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 밀러 저/정지인 역
이창현 글/유희 그림
팀 페리스 저/박선령,정지현 공역
엠제이 드마코 저/신소영 역
김초엽 저
2021년 02월 25일
나는 한번도 개를 키운 적이 없지만 대부분의 개가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개를 원했다.
만질 수 없는 물고기도 아니고, 속을 알기 어려운 고양이도 아니고, 너무 빨리 이별하게 되는 햄스터도 아닌 꼬리가 떨어져라 흔들어대고 내 얼굴을 침범벅으로 만들어 주는 개를 키우고 싶었다. 마음껏 쓰다듬어주고 그토록 원하는 산책을 나가며 십여년간 함께 살 수 있는 개가 좋았다.
근데 개가 왜 그렇게 사람들과의 유대가 좋은지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주인이니까 밥을 주고 놀아주고 같이 사는 주인이니까 그렇지라고 누구나 생각하는 것처럼 개는 원래 그런줄 알았다.
그 생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는데 이 책에서는 수많은 과학자들이 그 비밀을 밝히려고 노력한 결과, '개는 사랑이다'라는 추상적이고 감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개의 존재 자체에 다른 생명을 사랑하려는 유전자가 있고 그것에 아주 작은 손길이, 아주 적은 시간 동안만 주어저도 아주 커다란 사랑으로 피어난다는 것이다.
그것이 농사를 시작한 인류 옆에서 쓰레기를 뒤지던 개에서 사냥을 함께 나가는 존재로, 그것이 가축을 돌보고 사람과 함께 무엇이든 해내는 존재로 우리 곁에서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다.
개와 함께 사는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얼마나 더 큰 애정을 담은 눈빛으로 자신의 개를 바라볼 지가 눈에 선하다. 그렇게 개를 더 이해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개를 더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 부럽다.
"고양이는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는 가"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책이 안 나오는 이유는 아마 고양이는 사람을 그 정도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아마 나오게 된다면 적절한 제목은 "고양이는 우리를 이렇게 좋아해줄 수도 있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