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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숲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언제였나 싶습니다. 꽤 오래 전에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서울시내와 근교의 걸을만한 곳을 열심히 찾던 적이 있습니다. 도심을 걷기도 했지만 숲길이 훨씬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나무와 숲과 함께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나무와 숲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숲 해설가이자 생태작가인 페터 볼레벤의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입니다. 독후감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숲 사용 설명서: http://blog.yes24.com/document/10713774>로 이미 만나본 적이 있었습니다. 작가는 “오랜 세월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었던 띠가 아직 훼손되지 않았다”라고 믿는 분입니다. <숲 사용 설명서>에서는 숲에서 생각보다 다양한 것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독일 숲이겠지만서두요.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에서는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감을 통하여 숲을 느끼는 방법, 나무도 오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숲이 가지는 치유의 효능 등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우한폐렴의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숲으로 가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숲에서는 아무래도 타인과의 거리를 충분히 띄울 수 있을 것 같고, 게다가 숲이 가지고 있는 항균작용을 이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5감을 넘어 여섯 번째 감각을 주제로 하여 숲과 사람을 연결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는 아마도 정해진 주제 없어 자유롭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아놓은 느낌입니다. 31개 꼭지들이 통일된 주제로 연결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전혀 생소한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알듯말듯한 것을 분명하게 하는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식물을 키우면서 손을 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접촉형태형성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접촉형태형성은 식물을 만지면 더디게 자라는 현상을 말합니다. 더디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줄기를 키우는 반응을 보이는 것인데, 식물은 무언가와 접촉을 하는 것을 바람으로 인한 풍하중(風荷重)으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식물이 바람을 맞으면 꺽일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줄기를 두텁게 만들고 뿌리를 깊이 내리는 반응을 한다는 것입니다.
숲에 들어가면 항균제인 피톤치드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합니다. 숲에는 호시탐탐 나무를 노리는 미생물들이 넘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바람에 가지가 부러지거나 혹은 동물이 무심코 긁어놓은 상처를 통해서 나무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서서히 나무를 먹어치우기 시작해서 종국에는 죽음으로 몰아넣는다고 합니다. 이런 미생물들을 퇴치하기 위하여 나무가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이 바로 피톤치드인 것입니다.
피톤치드는 염증억제효과는 물론 항암효과까지도 있다고 합니다. 암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이 숲 생활을 시작해서 암이 깨끗이 나은 경우가 있는데, 바로 숲의 치유효과를 제대로 받는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항노화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숲과 가까이 지내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코끼리가 나무껍질을 벗겨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물론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얻는 추가 이익이 있다고 합니다. 숲이 무성해지면 수관이 형성되면서 지면에 풀이 자라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초식동물이 나무껍질을 벗겨 먹으면 나무는 상처를 이고 고사하게 되어, 대지가 햇볕에 노출되고 초식동물을 풀을 뜯어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초식동물이 계획적으로 나무껍질을 벗겨먹는 것은 아닐거라는 생각입니다.
나무는 뿌리에 기억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나무들과 전기적 신호를 주고받아 소통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숲에는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많은 것 같습니다.
독일의 숲 해설가이자 나무 통역사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제공해준다.
즉, 자연과 인간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며 다양한 사례 등을 통해 그러한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다음은 책의 내용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다.
"하지만 포장재의 경우는 다르다.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고 대신 종이나 판지를 사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숲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상황으로는 끝없는 나무의 수요를 더 이상 충족할 수 없다. 그런데 수요는 계속 증가한다. 주된 이유로 나무가 친환경 원료로 간주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플라스틱 홍수에서 환경을 구하겠다는 생각은 훌륭하지만, 대체 원료인 종이가 또 다른 곳에서 환경 파괴를 재촉하고 있다. 대안은 포장을 줄이는 것이다."
나는 숲을 좋아한다, 내 아이가 숲에서 노는 건 더 좋아한다.
오죽하면 '발도르프 숲 교육'과 가장 가까운 어린이집을 찾아 아이를 보내려고 하였겠는가.
지금 유치원도 숲 체험을 언제든 할 수 있다고 해서 선택했다.
이렇게 믹연하게 '숲이 좋아, 근데 왜 그러지?'하는 생각을 하는 내게
페터 볼레벤의 책『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가 다가와 말을 건다.
차분한 설명을 곁들여 가며 아마 이래서 일거야,하고.
어른숲 학교에 들어온 것 같다.
점잖게 자신의 안목이나 구체적 자료들을 보여주는 페터는 참 수더분한 아저씨다. :)
책 속에는 숲에 관련된 과학적인 지식이나 실험들이 간단하고 알기 쉽게 쓰여있다.
자연을 위해 기꺼이 자가용을 몰지 않는 이 진실된 아저씨의 결이 묻어나는 에세이이자, 가벼운 숲 대중서 같은 느낌.
처음 만나는 이야기들도 많다.
가령 거미가 거미줄을 치면서 이용하는 것이나, 뒤영벌이 꽃을 찾아가는 원리에 전기장이 숨어있다는 이야기?(p.87 11_전기장, 자연과의 소통을 돕는 비밀스러운 존재),
지렁이가 큰 숲지대를 훼손하며 많은 종의 식물과 동물을 위협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건 우리 인간들 때문이라는 이야기?(p.111 13_지렁이의 여행이 낳은 치명적 결과)
독일의 숲은 울창하고 원시림에 가깝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그림형제가 쓴 동화 속의 숲은 어둡고 무서운 미지의 곳, 신비의 장소라는 편견도 작용을 했다.
그러나 독일의 숲도 훼손되고 있다.
유행에 맞춰 나무를 다시 심는 인공조림이나 다른 용도로 쓰이다가 다시 숲으로 키워지는 재조림도 있다고 한다.
워낙 울창해서 사람들로부터 두려움과 낯섬의 상징이 되고,
때문에 요정들이나 사나운 늑대를 마구 상상하였던 독일이 그렇다니!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물론 경우가 어찌 되었건
워낙 부지런한 한국인이 개발이란 미명 하에 샅샅이 변화시킨,
우리가 만나는 '숲'의 개념보다는 스케일이 크고 울창하리라.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숲이 원시림의 상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안에서 겸허하게 한 사람의 인간으로 돌아가는 우리가 되기를 바라본다.
언젠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페터 아저씨가 말했던 그런 '숲'으로 직접 가보아야지.
자연은 우리를 기다린다, 나무도 숲도 우리를 믿으니까..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 (원제: Das geheime Band zwischen Mensch und Natur)
-나만의 읽기와 담기-
(ohho02)마음을 읽다
책의 첫 여섯 장에서 페터는 우리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준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그리고 제6의 감각까지. 그것에 대해 언급하며 우리가 본래 타고난 감각이 생각보다 훌륭하며 숲에 들어가 깨우는 작업이 가능할 거라는 조언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뛰어난 감각이 있으니 다른 생물보다 먹이사슬 상위에 있는 인간이 제멋대로 동물을, 숲을, 환경을 주도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이 아니란 것도 첨언한다. 대신 우리가 모든 감각을 동원해 다른 생물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야 서로 공감하고 배려할 수 있다. 우리와 자연을 이어주는 띠는 아직 끊어지지 않았고, 한 번도 끊어진 적이 없었다. 우리가 잠시 이것을 무시하고 살아왔을 뿐이다.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자연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은 환경보호 조치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할 것이다.(p.63~64) 이토록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자연을 사랑하자는 말을 건네는 사람이라니, 정말 평화주의가 가득한 숲 사람이다?!
(ohho02)마음을 담다
코끼리를 사랑하고 그와 소통하는 걸 예를 들어, 나무와도 그렇게 소통하면 된다고 말한다. 사람처럼 머리 몸통 다리 이런 식으로 나무를 이해하려 하지 말고 우리와 달리 물구나무 서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라고 말한다.
진지하되 의미있는 비유나 설명, 이 아저씨는 자신의 글이 지구상의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것이라 믿고 있는 게 틀림없다. 아저씨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널리 읽어 자연을, 더 나아가 지구를 안정된 상생의 상태로 만들어 가야 하는데. 우리와 자연은 아직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사실을 자꾸 잊을 것 같으면 이 책을 곁에 두자.
-yes24를 통해 서평단의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