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여전히 불편한 것 투성이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며 예전에는 이랬는데~ 이러며 자기 위안을 하는것은 발전의 계기가 되지 못한다, 사람들은 차별을 반대하면서도 서슴없이 차별을 행하고 있고 차별을 하면서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라며 이야기를 한다. 저자의 시선으로 사회 문제들을 바라보는 책이지만, 한 번쯤
계약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때 시험 쳐서 들어와야지, 나도 청소나 할 걸 그랬네 이렇다고 그들이 정말 청소를 할까? 청소(나)에서 말하는 부분에서 얼마나 그 일을 가치없이 보는지 느껴진다. 부지런하지 않아서 가난하다고 하지만 새벽 첫차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생계 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모습.
그 모순적인 모습들에서 얼마나 사람들이 은연중에 차별을 일삼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특권을 가진다고 생각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자신의 기준에 도달하지 않는 사람들을 아래로 낮추어 보며 이런 저런 훈계를 한다. 행복, 차별, 교육, 무례함..성별
시험은 노력한만큼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노력'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가 사람마다 동등하게 주어질 리 없으니
우리는 '공부의 결과로만' 모든 것을 평가하려는 버릇을 경계해야 한다.
출발선부터가 다른 것이 이미 공정하지 않은데 결과만 공정하다고 공정 할 수 있는것인가? 그리고 뿌리깊은 학벌주의와 능력주의의 신봉에 대한 문제점도 그래서 결국 정규직과 비정규직에대한 차별도 이 학벌주의와 능력주의에서 따라온다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주 보고 '틀렸다' 고 말해야 한다. '왜 틀렸는지' 알려야 한다.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완벽하지 않은게 현실이고, 끊임없이 문제를 지적하며 자신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생각을 바꿔나간다면 더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나조차도 무의식적으로 차별했던것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공평한 곳이라고, 좋은 곳이라고 믿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를 상당히 경계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욕먹을 각오로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들이 있다.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꼭 알아야 할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오찬호 저자는 그런 사람이다. 지난 번 그의 최신작인 <민낯들>을 감명 깊게 읽어서, 그의 다른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역시 우리를 불편하게 하지만 꼭 알아야 할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는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이 아니다>, <차별은 생각하기 나름이 아니다>, <교육은 생각하기 나름이 아니다>, <성평등은 생각하기 나름이 아니다>, <무례함은 생각하기 나름이 아니다>, <일상은 생각하기 나름이 아니다>로 나누어져 있다.
각 장에서 행복, 차별, 교육, 성평등, 무례함, 일상 등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타인의 삶에 대해 함부로(또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태도이다. 섬뜩한 것은 책을 통해 우리가 차별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들이 실은 차별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그런 차별들에 익숙했고(또는 무관심했고), 그런 것들이 내게 슬며시 배어있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사회가 왜 이런 식으로 변한 것일까를 고민해 보게 된다. 아군이 아니면 적군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협함, 행운과 출신조차 나의 노력의 결과라고 믿는 오만한 태도, 타인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실패한 인생은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성공한 인생은 그만한 노력의 대가라고, 그동안 과연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질 생각은 왜 하지 못했을까.
앞으로의 삶은 더 각박하게 흘러갈까, 아니면 차별과 부당함을 바로 잡으려는 이들이 좀 더 많아져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게 될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우리는 삶의 최전선에서 부당함을 알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조차 할 시간이 없다. 세상이 우릴 그렇게 몰아붙인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고단하기 때문에 세상이 부조리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것조차 살기 위해 받아들여하는 처지에 놓인 이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차별에 조금 더 예민해지다면 세상은 그만큼 더 좋아지지 않을까. 삶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라도 나 역시 누군가에게 무심코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나, 내가 옳다고 믿는 게 과연 옳은가, 세상은 이대로 괜찮은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하지 않을까.
“세상은 사람이 만든다. 사회가 좋아지든 나빠지든 이는 사람들의 선택이 모인 결과다. 우리에게 익숙한 오늘이 누군가를 아프게 할 미래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늘 옳은 선택을 해야 한다.”(127쪽)
“외부와의 생산적 교류를 단칼에 끊어버리는 사람은 자기 생각과 비슷한 무리들만을 만나 그릇된 신념을 견고한 양심으로 만들어 행동한다. 당연히,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조차 모른다.”(152쪽)
이 책을 읽고 저자의 다른 책인 <민낯들>, 그리고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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