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무수히 많은 밤이 뛰어올라를 구매하여 읽고 쓴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취업에 실패해 유리창 청소부로 근무하는 주인공과 3706호 노부인의 만남에 대해 흥미가 생겼지만,,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습니다. 몰래카메라나, 파란색 글씨나, 좀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문체도 맞지 않았어요. 그래도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고층 빌딩에 줄 하나로 모든 걸 맡긴 체 나란히 곤돌라를 타고 유리창을 닦고 있는 남녀가 보인다. 사뭇 진지하고 긴장한듯한 남자와는 다르게 여자는 무척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구름을 벗 삼아 피워대는 담배연기는 구름처럼 유유히 흘러간다. 여자는 남자의 지퍼를 내린 후 자동차의 기어봉 바꾸듯이 장난질을 하고 있다. 아찔한 높이의 고층에서 안전장치라곤 얇은 목숨줄하나뿐인데, 저런 용기가 있다는 게 나는 무척 놀라웠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이 상황이 제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성인 취향의 소설이 아닌데 굳이 이런 상황을 연출한 의도는 무엇일까? 제161회 「아쿠타가와상」 최종 후보작으로 오른 작품임을 감안할 때, 이 책이 왜 후보로 머물 수밖에 없었는지.. 수상을 못했던 이유가 이 부분이었을까..? 잠시 생각을 해본다.
'아쿠타가와상'은 '나오키상'과 더불어 일본 문학의 양대 문학상으로 평가되는 상이다. 따라서 오랜 역사와 전통적인 사고를 가진 문학계의 대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초대되기에, 어찌 보면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고리타분하고 비교적 어려운 작품들로 수상 이력이 채워지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수상작품을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아무리 좋은 작품도 그 시대의 독자들이 관심이 없다면, 그냥 인정받는 고전으로 머물기 때문이다. 오직 문학적으로만 말이다.
"유리창을 닦을 때면 죽은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와요."
책을 감싸고 있는 띠지에 적혀진 광고 카피 문구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보통의 책에서는 볼 수 없는 흑백이 아닌 파란색의 글씨가 빼곡하게 채워진 페이지로 시작이 된다. 작업을 하던 중에 죽었던 영혼의 목소리가 주인공 '쇼타'에게 가끔씩 들려온다.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잊을만하면 나온다. 내가 느꼈던 감정은 호기심과 흥미로움보다 불편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영혼의 말들은 이야기를 읽어나가는데 크게 간섭하지 않는다. 아니, 간섭을 하고는 있지만 독자인 나는 느끼지 못했다. 온전히 혼잣말 같은 내용들이 전부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지만, 흥미를 끌기에는 부족한 내용이었다.
어김없이 창문을 닦고 있던 쇼타! 창문 전체가 어두운 커튼으로 가려진 집이 보인다. 커튼 사이로 희미하게 얼룩이 보이고 '3706'이라는 숫자가 보인다. 마치 립스틱으로 적은듯한 글씨였다. 안을 볼 수는 없었지만 신경이 쓰인다. 어느덧 작업은 끝이 나고 집으로 갔던 쇼타는 초고층 고급 멘션의 빌딩으로 오게 되고, 최첨단 보안단계를 여러 번 거쳐서 결국 3706호로 오게 된다. 기대 없이 눌렀던 벨의 신호에 안에 있던 집주인은 문을 열어준다. 그 안에는 멋스러운 모자를 쓰고 하이힐을 신고 있는 70대 노부인이 그를 반긴다.
노부인은 쇼타에게 아주 특별한 부탁을 하는데 부탁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1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상당히 큰 금액을 준다고 한다. 그 부탁은 '쇼타가 청소하는 곳의 사진을 찍어와 달라'라는 부탁이었다. 노부인은 어떤 곳이라도 좋다고 했다.
쇼타는 자신이 일을 하는 곳들을 촬영하고 사진으로 현상한 후, 노부인의 집으로 찾아가 전달을 한다. 대가로 받은 고액의 달콤함에 취한 체 몇 번을 더하게 된다. 그러다 함께 작업을 한 동료한테 들키게 되고 그 동료는 노부인한테서 선물 받은 고가의 시계를 요구한다. 그런데, 배짱 좋은 쇼타는 맘대로 하란식으로 그에게 말을 하자. 이게 웬걸..? 협박이 통하지 않자 자신도 똑같은 촬영을 한다고 얘기를 하면서,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게 하라고 말하며 떠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쇼타는 더 이상 못하겠다는 말을 하려고 기회를 만들지만, 결국에는 못하고 만다. 그러다 며칠의 공백으로 다시 찾아간 3706호에는 노부인이 이사를 간 상태이다.
이야기의 주된 흐름은 사진을 찍어온 후에 노부인과의 만남을 통해 나누게 되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중심인 것 같다. 책표지 뒷장에도 언급된 작가의 의도가 결국에는 취업난, 단절된 관계, 불합리한 격차, 출구 없는 삶의 미로 속을 헤매는 젊은이들이 겪는 아픔에 대한 공감과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하는데
중요한 건 재미가 없다. 그리고 그 의도 또한 너무 뻔한 '클리셰'였다.
그나마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든다.
"마사키 씨, 지구가 둥근 건 어째서인지 알아요?"
"갑자기 무슨 소리?"
"우리가 너무 멀리 보지 않게 하려고 그런 거래요."
"멀리까지 보고 싶으면 직접 어딘가로 갈 수밖에 없단 얘기네."
-p204
나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
기대를 하고 읽었던 책은
읽기 전의 기대감! 읽은 후의 상실감!
'알짜배기'는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