 책이 다 읽고 나서 전에 읽었던 내용이 기억에 또렷이 남는다거나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이 확립되지는 못했다. 예를 들어 '패권 국가'를 설명한 부분을 읽다가 좀 쉬고 다시 생각해 보는데 그 나라가 어디 나라였지?하고 기억이 나지 않았다. 솔직히 읽고나면 대부분이 잊혀진다. 근데 이런 유의 책의 특징일 뿐이고 그게 이 책의 단점은 아니다. 아무래도 여러 나라가 등장하고 흐름이 자주 바뀌고 현실에 근접한 주제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분명한 건 한 번 쯤 읽기 좋은 책이고 습관처럼 아침에 신문을 읽듯이 이동 시간을 활용해 읽으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 같다.
#물류는세계사를어떻게바꾸었는가
<물류는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 다마키 도시아키, 시그마북스
이 책은 물류를 중심으로 세계사를 설명하는 책이다.
물류란 물건이 이동하는 것, 물적 유통을 줄인 말이자 경제적인 용어로는 "필요한 양의 물품을 가장 적은 경비를 들여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원하는 장소에 때맞춰 보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 활동. 자재 및 제품의 포장, 하역, 수송, 보관, 통신 등 여러 활동"을 의미한다.
물건을 이동시킨다는 것은 부족하거나 가치있는 물건을 이동시켜 새로운 재화를 창출하는 것으로 동서양은 꽤 오래전부터 서로의 자원을 교역을 통해 주고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이 책은 이러한 물류의 관점에서 세계사를 바라본다.
그렇기때문에 내용 중에 수시로 표와 지도로 물류이동 상황을 설명하며 그 당시 세계 물류가 어디를 중심으로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패권국가들이 군사력이 아니라 물류시스템을 장악했던 나라라는 사실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초기 지중해를 장악했던 페니키아인들로 부터 시작해 지중해 중심의 역사와 동아시아 국가가 왜 초기에 유럽국가보다 빠르게 발전했음에도 중간에 경쟁에서 뒤쳐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물류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의 진시황은 대단한 황제였다는 점이 다시 한번 강조된다.
물류시스템은 경제의 핏줄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물류를 장악한 나라가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였을 것이고 전쟁에서 승리가 군대의 질과 양도 중요하지만 개별전투가 아닌 전쟁 전체에서는 보급에서 결정적 성패가 갈리게 되기에 경제력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근본적인 힘이된다.
이 책을 통해 유럽의 경제가 지중해 중심에서 북대서양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동안 세계사를 통해 잘 몰랐던 무역업을 통해 살아가던 아르메니아인들과 유대인들을 지칭하는 세파르디의 존재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책의 마지막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한 것이 유통시스템의 부재라는 것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이해와 공감을 느끼게 된다.
물류라는 단 한가지로 역사가 결정되진 않았을 것이지만 물류가 역사속에서 상징하는 바에 대해 조근조근 잘 다루어준 책이라 세계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것 같다.
'제 1장/ 페니카아인이 지중해 무역으로 번성한 이유'에서부터 '제 17장/사회주의는 왜 쇠퇴했을까'까지 총 17장의 내용들은 시대 순으로 정리가 되어있으며, 지금의 지중해로부터 이슬람, 중국, 인도, 영국, 미국의 역사적 내용들이 소개되면서 세계사 한 편을 쭉 훑어보는 것만 같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세계사의 내용들이 사실 거의 생각나지 않지만, 옛 지명이나 국가정책 등을 외우며 시험을 봤기 때문에 지금은 용어만 겨우 기억날 뿐이다. 그 때는 단지 그 시대에 이런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 위주로 암기를 했었지만, 이 책은 그 일이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게 된 사건인지 '물류'의 관점으로 세계사를 재해석 해주기 때문에 재미있게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다.
각 장 마다 이해를 돕는 지도와 도표들이 나와있고, 보기 쉽게 설명이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