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킴 저
송명진 저
백승만 저
에드워드 돌닉 저/이재황 역
김재원 저
우스이 류이치로 저/김수경 역
크게 아픈 적이 없었음은 실로 행운이다. 실력 있는 의시가 많고, 대부분 치유에 성공한다는 믿음이 있다곤 하나 굳이 병원을 드나들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평소와 조금이라도 다른 통증 같은 게 느껴질 때면 두려움이 일기도 한다. 혹 병원에서도 손을 쓸 수 없는 어마어마한 질병의 가능성에 대해 머릿속으로 소설을 쓰다 보면 고맙게도 그와 같은 증상은 사라지고는 해왔다.
심리적인 거리낌과는 별개로 아프면 병원을 가야 한다는 사고는 보편화됐다. 과거에도 의료진은 존재했지만 현재와는 그 양상이 사뭇 달랐던 듯하다. 조지프 리스터의 인생을 닮은 <수술의 탄생>을 읽는 동안 내가 가장 자주 느꼈던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인류의 역사가 곧 진보라고 하였지만, 진보 이전의 삶이 이토록 끔찍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바 없었다. 부디 상상이었으면 좋겠지만 엄연한 진실이었다. 콧물이 흐르거나 기침이 나는 일에 대한 단순한 처방을 뛰어넘어 그 시절에도 외과적 처치, 즉 수술은 존재했는데 그 형태가 오늘날과는 여러 모로 달랐다. 다른 곳도 아닌 수술실이므로 더욱 중시돼야 했을 위생에 대해 어느 누구도 관심을 아니 가진 듯했다. 수술복은 앞선 수술로 인해 있는 힘껏 더럽혀진 상태였는데, 오히려 이는 전임자의 놀라운 성과를 의미하는 걸로 여겨져 영광처럼 받아들여졌다. 코로나19 이후 더더욱 중시된 손 씻기마저도 행하는 이가 없었다. 피부를 자르고 꿰매는 도구라 하여 깔끔했을 리 없다. 수술대에 누울 수 있었던 이들은 한정적이었다. 적잖은 이들은 입원 거부를 당하였다. 부유한 이들이라면 제 집에서 치료받기를 택했다. 보다 익숙한 환경에 대한 선호가 이에 영향을 미쳤을 터이나, 한 편으로는 병원이 죽음의 신이 머무는 공간처럼 인식됐던 탓이 컸다.
저자의 서술 속 리스터는 괴짜의 모습과 닮은 꼴이었다. 집안은 부유했고, 그는 아버지의 부에 힘입어 오래도록 직업전선에 뛰어들지 않아도 됐다. 허나 아버지가 그에게 선사한 최고의 선물은 현미경 같았으니, 리스터는 당대 많은 의사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현미경을 활용해 온갖 조직을 살피고 성실하게도 이를 일일이 그림으로 남겼다. 유약할 것도 같았지만 사방으로 피가 튀는 수술실에서 달아나지 않았던 걸 보면 나름 담력을 타고는 난 듯도 했다. 오늘날 의학이 그로부터 힘입은 바가 크단 걸 감안하면 그의 담대함은 인류에게 축복이었다.
오늘날이었으면 윤리적으로 용납되지 않았을 많은 시도가 당대엔 자유로웠다. 인간이 아니므로 살아있는 개나 개구리 등이 영문도 모른 채 실험 대상으로 전락했다. 지극히 정상인 뇌를 드러내고 부분 부분을 순차적으로 망가뜨려가며 인체의 신비에 대한 이해를 높였던 당시의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절로 일었다. 물론 그와 같은 과정이 있었기에 리스터와 같은 거장의 탄생이 가능했던 것이리라. 또한, 리스터는 자신이 옳다 여기는 것을 추구함에 있어 강인한 집념을 보였다. 그는 상처 부위가 짓무르고 고름이 생성되는 걸 주목했으며, 온전히 의학 분야라 하긴 힘든 파스퇴르의 이론을 받아들이고 응용하여 자신만의 방식을 고안했다. 성공 사례가 쌓여가는 와중에도 세상은 스타의 탄생에 대한 거부 반응을 여실히 드러냈으며, 오랜 기간 동안 그의 소독법은 금기처럼 여겨지기도 하였다.
꼼짝없이 죽을 운명이 처한 인물들이 그의 손 아래서 생명을 되찾았다. 게다가 당시엔 더욱 거대한 영향력을 선보였을 여왕 치료에까지 성공하면서 그는 의학 그 자체처럼 추앙받기 시작했다. 의술 그 자체도 물론 훌륭했지만 그를 위대하게 만들어 준 건 따로 있었다. 그의 기록은 착실했다. 의술을 독식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담긴 듯도 했다. 비록 이를 받아들인 이들이 충분히 성실하게 기록을 따르지 않음으로써 리스터의 이름에 먹칠을 한 경우도 없진 않았지만, 마음을 먹는다면 누구라도 그를 스승 삼아 자신의 의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추종자들이 심히 많아진 후에도 그는 기록을 멈추지 않았다. 1870년에 시작한 연구의 기록이 1899년까지 이어질 정도로, 그는 끊임없이 미흡한 점을 고쳐가면서 스스로 발전을 일구었다.
<수술의 탄생>은 의학 서적이기에 앞서 한 인물의 생애를 촘촘히 다룬 헌사였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의학계의 불확실성을 한 꺼풀씩 제거해 나간 리스터의 모습에 한동안 말을 잃었다. 신은 이따금 이토록 초인적인 존재를 탄생시킴으로써 인류가 절망에 늪에 빠지는 걸 방지하는 모양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기꺼이 순응한 모든 이들에게 건배를!
아직 큰 질병을 얻어서 수술을 해 본 경험은 한번도 없지만 19세기의 위험천만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감행된 수술 장면을 읽어보면서 현대 의학 발전에 정말 정말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런 의학 발전에 공헌한 리스터의 삶 역시 사회 일원으로써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하게 만들었다. 리스터와 더불어 미생물을 연구한 파스퇴르의 살균제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외에 어떤 질병으로 고초를 겪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계속되는 확진자 증가 추세에 위생이 강조되고 있다. 질병을 예방하기에 가장 기초적인 위생 개념을 전파한 리스터의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2분 퀵서비스
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1800년대 중반 영국. 상처가 난 부위를 도려내거나 잘라내면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열심히 썰고 깎았습니다. 하지만 수술의 기술은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마치 푸줏간에서 고기를 다루듯 인체를 다뤘고, 수술하는 의사에 대한 대우도 백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였습니다. 수술을 할 때 아프다는 것 그리고 수술 부위가 썩어들어가며 패혈증에 걸려 죽는다는 것. 첫번째 문제는 1840년대에 마취기술이 개발되면서 해결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전은 두번째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마취 기술 때문에 더 많은 부위에 수술을 감행하면서 수술 부위가 썩을 가능성도 훨씬 높아진 것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인체가 썩는’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헤매고 있었습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외과의사로 활동하던 조지프 리스터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전하기로 합니다. 아버지가 발명한 개선된 현미경으로 인체 조직을 들여다보며 연구를 시작하고, 미생물에 관한 새로운 관점인 파스퇴르의 균 이론을 수술에 적용해보기로 합니다. 대학병원의 외과의사로서 후배 의사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널리 전파하려 의료인력 양성제도 개혁에도 관여합니다. 리스터는 자신의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획기적인 수술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을까요? 이 과정을 다룬 책 린지 피츠해리스의 수술의 탄생에서 그 결과를 확인해보세요.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당연히 살균이 되어야겠죠?
외과의사 조지프 리스터는 의학과 과학의 역사에서 무균수술법을 확립하고 보급한 사람으로 이름이 남아있습니다. 아마 이 사람이 없었다면, 저를 포함해서 방송을 듣고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중 상당수는 어렸을 때 넘어져서 까지거나 베이거나 찢긴 상처 때문에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큰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여러분을 겁주려고 하는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균에, 수술하는 의사의 손에 묻어있던 균에, 수술 도구인 칼이나 집게나 튜브에 서식하던 균에 감염돼 수술 부위가 제대로 아물지 못하고 썩어들어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보기 흉한 정도에 그치면 다행인 수준이고, 이 부위의 심각한 부패가 혈관이나 신경을 따라 인체의 다른 부위에 영향을 줘 대개는 목숨을 잃는 사태로 끝맺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19세기, 1800년대 유럽에서 널리 행해진 수술 전후의 풍경입니다.
이 책 수술의 탄생은 조지프 리스터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 시기 의학의 현실과 발전을 다룹니다. 이 발전에서 핵심 쟁점은 의학과 생물학의 접목, 즉 수술 절차와 관리 방법에 균 이론을 도입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미생물의 개념조차 잡혀있지 않았던 때이기 때문에, 부패에 관한 이론은 화학으로 다뤄야 하는지 생물학으로 다뤄야하는지부터가 일단 문제로 부각됩니다. 또한 만약 균 때문에 상처에 부패가 생긴다면 그 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그 균이 부패라는 특정한 현상을 일으키는 생화학적 과정이 무엇인지도 설명해야 했고요. 또한 균 이론에 기반해서 수술 부위의 살균을 철저하게 하더라도, 기존에 비해서 분명히 적기는 했지만 사망자는 여전히 발생했기 때문에 이 문제도 설명 내지는 해결해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방법에 따라 수술을 받았어도 모두가 죽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새로운 이론에 자신의 지위와 명성을 거는 것도 리스터를 포함한 당시의 의사들에게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의학의 역사에서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리스터가 무균수술법을 개발했다고 해서 의료계의 모든 풍경이 뿅 하고 바뀐 것도 아니었고, 이 방법이 기존 의료계의 관습을 완전히 타파할 정도로 완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즉, 보여주고 증명하는 게 과학적 발전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 그럼에도 리스터를 비롯해 그와 뜻을 같이 하는 이런 과학자와 의사들 덕분에 과학이 구불구불하지만 진보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방금 전 패러다임 전환의 과정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이것은 언젠가 이 비슷한 과정을 우리가 한번 본 적이 있다는 걸 의미하겠죠? 방송을 꾸준히 오래 들어온 청취자 여러분이시라면 지난해 스티븐 존슨의 ‘감염도시’라는 책을 읽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제가 그 책의 키워드로 꼽은 것이 바로 ‘패러다임’이었는데요. ‘감염도시’의 주제 또한 사람들이 병을 다루는 관점이 바뀌는 과정을 콜레라 대처법을 사례로 들어 보여주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 아직 읽어보지 못하셨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저희와 같이 이미 읽어보셨다면 피츠해리스의 ‘수술의 탄생’과 나란히 놓고 다시 한번 읽어보시면 어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