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조예은 저
저자의 세계사 관련 책을 하나하나 사서 읽고 있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역사를 보다 세밀하기 읽을 줄 안다. 특히 이번 권은 술을 통해 역사를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술은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가장 오래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그 술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왔는지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여러분이 즐겨 마시는 술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역사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기 바란다.
『아무튼, 술』을 읽었을 때 함께 읽은 책이었다. 그러니까 대략 4달 전에 읽은 책인데, 책 후기는 쓰기 귀찮고 올려봤자 조회수도 안 나와서 차일피일 미루다, 이렇게 쓰려고 하니,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는...
일본 저자가 쓴 책이다. 일본 저자 중에는 주류 역사 서술에서는 주목하진 않지만 신기한 사건을 많이 아는 저자가 꽤 있는데 이 저자도 그런 느낌. (한국에는 굳이 따지자면 곽재식, 도현신 저자님 정도...가 생각난다.)
4달이 지난 지금도 몇 가지 기억나는 내용은
최초의 술은 봉밀주였다. 신혼여행을 뜻하는 허니문이라는 단어도, 술과 무관하지 않다.
종교가 술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함. 아시아에선 사찰이, 유럽에서는 수도원이 술을 만들었는데 이는 꽤나 아이러니컬하다. 금욕, 절제를 강조하는 고전종교에서 술을 제작했다는 사실이.
술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한 데에는 연금술이 크게 기여한다. 연금술은 이슬람 문명에서 발달했다. 이슬람 문명은 중국의 도교로부터 영향받았다.
술과 전쟁의 관계도 중요하다. 맨정신으로 어떻게 전쟁 치르나.
대항해시대 역시 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전쟁과 비슷한 맥락이긴 한데, 역시 맨정신으로 어떻게 외롭고 힘든 항해 견디나. 전쟁이나, 대항해시대 모두 다양한 술이 발전하는 데 변곡점이 된다. 술은 전투/항해 식량으로 유용했다. 전쟁/항해로 각 문명간 교류가 활발해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밤에 차가운 술을 마시는 건 근대적 현상이다. 에디슨의 백열전구 발명, 냉장고 발명이 음주 문화를 지금처럼 바꾸어놓았다.
이 정도.
다소 아쉬웠던 점은, 술 마시면 인간이 우둔해지는 데, 왜 인간은 이토록 아직도 술을 끊지 못하는지에 관한 설명(사회기능론이든, 진화생물학이든, 뇌과학이든)을 기대했는데 그런 부분이 없었다는 사실. 백해무익의 술을 대체 왜 마시는 겁니꽈! 알코올 중독 치료에 소비되는 예산만으로 아마 빈곤 추방할 테고, 탄소 중립 기술 충분히 개발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왜 하등 도움 안 되는 술 마시는 데 이토록 돈과 시간을 낭비하느냐! (이상, 젊은 시절에 술 마시면 끝장을 봤던 드미트리입니다. 지금은 굳이 찾아서 마시지 않습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야 한두잔 홀짝이는 게 다임)
술 마시면 긴장을 풀어주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솟지 않느냐는 반론에 대한 답은 : 네, 술자리에서 폭행 사건도 생기고, 성범죄도 벌어지고, 음주 운전 사건은 아주 심각하지요?
여러분, 23년에는 우리 모두 술을 줄이거나 끊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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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어떤 이야기에서든 사케를 긍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도 술을 '하늘이 내려준 아름다운 선물(美祿)'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7쪽)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와인을 인간을 이지적으로 만드는 음료라고 칭하며, 술을 마시면서 나누는 대화의 교육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확실히 기분 좋은 취기는 상식이라는 단단한 껍질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고, 유연한 발상을 가능하게 한다.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술을 마시면 따뜻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된다. 그러나 과음은 좋지 않다. 그리스인은 와인에 물을 섞어 조심스럽게 마셨다. 고대 스리스에서는 와인 원액을 마시는 것을 '스키타이식 음주법'이라며 기피했다. (28쪽)
수도원들이 앞다투어 고품질 와인 제조를 위해 노력한 배경에는 이러한 종교적 의미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유럽의 빈약한 먹거리에서도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길을 따라 세워진 당시의 교회나 수도원은 여관으로도 이용되었는데, 손님을 대접할 음식이라고는 상급의 와인 정도밖에 없었다. 게다가 다행스럽게도 포도는 곡물이 자라지 않는 거친 땅에서도 재배할 수 있었다. (33쪽)
중세 유럽에서 맥주 제조가 발전한 이유는 와인과 마찬가지로 수도원 때문이었다. 뛰어난 맥주를 생산하기로 유명한 벨기에에서는 현재도 수도원에서 양조되는 맥주나 수도원의 제조법을 게승한 진한 맥주를 선호한다. (55쪽)
일본에서는 술 제조 기술을 주로 사원의 승려가 개발했다. 비단에 여과시킨 '모로하쿠(諸白, 맑은 청주' 제조, 산단지코미(일본주 담금 과정 중 밑술에 쌀, 누룩, 물 등을 세 차례로 첨가하는 방법 - 역주) 등의 신기술은 모두 승려가 개발한 것이다. (69쪽)
이슬람 세계에서 연금술이 발달할 수 있었던 계기는 중국 문명과의 만남이다. 중국에서 불로장생의 약을 만들기 위해 시도한 '신선술'이 모습을 바꾸어 인위적으로 귀금속을 만들고자 한 '연금술'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알렘빅'이라는 증류기가 탄생하였다. 알렘빅은 아리비아어로 '땀'을 뜻하는데, 증기가 증류기 안에서 물방울이 되어 똑똑 떨어지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알렘빅을 술 제조가 아니라 주로 향수를 정제하는 데 이용하였다. 그러나 유라시아의 동과 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전해진 알렘빅은 다양한 종류의 증류주를 탄생하게 했다. 유럽의 위스키, 브랜디, 보드카, 진, 서아시아에서 동남아시아로 퍼진 아락, 중국의 백주, 일본의 소주, 멕시코의 데킬라 등은 모두 알렘빅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탄생한 술이다. (80~81쪽)
단조롭기 그지없는 바다에서의 생활을 견디려면 즐길 거리도 필요했다. 하지만 식재료는 딱딱하게 굳거나 소금에 절인 것뿐이라, 정말 맛이 없었다. 입맛에 맞지 않는 열악한 먹거리를 보충하기 위해 가득 실은 식량이 대량의 와인이었다. 와인은 대항해 시대에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의 에너지원이라는 새로운 지위를 확립했다. 나중에는 긴 항해 기간 동안 부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브랜디를 첨가한 주정 강화 와인을 싣게 되었다. 이러한 와인의 대표 격은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와인과 스페인의 셰리주이다. (119쪽)
산업혁명 이후 도시는 '생산의 장'이 되어 인구와 규모가 커졌고, 철도와 증기선에서부터 20세기의 자동차, 항공기에 이르는 교통수단의 발달은 사람들을 대량으로 이동하게 하였다. 술집들이 도시의 밤을 채색해갔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하고, 낮과 같이 밝은 기나긴 밤 시간이 생기게 된 것도 술집의 급격한 증가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인류는 제2의 낮을 탄생시켰고, 술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새롭게 창출하였다. (196쪽)
압셍트 상음자 가운데 중독자가 늘자, 노동 의욕 감퇴, 범죄 양산 등의 사회 문제가 빈발했다. 압생트를 애용한 예술가로 모파상, 베를렌, 고갱, 모네, 드가, 피카소, 허밍웨이 등이 유명한데, 섬세한 시인으로 알려진 베를렌과 술집을 좋아하여 무희나 관객의 모습을 즐겨 그린 화가 툴루즈 로트렉 등은 압생드 중독으로 비참한 생애를 마감했다. 고흐도 자화상을 그릴 때 방해가 된다며 왼쪽 귀를 절단하거나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는데, 이런 행동도 압생트를 수시로 마셔 정신 이상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228쪽)
20세기 후반 이후, 냉장고를 매개로 한 콜드 체인 기술의 보급으로 냉장 혹은 냉동된 식재료가 대양을 넘나들면서 '차가운 음식 문화'가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다. 술 역시도 차갑게 해서 마시는 경향이 강해졌고, 칵테일과 같은 여러 종류의 술을 조합하는 시도도 활성화되었다. 이는 음식 문화 변화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246쪽)
전 세계 어딜가도 마실 수 있는 합법적인 중독성 물질인 술. 인류가 등장하고 자연상태의 발효를 발견한 뒤로 술은 세계사에서 빠질 수 없는 물질이 되었다. 귀족들을 위한 술, 서민들을 위한 술, 팔기 위한 술, 임금을 대신하는 술 등 옛부터 사회 곳곳에 술이 깊숙이 녹아들어 있다.
부어라, 마셔라하면서 그저 쓴 맛에 입 속에 털어넣는 그런 단순한 소주 말고, 전 세계의 다양한 술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고 전해져오고, 또 어떤 획기적인 방법으로 탄생이 되었는지 초보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간략하게 적어놓은 책이다.
다만 '술의 세계사'임에도 불구하고 서구권의 술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인 게 아쉬운 점이었다. 동양에도 좋은 술들이 있고 그 좋은 술이 탄생하기까지의 사건이라던지 그 술에 얽힌 이야기가 많을텐데, 우리가 고급 술이라고 알고 있는 와인과 양주, 그리고 흔하게 마시는 맥주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이다. 사케, 막걸리, 고량주 같은 것들에 대한 얘기도 어느 정도 비중을 맞췄더라면 더 좋았을 부분이었다.
사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술의 세계사라기 보단 술에 얽힌 이야기 정도가 더 맞다. 술과 얽힌 역사의 단편만 살짝 들고 오기 때문이다. 이 책만으로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술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이 책에 더 빠져들 게 하려면 역사 속 이야기로 끌고 들어갈 힘이 필요한데 그 힘이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뭐 술 좋아하고 얕은 지식 하나 더 늘리는 용도로 읽는다면 괜찮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