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릭스 코브 저/정지인 역
한성희 저
김정현 저
김누리 저
오찬호 저
다미 샤르프 저/서유리 역 저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많이 하곤 한다. 마음의 병이 신체적인 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우리는 종종 보기도 하고 말이다.
코로나19가 우리 모두의 삶에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약 3년간의 시간동안 사람들은 서로 물리적 거리를 두어야만 했고, 그로 인한 관계적 단절을 경험해 본 경우도 꽤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코로나 19가 유행한 이후 사람들은 부쩍 정신건강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이전에도 관심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지만, 근래 몇 년 사이 사람들끼리 정신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고, 심리학도서들이 꽤나 각광을 받고 있다. 입문서 혹은 대중서로써의 심리학 책뿐만 아니라 조금은 더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심리학 도서들도 마찬가지다.
이번달 북클러버 활동 도서도 그래서 심리학이자, 뇌과학에 관한 주제로 쓰여진 책이다. The disordered mind가 마음의 오류들의 원제다. Mind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1. 마음, 정신 2. (판단능력으로서의) 정신, 생각, 사고방식이라고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의 번역은 책을 잡는 순간 고민하게 한다. 우리는 Mind를 마음으로 이해한다면 "장애가 있는 마음" 또는 "엉망이 된 마음"이라고도 저 원제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엉망이 된 마음"이 나타내는 현상들을 12가지의 정신질환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마음"을 우리는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마음이 특정 대상을 두고 느끼거나 일으키는 생각, 태도라고 한다면, 마음은 뇌에서 출발하는 어떠한 것이라고 보아야 겠다. 우리는 마음이 아프다라는 말도 하는 것을 보니, 감정에 가까운 의식으로 보아야 할까? 그렇다면 마음은 가슴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1:1로 대응할 수 있는 개념으로써의 무언가를 명확하게 찾지 못하지만, 마음을 이 책은 뇌에서 생성해내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뇌에서 마음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혼란에 빠지는 것을 우리가 이야기하는 정신질환으로 설명하며, 자폐증, 우울증, 양극성장애, 조현병,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PTSD등을 각각의 챕터로 분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에 덧붙는 여러가지 실험결과는 독자가 조금은 생소할 수 있었던 질환들에도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강점은 쉽게 씌여졌다는 점이다. 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전혀 들어보지 못한 뇌의 영역들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읽는 독자가 흥미를 잃고 책장을 덮지 못하도록 역사적인 실험과 사건들을 함께 설명하며 끝까지 책을 부여잡게 만든다.
나 역시도 이 책을 펼치고 있는 동안은 시간가는줄 모르고 계속 책을 부여잡고 보았던 것 같다. 그 중 몇 부분 인상깊은 구절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P.202
자폐증과 알츠하이머병을 다룬 장들에서 말했듯이, 뇌의 일부 영역에 일어난 손상은 다른 영역들의 강화와 효율성 증대를 통해서 보완될 수 있다. 손상을 보완하는 뇌의 능력은 화가가 새로운 일, 더 흥미로우면서 창의적인 일을 할 능력을 강화하기도 한다.
뇌의 일부가 손상이 일어난다고 해서 그 부분이 하던 기능을 영구히 잃는다는 것이 아니라, 대신 다른 영역들이 강화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책에서 제시한 예시처럼 화가의 창조성을 더 강화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P. 265
우리의 감정은 당연히 조절되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감정의 적절한 조절이 지혜를 정의하는 한 가지 특징이라고 했다. 그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이렇게 썼다. "누구나 화를 낼 수 있다. 그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알맞은 사람에게, 알맞은 정도로, 알맞은 시간에, 알맞은 목적으로, 알맞은 방식으로 화를 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쉽지도 않다."
요즘 내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기도 해서 이 구절이 인상 깊었다. 감정을 지나치게 억압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그렇다고 그것을 과하게 해석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출하는 것. 대학원생활에서도 일부 다뤘던 주제였지만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다.
P. 277
감정은 우리 행동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스스로 자기 감정에 반응해 때때로 성급하게 결정을 내린다는 점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놀랍게도 감정은 우리의 모든 결정에, 심지어 도덕적인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실 감정이 없다면, 우리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능력도 훼손된다.
무언가 판단 또는 결정이 필요한 순간, 감정을 배제하고자 많이 노력하지만, 정작 감정이 있기에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라 생각했다. 감정이 비이성적이라고 여기기 보다는 사실 감정을 어떻게 해석해내서 지혜롭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P. 306
아이스크림을 가장 많이 먹는다고 답한 청소년들이 밀크셰이크를 마실 때 보상체계가 가장 덜 활성화된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는 실제로 단 것을 먹으면서 얻는 쾌감이 줄어든 것을 보상하기 위해 그들이 더 많이 먹는다는 것을 시사했다. 그들은 약물에 중독된 사람의 행동과 똑같이, 동등한 보상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양(그리고 추가 열량)을 먹어야 했다. 이 발견은 비만이 탐식이나 탐닉 때문이 아니라, 뇌의 보상체계에 일어난 변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비만인 사람에게 낙인찍는 짓을 멈추려면 무엇보다도 비만의 생물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학원시절 중독연구를 한 적이 있는데, 특정한 것에 중독이 된 사람은 다른 분야의 중독에도 취약하다.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 경험이 있는 사람의 경우 쇼핑중독에도 빠지기 쉽다. 실제로 연구과정에서도 그런 사례들을 몇몇 만나보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 중독과정에서 헤어나오기 힘든 이유도 바로 뇌의 보상체계가 달라져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책 속 실험에서도 보여주었다. 위의 구절에서는 비만을 다루었지만, 동시에 그 비만을 '게으름', '의지부족'과 같은 낙인을 찍기전에 비만으로 이끌어내는 생물학적 요인들을 알아야 한다는, 현상 뒤에 있는 원인을 살펴보아야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어 인상깊었던 구절이다.
책의 두께가 결코 얇다고 할 수 없는 정도이지만, 책 자체도 읽기 쉽게 쓰여졌으며, 무엇보다 뇌과학, 인지심리학에 평소 관심이 많았다면 한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책이다. 무엇보다 여러 실험과 사례들을 곳곳에 배치해서 간혹 생소한 용어들이 나온다해도 무리 없이 읽어낼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마음의 생물학이 지향하는 세계를 들여다보다
<마음의 오류들>을 읽고
문과 남자에게 과학은 대체로 가깝고도 먼 학문(영역)이다. 일상에서 공기의 소중함을 의식하지 않아도 사는 데 불편하지 않듯이 ‘과학’이라는 공기로 둘러싸인 현실 세계를 사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문과생이기 이전에 지적 욕구로 충만한(?) 인간으로서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과학 감수성을 끌어보려는 시도를 간헐적으로 이어왔다. 이를테면, 요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에서 벗어나 ‘나는 무엇인가?’라는 과학적인 시선이 우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을 느꼈다. 그것도 잠시, 번번이 마주하는 실패 앞에서 ‘우울할 땐 뇌과학’을 다시 펼쳐보지만, 과학을 받아들이는 머리와 가슴(마음)의 간극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다.
이때 한 과학자가 문제를 바라보는 틀을 바꿔보라면서 내 어깨와 자신의 머리를 번갈아 톡톡 두드린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나는 생각한다.” 철학자 데카르트가 아닌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에 빛나는) 뇌과학자 에릭 켄델의 말을 곱씹어본다. 생각함으로써 존재하는 게 아니라 있기(존재하기)에 생각할 수 있다는 역발상으로 우리의 ‘뇌’가 인간의 존재를 규정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뇌는 그 생김새에서부터 작동하는 구조, 방식, 역할 등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복잡하다. 그야말로 신경과학자들에게 연구대상이자 인체의 신비를 풀 열쇠로 여겨지고 있다. 유전학 연구, 뇌 영상 촬영, 동물 모형 개발 등 크게 세 가지를 밑바탕으로 하여 20세기 말부터 발전해온 뇌과학을 일컫어 에릭 켄델은 ‘마음의 생물학'이라고 부르면서 "뇌가 모든 창의적, 사회적, 무의식적 정신활동 과정을 매개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고 덧붙인다.
그에 따르면 먼저 ‘유전학’이 조현병과 양극성장애 같은 정신 질환에 유전이 관여한다는 것을 알아냈고, 이런 질환들이 본래 생물학적 문제임을 밝혔다. 다음으로 ‘뇌 영상 촬영’으로 다양한 정신 질환들에 뇌의 어떤 부분들이 관여하는지,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의 뇌에서 이상이 생긴 뇌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해져 약물이나 심리요법으로 환자를 치료할 때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질병에 관한 ‘동물 모형의 개발’을 통해 유전자와 환경이 서로 반응하여 뇌 발달, 학습, 행동을 어떻게 교란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고, 학습된 공포나 불안, 우울증이나 자폐증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변형된 유전자를 연구하는 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에릭 켄델의 저서 <마음의 오류들>에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밝혀진 뇌와 마음의 생물학에 관한 거의 모든 것들을 담고 있다. 인간의 뇌, 특히 ‘고장난’ 뇌를 다양한 연구와 실험 사례들을 거울삼아 구석구석 들여다봄으로써 자폐증, 우울증, 양극성장애, 조현병, 치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중독 등 질병들의 발생 원인과 증상, 치료법을 설명한다. 그동안 뇌를 감정과 기억의 통제에 관여하는 신체기관 정도로만 여겼던 나에게는, 탈이 생긴 마음과 정신 질환을 뇌의 장애라는 과학적 시각으로 살펴보는 일이 낯설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물론 뇌의 각 부위와 신경물질 그리고 이에 관한 이론들이 독자의 발목을 잡을, 아니 눈길을 가로막아 가독성이 떨어질지도 모르겠으나, 우리 뇌가 가진 특성 중 하나인 회피 성향을 활용해봐도 좋지 않을까. 갈래갈래 뻗은 수많은 신경(神經)들은 신경쓰지 말고 주요 신경경로를 이탈하지 않는 선에서 큰길로 성큼성큼 걸어가듯, 일단 뇌 한 바퀴를 돌아보자는 목표를 정해서 저자가 그려놓은 큰 숲(그림)을 보고 나서 나무들(디테일)을 챙겨보면 좋을 듯하다.
젊은 날에는 젊음을 모르거나 건강할 때는 건강을 돌보지 않는 게 인간동물이라고 했던가. 심신에 이상이 생겨야 그간의 정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되돌아보게 되는데, 에릭 켄델은 생각을 전환하여 “‘뇌 장애’를 전형적이고 건강한 뇌를 들여다보는 유리창”으로 바라본다. 의사는 환자를 살피고 과학자는 연구하면서 신경과학·유전학적으로 뇌 장애에 관해 많은 것을 발견할수록, 우리의 뇌가 정상 혹은 비정상일 때의 마음과 행동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과거에는 여러 정신 질환들이 눈으로 뇌의 손상을 확인할 수 없었기에 의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유전적 성향과 더불어 그것을 촉발하는 환경 요인들이 상호작용하여 뇌 장애로 인한 질병이 발생한다는 입장으로 변화했다.
편도체가 감정을 '조율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 영역이 감정 경험의 무의식적 측면과 의식적 측면을 연결하기 때문이다. 편도체는 시각, 청각, 촉각과 관련된 영역들로부터 감각 신호를 받으면 반응을 일으키고, 그 반응은 주로 자율적인 생리 반응을 조절하는 시상하부를 비롯한 뇌 구조들을 통해 중계되어 퍼진다. 우리가 웃거나 울 때, 즉 어떤 감정을 경험할 때, 그것은 이 뇌 구조들이 편도체에 응답해 지시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편도체는 이마앞겉질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마앞겉질은 느낌의 상태, 감정의 의식적 측면, 감정이 인지에 끼치는 영향을 조절한다.(264~265쪽)
책에 소개된 여러 정신 질환 가운데 ‘편도체’ 이상으로 인한 ‘불안’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내내 소설 『아몬드(손원평 지음)』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주인공 선재는 누구나 뇌 속에 가지고 있는 아몬드가 작아서 감정을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못하는 소년으로, 감정을 관장하는 뇌의 편도체 영역이 선천적으로 작아서 ‘감정표현불능증(알렉시티미아)’을 앓고 있다. 반대로 책에서는 편도체가 너무 활성화되면 불안을 일으키고 이는 두려움과 공포 반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며, 두려움의 신체적 반응이 두려움의 자각보다 앞선다는 사실도 덤으로 알려준다. 소설을 처음 읽었을 당시 미처 알지 못했던 편도체 장애에 대해 이번 기회에 알아가면서 선재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힘이 생겨서일까, 선재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뇌에서부터 촉발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뇌과학을 다룬 <마음의 오류들>을 완독하고 나니 저자가 왜 시종일관 마음의 생물학이라고 강조하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뇌에 관한 의학·과학 지식을 배울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유익한 책이지만, 마음에 방점을 찍어 ‘마음’의 생물학으로 접근한다면 인문학적 통찰까지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 질환들에 영향을 주고받는 뇌 기능들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리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게 되고, 여러 요소들의 결핍 또는 과잉으로 인해 발현되는 심리, 감정, 성격, 성향 등의 문제가 결국 인간의 본성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뇌에 대해 안다는 것은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는 일이며,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을 넓혀 그들을 '낙인찍거나 배제하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데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을 당신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당신의 뇌”라는 에릭 켄델의 말을 되뇌면서 다시 나와 당신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어설프게나마 응답해본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 속시원하게 답할 수 있는 세상을 향한 저자의 마음이 오류가 아닌 주류가 된다면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우리의 뇌를 알게 되는 날도 앞당겨지리라 생각한다.
뇌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무척 흥미롭다.
실제로 뇌는 우리 몸의 전반 뿐 아니라 감정까지도 좌우하고 있는 것 같다.
얼지로 웃어도 뇌는 기분 좋게 웃는 것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것도 그렇고
뇌를 다친 사람 가운데 그 성격이나 성향이 모두 바뀌어 버렸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이 책에도 이와 같은 이야기들 외에 유전적 영향이나 창의성 등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신경학적 이야기들도 포함되어 있고 두께가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읽기는 조금 어렵기도 했다.
읽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흥미있게 읽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