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김호연 저
2020년이 사그라지는 이 시점에 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오는 한 해를 맞이할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그나마 감사하다. 코로나를 이유로 대부분 집콕을 했지만 그 때문이 아니라도 나는 조그마한 방에 감금이 된 채 지내기 일수였다. 좁은 거실에서 성악레슨이 이루어지고 그 때마다 나는 셀프감금을 당했고 꼭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어디 갈 때도 없고 내 불어레슨도 끊겼던 터라 그냥 나는 감금을 강행했다. 더이상 뭘 하고픈 마음도 안생기고 그럭저럭 지내기로 작정한 거다. 그럼에도 내 머릿속은 가만히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밖은 감염병으로 난리였지만 나는 감금으로 오히려 자유로워졌고 새로운 일도 만들었으니 그렇게 망한 한 해는 아니었다고 자부한다. 연초에는 몸을 고쳐야해서 병원신세를 졌고 여름에는 치과치료하면서 서서히 부동산을 들락거렸다. 가을에 깊이 고심하다가 10월에 일을 벌였으니 지금 2020의 끄트머리에서 돌아보자니 반성과 방향이 어느 정도 잡히는 듯하다. 가장 아쉬운 사실은 멀리 멀리 떠날 수 없었다는 것! 흔하게 보이던 홈쇼핑의 여행가방 구매욕은 여행상품과 함께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한 투자의 귀재는 코로나로 항공주가 곤두박질하자 바로 항공산업에 투자했다고 하는데 아! 모르겠다. 비행기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는 날이 오면 참 좋겠다. 내년에 뜨는 트렌드, 언택트, 이거 하지 않으면 정말 먹고 살기 힘들어 하는 채널의 실시간 방송도 이젠 더이상 놓고 싶다.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안되는 지나친 동기부여도 이젠 힘들다. 내가 바라는 그런 일! 마음의 위안만 주는 거 말고 그로 인해 나를 바로 세우는, 나를 나답게 하는 그런 거, 어디 없을까? 해서 내가 도달한 자리는 결국 내 골방의 책상앞이다. 내가 어디 가겠는가. 나는 다만 거기에서 평온을 얻는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실뱅 테송의 [눈표범]이었고 올해 출간된 책이고 동시대에 살고 있어서 문장마다 현실감이 뚜렷하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문학적 소양과 철학과 소신이 있는 사람이구나 느끼게 하는 문장들이 많고 티벳을 여행하면서 도덕경을 물흐르듯이 읇어대는 프랑스 남자의 위트와 감성이 풍부한 책이다. 오죽하면 내가 다 메모를 할까 !
기존의 연출된 여행에세이는 더이상 식상해서 읽지 않지만 이런 책은 화악 들어온다. [눈표범]은 제목에서 차오르는 야생의 풍경과 차가운 소름과 노숙의 일상이 겹쳐져서 글읽는 설레임을 만끽할 수 있다. 어쩌다 나는 이 멋진 책을 이제서야 발견한 걸까. 올 7월에 출간된 프랑스판 여행다큐 리얼스토리는 지금 이 시점에 지난 날 나와 눈마주쳤던 야생의 북극여우를 한참이나 생각하게 만들었고 희뿌연 창문밖 공기를 한참동안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도 그래도 그 때의 그 마주침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황량한 바위산과 온몸을 휘감고 떨어지는 회색의 바람이 부는 그곳으로 다시 나를 돌려놓고 싶었다. 갈 수 없는 상황에서 가고 싶은 마음이나마 간직할 수 있게 해준 잠복의 철학적 근거와 제시가 한 권의 책속에서 맴돌며 며칠동안 나를 흔들어 놓은 이 멋진 책을 추천하고 싶다.
실뱅과 뮈니에와 마리와 레니가 만난 눈표범은 아니어도 언젠가 만난 적이 있던 그 야생의 주인공들이 기억속에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본 것과 본 적 없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 아닐까!
메모로 쟁여둔 좋은 문장들속에서 실뱅이 읽은 쟈크 샤르돈의 글 인용문구 '불확실성속에서도 위엄있게 살기!' 인간의 의무 중 하나라고 했다. 지금 이 순간 얼마나 필요한 말인지 모르겠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보면 주인공 월터가 사진가 숀을 찾아가는 여정이 나온다. 숀은 ‘눈표범’을 찍기 위해 산속에 머무는데, 월터는 그런 숀을 찾기 위해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등으로 한참을 헤매게 된다. 월터는 갖은 고생 끝에 드디어 숀을 찾게 되고, 그의 곁에서 드디어 ‘눈표범’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 결정적인 순간에 숀은 정작 사진을 찍지 않고 눈표범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의아해하는 월터에게 숀이 하는 말.
- 아름다운 것은 관심을 바라지 않아.
- 어떤 때는 안 찍어.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그래 바로 저기 그리고 여기.
영화 속 숀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하는 이 책은 여행작가인 실뱅 테송이 ‘눈표범’을 찾는 사진가 친구의 여정에 동행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테송은 동물 사진작가인 뮈니에, 다큐멘터리 감독인 마리 그리고 철학자인 레오와 함께 해발 5천 미터 티벳 고지대와 창탕 고원 등에서 영하 30도의 추위를 견디며 눈표범을 찾아 나선다. 그 여정에서 그들은 늑대, 영양, 당나귀, 야크 등 자연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을 만나고, 그 과정을 각자의 방식으로 기록한다.
기본적인 책의 내용은 이렇게 단순한 문장으로 요약되지만,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전혀 단순하지가 않다. 큰 줄거리는 ‘눈표범’을 찾아가는 여정이지만, 그 과정에는 미술과 음악과 노자의 ‘도덕경’이 인용되기도 하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심오한 생각과 철학이 곳곳에 드러난다. 작가는 ‘동물들은 이미 눈앞에 나타난 적이 있는 신들’이라고 하며, 친구들과 영하의 추위 속에서 꼼짝 않고 엎드려 매복하면서 동물들이 나타나는 순간을 기다리곤 한다. 그런 기다림을 작가는 ‘매복은 겸손한 믿음이다’, ‘잠복 행위는 일종의 기도다’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눈표범’을 만나기 위한 이들의 여정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일종의 구도(求道) 혹은 순례자의 여정 같다. ‘눈표범’이라는 일종의 목적지가 있음에도 목적 자체에 연연하기보다 그 목표를 만나기 위한 걸음 하나하나가 깨달음으로 가는 과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작가는 태곳적 자연을 찾아 떠난 자연주의자 뮈니에 등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곤 한다. 책은 읽기 쉽게 쓰였지만 생각하게 하는 구절들이 많아 천천히 곱씹으며 읽게 된다.
하나의 목표에 집중한다는 것은 대상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 끊임없이 인내하고, 실패하고, 다시 또 기다리면서 목표에 도달하는 것. 한 번에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한 번 좌절했다고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꾸준히 목표했던 대로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 총이나 활이 과녁을 향하듯 사진, 음악, 미술 같은 예술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 숀이 그랬듯 아름다운 그 순간을 만나기를 절실하게 바라면서도, 정작 그 순간이 오면 모든 집착을 내려놓고 ‘Stay in it'.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무르고 싶을지도 모를 일이다.
2019년 프랑스 문학상 르노도상을 수상한 여행기다. 처음에는 문학상 수상작이란 이유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선입견이 작용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 책 정보를 찾아보니 여행기가 맞다. 제목처럼 티벳에 서식하는 멸종동물인 눈표범을 관찰하기 위해 창탕 고원에서 보낸 날들에 대한 기록이다. 이 기록은 단순한 여행에세이가 보여주는 보고, 만나고, 지나간 것들과 다른 깊이를 보여준다. 당연히 읽으면서 티벳을 지나간 많은 여행기들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아마 그 여행에세이와 비슷했다면 르노도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저자 실뱅 테송이 누군지 모른다. 동물 전문 사진작가 뱅상 뮈니에도, 그의 연인인 다큐멘터리 감독 마리도, 철학 논문을 쓰다 중단한 레오도 마찬가지다. 한국인인 나에게 이들은 낯선 외국인일 뿐이다. 외국 소설 등을 읽을 때 내가 모르는 무수히 많은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나올 때 느끼는 낯섦이 이 책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저자와 동행한 일행이란 의식이 더 강한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뮈니에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이 낯섦을 많이 희석시켜주었을 것이다. 물론 다른 인물들에 대한 정보는 주석으로 간단히 만나지만 주석의 한계가 너무 분명한 경우도 있다.
사실 뮈니에가 찍은 사진 몇 장을 모니터를 통해 봐도 특별한 감동을 받지 않았다. 인터넷서점에서 새 사진 한 장을 보고 왜 이 사진을 올렸지 생각하고 그냥 지나갔다. 사진 밑 설명도 자세히 읽지 않았다. 그런데 이 사진에는 우리가 놓친 동물이 찍혀 있다. 뮈니에조차 2개월 후에 발견했고, 저자는 뮈니에가 알려주기 전에는 몰랐던 눈표범의 눈과 그 윗부분 모습이다. 책 속에서는 흑백사진이라 찾기 힘들다. 그래서 다시 인터넷서점의 사진을 열심히 봐야했다. 한 번 발견한 다음부터는 그 곳만 눈길이 간다. 이 때문에 나는 또 이 사진의 다른 부분을 놓치고 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저자가 말한 잠복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잠복하면 미스터리 애호가인 나에게 경찰들의 잠복이 먼저 떠오른다. 이 책 속 잠복은 행위는 비슷하나 의미는 다르다. 숨 돌릴 틈도 없고, 예민해야 하고, 돌발적인 뭔가가 나오길 기다린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이 잠복을 하겠다는 그의 말을 보면서 어느 순간부터 한 곳만 응시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나의 삶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실제 저자는 영하 30도가 넘는 고지대 추위 속에서 눈표범을 기다리며 광활한 초원을 자세히 살핀다. 초보자가 아무리 봐도 초원의 숨은그림찾기와 같은 동물은 볼 수 없다. 전문가 뮈니에의 눈길은 그 차이가 잘 보인다. 보호색이란 단어의 의미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눈표범은 모두 세 번 본다. 이 본다는 행위가 저자의 가슴 속에 작은 불씨를 남겼다. 내가 사진으로 보면서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한 것을 그는 직관하면서 감동한다. 이 여행기는 단순히 눈표범만을 다루지 않는다. 눈표범을 만나기 전 만난 야크, 늑대, 여우, 야생당나귀, 영양 등도 같이 다룬다. 늑대와 야크들이 어떻게 관계를 유지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동화나 전설 등에 의해 나쁜 이미지로 굳은 늑대가 이 이야기 속에서는 그냥 야생 육식 동물 중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저자는 인간 고유의 본성으로 ‘인간은 청소기다’라고 정의한다. 실제 인간에 의해 없어진 수많은 동식물들을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선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악과 윤리는 인간이 만들어낸 관념일 뿐이다. 동물들의 사냥에서 “죽음은 그저 한 끼 식사일 뿐”이다. 물론 이것을 인간 세계에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린 모든 동물들에게 우리의 관념을 투사한다. 이 때문에 감정이 움직이고, 개입하고, 세계를 뒤틀어버린다. 그런데 이 여행기에서는 이런 개입을 거의 하지 않는다. 다만 보고, 관찰하고, 찍고, 감동할 뿐이다. 이 일정 속에서 움직이고, 머물면서 느낀 점을 기록했는데 곳곳에 재미난 부분이 많다. 유머가 있고, 철학이 있고, 강한 추위가 있다. 그리고 그들을 보는 우리를 보는 그들이 있다는 말에 니체의 심연 이야기가 떠오른다.
프랑스 문단을 뒤흔든 극한 여행기로 저자 실뱅테송이 동물전문사진작가 뱅상 뮈니에와 그의 연인 다큐멘터리 감독 그리고 친구이자 조수인 철학가와함께 티벳에 서식하는 멸종동물을 관찰하기 위해 해발 5000미터 고지대의 대평원 창탕에서 보낸 생생한 기록을담고 있는 책입니다.
처음에는 멸종동물을 관찰하기 위한 책인줄 알았지만 읽으면서 눈포범보다 그 눈표범을 관찰하기 위해서 간곳에서 힘든 날씨와 환경속에서 버티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면서 자연에 순응하는 동물들의 삶과 질서를 지켜보면서 우리가 현실에서 어떤 식으로 살아가야 하면 좋은 지에 대해알려주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힘든 환경속에서 삶을 지혜로 살아가는 동물들을 보면서 여러가지 배울점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험한 환경속에서 극한상황속에서 자신들에게 맞게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과 그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있어서 좋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보면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뒤에 힐링과 위로를 얻을 수있어서 좋았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몰입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티베트에 살고 있는 눈표범을 찾아 가는 이야기
테송과 뮈니에는 티베트로 눈표범을 찾아나서고 그 여행과정을 다큐와 같이 기록한 책입니다.
대자연의 극한을 경험하며, 존재하지만 쉽게 찾을 수 없는 대상을 향해 가는 인간의 시선이 얼마나 끈질긴지 보여주는 장면들이 인상적인 글이었습니다.
인내하고 침묵하며 눈표범이라는 미지의 동물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떻게 보면 참으로 맹목적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책 속의 시선을 통해서 그들의 생태를 쫓고 바라보고 관찰하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독특한 감상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은밀한 생을 이어가는 동물과 그와의 조우를 기다리는 인간,
열망과 좌절을 반복하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았기에 그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었던 저자들의 경험은 혼란한 시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분명하고 절실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같아 앞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