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 올손의 《파묻힌 거짓말》의 속편. 마틴 베너라는 스웨덴의 흑인 변호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스릴러 연작이다(여기서 굳이 ‘흑인’을 붙인 이유는 그 상황에 이 소설에서 적지 않게 중요한 배경이기 때문이다). 전편인 《파묻힌 거짓말》을 읽은 지 2년이 되었으니(http://blog.yes24.com/document/11596981)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었지만, 앞부분에 간단히 요약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수십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자연스레 기억이 떠오른다. 《파묻힌 거짓말》이 궁금증만 잔뜩 유발하고 끝냈다는 것과 함께. 그러니 이 《피할 수 없는 거짓말》은 전편에서 남겨 놓은 여러 가지 의문을 풀어줘야 할 의무를 지닌 소설인 셈이다.
《파묻힌 거짓말》에서 남겨 놓은 의문은 루시퍼라는 존재가 누구인지, 미오를 납치한 이가 과연 누구인지, 그리고 제니와 바비를 살해한 이가 누구인지 하는 것 등이었다. 마틴 베너는 이 마지막 의문 때문에 용의자로 몰려 있는 상황으로 소설이 이어진다. 죽는 것은 그 둘만이 아니었다. 전편의 비밀, 즉 거짓말의 전모를 알고 있거나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이 죽어나간다. 그리고 마틴 베너는 더욱더 수렁에 빠져들어가는 듯 하고, 여러 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처한다. 그 과정에 마틴 베너가 미국에서 경찰 생활을 접고 스웨덴으로 와야 했던 이유가 밝혀지고, 그 사정이 현재의 사건과 어떻게든 관련이 있다는 심증이 짙어진다.
어쩌면 추악하고, 또 어쩌면 안타까운 사정이, 그리고 어리석거나 어쩔 수 없던 선택이 얽히고 얽혀 있었다. 마틴 베너의 어린 시절부터의 삶이 관련되어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반전이랄 수 있었다. 루시퍼의 존재 어느 시점까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사건이 증폭되고 가장 극적인 국면에 올랐다 해결되는 과정이 소설 속 시간으로도 그리 긴 시간을 소요하지 않았지만, 소설의 전개 역시 놀라우리만치 빠른 속도다. 그 속도를 유지하면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그리고 뻔하지 않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작가의 능력이다. 왜 크리스티나 올손이라는 작가가 시장이 그리 넓지 않을 것 같은 스웨덴이라는 국경을 넘어서서 국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대접받는지를 알 수 있다.
두려움으로 몸이 떨렸다. 시체가 쌓여가고 있었다.-278
이런 입장이 되면 어떨까,,, 상상하고 싶지도 않네요. 마틴이 만나는 사람마다 시체가 되기때문인데요. 그 때마다 마틴은 그 사건의 용의자로 몰리게 됩니다. 연이어 일어나기에 당연히 경찰의 시선이 집중되게 되는데요. 무죄도 밝히고 미오도 찾아야하는 그의 자유로운 000000 시간은 진짜 얼마남지 않게 됩니다.
전작 "파묻힌 거짓말"에서 마틴은 이미 죽은 사라의 결백 증명과 잃어버린 아이 마오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맡게 되면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마틴이 사건 언저리를 맴돌때마다 일이 생기기에 루시퍼의 힘이 강력하다는 걸 매번 느끼게 되는데요. 그가 쳐놓은 그물이 너무 촘촘해 빠져나갈수 없다 싶게됩니다. 사라가 그렇게 당했다는 걸 알기에 정신 바짝 차리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루시퍼'로 알려진 이 모든 것을 조종하는 자가 이젠 마틴까지 조종하려 하기때문인데요. 사건에 다가가면서 그가 알게된 건 사실 루시퍼가 그를 싫어한다는 것과 이 모든 게 과거의 사건에서 왔다는 겁니다. 마틴은 그가 누군지 모르는데 그는 이미 마틴을 알고, 싫어하고 있다. 어쩌면 마틴 역시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일수도 있다는 거지만 마틴은 누구인지 추측할 수 없는데요. 그가 묻으려 한 사건이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루시와도 삐걱거리게 됩니다.
과거가 이렇게 잔인한 방식으로 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422
아무것도 모르고 당할때보다는 추측이라는 게 여러 방향으로 되기에 단서찾기가 좀 쉬워집니다. 어디서 그의 행적이 새고 있는지 알게도 되구요. 그래도 마틴은 늘 당하게 되는데요. 구석으로 몰리는 마틴은 루시와 벨을 위해서 자신이 희생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다는 체념까지 하게 됩니다.
"파묻힌 거짓말" 의 촘촘함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듯 2부 '피할수 없는 거짓말'도 촘촘함으로 우리를 끌고갑니다. 2부 초반은 너무 촘촘하기에 마틴이 돌아도 너무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 촘촘함에 이유가 뭔지는 몰라도 굉장할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요. 그러다 알게된 이유는 "그래야만 했을까"로 좀 아쉽게 됩니다. 루시퍼가 워낙 악으로는 능력있는 보스였으니 물론 자신이 원하는대로 아무 일이나 벌릴수는 있겠지만 말이죠. 믿었던 이의 거짓말은 결국 모두를 "파국"으로 끌고가는 거구나 하게 되는데요.
오해와 거짓말에서 시작된 일들은 꼬여서 사건과 추격전을 만들어냈는데요. 루시퍼가 깔아놓은 덫을 마틴은 피하고, 또 넘어가야하는데 매번 그럴 수 있을까 라는 점만으로도 흥미를 불러오게 됩니다. 마틴과 루시가 변호사인만큼 고비를 넘을 때마다 준비를 하긴 하지만 그걸로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다 싶기도 하구요. 마틴 입장에서 보면 완전 천사였던 보리스의 역량이 크지 못했다는 것과 마틴이 지켜주지 못한 이들이 많다는 게 아쉬움이긴 한데요. 그가 말했듯 사사로운, 역겨운 동기를 가지고 직진하는 사람을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예전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낫다고 생각했는데 마틴을 보니 그렇지도 않다 싶어집니다. 비겁한 짓을 저질러놓고 정직하게 말하니 상대방은 상처가 어마어마하기때문인데요. 그 정직한 말을 사랑하는 이는 믿어서 아프고 그를 싫어하는 이들은 거짓말이라 여겨 그를 괴롭히니, 결국 어떤 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요. 이렇게 어떤 순간에도 미련스럽게 자신다움을 버릴 수 없어 문제를 또 일으킬 것 같은 마틴, 그렇기에 다음에도 치명적 사건을 또 만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가 더 이상 안하고 묻은 말이나 사건이 없기를 바라야겠습니다.
읽으면서 이미 예감할 수 있었던 피할 수 없는 거짓말.
다 읽고 생각해 보니 이 책도
제목이 모든걸 내포하고 있네...
어떻게 보면 모두가 서로 살기 위해 했던
거짓말들이 저렇게 서로를 덮친 거일수도..
성공한 변호사인 마틴 베너는
연인이자 동료 변호사인 루시와 함께
평온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를 찾아온 바비가 이미 죽은
여동생의 살인 혐의를 벗겨달라는 어이없는
부탁을 하게 되고, 없었던 일 처럼 무시하고
지나가려 했던 마틴은 그의 주변 인물들의 죽음과
목숨과 같은 벨이 위험에 처하면서 점차
사건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파묻힌 거짓말 처럼 한번 집중해서 읽으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흡입력이 있다.
그러나 마틴의 주변 상황이 너무 불안해서
한편 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주인공이 시달리면 싫어하는 스타일 ㅎ
결국 마틴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일인지,
배후에 누가 있는지, 어떻게 여기까지 온건지
모든 것들 밝혀 내지만 과연 무엇을 손에 쥐게 된건지
알 수 없는 다소 허무한 결말을 맞이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들을 함께 겪었으면
'나는 마틴 베너니까' 라고 할 것이 아니라
'그래, 이제 다른 인생을 살겠어' 하면
안되는 건가 ㅎ 결말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작가의 필력은 인정한다. 그래도 좀 너무 꼬았어...
자꾸 과거가 언급은 되는데 자세하게 설명을 안 해줘서 왜 그런가 했더니 전편이 있었네요.
반전이 실망스러워요ㅠㅠ 주인공 주변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인 무서운 적의 사연이... 너무나 생뚱 맞습니다. 사연을 알고도 대체 왜 그러는지 감정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하나도 이해가 안 가구요. 분노의 대상이 잘못된 것 같은데.......
아무튼 끝이 허무해요.... 미스터리로 분류하기엔 반전이 너무나 뜬금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