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레 요코 저/이소담 역
김경민 저
한귀은 저
이규영 저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다. 드라마의 익숙한 배우에 이끌려서 시청한 작품이었는데 의외로 좋아하는 대사들, 장면들이 자주 등장해서 책으로 읽은 시간들이다. 양장본이며 책으로 읽는 것은 조금은 다른 내용들이 담긴 작품이기도 하다. 영상미가 가지는 작품성과 활자가 전달하는 작품성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작가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 소신들이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내게 불이익을 주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사과하거나 반성하게끔 할 것이 아니라 관계하지 않는 편이 제일 좋답니다 143
인생의 정답은 없다. 멀직이 떨어져서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그들의 삶을 다 이해하였다고 자만해서도 안된다. 주인공 그녀가 바라본 엄마의 인생과 삶, 식당 경영철학에 대해서도 자문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불륜인 줄 모르고 사랑한 스님에 대해서 엄마가 딸에게 건네는 대화에서는 "불치병이야, 불치병."이라고 하면서 외도하는 남자임을 깨닫고 평생 만나지 않았다는 것을 주시하게 된다. 딸을 낳아서 홀로 키웠던 엄마는 그 시대에 타인의 따가운 편견과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살아온 여성이기도 하다. 찻집 아주머니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엄마의 인생도 바라보지 않을 수가 없다. 장사가 언제나 손님들로 넘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배우는 그녀. 엄마의 식당에서는 지금과 같은 일이 없었기에 엄마의 식당 경영에 대해서도 되짚어보는 그녀를 마주하기도 한다. 엄마와 가까웠던 사이가 아니었던 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식당 경영을 하면서 고민하는 것들 덕분에 엄마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들을 채우는 시간들도 가져보는 그녀를 만나게 된다. 한산한 가게에 서 있는 두 직원의 뇌리 속에 떠오르는 것이 수행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이 두 사람의 대화도 기억 속에 담기는 장면이기도 하다.
만드는 사람이 올곧아야 올곧은 게 만들어지는 법 72
몸을 움직여서 성실하게 하면 어떻게든 돼 74
아주머니의 인생이 담긴 (커피)향 74
우리가 생각하는 식당과는 다른 궤도로 주행하는 이 식당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당일 조리한 음식만 판매하는 곳, 냉동식품은 다루지 않는 곳, 유기농과 무농약 채소를 담아내는 곳, 식재료 가격이 올라도 식당 음식 가격을 올릴 수 없는 곳이다. 디저트를 내놓고 싶어도 앞 가게의 찻집을 생각해서 차음료를 판매하지 않는 곳이다. 직원 한 사람과 운영하며, 준비된 음식이 소진되면 영업종료를 강행하는 식당이다. 홍보 의뢰가 들어와도 거절하는 곳. 블로그도 하지 않는 곳이라 휴무일을 전달하지도 못하는 곳. 좌충우돌하면서 경영의 문제점들을 돌아보지만 흔들림이 없는 그녀의 식당. 새로운 메뉴를 구상하고 준비하면서 손님들의 반응과 손님층의 변화도 주시하는 그녀이다. 직원과 나누는 대화와 직원을 배려하는 모습, 직원의 소중함을 아는 사장이기도 하다. 매장의 분위기도 깔끔하고 테이블은 몇 개만 준비된 작은 공간. 가격도 높은 편이다. 그래도 손님들은 찾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채소. 영양가가 없는 F1 종이 아니라 고유한 토종 씨앗으로 재배. 빵도 천연효모로 발효해 굽는다. 대량생산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이 갖춰야 할 자세. 요즘에는 내용물은 뒷전이고 무조건 대량생산을 해서 가격을 낮춰야 성공적이라고 본다. 42
찻집 아주머니도 기억해야 하는 인물이다. 직원과 나누는 대화들도 기억 속에 자리 잡는 대화들이 많았던 작품이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바라보는 찻집 아주머니의 모습과 그녀의 초대에 함께 보낸 시간들의 그녀와 나눈 대화들과 모습들은 또 다른 따스함이기도 하다.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면서 충고하였던 찻집 아주머니의 모습의 깊은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찻집 아주머니는 어떤 인생을 살아오셨을까요. 21
엄격한 분. 아주머니 같은 사람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거야. 편견도 심했고, 세상 자체가 여자한테 친절하지 않았으니까. 22
엄마의 옛 동료인 분이 찾아와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에 직원이 오지랖이라고 말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하다. 직원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과 스타일, 모습들은 언제나 한결같다. 그녀의 이야기들도 이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키웠던 고양이를 그리워하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따스한 정을 나누고픈 그녀의 마음들이 고양이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스포츠를 하다 보면 머릿속이 이기고 지는 관념에 사로잡히기 쉽지만, 인생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니까. 14
작가의 작품은 분명한 색조가 있었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전해지는 작품의 색채에 매료되어서 읽었던 2권 구성의 일본소설이다. 또 다른 작품들도 관심을 가져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드라마로도 시청이 가능하다. 드라마도 재미있고 책도 좋았다. 기억에 남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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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대학생 같은 옷차림. 웃고 큰 소리로 떠든다. 밤. 자기들에게 주목해 주기를 바라는 알 수 없는 작위성을 느꼈다. 121
한 번도 휴대폰을 꺼내지 않는 것. 남자 손님. 다른 것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오로지 눈앞에 있는 샌드위치와 수프에 집중한 분위기다. 84
그런데 그 착한 애가 왠지 애처롭더라. 보다 보면 가끔 안타까웠어. 공부를 잘하고, 예의 바른, 판에 박은 듯한 우등생이라서 안쓰러웠다고 67
호박스프. 감자스프. 시금치스프. 통밀식빵 샌드위치
몸에 들어가는 건 역시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야 해 177
일본 드라마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은 중학생 때부터 백여 편 넘는 일본 드라마를 본 내가 '인생 드라마'로 꼽는 작품이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아키코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경리부로 옮겨진다. 공교롭게도 때마침 아키코의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가 운영해온 식당도 문을 닫는다. 아키코는 비어있는 식당을 보다가 자신이 직접 식당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떠올린다.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밥집이었던 어머니의 식당과는 달리, 신선한 재료로 그날 만든 빵과 수프만 파는 식당을.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의 후속편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 둘>에는 밀려드는 손님들로 정신없던 개업 초기가 지난 후 눈에 띄게 손님이 줄어 고민에 빠진 아키코의 모습이 나온다. 준비한 음식이 다 팔리면 시간이 언제든 식당 문을 닫는 아키코에게 "장사하는 사람의 자세가 안 되어 있다."라고 야단쳤던 찻집 아주머니도 기운이 빠진 아키코를 걱정한다. 보다 못한 찻집 아주머니가 '장사의 달인'을 소개해 줘서 아키코는 다시 기운을 차리고, 함께 일하는 시마 씨와 함께 새로운 메뉴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전편에서 아키코는 옆에서 누가 아무리 흔들어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단단한 인상이었는데, 후속편에는 아키코가 시마 씨에게 월급을 못 주게 될까 봐 불안해하는 모습이 나오고 새로운 메뉴 개발이 생각대로 잘 진행되지 않아 초조해하는 모습도 나와서 신선했다. 전편에서는 만날 때마다 잔소리를 늘어놓아 얄밉게만 보였던 찻집 아주머니가 이번에는 위기에 빠진 아키코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고마운 인생 선배로 등장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일과 고양이밖에 모르고 연애에는 무심해 보였던 시마 씨에게 생긴 새로운 변화도 반갑다.
스포츠를 하다 보면 머릿속이 이기고 지는 관념에 사로잡히기 쉽지만, 인생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니까. 계속 이겨야만 성에 차는 사람이나 항상 이기는 게 일인 사람은 틀림없이 괴로울 거야. (15쪽)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는 건, 그런 말을 하는 본인에게 자신감이 부족한 탓이야. 상대방이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우위에 서면 싫으니까 발목을 잡는 거지. (19쪽)
현실은 매번 예측할 수 없다. 손님이 많이 찾아와 즐거워했던 것도 꿈이 아닌 현실이었지만, 그 현실이 오늘, 내일, 내일모레로 쭉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오늘 일은 오늘로 끝이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고민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내일 일은 내일이 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미리 고민하면 그만큼 자신 안에 부정적인 감정만 늘어날 뿐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정성껏 하는 수밖에 없다. (81쪽)
남들보다 튀어서 칭찬을 받으려는 사람이 많지만, 성실하게 꾸준히 하다 보면 반드시 봐주는 사람이 있어요. (중략) 내게 불이익을 주려는 사람이 있다면, 사과하거나 반성하게끔 할 것이 아니라 관계하지 않는 편이 제일 좋답니다. 그런 사람들과는 살아가는 기준이 다르니 같은 토양에서 사이좋게 지내기 어려워요. (143쪽)
책 제목이 너무 귀여워요
책도 귀엽더라고요
시리즈물이고 그 다음권이라 해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던데요
소박하고 소소한 일상을 행복으로 채워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을 독자들에게는 속편의 출간 소식이 무척이나 반가울 것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변함없이 진행 중이다.
정신없던 개업 초기와는 다르게 손님이 줄어 가게를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사랑하는 고양이 타로를 떠나보내 슬프지만 주변 사람들의 따스한 응원에 힘입어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