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용곡 글그림/전인혁 감수
정재환 저
괴담실록 저
한승훈 저
유정호 저
박영규 저
조선에서 왕의 27명 배출해내는 동안 왕의 숫자보다 그 명수가 훨씬 많았을 왕비들이지만 정작 세자빈 간택코스로 왕비가 된 여인은 단 여섯뿐이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왕비로 산다는 것>>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조선의 국모로 살아간다는 것이 가문의 명예일지는 모르나 역사적으로 볼 때 행복하게 살았던 여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왕보다 위혐변수가 너무 많았다. 죽는 일도 허다했고 교체되는 일도 다반사였다. 총애를 빼앗기고 살아도 그 자리를 보전해 대비가 되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 조차도 쉽지 않았던 거다.
10세 전 후, 삼간택을 통해 선발된 단종비 정순왕후, 연산군비 폐비 신씨, 인종비 인성황후, 현종비 명성왕후, 숙종비 인경왕후, 경종비 선의왕후 외에도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신덕왕후, 원경와후, 소헌왕후, 정희왕후, 소혜왕후, 인목왕후, 인현왕후 등과 그 삶을 잘 몰랐던 인경왕후, 인선왕후 등도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신덕왕후 강씨나 소헝왕후 심씨처럼 남편인 왕과 정치적 동반자이자 운명 공동체로 한 세상 살다간 왕비도 있지만 내조의 여왕으로 물심양면 남편을 도와 왕을 만들었지만 가문의 몰락이라는 배반의 시간을 견뎌야했던 원경왕후 민씨도 있다. 크게는 남편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격상되거나 격하되기도 하고 정치판의 판세로 인해 폐비가 되는 사례도 있었다. 효순왕후, 단의왕후, 인헌왕후, 공성왕후, 장순왕후, 신의왕후처럼 사후에 추존 또는 추숭된 왕비들이 있는가 하면 정조의 왕비 효의왕후, 영조의 왕비 정성왕후처럼 후사가 없어 존재감이 미미한 왕비들도 있었고. 신분에 발목잡혀 혹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민초들에 비해 부와 명예를 다 거머쥐고 살았을 것만 같았던 왕비들의 삶도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감출길이 없다. 궁궐담이 감옥 창살보다 더하다 싶다.
조선의 마지막 대비는 드라마로 귀에 익은 철인왕후 김씨며 조선의 마지막 왕비는 순종의 계비 순정왕후 윤씨다. 대한제국이 멸망할 당시 옥새를 치마에 감추었던 일화나 사후 순종, 순명왕후와 함께 묻혀 동봉삼실이 된 것도 <왕비로 산다는 것>을 통해 알게 되었다. 미국으로 불법 반출되었다가 돌아온 문정왕후 상존호 금보, 신덕왕후 추존 옥책함, 국보 제249호인 동궐도 등을 전시실이 아닌 책으로나마 볼 수 있었던 점은 코로나 시국에 가진 작은 즐거움이었다.
조선 시대 왕비로 추대된 모든 왕비를 연대순으로 다룬다.
저자 신병주는 가끔 스쳐 지나가듯이 보는 역사 관련 방송에서 본 낯선 인물이다.
방송에서도 사료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봤는데 사료가 승자의 기록임을 감안하면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
‘’가문과 왕실의 권력 사이 정치적 갈등을 감당해야 했던 운명”이란 부제와 달리 단순한 자료의 나열로 구성되어 있어 읽다 보면 금방 지루해진다.
생전에 왕비가 되지 못했던 비나 빈 등이 사후 왕비로 추대되는데 이들까지 모두 다루었다.
덕분에 그 왕비에 대한 기초 자료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재미는 없다.
왕비로 간택된 여성의 이름이 한 번(내 기억에 의하면 그렇다)만 나온다.
나머지는 모두 부친의 이름과 역시 어디 누구의 딸로 적힌 어머니의 딸로 기록되어 있다.
여성에게 제대로 이름을 붙이지 않는 시대였던 적도 있지만 왕비에게도 이름이 있을 텐데 이 책에서는 발견하기 힘들다. 이름이 없다면 없다고 기록해야 할 텐데 그런 기록도 없다.
다루고 있는 왕비가 많다 보니 깊이 있는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고, 기록된 사료를 바탕으로 건조하게 옮겨 적기만 했다.
드라마에 자주 다루어진 왕비 등에 대해서는 간략한 설명이 들어 있지만 그 이상의 정보는 거의 없다.
구체적인 부분과 생략된 자료를 채우는 상상력이 빠져 있다 보니 이야기가 힘이 없다.
힘없는 기록은 몰입도를 떨어트리고, 비슷비슷한 왕후의 호칭은 머릿속에서 쉽게 뒤엉킨다.
모두를 담은 기록이 자료로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대중 역사서로는 아쉽다.
연대순으로 기록하기 보다는 그 왕비들의 역할이나 추숭된 방법 등으로 나누었다면 어땠을까?
조선 시대를 연대순으로 한 번 훑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솔직히 머릿속에 남는 것이 많지는 않다.
쉬어가는 페이지 속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새로운 평가나 이야기가 없어 그렇게 신선하지 않다.
가문과 왕실의 권력 사이에서 정치적 갈등을 감당했다면 그 구체적인 내용이 자세하게 다루어져야 하는데 내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나의 역사를 보는 눈이 부족한 탓일까?
계속해서 읽다 보면 특정 가문에서 연속적으로 왕비로 간택되는 경우가 있는데 가문별로 정리된 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그런가!
신의왕후부터 시작하는데, 신의왕후에 대한 부분은 짧은데다 거의 역사에 기록된 부분일 뿐이라 개인적인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조선 건국 1년 전에 사망했고 왕비 자리에는 이후 추존된 거라서 그런 기록이 더 없는 것 같기도 해요.
개인적인 이야기는 이성계의 두번째 아내이자 경처인 신덕왕후 쪽부터입니다. 무척이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며, 정치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있던 이성계가 자리를 잡게 해준 사람으로 나와 있습니다. 의외로 이방원과 초반에는 사이가 좋았다고 나와 있어서 신기합니다. 하지만 이후 신덕왕후와 태종이 둘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 아이들을 세자로 삼으려 하면서 이방원 쪽과 완전히 틀어지게 됩니다.
왕자의 난은 신덕왕후 사후에 일어났기에, 신덕왕후 자체는 생전에는 모진 꼴을 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왕비 사후 2년 뒤 왕자의 난이 일어나고, 신덕왕후의 아들이 아닌 이방과가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이방원이 이후 신덕왕후의 무덤까지 깎아버린 걸 보면 마지막엔 사이가 굉장히 나빴던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