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책의 제목이 직관적이면서 흥미를 끌게 한다.
동물행동학과 진화학 분야에 몸담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연에서 성적 아름다움이 작용하는 방식과 성적 아름다움의 진화 원인 및 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정말 다양한 동물의 사례 등이 소개되어 내용이 흥미로웠다.
다음은 책의 내용 중 인상적이었던 문장들이다.
"당신이 누군가를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당신이 바로 결정자이다.
성적 아름다움은 개체의 형질과 그를 인식하는 감각기관 및 두뇌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짝을 고를 권한은 암컷에게 있었고 오직 아름다운 개체들만 선택받아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었기에, 수컷들은 아름다움을 진화시켜 경쟁우위를 점하려 했다'-p20
수컷 공작의 깃털은 1미터 남짓 약 200개로 부채처럼 활짝 펼쳐 그 자태를 뽐낼 수 있다. 공작의 깃털을 보면서 터키하면 생각나던 문양 나자르본주가 떠오른적 있었는데, 눈 모양의 동글동글한 깃털이 총총총 보여 이뤄진것이 참 화려하고 마치 예술작품의 추상적인 느낌도 전달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러한 수컷 공작의 긴 깃털은 그들의 생존에 어떤 영향을 끼친걸까? 오히려 이 긴 꼬리는 비행능력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장애물도 쉽게 피할 수 없게 만들뿐인데... 암컷 공작의 눈에 수컷의 긴 깃털에서 더 성적 아름다움을 느낀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짜리몽땅한 깃털의 수컷 공작은 암컷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어 짝짓기에 실패하고, 아무리 빠르고 높게 날 수 있을지언정 번식이 안되면 생은 끝인것이다.
생존과 무관한 형질들은 대부분 암컷보다 수컷에서 발달되었다. 보통 구애나 짝을 얻기 위한 싸움에 이용되며 오히려 생존에 불리한 요소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다윈은 이것을 2차 성징이라 불렀는데, 그 이유는 이 형질들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고 번식에 관여했기 때문이다. -21
수컷 공작 말고도 수많은 종들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특한 습성이 책 속에 가득 소개되고 있다. 공작과 비슷하게 수컷 꿩의 화려함도 쉽게 떠올려 볼 수 있었고, 아름다운 빛을 내뿜는 반딧불, 몇시간씩 울어대는 귀뚜라미, 화려한 색과 패턴을 자랑하는 물고기, 논밭에 가면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을 수 있는 개구리의 울음소리들, 창 밖에서 싸움이 났나 싶을정도로 우렁찬 새소리 등등ㅡ이 모두가 무엇을 위한 표현이란 말인가
아름다움은 어떻게 뇌를 유혹하는지에 대하여 화려한 새, 물고기, 다양한 동물들의 연구결과와 인간이 등장하고, 보이는 것, 들리는 것, 풍기는 낯선 향기 등 다양한 방향에서 풍부한 실험을 소개해 주고 있다. 전문용어들과 표현들이 개인적으로는 생소해서 같은 문장을 여러번 읽어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지만 신기한 동물들의 세상을 엿보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시킨다.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는 예상보다 쉽고 술술 읽히지는 않았고 솔직히 좀 어렵게 책장이 넘겨져서 개인적으로 겸손하게 만드는 책이다. 상당히 밀도있는 책이며 아름다움에 관하여 뇌과학, 생물학적, 생체학적 등 학술적으로 깊게 팀닉해 볼 수 있는 책인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케찰'이라는 새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궁금해서 바로 검색해보았다가 기가차게 황홀한 모습에 순간 아찔했다. 예전에 고양이와 예술가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그랜드마 모제스 할머니의 존재를 알게됐을때의 감동과 비슷한 느낌으로, 케찰이라는 새를 알게 해줬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는 나에게 큰것을 안겨준것 같은 기분이다.
이 책의 주제는 성적 아름다움이에요.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동물의 두뇌는 어떻게 성적 미학을 탄생시켰으며, 어떻게 아름다움의 진화를 주도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성적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 마이클 라이언은 세계적인 동물행동 연구의 권위자라고 해요. 그의 연구는 찰스 다윈에서 출발하여 성선택과 동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뇌과학과 행동심리학, 진화심리학까지 확장되고 있어요. 그가 집필한 《퉁가라개구리 : 성선택과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성선택 분야의 고전이라고 하네요. 어쩐지 이 책 속에서 유난히 퉁가라개구리가 많이 등장하더라니.
"아름다움은 감상자의 뇌에 달려있다." (39p)
동물들의 일부 두뇌 신경회로들은 성적 아름다움을 감지하고 이에 반응하여 좋은 짝을 찾을 수 있도록 진화되었다고 해요. 그러나 뇌가 섹스만 고려한 것은 아니라는 점.
이 책에서는 개구리에 집중하여 실제로 두뇌와 짝짓기 행동의 연관성을 밝혀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동물 왕국에서 관찰되는 시각, 청각, 후각의 감각기관이 어떻게 아름다움을 정의하는지 알려주고 있어요.
어떤 동물의 성적 미학에서든 올바른 짝, 곧 올바른 종을 찾는 것이 결정적인 요소예요.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종의 유전자는 호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종교배는 바람직하지 않아요. 유능한 두뇌 덕분에 자신이 속한 종(동종)이 가진 형질과 우월한 형질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고, 올바른 종을 잘 구별해낼 수 있는 거예요. 따라서 성적 아름다움은 구애자가 선택자의 성적 미학을 이용하는 형질을 발달시키는 것으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감각 이용'이에요.
인간과 동물들은 시각, 청각, 후각이나 여타 감각을 사용하여 성적 미학과 아름다움을 평가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우리는 지각 불가능한 대상을 원할 수 없어요.
우리는 유전자를 볼 수 없지만 유전자는 표현형에 기여하고 있어요. 우리가 MHC 유전자를 볼 수 있게 하는 표현형의 형태가 바로 냄새라고 해요. MHC(주조직적합성복합체) 유전자는 우리 면역 반응에서 기능을 하는 유전자 집합으로, 다양한 적군과 아군을 정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변이를 아주 잘 한다고 해요. 이 변이 덕분에 각 개체들이 부모보다 질병을 잘 무찌를 수 있도록 더 잘 무장된 자손을 생산하게 하는 배우자를 고를 수 있어요. 지금까지 연구된 종들 중에서 서로 비슷한 MHC 유전자를 지닌 설치류들은 냄새가 비슷했고, MHC 유전자가 다른 종들은 냄새도 서로 달랐어요. MHC 유전자는 이것이 만들어내는 냄새로 미학 형성을 하는데, 이때 성적 아름다움의 기준은 상대적이에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보면, 연구자들이 예측한 대로 동일 MHC 유전자를 지닌 참가자들끼리 같은 향수를 골랐어요. 그들이 원하는 냄새는 자신의 것과 다른 것이었고, 어떻게 다른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아름다움의 평가에서 변덕을 부리는 이유는 뭘까요?
그건 우리의 미적 지각이 사회적 영향을 받기 때문이에요. 술집의 마감 시간이 다가올수록 이성의 매력 점수가 치솟는 현상이나 매력적인 여성과 짝을 이룬 남성의 호감도가 높아지고, 제3자의 등장으로 성적 선호가 바꾸는 현상이 벌어져요. 사실 미끼로 인한 변덕은 성적 아름다움의 인식을 포함한 인간의 다양한 영역에서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에요. 저자의 연구 결과로 미루어 볼 때, 다양한 종의 구애자들이 이 효과를 사용하여 자신의 매력도를 적극적으로 조작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요.
모든 편향은 새로운 형질에 의해 드러나기까지 숨겨진 있던 선호를 발동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어요. 우리는 진화의 관점에서 성적 아름다움과 숨겨진 선호에 대해 극히 일부분만 볼 수 있어요. 아직 우리 뇌의 탐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연구는 지속될 거예요.
아름다움의 존재와 그를 향한 우리의 취향을 이해하는 일이 곧 우리 뇌를 탐구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신기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