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비판에 앞장서온 아나키스트' 놈 촘스키를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보았다.
촘스키는 자신이 미국의 노동자계급은 물론이고 제3세계의 가난한 민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특권적인 삶을 누리고 있음을 인정한 점만으로도 존경받을 만하다. 지난 반세기 이상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주류 권력과 기업. 언론에서 엄청난 모략과 비난을 받아왔음에도 절대로 굴복하지 않고 그들을 비판해온 점만으로도 존경할 만하다.
크기는 비교적 작고 글씨는 큰 도서로 '현대 아나키즘과 반제국주의의 기원을 찾아서'라는 부제로 내게 온 도서이다. 작은 지면이기에 놈 촘스키에 대한 상세함보다는 굵직한 건 위주로 그에 대해 다루고 있는 도서였지만 놈 촘스키란 인물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제국주의 비판에 앞장서 온 아나키스트
개인적으로 그의 사상은 참 마음에 드는 점이 많았다. 물론 내가 그에 대해 아주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인생사 살아본들 고작 100년 남짓. 그것도 팔팔한 건 겨우 80세 이전이라 생각할 만큼 짧다면 짧은 삶인데 뭘 그리 욕심을 부리고 시기와 질투를 하는지 모르겠다. 이에 촘스키의 사상은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비판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어쨌든 용감함이란 표현도 그에게 어울리지 않나 싶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촘스키는 자신이 한 발언에 대해 성찰하며 이를 수정. 보완하는 지식인 이였다. 자신의 조국인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하고 집단이나 조직을 싫어했으며, 인간 중심 교육 사상과 함께 민주주의 교육 사상에 따라 교육의 목적은 지배 논리가 아닌 사물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고 성장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함을 주장했다. 고교시절 다른 학생들을 희생하고 거둔 우수한 성적과 경쟁적 스포츠와 담을 쌓았다는 그가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가끔씩 무인도 하나 사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속시끄러운 세상을 만드는 인간이 싫기 때문이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근데 애석하게도 무인도를 살 돈이 없다.)
사상은 쉽지 않고 깊이 있게 알고자 하는 노력 없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 책을 접하기 전 '언어 구조학'을 슬쩍 접한 적이 있다. 뭐든 처음 접하는 건 그 신선함에 기억에 남는 법, 언어학자인 촘스키로 인해 언어학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도 배울 수 있었다. 모든 걸 뒤로하고 우선은 그의 첫 저서인 '통사 구조'란 책이 흥미로웠다, 현대 고전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는 내용에.
촘스키가 평생 추구한 아나키즘이 길, 그가 비판한 사상가들에 대한 내용이 공감스러웠는데 조금 길지만 메모해 본다.
촘스키는 자크 라캉을 '사기꾼'이라고 비판했으며, 슬라보이 지제크를 향해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동성애자 철학자인 미셀 푸코와의 논쟁이었다. 촘스키는 그런 이론들은 너무나 난해해 평범한 노동자들이 알아들을 수 없으므로 결국은 노동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말할 때에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과 상식에 근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 81
그의 위대함을 이 한 권의 책으로는 자세히 알기에는 조금 부족했지만 그의 존재를 각인시키기엔 충분했다. 놈 촘스킨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졌으니 말이다.
놈 촘스키 박홍규 지음 현대 아나키즘과 반제국주의 기원을 찾아서 |
이 책의 저자 박형규씨는 놈 촘스키의 어린시절과 뛰어난 히브리어 학자인 아버지와 진보적인 어머니 그리고 듀이가 설립한 대안학교의 10년의 영향들을 통해 촘스키의 언어적 관심과 사상적 근원 및 언어학의 업적을 65쪽까지 다루고 있다. 아버지가 언어학자이며 러시아에서 이주한 유대인 가정이라 다언어 사용자였으며 언어학은 인간의 본질적인 지적능력을 탐구할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하여 언어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대학에서도 여러 외국어들을 배웠다.
언어학자로서 보편 문법을 연구한 촘스키는 인류가 모두 공통적인 이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인간 본성은 알 수 없다고 보지만 인류 모두에게 공통적 이성을 가지고 있기에 전쟁과 폭력이 아닌 대화와 소통으로 개인, 사회와 국가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다.
촘스키를 언어학자, 철학자, 정치 활동가로 명명되는데 저자는 촘스키의 본질을 아나키스트로 규정한다.
아나키스트로서 촘스키
무정부주의자로 국내에 알려진 아나키스트는 폭력적이고 과격한 급진적인 공산주의자란 부정적인 의미로 통한다. 그런데 촘스키가 아나키스트라고? 진보적인 지식인 행동하는 양심으로 소개된 촘스키는 들어봤어도 아나키스트 촘스키는 참으로 낯설다. 이 책에선 아나키즘이 무엇인지 그 정의가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촘스키 [국가 이성을 위하여]에 실은 [아나키즘 소고]에 자신의 아나키즘을 아나르코생디칼리슴이라고 부른다. 촘스키 부부의 키부츠 공동생활의 체험은 개인의 인격이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연대 공동체에 대한 그의 관심을 알 수 있으며 2011년 점령하라 운동에서 계급도 없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자치 구조에서 합의를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개인의 인격이나 자유를 침해하는 모든 권위주의에 _경쟁교육, 노동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지식인들의 지식, 행동을 등한시하고 난해한 이론의 프랑스 좌파지식인, 여론을 조작하는 권력과 자본에 강도 높게 비판하며 저항하기를 촉구한다.
미국의 패권주의 제국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했음에도 주류학자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에드워드 스노든은 잡히면 최소 30년이상 징역이란 매우 무거운 형벌이 기다리고 있으며 내부고발자가 아닌 범죄자가 되어 도망 다니고 있는데 미국의 제국주의적인 속성을 강도 높게 비판함에도 미국의 양심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아마도 언어와 철학에 대한 학문적 공헌을 국가가 인정하기 때문은 아닐까? 아버지에 이어 촘스키 그 자신이 언어학분야에 탁월한 학문적 족적을 남긴 특혜로 그의 강도 높은 정치적 발언과 행동에도 비교적 자유로운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촘스키 비판의 아이러니
촘스키는 군수복합산업체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의 제국주의를 비판하지만 그의 연구는 미국의 군수산업체 3곳에서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미국의 모든 유수대학이 군수산업체에서 지원받는다.
정치적 행동주의자인 롤 모델인 러셀을 좋아하지만 러셀의 우생학 숭배와 아프리카에 대한 인종주의적 측면을 비판한지 않은 점도 함께 알 수 있다.
감상
이 책은 아나키스트이며 반제국주의자인 촘스키에 대한 책이다. 167쪽이란 비교적 짧은 페이지에 그의 사상적 정치적 실천적 행동 및 어록을 압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아나키즘은 촘스키에게 세계를 무대로 반제국주의를 실천해온 행동의 주요 원천이다
놈(노암) 촘스키는 참으로 흥미로운 인물이며 고마운 분이다. 강준만(교수) 씨와 함께 말이다.
흔히 말하는 진보&혁명 주의자나 시쳇말로 무정부주의자라 불리는 아나키스트(Anarchist)도 아니지만, 대학 1학년 중앙도서관에 틀어박혀 주구장창 읽었던 책들 중 월간지 <인물과 사상>에서 처음 정치와 사회에 눈을 뜰 수 있게끔 해준 분들이기 때문이다.
아나키스트( anarchist) 혹은 아나키즘이라 하면, 일체의 정치 권력이나 공공적 강제의 필요성을 부정하고 개인의 자유를 최상의 가치로 내세우려는 사상으로 국어사전에 정의되어있다. 나 역시 꽤 오랫동안 그런 줄 알았고. 그런데 말이다, 마른 땅에 눈이 쌓이듯 관련 지식이 조금씩 함양되어 감에 따라 그간 알고 있던 정보에 균열이 생겼었다.
무정부주의 혹은 무정부주의자? 그럼 이들이 테러리스트와 같은가? IS는 단체이자 국가이니 아닌가!?
영화 <암살>에서도 다뤄지나 대다수는 이처럼 정확한 의미조차 모르고 함부로 말하는 게 현실이다. 나를 포함하여.
적어도 각 개인 혹은 조직들이 자유롭고 동등함(평등)을 누릴 수 있는 조건에서 서로 연합하여 정부를 꾸리고자 함이 아나키스트와 아나키즘이지, 無정부니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니 하는 말씀들은 수정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공교롭게도 이 순간 <인물과 사상사>에서 노엄 촘스키의 특정 부분(아나키즘 예찬과 제국주의 비판)을 집중적으로 평론한 서적을 만날 수 있었다. 저자도 서문에서 밝혔듯, 초심자의 눈높이에 맞춘 비교적 가벼운 도서이다.
나의 20살 여름에 강준만씨와 더불어 촘스키는 어쩌면(과장을 심하게 해서) 영화 매트리스에서 빨간약을 먹은 후의 진실 아닌 진실이 조금 더 포함된 세계를 볼 수 있도록 안내해준 구도자 같았다. 이 서적도 누군가에게 그러했으면 한다.
아!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촘스키의 저술 목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 점이다. (166에서 173페이지)
한글도 아직 다 모르기에 언어학 쪽은 본 게 전혀 없으나 그 외 저서들은 찾아 정독해보고 싶다.
그리고 괜찮았던 책은,
1. 미디어 통제: 선전의 거대한 성취
2. 불량 국가: 사계 사태의 힘의 룰
3. 촘스키의 아나키즘
4. 촘스키 세상의 권력을 말하다. 1권 /2권
5. 촘스키, 우리가 모르는 미국 그리고 세계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