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이 지구를 점령하는 데는 10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1956년 엘지화학에서 출시한 비닐장판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도 플라스틱 시대가 열렸다. 플라스틱은 “생활 개선의 선구자” “기적의 대량생산 소재”라 불리며 열렬히 환영받았다. 어떤 형태의 물건으로도 만들 수 있고 심지어 저렴하기까지 해서 산업화시대의 소재로 각광받았다. 그로부터 65년. 플라스틱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우리는 모든 일상을 플라스틱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만들어진 지 100여 년 만에 땅도 바다도 공기도 플라스틱이 장악해버렸다. 최근에는 빙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고 한다. 빙하 1리터 안에 평균적으로 12,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플라스틱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바다에 버려도, 태워도 플라스틱 쓰레기의 전체 무게는 줄지 않는다. 단지 구성 형태만 달라질 뿐이다. 미세플라스틱으로, 그보다 더 작은 나노플라스틱으로 변해 해저에 쌓이고 동물 몸에 축적되며 공기 중에 날아다닌다. 이 양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분해되는 데 페트병은 400년, 어업 용구는 600년 걸린다고는 하지만 아직 플라스틱이 만들어진 지 100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분해되는지 되지 않는지 정확히 증명할 수 없다. 설령 그 주장이 맞는다 해도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 더 많은 양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플라스틱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지구는 말 그대로 플라스틱 행성이다.지금 바다는 플라스틱 수프다 1997년 찰스 무어 선장은 태평양 한가운데서 플라스틱 조각들이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았다. 해류에 밀린 플라스틱이 거대한 섬을 이루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녹지도 않고 썩지도 않는 플라스틱은 흘러 흘러 바다로 간다. 지금 지구에서는 일 분에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에는 두 대 분량, 2050년에는 네 대 분량이 버려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바다에는 물고기의 총 무게보다 더 많은 무게의 플라스틱이 쌓인다. 잘게 쪼개진 플라스틱은 물고기나 조류의 몸속으로 들어가 사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고래나 거북이의 변사체에서도 수십 개에서 수백 개에 이르는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되고 있다. 5밀리미터 미만의 미세플라스틱과 0.0001밀리미터 미만의 나노플라스틱은 공기 중에도 남아서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에 들어가 쌓인다. 2019년 세계자연기금(WWF)과 호주 뉴캐슬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매주 먹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신용카드 한 장 분량(5그램)이라고 한다. 동물성 플랑크톤부터 고래에 이르기까지 생명체가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을 타고 순환하다가 생선과 새우, 소금, 조개 같은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먹거리를 사람이 먹는 것이다. 또 다른 의미에서의 플라스틱 수프를 먹는 셈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사실은 잘 모르고심각한 줄은 알아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제, 플라스틱 오염지금까지 보고된 르포부터 해결을 위한 모색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책 플라스틱 오염의 실태를 고발한 르포사진이나 기사를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사진이나 기사를 볼 때는 심각하지만, 돌아서면 다시 플라스틱 일상으로 돌아온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우리의 감각은 무뎌진다. 플라스틱은 대체불가능한 현실이라며 체념하게 된다. 개인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집단 전체에 대한 위험의 경우, 사람들은 그 문제의 심각성과 책임의식을 덜 느끼고 근거 없이 낙관하기도 한다. 이 책의 1장에서 5장에서는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현장을 잘 정리해 보고하고, 6장에서 10장에서는 그동안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대안들을 살피며 그 실효성과 효과를 분석한다. 그 가운데는 별로 효과가 없는 방법도 있고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키는 사례도 있지만, 효과가 있거나 부분적인 대안이 되는 방법이 있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한다. 플라스틱 문제는 한순간에 해결할 수도 없고, 한 가지 답으로 풀 수도 없다. 모두의 삶 속에서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행동하며 길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예술가들은 플라스틱 아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환경운동가들은 그들의 의제로, 정치인은 정책적인 해결책으로, 기업가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생산과정의 해법으로 이 문제에 동참해야 한다. 이 책은 이들의 해법을 다루면서, 플라스틱 문제라는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감각적으로 풀어내 명상할 수 있도록 한다.우리는 그저 쓰레기 분리수거만 잘하면 되는 걸까?소비자의 행동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까?문제의 해법을 생산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지난 65년 동안 총 83억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되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 91퍼센트가 재활용되지 않은 채 소각되거나 지구 어딘가에 방치되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덜 만들기 위해 개인적으로 애쓰거나, 그저 분리수거를 잘하거나, 해변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플라스틱을 덜 만들고 덜 쓰는 더 구조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생산자가 플라스틱의 전체 주기를 책임지고, 정부는 미세플라스틱을 제품에 사용하는 기업을 제재하거나 바다에 버려지는 해양 쓰레기를 매입하는 등 이 사회 전체가 함께 이 문제 해결을 분담해야 한다.