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이어서 그런가? 그렇게 엄청나게 재밌다는 인상은 못 받았다(이런 유명 작가에게 별로 유명하지 않은 책이 있다면 아마 별로 재미가 없어서이긴 했겠지…). 못 읽을만 하냐면 그건 아닌데 여자와 결혼해서 돌봄노동을 받고 싶어하는 남자←가 주인공인 것 만으로도 일단 점수를 왕창 깎아먹고 시작했음. 물론 원서 자체는 97년도에 출간 되었다고 하니까, 25년 전 책이라는 건 감안하고 봐야하긴 하다. 요즘의 일본 남자도 이런 식으로 생각할 테니까 요즈음은 나아졌을 거라고는 확신을 잘 못하겠지만?
그리고 일단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선생이… 주인공은 기간제 교사라서 하기사 많은 걸 바랄 수 없는 걸까 싶기는 한데, 그래도 나는 아동 곁에 머무르는 시간이 긴 어른은 아동을 사랑해야된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면 사회 구성원 전체가… 일단 나도 아동을 좋아하진 않지만 나는 어른이니까 아동을 싫어할 권리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고, 의식적으로 잘하려고 노려가는데 아무리 기간제여도 교사라는 사람이 그정도 마음가짐도 없는 게 좀 비호감 쩔었음… 교육에 대한 사명감은 없어도 아이를 대상으로 일하는 어른으로서 아이를 사랑하기라도 해야하지 않나?
사건 하나하나도, 나는 치밀하고 섬세한 근거와 추리… 또 모든 단서를 독자에게 촘촘히 보여줬으면서도 글이기에 할 수 있는 서술트릭으로 독자를 속이는 쪽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게 다시 읽으면 또 범인을 알고 읽는 재미가 있음) 뭔가 이 책은 너만 알고 있지 말고 나한테도 좀 알려주라; 이런 느낌이 강했던 것 같음. 약간의 단서를 제공하긴 한데 결국 그걸 개쩌는?미스터리 작가가 되는 게 꿈이지만 결국 기간제 교사가 된?주인공이 끼워맞춰서 해결하는 ? 뭐 그런 걸 구경하는 거라…
그래도 후반부는 귀여운 초등학생들이 뭘 추리해서 해결하는 게 나오긴 했다. (나는 차라리 이쪽이 나았음)
가벼운 분위기에 비해 다루는 사건들이 별로 가볍지 않아서 그것도 좀 별로 좋지 않았던 거 같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3점.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 추리소설로써, 6개의 본 단편과 2개의 추가 이야기가 들어 있다.
기간제 교사가 각각 학교를 옮겨다니면서 학교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서
해결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단편 소설이 그렇듯 가볍게 읽기에 좋은 만큼, 이야기가 길어지는 장편을 읽기 어려워 하는 분들도
단편 소설을 읽게 되면 조금 더 추리미스테리 소설에 익숙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비정근이라는 제목이 사건의 중심인 무언가를 가리키는 것 같아서 궁금했다.
출산 휴가에 들어간 기존 담임교사 대신으로 주인공이 이치몬지 초등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소개가 끝나고, 옆자리의 하마구치라는 중년의 여교사와 짧은 인사를 나눈 것도 잠시... 첫날은 그렇게 아이들 수업을 잘 마쳤고, 둘째날 체육 수업을 하려 했던 계획이 틀어져 그나마 안면을 익혔던 옆자리 하마구치 선생님께 문의하려 기다렸지만 출근하지 않자 다른 선생님께 문의 드리니 실내체육관을 이용하면 된다는 답변을 듣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과 실내체육관 비품실에 가는 순간 살인의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의문의 다잉 메시지를 발견하고, 숫자 6과 3 그리고 숫자사이에 돌돌 말린 홍백의 깃발이 X자 형태로 놓여있었다.
경찰은 이 다잉메세지에 중점을 두고, 수사를 펼칠 모양이었다.
여교사가 어떻게 살해를 당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 시점이다.
어느 정도 읽고 나니, 이 소설의 구성을 이해할 것 같다.
기간제 교사로 있으면서 다양한 학교에 선생님으로 있던 주인공이 거치고 간 사건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하나씩 풀어나가는 형식의 구성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해결되고 마무리가 되면 다른 학교와 다른 사건들로 스토리는 넘어가게 된다. 아이들을 향한 선생님이란 명칭 아래 아이들에게 어설픈 위로나 불안한 관심보다는 오히려 솔직하면서도 냉정하게 보이기도 하는 주인공은 어린 시절 히가시노 게이고의 교사에 대한 느낌을 반영한 것 같다. 어린 시절 히가시노 게이고는 책을 읽기를 엄청 싫어했던 아이였다고 한다. 부모님과 상담할 때 교사는 "만화책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 같다고" 하자 부모님은 만화책도 전혀 안 읽는다고 대답했다고 할 정도라는 일화가 있을 정도이니, 오히려 직설적이면서도 자신의 모습을 어느 정도 투영해서 글을 쓴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학급에서의 도난 사건, 그리고 담임교사의 죽음까지 읽었는데, 각 스토리마다 암호화 된 듯한, 숫자의 의문들을 남겨준다. 사실 읽으면서 결정적으로 추리를 잘하면 좋겠지만, 매번 틀린다~^^
그래서 다음 스토리에는 꼭 풀어봐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니, 참 재미있는 퀴즈 같은 추리소설인 것 같다.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2반 담임선생님이 병가를 내게 되어 기간제를 맡게 되었다.
태도나 반 아이들의 사이가 좋을 것으로 보아 놀라울 정도로 모범적인 반이었다.
어느 날 하원 길에 6학년 2반의 4명의 아이들(다미야, 요시이, 가네다, 기무라) 이 한 아파트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아파트 4층 높이에서 나가세라는 같은 반 여학생이 뛰어내리려는 것을 목격한 주인공... 순간적인 판단에서는 위급함을 알리는 전화를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고, 당장 떨어지면 바닥에 부딪쳐 크게 다칠 것이라는 판단이 드는 순간 폐지를 실은 트럭 한 대가 지나가고, 그 차를 세워 아파트에 가깝도록 차를 주차하려는 순간 쿵...하고 나가세가 떨어졌다. 다행히 찰과상과 골절 정도로 넘어가게 되었지만, 아이가 자살하려 했던 이유가 궁금했던 주인공
나중에 알고 보니, 우라콘이라는 반 아이들의 놀이를 하였는데, 싫어하는 아이에게 X라고 표시되어 있는 엽서를 보내는 것으로 본인만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인지도가 좋다고 생각했던 나가세가 그 엽서를 16장을 받고는 미움을 받을 바에는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는 것... 알고 보니, 미워하는 아이에게 보내는 것보다는 미움을 받지 않은 아이가 받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앞서 4명의 아이들이 써서 장난삼아 보낸 엽서였다고 한다.
곧 주인공과 함께 병문안을 가서, 아이들은 사실대로 말했고, 그렇게 오해가 풀리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학교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오해와 사건 설정은 어쩌면 치열한 작은 사회를 보여주는 단면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주인공 고바야시가 근무하면서 생겼던 다양한 사건들을 하나씩 추리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을 잘 그려놓아서인지, 다양한 단막 단막의 이야기를 읽은 느낌이었다. 단편 단편이라서 이야기의 연속성은 없지만, 짧게 추리할 수 있고, 다양한 사건으로 추리할 수 있도록 여러 각도로 볼 수 있어서 히가시노게이고의 또 다른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끝 쪽에 다가갈 무렵에는 주인공 고바야시의 어린 시절의 시점으로 스토리가 다시 시작된다. 어린이 고바야시가 성인이 되었을 때 왜 사건을 풀어내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풀리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바야시라는 주인공의 성향도 조금 독특했기에...
삶을 성실하게 산다거나, 악착같이 산다는 느낌은 많이 없지만, 자신이 관심이 가고, 아이들을 위한 직업 정신은 가지고 있으되, 과한 애정은 사양하는... 조금은 삭막한 듯한 주인공이었지만, 어쩌면 그 조차도 주인공이 아니라, 늘 친절하고 성실한 선생님만 있지 않을 수 있는 평범함을 오히려 역으로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생각하는 선생님에 대한 이미지가 어쩌면 자신들의 기대치로 인한 아름다운 모습만으로 만들어진 틀이었는지도...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내 인생에서도 존경 할 만 하다거나, 인정할만한 선생님은 그다지 없었던 것 같다. 인생에서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참 행운이라는 감상에 젖어보게 되기도 한다.
제목인 '비정근'은 우리 말로 하자면 '기간제 교사'이다.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가 부임하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로 주인공은 각각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해결하고 있다.
어떤 사건은 소소하고, 어떤 사건은 무겁고..
일반적인 사건도 있지만 아이들 간의 사소한 일로 벌어지는 사건도 있다.
어느 정도는 거리감을 두고, 객관적인 듯 하지만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으로 대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오히려 더 어른스러워 보인다.
아이들을 아이로 대하지 않는 모습.. 그게 아이들이 진짜 바라는 어른이 아닐까?
어떤 사건은 피식 웃음이 나지만 어떤 사건은 어린 아이지만 용서하기 힘든 사건도 있다.
하지만 책 속의 어린이들은 - 소설 속 배경이 90년대 말이니까 그런지는 몰라도 - 나름 순박하다.
남을 괴롭힐 줄도 알지만 잘못을 인정할 줄도 알고 스스로 성장하는 법을 아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주인공과 같은 어른이 함께 있어서.. 참 다행이고 좋은 일이 아니었을까?
주요 사건들인 1~6장을 제외한 두 편의 단편은 꼬마 탐정들의 이야기이다.
공부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번뜩이는 기지가 있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 2편.
잘 크면.. 명탐정 코난 만큼은 아니겠지만..ㅎㅎ 나름 훌륭한 탐정이 될 듯ㅎㅎ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을 정말 좋아해서 작가님이 쓰신 모든 작품들을 다 읽어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만, 포화 상태인 제 책장을 정리할 때면 이 분의 책을 가장 먼저 집어 들게 만드는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오묘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작가님이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이 든 이후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은 무조건 전자책으로 구비해두자는 저만의 방침을 정해두게 되었는데, 원체 가독성 부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시는 작가분인 만큼 확실히 전자책으로 보아도 정말 잘 읽히는 것 같긴 합니다. 특히 이 비정근이라는 작품은 작가님의 몇 안 되는 단편집이자 독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작가님의 초창기 작품이니만큼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분명히 좋아할 만한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