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린 하르트만 저/이미옥 역
홍수열 저
고금숙 저
최원형 저
이동학 저
박경화 저
영미, 일본, 독일, 스페인... 이정도 뿐이다. 번역되어 읽게 된 책이 소속된 나라 말이다.
그런데 저자가 오스트리아 출신이다. 독일과 느낌이 흡사한 것 같은데 또 다르다.
오스트리아 하면 슈베르트, 하이든 등 음악가들이 떠오르거나, 1차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된데 공헌(?)한 나라 정도인데 또 이렇게 오스트리아가 배경이 된 책이 새로웠다.
한 가족이 크로아티아로 휴가를 떠났다. 그 바닷가로 떠밀려온 쓰레기들을 보고 플라스틱을 안 써보기로 한다. 이 책엔 한 가족의 '환경프로젝트'가 담겨 있다. 환경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분야는 많지만, 저자는 몇 가지로 압축해 자신들이 노력할 분야를 정했다. 플라스틱, 옷, 그리고 교통수단, 장난감 등. 보통 이와 같은 책을 낸다면 저자의 직업이 당연히 환경과 관련됐을 거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녀의 직업은 물리치료사다. 그럼에도 저자의 부모님이 환경에 대한 개념을 저자에게 물려줬고, 여지없이 저자도 그런 가치를 자신의 자녀들에게 가르쳤다. 아이들도 환경에 대해 진지한 가치를 따라 생각하고, 행동해 오고 있다.
가치를 향한 한걸음
하나의 가치를 가지고 꾸준히 지속시키기란 쉽지 않다. 또, 나뿐 아니라 아이와 타인에게 자신이 가진 가치를 가지고 설득시키기란 쉽지 않다.(나는 꼭 환경가치를 지키려는 그녀의 태도가 기독교인의 신앙에 접근하는 기독교인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플라스틱을 안 쓰기로 했어도, 이미 플라스틱으로 생산되어 있는 제품이 버젓이 있고, 남들또한 그에 대해 별말없이 쓰는데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NO플라스틱'을 행동하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신은 그런 자신의 결단과 행동에서 의미를 찾았고, 보람을 느꼈다지만 제대로 된 행동가인 그녀에게서 배울 점이 많았다.(물론 몇 가지 부분에선 심하다는 느낌도 받았는데, 그러기 위해 자신과 타인을 설득할 뚜렷한 가치와 생각이 있는 점에 더 주목하고 싶다.)
개인의 노력이 좌절될 때, 기억하세요!
무엇보다 '개인의 노력'이 좌절될 때 저자가 주장하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개인의 노력에 대해 그 어느 메시지보다 강력하게 다가왔다. 역시 정치인이 될 수밖에 없는 설득력을 갖고 있는데, 혼자 유별나게 하는 것 같은 숨은 환경운동가(?)들에겐 통쾌한 대답이다.
"세상은 그냥 바뀌는 게 아냐. 늘 소수의 몇 사람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행동함으로써 변화가 시작되었어. 그런 행동들이 없었다면 인간 역사에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게다가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은 대개 처음엔 비웃음을 사. 당신들 몇 사람이 그런다고 뭐가 바뀌겠어? 쓸데없는 짓 하지마, 이런 식이지.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꿋꿋하게 자기 뜻대로 밀고 나가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야. 예를 들어 엄마가 어렸을 때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는 일은 일반적이지 않았어. 언젠가는 모두 그렇게 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지. 하지만 너희들 외할아버지는 그걸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셨어. 그래서 폐지로 새 종이를 만들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베어져야 하는지 설명하시곤 했어. 그땐 그렇게 행동하는 게 퍽 이상해 보였지만, 요즘은 어떠니? 다들 당연하다는 듯이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있잖니.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니?" p.81
"레오, 너도 알겠지만, 결국 중요한 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 거야. 그래야 마음이 편해져. 중요한 건 너 자신이야. 누구도 너한테 그렇게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어. 마찬가지로 네가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 핑계를 대면 안 돼."
p.82
억지로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또한,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만큼, 상황에 따라 가능한 만큼 절제하고 노력하는 행동이 인상적이었다. 억지로 하지도 않고, 자신이 기쁘게 할 수 있을 만큼.(물론 이 마저도 일반인에겐 쉽지 않은 기준이다) 이를 아이들과도 대화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도 좋았다.
우리는 비용을 위해 구입을 선택한다?
전자기기가 고장나면 AS 기사는 "고치느니 하나 사는 게 더 나아요."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우리 또한, 비용을 위해 그냥 새 것을 구입한다. 하지만 그에 발생되는 재료생산, 제품이동 등으로 전기 및 석유에너지를 소비하고, 플라스틱사용도 늘어난다. 그뿐인가? 기존 것이 쓰레기가 되어 폐기하는 데도 지구환경에는 부담이 된다. 그래서 저자는 자동차의 경우 이용하지 않거나, 쉐어로 다른 가족과 함께 이용했다. 모두가 그렇게 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행동으로 발생되는 지구가 갖는 부담은 생각이상이라는 걸 의식해주시길.
믿고 싶지 않은 현실
마트에서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 일부러 잘 고장나게끔 제조하는 전자기기 등의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도 그럴까? 싶으면서도 우리나라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실제 우리가 보는 깔끔하고 깨끗한 채소들이 나오기 위해 마트 뒤편에서 버려지는 어마어마한 양의 못난이 채소들은 얼마나 많을까 궁금하다. 소비를 조장하기 위해 전자기기의 질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면서 AS센터를 설립한 사람은 30년전 세탁기와 요즘 세탁기의 뒷판을 뜯어 구성을 비교해 보는 이로 경악하게 만들었다. 30년전 L사의 세탁기와 3달된 우리집 세탁기를 나도 뜯어서 비교하고 싶어진다. 그러면서 얼마전에 뚜껑 손잡이 잠금장치가 고장난 밥솥도 생각났다. 남편이 고친다길래 맡겼는데 (스프링 하나가 나가서 조금 불편하긴 해도) 다시 쫄깃하고 촉촉한 밥을 밥을 지어주는 밥솥이 되었다. 오래되도 아직은 쓸만한 그 녀석이 기특하기만 하다.
<나는 풍요로웠고,,,,>와 비교한다면.
일전에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를 읽고 난 후, 어쩌다 이 책 <쓰레기 거절하기>를 바로 읽었다. '환경'에 대한 인식의 불을 당기는 데는 아주 잘 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내용은 많은 면에서 다르지만, 둘다 '환경'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들이다. 전자는 과거와 비교해서 현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 이야기했다. 저자의 경험이 일부 들어가기도 했지만, 환경에 대한 행동보다는 실태를 고발하는 게 중점이 되어 있다. 또한 동식물, 에너지, 기후 등 전반적으로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을 볼 수 있어서 독자 또한 다양한 관점에서 현재 세계의 모습을 파악하기 좋다.
후자인 이 책의 경우는 구체적인 경험(가족이 실행한 프로젝트)과 명확한 주제선정(플라스틱, 자동차비행기, 의류 , 장난감 등) 으로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이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그런 면에서는 좀더 나은 환경을 위한 동기부여로는 이 책이 더 낫다.(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드는 것 주의!) 전자의 책이 '개인의 노력'을 중요시 했다면 후자의 책은 더 나아가 '정치적인 목소리'에도 힘을 가하여 정치와 경제 쪽에 압박을 가함으로 변화를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족들과의 가치가 부딪히거나, 차량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등이 현실감있어서 읽기 편했다.
환경을 위한 개인적인 노력과 선택에 화력을 주는 책이었고, 더 나아가 정치적인 발언까지 필요성을 알게 되어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온갖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왕왕 듣고 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인간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때면 머리가 아프다. 내 자신이 강물에 독극물을 배출한 적이 있는 건 물론 아니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내던진다거나 길가에 피어 있는 꽃을 제멋대로 꺾은 적도 거의 없다.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아니 된다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고로 일말의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여겼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걸 소유하고자 주변에 피해 끼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굳이 비교를 하자면 그들보다 난 착하게 살아왔다. 허나 책을 읽으면서 나의 생각이 너무도 가벼웠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 ‘쓰레기 거절하기’를 읽는다면 아마도 적잖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품을 듯하다. 그대는 정녕 쓰레기로부터 자유로운가. 더구나 코로나19로 각종 포장, 배달 음식이 각광받고 있는 시대다. 설치한 어플의 버튼 몇 개만 누르면 자신이 원하는 음식이 일회용기에 담겨 집 앞에 배달되는 마법을 누릴 수 있다. 평소 음식만큼은 집에서 챙겨 먹던 사람의 생활 패턴도 최근 들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시대가 우리에게 달라질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스트라아의 한 가족이 쓰레기 없는 삶을 지향하며 살아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은 마을이라 표기된 걸로 보아 유명 도시는 아닌 듯했고, 직업은 물리치료사라 하였다. 책의 앞 날개에는 ‘플라스틱 행성’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그들의 삶에 변화를 끼쳤다고 적혀 있었으나, 단지 다큐멘터리 한 번 시청으로 모든 게 달라진 거 같지는 않았다. 현재의 삶에 무언가 문제가 있으니 변화를 꾀해야겠다는 씨앗이 그들의 마음 속엔 존재했다. 부모 세대의 가르침 또한 한 몫 했을 거 같았다. 아니, 오래 전에는 누구나 가난했기 때문에 원하는 물건을 마음껏 소유하는 일이 드물었다.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삶의 매순간 고민해야만 했는데, 할머니가 꾸렸던 검소한 생활에 대한 저자의 기억은 분명했다.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후 저자 가족은 플라스틱 없는 삶을 시도했다. 이는 마치 중국산 제품 없이 한 달간 살아보기에 나섰다던 어떤 인물의 이야기를 연상시켰다. 완제품에는 다른 국가가 적혀 있을지라도 내부를 구성하고 있는 부품 하나하나가 중국산이었기에, 시도는 엄밀한 의미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리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기록은 나의 회의적인 생각을 무너뜨렸다. 사람들은 어린 아이들에게 플라스틱 없는 삶을 강요하는 건 가혹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실천은 강요 아닌 자발에 의해 이루어졌다. 물론 이를 위해 저자 부부는 아이들에게 충분히 사실을 설명했으며 의향을 묻기도 하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제 가족이 세운 원칙을 준수하려 들었다. 어렸을 적부터 마구잡이로 원하는 물건을 사들이는 경험을 하지 않았던 터라 다른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절제가 쉬웠던 것도 성공의 요인으로 보였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그들은 소비 자체가 얼마나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깨달았다.
생산 과정에서 이미 어마어마한 환경 파괴와 에너지 낭비가 발생한다. 비행기 타지 않기, 이웃과 자동차 공유하기, 포장 용기없는 제품 구입하기, 중고 매장 이용하기 등의 실천이 잇따랐다. 몇몇 시도들은 저렇게까지 불편하게 살아야 하나 싶은 인쓰러움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으나, 적잖은 이들이 이들 가족의 시도에 관심을 보였고 동참했다. 저마다 안 쓰는 물건을 내놓고 필요한 물건을 가져가는 방식에 대한 공감대 또한 우리나라보다 뛰어난 듯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어서 플라스틱을 사용 않으면 관련 제품 생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거라는 식의 우려를 품은 이들도 존재했으나 저자는 달리 예측했다. 분명 대안적인 소비 쪽으로도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현재 존재하는 것만이 길은 아니다.
개인의 시도는 미약하다. 나 혼자 이러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을 수도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이 없는 건 아니다. 그들 중 일부는 실천 의지도 가지고 있으며, 이미 실천 중이기도 하다. 변화가 소수의 지도자격 인사로부터만 비롯될 필요는 없다. 우리 모두는 일상을 영위하는 존재다. 각자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나가다 보면 세상 역시 미약하나마 조금씩 달라진다. 그와 같은 믿음이 저자 가족을 쓰레기를 거절하는 삶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이들의 도전이 보다 많은 이들의 일상이 될 수 있길. 무엇보다도 나부터가 반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