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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일기 - 전성기편

자연의 기쁨을 삶에 들이는 법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저/윤규상 | 갈라파고스 | 2020년 11월 10일 한줄평 총점 0.0 (2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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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작가이자 초월주의 사상가, 생태주의자, 자연과학자
그리고 누구보다 충실한 생의 기록자
‘소로의 세계’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풍부하게 조명한다

삶에서 전성기를 맞은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면 어떤 걸 보게 될까.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월든』의 교정을 마무리하고, 드디어 세상에 내보이기까지의 3년 동안 소로가 차곡차곡 써 내려간 일기에 비친 모습은 삶의 ‘정점’이란 봉우리에 오른 정복자 같은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소로는 앞선 실패와 좌절을 통로로 삼아 자연 가까이에서 삶을 꾸리는 마을 사람들, 주변을 노니는 네발짐승과 때를 맞춰 오가는 철새와 풀벌레들, 여러 꽃나무와 상록수 들 사이에서 자기 자신과, 세계 속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그 소박한 자리를 벗어나기보다 그곳을 더 꾸준히 바라보고 기록함으로써 삶을 더 풍부하게 가꾼다. 『소로의 일기-전성기편』은 소로라는 위대한 작가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맑게 비추는 선물 같은 문장으로 가득하다.

목차

1852년, 35세
인생에서 성급함은 낭비를 낳는다
1853년, 36세
오늘은 이름 없는 위대하고 아름다운 꽃이다
1854년, 37세
계절은 공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옮긴이의 말
자연에서 되찾은 행복

저자 소개 (2명)

저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Henry David Thoreau)
1817년 7월 12일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 근교 콩코드에서 태어났다. 1837년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서 잠시 교편을 잡았으나 학생을 처벌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고 형 존 소로 주니어와 함께 진보적인 학교를 열어 성공을 거두었으나 형의 건강 악화로 오래 운영하지 못했다. 이후 일정한 직업 없이 부모의 가업 연필제조업을 돕거나 측량사, 목수, 가정교사 등으로 일하며 틈틈이 강연과 글쓰기를 이어나갔다. 당시는 미국 건국 후 혼란기라 문화적 자산이 빈곤한 지식인들의 새로운 사조인 초월주의 태두 랠프 왈도 에머슨과 깊은 교류를 나누었고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1817년 7월 12일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 근교 콩코드에서 태어났다. 1837년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서 잠시 교편을 잡았으나 학생을 처벌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고 형 존 소로 주니어와 함께 진보적인 학교를 열어 성공을 거두었으나 형의 건강 악화로 오래 운영하지 못했다. 이후 일정한 직업 없이 부모의 가업 연필제조업을 돕거나 측량사, 목수, 가정교사 등으로 일하며 틈틈이 강연과 글쓰기를 이어나갔다. 당시는 미국 건국 후 혼란기라 문화적 자산이 빈곤한 지식인들의 새로운 사조인 초월주의 태두 랠프 왈도 에머슨과 깊은 교류를 나누었고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반대해 인두세 납부를 거부해 투옥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쓴 『시민불복종』은 훗날 간디, 마틴 루터 킹 등의 비폭력주의 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주요 초월주의자로는 랠프 월도 에머슨을 비롯하여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인 윌리엄 엘러리 채닝, 월트 휘트먼 등이 손꼽힌다. 이는 소로의 새로운 시각으로 자연의 가치를 인지하는 사상 체계의 기초가 되어 자연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 소로는 또한 ‘나는 자연인’이라고 외친 사람들의 원조 장-자크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자.”라는 제안을 몸소 실험하게 된다. 이는 하버드 동창이며 초월파 문우였던 찰스 스턴스 휠러가 1841-1842년 콩코드의 플린트 호수 오두막에서 몇 달의 고적한 명상 치유의 시간을 보냈는데, 휠러의 은둔처를 다녀온 다음 소로는 새로운 체험을 자신도 실행하기로 결심했다.

소로는 직접 오두막을 짓고 독립기념일에 입주했다. 그는 오두막에서 “한 주일에 하루는 일하고 엿새는 정신적인 삶에 정진하는 삶이 가능한지” 실험에 착수하여, 엿새 일하고 하루 쉬는 미국인들의 일상을 뒤집어 보려고 했다. 자연인의 삶을 궁금해하는 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답하는 형태로 소로는 1846년부터 『월든 숲속의 생활』을 집필했으며, 그의 오두막은 자연을 관찰하는 집필실이 되었다. 초월주의자 소로는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대학 시절부터 그를 괴롭혀온 폐결핵으로 1862년의 45살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책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며 삶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역 : 윤규상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두 손으로 벌어 생계를 유지하면서 번역 일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소로우의 일기』, 『헨리 데이빗 소로우』,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 『우리는 너무 오래 숲을 떠나 있었다』, 『소로우의 강』 등이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두 손으로 벌어 생계를 유지하면서 번역 일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소로우의 일기』, 『헨리 데이빗 소로우』,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 『우리는 너무 오래 숲을 떠나 있었다』, 『소로우의 강』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열차 시간이 아닌 우주의 시간을 지켜라”
“불면의 하룻밤이 오랜 여행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을 낳는다”
여가, 일상, 나와 가까운 자연의 가치를 알아본 ‘뉴노멀’의 삶을 미리 보다

우리는 길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인식하기 시작하고,
우리를 둘러싼 관계망이 무궁함을 깨닫기 시작한다 (_「오늘은 이름 없는 위대하고 아름다운 꽃이다」 중에서)

어김없이 휴가철이 다가왔지만 여행으로 휴가를 보내기도 쉽지 않은 때다. 많은 사람이 때마다 먼데로 떠날 궁리를 하는 것은 여행이 주는 일탈감 때문이다. 지척에서 매일 나를 얽어매는 것들로부터의 도피, 일상적인 곤란함에서 비껴나는 일. 말 그대로 ‘피난’이다. 그런 것을 휴식으로 느끼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팬데믹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지척의 일상적 공간은 말 그대로 ‘피난처’가 되었고, 이제 많은 이가 자의로든 타의로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란 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됐다. 다만 여태껏 ‘주말만 기다리는 삶’에 더 익숙했던 사람들은 일상이란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향유할지 막막하다. 그런 지금, 『소로의 일기』라는 160년 이상 시차를 두고 찾아온 이 일상의 기록이 귀한 이유다.

지척의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향유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30대 중반의 소로만큼 전문가였던 사람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는 매일 그날의 날씨와 구름의 움직임, 가까운 냇가와 호수를 덮은 안개와 물결, 첫 아침을 깨운 노랫소리의 주인공인 새들의 이름, 그해 제일 처음 꽃을 피운 식물과 가장 마지막까지 푸르렀던 나무를 바라보고, 기억하고, 기록한다. 인간이 정한 속도와 시간이 아닌 우주와 계절이 만든 시간을 따라 살았던, 불면의 하룻밤이 먼 곳을 여행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는 소로는, 평범한 시간과 공간에서 벗어나기보다 그곳을 더 꾸준히 바라봄으로써 자기 삶을 더 풍부하게 가꾼다.

작가이자 초월주의 사상가, 생태주의자, 자연과학자
그리고 누구보다 충실한 생의 기록자
‘소로의 세계’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풍부하게 조명한다

우리는 일기에서 대부분 사람이 거의 알지 못했던,
그의 가까운 친구들마저 미처 몰랐던 소로를 만날 기회를 얻는다. (_버지니아 울프)

미국을 대표하는 생태주의 문학가이자 사상가 소로의 진면목을 담은 책 『소로의 일기-전성기편』이 갈라파고스에서 출간됐다. 20세부터 34세까지 젊은 날의 사색을 담은 『소로의 일기-청년편: 소로의 세계를 여행하는 법』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소로의 일기-전성기편: 자연의 기쁨을 삶에 들이는 법』에는 자연의 관찰과 기록에 몰두하기 시작한 1852년부터 대표작 『월든』이 출간된 1854년까지 3년간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나의 삶이 그 정점에 닿아있음을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 자기 삶에서 전성기를 맞은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면 어떤 걸 보게 될까. 성공에의 도취와 더 큰 성공에 대한 희구?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월든』의 교정을 마무리하고, 드디어 세상에 내보이기까지의 3년 동안 소로가 차곡차곡 써 내려간 일기에 비친 모습은 삶의 ‘정점’이란 봉우리에 오른 정복자 같은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어떤 이의 심중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기회도 무척 귀하지만, 그 한가운데를 수놓은 성찰의 말들이 아름다운 경우는 더욱 귀하다. 『소로의 일기-전성기편』은 소로라는 위대한 작가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맑게 비추는 선물 같은 문장으로 가득하다.

좌절을 산책과 사색으로 물들이고, 가장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자연을 벗 삼으며
자연의 기쁨을 삶으로 초대하는 윤리적 삶의 가능성

인간은 나로 하여금 또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하나, 자연은 나를 이 세상에 만족케 한다. (_「오늘은 이름 없는 위대하고 아름다운 꽃이다」 중에서)

30대 중반을 맞은 소로의 삶은 위대한 작가에게서 기대되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첫 책 『소로우의 강』이 크게 실패해 빚더미로 돌아온 책 수백 권을 떠안았고, 맺어온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깊이 교유해 왔던 초월주의자 그룹과 갈등하며 고독함을 느끼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이 시기를 소로의 ‘전성기’로 만드는 것은 『월든』의 출간이라는 한 가지 사건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는 길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인식하기 시작하고, 우리를 둘러싼 관계망이 무궁함을 깨닫기 시작한다”는 일기 속 고백처럼, 소로는 여러 실패와 좌절, 갈등이라는 이 생의 ‘길 잃음’을 기회이자 통로 삼는다. 소로는 소박한 삶을 꾸리는 콩코드 마을 사람들, 주변을 노니는 네발짐승과 때를 맞춰 오가는 철새들, 울음소리로 계절을 일깨우는 풀벌레들, 첫 꽃을 피우는 여러 꽃나무와 겨울에도 지지 않는 상록수들 사이에서 자기 자신과, 세계 속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

자연스레 이 시기 소로는 콩코드 지역의 동물과 식물, 기후에 대한 관찰에 몰두했고, 쓰인 일기 대부분에서 계절의 순환과, 잎과 열매가 익어가는 모습 같은 자연 현상에 대한 묘사에 집중한다. 때문에 일기에 적힌 콩코드와 그 주변 지역의 세밀한 초상은 생태학적으로도 의미 있는 자료가 될 정도로 자세하고 생생하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자연에 대한 관찰을 멈추는 때는 도망 노예였던 앤서니 번즈가 개정된 법 집행으로 인해 자유주였던 보스턴에서 체포되었을 때뿐이었다.

하지만 결국 소로가 인간이 만든 사회에서 받은 상처를 보듬기 위해 다시 돌아오는 곳 또한 자연이었다. 소로에게 처음 일기를 쓸 것을 권했던 R. W. 에머슨이 “자연에 대해 무지한 사람은 자신에 대해서도 무지한 법”이라 말했듯, 소로는 시종 자연을 들여다봄으로써 스스로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자연 속에 내재한 윤리를 체화한다. 소박하고 윤리적인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지금, 『소로의 일기』는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세상을 꿈꿔야 할지, 무엇을 지켜야 할지에 대한 통찰을 전한다.

종이책 회원 리뷰 (2건)

"소로의 일기 : 전성기편" 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 2020.08.10

1.산책 : 자연에서 얻는 위로

내게 보이는 대상들은 나의 기분과 일치한다.” 224페이지

 

6년간 다니고 있는 공원 산책로가 있다. 인생의 여정에서 바라 본 산책로의 풍경은 내 기분에 따라 참 다르게 보인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공원의 수풀과 나무들, 흐르는 강, 새들, 벌레들 심지어 자기자리를 우뚝히 지키는 바위들 마저도 계절의 순리에 맞게 자기역할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들어설 때는 감정의 기복으로 가득 찼던 마음이 발바닥이 약간 아파올 정도로 걷고 나오면 개운해진다.

 

이런 겨울날 해지기 전 밖에 나가 서쪽 하늘을 바라보는 건 내게 하늘빛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계절과는 무관한, 마음이 맑다는 상징이다. 당신이 품은 생각은 어떠한가? 저 하늘빛이 세속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내 내심의 투명한 청정이다. 내 밖에 보이는 것이 내 안 어떤 것의 상징이고, 멀리 떨어져 보이는 것이 내 안 깊은 곳의 상징이다. 그렇기에 명상하는 이는 하늘을 깊이 들여다본다. 깨끗한 생각과 고요한 마음이 하루하루를 맑게 한다... 어떤 이는 하늘에서 구름만 보고, 어떤 이는 경이와 징조를 본다. 또 어떤 이는 짐승처럼 머리가 땅으로 향해 있어 좀체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다. 또 어떤 이는 하늘에서 지극히 깊은 고요, 청정, 아름다움을 본다. 온 세상이 구경거리를 찾아 달려가나, 이 하늘의 파노라마를 보러 나오는 이는 드물다.” 20-21페이지

 

2. 일기 : 내적 글쓰기와 순수에 대한 동경

"내 생각을 담기에 일기만큼 좋은 그릇은 없는 것 같다." 34페이지

 

소로는 스무살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사실 그의 글귀가 여러군데 인용된 부분만 알고있다가, 소로 작품을 제대로 읽어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무살부터 서른 네 살 까지 썼다는 소로의 일기-청년편을 읽어 보지 못해서, 소로의 일기 처음은 어땠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이번에 읽은 소로의 일기-전성기편은 35세부터 37세까지 쓴 일기 중 옮긴이가 가려 뽑아 엮은 것이다. 3년 동안의 시기는 소로가 1845년부터 1847년까지 월든 호숫가에서 실험적 생활을 직접 체험하고도 훨씬 지난, 옮긴이의 말대로 어찌 보면 소로의 창조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던, 소로 생애의 전성기라 할 만한 기간이었다.” 이 시기는 벗들과도 헤어지고 많은 빚도 져야 했던 위기의 시기이기도 했다 한다. 그래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의 순간들의 묘사도 아름답고, 그로부터 얻는 깨달음의 깊이가 읽는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당신이 작가라면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각오로 글을 써야 한다.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당신의 영혼에 맡겨진 순간순간을 아낌없이 써야 한다. 영감의 잔을 최후의 한 방울까지 비워야 한다. 영감의 잔을 비우기보다 아껴두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세월이 흐른 뒤 후회하게 될 것이다. 봄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네 삶이 뻗어 나가는 기름진 봄에는 비가 스며들어 뿌리째 젖는다. 가만히 있어도 힘이 솟아나 꽃봉오리로 터져 나온다. 그러나 이 풍요의 계절은 인생에서 아주 짧은 기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지만 젊었을 적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기억에 맡길 수 없다면 네 삶에 맡기고, 아낌없이 네 삶을 살아라.” 29페이지

 

어린아이들은 세상을 하나씩 배워나가는 데 환희를 느낀다. 작은 것 하나에서도 많은 세상을 체험할 줄 알고 충분히 즐겁고 기뻐할 줄 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세상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타인들에, 때로는 자신에 대해 기대와 실망을 거듭 반복하며 어렸을 때 무지한 상태에서 그저 모든 게 좋았던 자신을 비웃어 보기도 한다. 그렇게 사회의 질서 속에 평균인을 목표로 달려가다 보면 어느새 한때는 비웃었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몰라 즐거울 수 있었던 어렸을 때가 추억으로 다가온다. 소로도 어릴 때의 순수상태를 자연 만큼이나 가치롭게 여긴다.

 

어린이는 양철 냄비같이 속이 빈 그릇을 막대기로 두드리고 싶어 한다. 어린이의 귀는 깨끗하고, 건강하고, 바르게 열려 있어서 가장 맑은 음악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소리에는 온갖 자연의 소리가 담겨 있다...어른들은 때 묻고 무뎌져서 이런 흔하고 단순한 소리를 업신여긴다. , 내가 작은 단지에서 무한한 음악을 끄집어내는 어린이와 같은 그런 존재라면 얼마나 좋을까.” 75페이지

 

 

3. 여유 : 일상에서 발견하는 소중함

"인생에서 성급함은 낭비를 낳는다." 134페이지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이 습관이 될 때, 더 새로운 것, 자극이 될 만한 것, 남에게 과시할 수 있는 걸 더 찾게 되어 일상으로 돌아오면 삶이 지루해질 수도 있다. 반면에 이곳저곳 여행해 봄으로써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문득 일상에서, 여행에서 느낀 소중한 가치 못지 않은 일상의 새로움을 발견할 수도 있고. 중요한 건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상 그 자체의 소중함을 알고 생각의 질을 높여나갈 때 마음의 안정감에서 오는 인생의 기쁨을 더 충만히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허겁지겁 끼니를 때우면서 너무 거칠고 허황한 삶을 살고 있지 않나 모르겠다. 언제까지나 한가하게 살 수만은 없으나, 그렇다고 주어진 나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양 허둥지둥 살지는 말자. 사계절과 보조를 맞추어 자연을 한껏 느끼면서 떠오르는 온갖 생각을 즐길 여유를 갖자. 우리가 잠시 머무는 나그네에 불과할지라도 자연의 왕국을 느긋하게 나아가는 삶을 살자.

여행자에게 중요한 것은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식으로 여행하며 얼마나 진지한 경험을 하는지이다. 여행도 집에 머물러 있는 것과 그리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어떻게 처신하며 사느냐가 중요하다... 허나, 늘 하던 대로만 한다면 어떤 보람도 찾기 어렵다. 인간, 자연과 참된 관계를 맺으면서 낡고 진부한 자리를 피해 단순하고 소박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행하고, 발이 아프든 시름에 젖어있든 삶을 얼마라도 정직하게 겪는다면 어디로, 얼마나 멀리 가든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래야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다. 여행할 때는 가만히 서 있기보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편이 더 자연스러우므로, 자연스러운 참된 삶을 사는 게 더 쉬울지 모른다.” 14페이지

 

4. 나다움

사람은 가장 자기다울 때 최선을 다한다.” 26페이지

 

소로가 남들이 보기엔 스스로를 사회와 단절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었겠지만, 자신의 내면에 누구보다 충실했던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인간세계에서 자연을 통해 힘을 얻으며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순수를 본인의 삶 자체로 실현한 사람이었다. 그가 정말 사회와 단절했다면 사회에 무관심 했어야 할 텐데, 비판하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일기에서 정부의 마땅한 역할과 노예제를 언급하고,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반대하여 인두세 납부를 거부하다 수감되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의 불복종을 쓴다. 1859년에는 노예제 폐지 운동가를 위해 의회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노예제 폐지운동에 헌신하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참여했던 것 아닐까. 그의 대표작 월든못지않게 스무 살부터 쓴 일기가 모두 출간되어 시대를 초월한 오늘날 까지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의 작품은 사회를 이끌어 가는 세계 유명 지도자에게 영감을 줄 정도이다. 일기만 보아도 그가 하루의 작은 단상에서조차 인간과 사회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고민했던 걸 알 수 있다. 이 책의 부제가 자연의 기쁨을 삶에 들이는 법이라는 것도 단지 자연을 찬양하는 것만이 아닌 그 속에서 순수함과 교훈의 가치를 배워 인간의 삶과 인간이 필연적으로 살아갈 공간인 사회를 개선해 나가자는 그의 의지가 표현된 것이 아닐까.

 

온갖 순수함과 달콤함과 덕행은 이처럼 세상의 오물과 부패에서 생겨나 꽃으로 드러난다. 덕이 부활한 것이다... 하얀 수련 꽃향기에는 어떤 타협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 이 향기에는 추잡함, 고약함과는 완전히 절연된 순수와 청정과 달콤함이 곁들어 있다...따라서 내 행위의 내음이 대기 전반의 달콤함을 드높일 수 있도록 행동하자. 냄새 또한 도덕의 질을 알리는 한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불결한 진창은 인간의 나태와 악덕을 나타낸다. 거기서 돋아나는 향기로운 꽃은 그 한가운데서 솟아나는 청정과 용기를 나타낸다. 이 광경, 소리, 향기가 합쳐질 때 우리는 불멸성을 깨닫게 된다.” 350페이지

 

5. 성숙 : 계절의 변화에서 배우는 자연의 가르침

"인격의 파종기를 거치지 않고 어떻게 사고의 수확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372페이지

 

하지만 겨울이 우리에게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온화함으로 이 추위를 녹여야 한다. 춥고 힘든 계절이지만 분명 그 열매는 농축된 견과의 맛을 낼 터이다. 호두가 익으려면 11월의 스산한 추위가 필요하듯, 우리 뇌의 고갱이가 영글기 위해서는 겨울 동안의 숙성을 거쳐야 한다. 그러기 전까지는 그 꼭지가 떨어지지 않는다. 계절은 공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땅 위의 열매가 이미 익었으므로, 겨울에는 익어갈 열매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287페이지

 

겨울의 의미를 인생으로 치환해보면, 혹독한 겨울같이 힘든 시기도 어느 하나 헛된 게 없음을, 오히려 꼭 필요한 단계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대는 그대 안에서 봄과 여름의 열매가 씨앗을 맺기 위해 익어가는 것을 느끼는가? 그대의 생각은 변치 않는 성숙한 풍미에 이르렀는가? 인격의 파종기를 거치지 않고 어떻게 사고의 수확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372페이지

 

소로의 이 작품은 자연에 대한 묘사들로 숲을 거닐며 나무도 풀도 벌레들도 보다가, 문득 멈춰서서 바람을 맞으며 자연과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느낌을 준다. 자연의 모습들과 계절변화 표현이 정말 아름답고 풍부하다. 소로가 발견하고 우리가 공감하는 자연의 이치들에서 배운 순수한 가치는 마음에 여유와 만족을 준다. 그 여유와 만족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삶에 체화 될 때까지는 나는 계절의 순환을 여러 번은 더 겪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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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소로의 일기 전성기편 서평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d*****3 | 2020.08.10

 

자연이 주는 기쁨은 인간의 통치와 정의에 지배받지 않는다.

인간은 나로 하여금 또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하나,

자연은 나를 이 세상에 만족케 한다.


1817년 메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태어난 작가 헨리 데이브드 소로.

신비주의자, 초월주의 사상가, 생태주의자, 자연과학자였던 소로는 도서 <월든>으로 오늘날까지 기억되는 작가로서 평생 독서에 탐닉하며 문명에 거리를 두고 자연속에서 사색을 거듭하며 인간과 인생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했던 혁명가이기도 하였습니다. 노예제도 폐지에 앞장섰으며, 멕시코 전쟁에 반대하여 인두세 납부를 거부하여 감옥에 수감되었던 체험은 훗날 정부의 부당한 간섭과 명령에 맞선 '시민의 불목종 운동'의 선구자로서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 러시아의 풍운아 레프 트로츠키, 미국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등 후대의 사상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찍부터 그의 문학적 재능을 높이 평가했던 시인이자 초월주의 사상가였던 에머슨의 후원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 기록의 습관을 토대로 누구보다 충실한 생의 기록자이기도 하였던 소로의 작가적 감수성이 가장 풍부하였던 30대 중후반의 전성기의 기록이 풍부하게 담긴 에세이의 내용에 관심과 흥미가 생겨서 <소로의 일기 : 전성기편>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길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인식하기 시작하고 ,

우리를 둘러싼 관계망이 무궁함을 깨닫기 시작한다.


이 책은 1852년부터 1854년에 거쳐 헨리 소로가 쓴 일기를 담은 기록으로서, 이 기간동안 소로는 콩코드 외곽 시골 자연을 관찰해일기에 적고, 평생의 대작인 <월든> 초고를 수정해 출간하고, 여러 저술에 매진하였습니다.

또한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수재였지만 도시의 번잡함과 문명의 거침없는 약진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스스로 자급자족하며 청빈의 삶을 추구하였습니다. 이 시기 소로는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왕상한 창작열과 풍부하고 섬세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많은 기록을 남긴 전성기였으나 한편으로는 첫 출간한 저서의 판매 부진으로 인한 빚을 떠안아야 했으며, 누군와도 깊은 우정을 나누지 못했던 위기의 시기를 보내야 하였습니다. 문명과 산업혁명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정신적 공허함과 허전함을 채우고자 자연속으로 더욱 깊숙히 들어간 소로는 사계의 변화와 동식물과의 교감을 통해서 마음의 안정과 새로운 삶의 희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내 주변을 둘러싼 자연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뉴노멀의 삶을 몸소 실천한 소로의 청빈한 삶이 몹시 부러웠습니다. 30대의 나이에 이미 세상만사의 이치에 통달한 듯한 초연한 마음가짐과 욕망을 억제하고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삶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현실에 자족하며 부족함에 불평과 불만을 갖기 보다는, 물질과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시간의 흐름에 귀를 기울이고자 하였던 철학가의 사색은 비록 도심의 일상을 벗어나기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뉴노멀의 삶의 매력을 대리만족 시켜주기에 충분하였다고 생각합니다.

160여년전 미국 콩코드 외곽 시골의 한적한 풍경의 묘사와 순수한 마을 주민들의 묘사는 너무도 생생하여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 잠시나마 시골에서 휴가를 보내는 상상을 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인생에는 많은 시간을 써야 얻을 수 있는 어떤 순간들이 있다.

이때의 시간이란 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아니라, 대부분이 준비와 초대에 걸리는 시간이다.


소로는 매일 그날의 날씨와 구름의 움직임, 가까운 냇가와 호수를 덮은 안개와 물결, 오늘 아침 처음 들은 새소리, 어제저녁 하늘을 물들인 노을의 아름다움, 올해 처음 개화한 꽃의 색상과 그해 가장 마지막까지 푸르렀던 나무의 늠름한등을 바라보고 기록하며 기억합니다. 사람이 정한 시간과 속도에 맞추어 살아가기 보다는, 우주와 자연이 만들어낸 변화에 몸을 맡기는 삶을 선택했던 과거의 선인은 불면의 하룻밤이 먼 곳을 여행하는 것 보다 더 낫다고 말하며 눈과 몸의 체험보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귀울이며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 바를 실천하며 인생을 풍부하게 가꾸어 나가고자 하였습니다. 내 주변을 둘러싼 평범한 공감과 일상의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향유할 것인지 30대 중반의 철학자의 실천적 삶에 힌트가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언택트 시대의 휴가를 조용히 실내에서 책을 읽으며 북캉스를 계획중인 독자들에게 160여년전 대자연의 광활한 풍경과 자연의 오묘한 변화를 이 책과 함께 느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너무 바빠서 미처 마음이 외치는 소리를 미처 헤아려 주지 못했던 내면의 자신과 마주하며 일상속 평화와 안정의 시간을 가족들과 향유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물질과 명예를 추구하는 삶이 채워주지 못했던 마음의 풍요가 한권의 책에 담겨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작가의 오늘날의 30대 중반과 비교하여 놀라운 정신적 성숙함이 느껴지는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관찰력과 섬세한 문장 솜씨에 감탄하였습니다. 그리고 비록 평생의 후원자였던 월든의 도움이 있었다고는 해도, 산업혁명과 미국의 뉴프런티어 시대에 문명의 풍족함과 사회적 명성을 거부하고 자연속으로 회귀하여 자급자족의 청빈한 생활을 추구했던 작가의 도전정신과 불굴의 의지가 조금은 부러웠습니다. 전성기인 30대 이전 20대에 자연을 여행했던 청년 헨리 소로의 모험기가 담긴 <소로의 일기 : 청년편 - 소로의 세계를 여행하는 법>도 시간이 허락된다면 함께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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